소설리스트

나는 교황이다-196화 (196/225)

# 196

53. 마기의 씨앗 (2)

마왕 제7위 아몬.

뱀의 꼬리, 부엉이의 머리에 늑대의 몸통을 지닌 아몬은 자신을 제외한 주변의 일에 관심이 없는 마왕 중에 하나다.

애초에 마계의 다른 일에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바알의 초대에 응했던 것도 아주 예외의 일이었다.

바알의 명에 따라 모든 마왕들에게 초대장을 돌린 마족들도 아몬이 참석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바알의 초대라…….’

아몬은 바알의 초대에 일말의 의문을 품고 참석했다.

대체 왜.

그 오랜 시간 동안 아무도 하지 않았던 일을 바알이 하려고 하는 것인가.

아몬은 이상한 점을 느꼈다.

그의 이명은 ‘가장 강대하며 엄격한 조정자.’

마계의 균형과 법을 조정하는 자라는 이명을 가지고 있는 아몬으로서는 의문의 정체를 해소해야만 했다.

그로 인해 칩거도 깨고 자신의 성 밖으로 나왔다.

아직 조정을 해야만 할 일이 생긴 것은 아니었지만, 다른 것도 아니고 바알이 움직이는 일이다.

바알의 성에 들어가서도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기만 했다.

워낙 오래전에 칩거를 했던 마왕이라, 같은 마왕들을 제외하고는 아몬을 알아보는 마족도 많지 않았다.

‘이제는 나를 알아보는 마족들도 많이 줄었군.’

아몬은 자신을 알아보는 이들이 얼마 되지 않는 것을 느끼며 생각했다.

자신을 알아보는 마족이 적은 것은 좋은 일이었다.

그만큼 아몬 자신이 마계의 일에 개입하지 않아도 마계가 잘 돌아가고 있다는 반증이었으니까.

아몬을 알아본 다른 마왕들도 굳이 그에게 아는 척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인사를 받지 않을 아몬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굳이 인사를 할 필요도 없었다.

아몬을 알 정도라면, 아몬의 실력과 성격도 알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아몬은 이렇게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연회장 가장 높은 자리에서 주변을 살펴 볼 수가 있었다.

“이 개새끼야!”

타다당- 쾅!

“커헉!”

갑작스럽게 일어난 소란에 아몬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항상 있는 일이로군.’

연회장 1층에서 소란이 일어나는 것이 아몬의 눈에 들어왔다.

마족들이 이렇게 모여 있는 자리.

이런 소란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했다.

오히려 이런 자리를 만든 바알이 이상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아몬은 금방 흥미를 잃고 시선을 돌리려고 했다.

그때.

“우우우!”

“뭐냐!”

“방해하지 마라!”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제삼자의 기도와, 다른 마족들의 강렬한 야유에 아몬의 시선이 다시 연회장 1층으로 향했다.

‘뭐지?’

그리고 아몬의 눈에, 방금 전에 실컷 욕설을 내뱉으며 살기를 흩뿌리던 마족들의 사이에 껴든 또 다른 마족이 들어왔다.

‘강하군.’

그 마족을 본 아몬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었다.

마왕은 아니다.

그러나 지닌바 마기와 힘만으로는 어지간한 마왕급의 무력을 지닌 마족이었다.

‘무슨 일이지?’

아몬의 눈에 다시 의문이 어렸다.

그 마족의 행동은 다른 마족의 행동과 완전히 달랐다.

보통의 마족이 눈앞의 피가 튀는 전투를 말린다?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

아몬이 이상한 행동을 한 마족을 더 자세히 관찰하려고 할 때, 옆에서 강렬한 기파가 느껴졌다.

‘바알이군.’

다른 마족들은 예상외의 상황에 바알의 등장을 눈치 채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마왕들은 바알이 도착한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왜 막았지?”

“이걸 원한 것이 아닙니까?”

바알과 전투를 막은 마족의 대화가 이어졌다.

‘둘 다 정상은 아니군.’

둘의 대화를 듣던 아몬이 결론을 내렸다.

바알과 전투를 막은 마족, 둘 다 정상은 아니다.

그리고 정확한 것은 모르겠지만, 아몬이 가진 권능, 혼란을 꿰뚫는 눈은 바알이 무엇인가 이상하다고 알려주고 있었다.

“……어?”

“……?”

