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교황이다-144화 (144/225)

# 144

40. 함정(5)

말 그대로 화살비가 하늘에서 쏟아졌다.

마법사들의 마법도 그 웅장한 위용을 드러내며 날아왔다.

세은이 지나간 자리는 그대로 초토화가 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미 방금 전의 마법으로 동료들이 죽는 것을 본 각성자들이, 마법이나 화살에 휘말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세은에게 달려들었다.

“우아아악!”

“잡아라!”

크오오오오!

수십, 수백 개의 마법이 허공을 일그러트리는 소리가 대기를 가득 채웠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은은 쉬이 잡히지 않았다.

“지휘부는 어디에 있는 거지?”

세은이 연신 신성의 방패와 검을 휘둘러 인의 장막을 가르는 와중에도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지휘부를 잡지 않는 이상 이 전쟁은 끝나지 않을 게 분명했다.

그렇다고 상대 병력 전부를 몰살시킬 수도 없는 노릇.

그러나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 세은도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다.

신성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지만, 쉴 새 없이 마법과 오러를 막아내고 있으니 소모가 있는 건 당연했다.

그러나 그것보다도, 정신적인 피로감이 급격하게 밀려오고 있었다.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 자체도 피로하지만, 그 상대가 자신을 물고 늘어지려는 이들이니 더욱 그러했다.

“후우.”

또다시 연달아 날아오는 마법을 쳐 낸 세은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

도저히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

“잘 좀 피해봐!”

그러나 세은이 손을 쓰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편의 마법에 휘말려 사상자가 늘어났다.

덕분에 두텁던 인의 장막도 서서히 얇아지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올 정도.

세은 스스로가 손을 쓴 것은 아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주변에서 쓰러져 나가는 모습이 마음이 불편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적들을 치료해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그들의 천운에 맡길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끄응…….”

그렇다고는 해도 상황이 한 번에 반전이 되지는 않는 일.

답답한 마음에 세은은 또다시 신음을 흘렸다.

대기를 채우던 혈향이 점점 짙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분명 자신의 손에 죽은 이는 별로 되지 않는데, 스스로 자멸하는 신기한 모양새.

“응?”

순간 세은의 감각에 불쾌한 기운이 잡혔다.

셀 수 없이 쏟아지는 마법과 오러 사이에 마기에서밖에 느낄 수 있는 음침하고 눅눅한 기운이 얼핏 느껴졌다.

그러나 계속 공격이 날아오는 상황에서는 어디서 느껴지는지 정확하게 잡아내기가 힘들었다.

거기에 너무 많은 공격이 세은의 감각을 흐리고 있었다.

탁―!

결국 세은이 도주를 멈추고 자리에 멈춰 섰다.

분명히 마기가 느껴졌다.

그렇다면 무작정 지도부를 찾는 것보다 마기를 지닌 이들을 먼저 잡아서 없애는 것이 더 빠른 방법.

그러나 도망치면서 마기를 잡아내기에는 무리인 상황이었다.

거의 마나와 오러의 폭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공격이 쏟아지고 있었으니까.

“멈췄다!”

“더 이상 도망가지 못하게 다리부터 공격해!”

“우아아아아!”

적들은 세은이 이동을 멈추자 더욱 악을 쓰면서 달려들었다.

그들에게는 세은이 달리는 것을 멈춘 지금이 기회였다.

그 수가 월등하게 많다지만 도저히 세은의 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런 와중에 스스로 멈춰 주니 더욱 악을 쓰며 달려들 수밖에 없었다.

지금 잡지 못하면 다시 방금 전의 추격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힘을 내게 만들었다.

“무조건 잡아야 한다!”

지휘관들의 외침에 더욱 많은 인원이 세은에게로 몰렸다.

추이를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도 세은을 목표로 달려들었다.

공중에서도 땅에서도, 어느 곳에서나 세은을 목표로 공격을 해왔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당장이라도 세은이 압사당할 것 같은 압도적인 광경이었다.

그러나 급격하게 힘을 소모하지 않는 이상 세은이 당할 확률은 거의 없었다.

“에일린. 홀리 웨이브.”

세은의 손에서 신성의 파도가 밀려 나왔다.

밝게 빛나는 아름다운 파도가 세은의 사방으로 밀려오는 사람들을 밀어냈다.

쾅― 콰앙―!