퍽- 퍼억-

순식간에 두 명의 마족의 머리가 날아가며 피가 튀었다.

그리고 대화를 마친 바알과 다른 마족은 둘이서 유유히 사라졌다.

‘확인을 해봐야겠지.’

스윽.

아래에서 또 다른 소란이 일어나고 있었지만, 아몬은 망설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알에게서 느껴진 이상한 느낌을 확인해야 했다.

그러나 아무리 아몬이라도 바알의 본거지에서 마음껏 움직이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여기저기 마왕들이 많군.’

그러나 오히려 그런 점 때문에 아몬은 좀 더 이상한 점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바알의 성채 곳곳.

여럿의 마왕들이 마치 바알의 수하처럼 성채를 지키고 있었다.

보통의 마왕들이라면 절대로 이해할 수가 없는 부분.

마치 충실한 부하처럼 바알의 성을 수호하고 있는 모습을 몇 번이나 확인할 수가 있었다.

‘뭐…… 바알이 마음만 먹었다면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아몬은 바알의 힘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바알의 휘하로 들어간 마왕들도 이해했다.

이제 문제는, 대체 왜 바알이 마왕들을 모으고 있는지에 대한 일이었다.

그리고 방금 전 자신의 권능이 느낀 바알의 어색한 점이 어떤 연유로 느껴진 것이지.

그 두 개를 확인하기 위해 아몬은 다시 몸을 움직였다.

‘그런데, 아무리 바알의 성이라지만 마기가 이렇게 진했던가?’

아몬이 고개를 들어 유독 마기가 진한 곳을 바라보았다.

바알의 성채 가장 높은 곳.

그곳에서 마왕인 아몬조차 소름이 돋을 정도로 진한 마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비정상적으로 진한 마기가 느껴진다. 저곳부터 확인을 해봐야겠어.’

아몬은 진한 마기가 느껴지는 곳을 목표로 땅을 박찼다.

그러나 성채 가장 높은 곳까지 가는 일은 녹록해 보이지 않았다.

가볍게 올라가기에는 너무나 많은 마왕들이 그 길목을 지키고 있다.

점점 더 아몬의 의문이 증폭되고 있었다.

쾅- 콰앙-!

‘이번에는 신성력까지…….’

아몬이 잠시 방법을 생각하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 근처에서 신성력과 마기의 충돌이 느껴졌다.

아몬의 얼굴에 곤란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이 떠올랐다.

‘그곳을 먼저 가봐야 하나?’

아몬이 잠시 머뭇거리며 상황을 파악했다.

그때였다.

쩌엉- 쩌어어엉!

다른 곳에 있던 마왕들이 계속해서 한곳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이 정도면 신성력은 알아서 끝낼 수가 있겠군.’

마왕이 둘, 아니 셋이 한곳으로 모이고 있었다.

아몬이 굳이 가지 않아도 상황이 정리될 것이 확실해 보였다.

오히려 지금 마왕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성채로 접근해보는 것이 필요했다.

‘신의 개가 도움이 될 때도 있군.’

곤란에 빠져 있던 아몬의 얼굴이 밝아졌다.

타닥-

성채로 올라가는 아몬의 뒤로 계속해서 전투의 폭음이 울렸다.

거기에 바알의 본거지 전체에서 엄청난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마족과 마족, 마기와 마기의 충돌이 끊임없이 느껴진다.

‘혼란, 그러나 이런 혼란은 아니다.’

마계에서 전투가 벌이지는 것은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아몬의 권능이 의미하는 바는 이런 혼란이 아니다.

아몬의 권능은 마신의 뜻에 반하는 혼란이 생길 때 움직인다.

이것이 마신의 숨겨진 사제, 아몬의 일이었다.

‘더 이상의 접근은 어렵군.’

가장 마기가 농후하게 느껴지는 성채에 접근한 아몬이다.

그러나 섣불리 안으로 진입할 수는 없는 일.

아몬은 잠시 멈춰서 주변의 상황을 살펴보았다.

잠시의 고민.

이내 아몬은 결정을 내렸다.

‘다른 변동 사항이 있을 때까지 기다린다.’

함부로 움직이지 않는다.

섣불리 움직이는 것보다는. 일이 벌어지고 난 뒤에 상황을 파악하고 움직이는 것이 일을 마무리하기에는 더 좋았다.

‘어차피 끝까지 움직이지 않을 수는 없겠지.’

아몬은 지그시 눈을 감고 자신의 기척을 더욱 완벽히 숨겼다.

언제까지 그렇게 때를 기다리고 있었을까.

이쪽을 향해 접근하는 신성력이 느꼈다.

‘음?’

호흡이 불안정하기는 하지만 살아있다.

마왕 셋을 뚫고 나왔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아니다. 뚫고 나온 것이 아니군.’

멀리서 마왕들이 충돌하는 것이 느껴진다.

‘신의 개와 야합을 한 것인가…….’

물론 문제 될 것은 없다.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문제가 될 일은 없으니까.

아몬이 생각을 하는 동안 신성력을 가진 자는 성큼 성채로 들어섰다.

성채 안에 있는 마기가 얼마나 농후한지, 신성력을 가진 이가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파동이 느껴졌다.

탁.

아몬이 그 뒤를 따라 천천히 들어갔다.

이미 앞에서 마기가 요동친 상황이라 아몬은 티를 내지 않고 잠입을 할 수가 있었다.

‘역시 바알…….’

그리고 잠입에 성공한 아몬의 눈앞에 바알이 들어왔다.

그 짙고도 농후한 마기의 한가운데, 바알이 오연하게 서 있었다.

마기가 얼마가 강한지 알 수가 있는 대목이었다.

바알이 안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바알의 존재를 감지하지 못할 정도로 강한 마기.

더욱더 이상한 점을 느낄 수가 있었다.

“여기서 뭘 하고 있었지?”

“씨앗을 발아시킬 물을 모으고 있었지.”

그런 아몬의 귀로 둘의 대화가 들어왔다.

‘씨앗을 발아시킨다고?’

바알의 말에서 단서를 잡아낸 아몬의 눈이 빛났다.

‘씨앗, 씨앗이라…….’

텅- 터엉-!

아몬이 바알의 말을 해석하려고 애쓰는 동안, 둘의 전투가 시작됐다.

그러나 아몬은 추리에 잠겨 바로 눈앞에서 벌어지는 둘의 전투도 제대로 보지 않고 있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바알의 말의 뜻을 파악하는 일.

‘설마?’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알의 말의 진의를 파악한 아몬의 눈에 경악이 어렸다.

아몬은 다급하게 주변을 살폈다.

바알의 곤봉 중 하나가 바닥에 박혀있다.

거기에, 바알 본인은 같은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는 모습.

일견 여유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자세히 보니 이상한 흐름을 볼 수가 있었다.

키이잉-

그때, 아몬의 권능이 발동되었다.

바알의 곤봉은 마신의 신물들.

그리고 그 신물들이 주변의 마기에 신의 권능을 행사하고 있었다.

‘마족화……!’

바닥의 마법진, 끝도 모르는 농후함을 보이고 있는 주변의 마기들.

이 모든 상황이 아몬에게 한 가지 가정을 알려주었다.

‘바알! 설마……!’

마족은 단순히 마족과 마족의 관계로 인해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렇게 태어나는 마족보다 마신의 섭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마기가 모여 태어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런 원리로 다른 종족들을 마족에 가까운 마물로 만드는 것이 가능한 일.

원래 마기를 타고나지 않은 생물에게 마기를 주입해서 이성이 남는 일은 드물었기 때문에, 실제로는 아주 높은 수준의 마왕이 아니면 잘 사용하지 않는 방법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바알이 만들고 있는 마기는 그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다른 불순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순수한 마기.

즉, 마신의 권능이 깃든 신물을 사용하여, 마물 정도가 아닌 마족 그 자체를 만들어내는 씨앗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창조는 신의 영역일진데, 바알. 너무 과욕을 부리는군.’

아몬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냉혹하게 번뜩이는 눈빛.

어느 곳이나 창조를 넘보는 것은 신의 권위에 대항하는 행동이다.

비록 그 의도가 신에게 반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절대로 손대서는 안 되는 금기의 영역.

거기에 지금 바알의 행동을 보면, 바알은 모든 마족을 자신의 휘하로 넣으려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일단은 대화로 해결을 해야겠지.’

아몬은 경거망동하지 않았다.

우선 아직 바알의 전투가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대화를 시도하지 않고 전투부터 하면 빠트릴 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

물론 이미 이런 일을 시작한 바알과 대화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지만.

‘바알…….’

아몬의 눈이 바알을 끊임없이 주시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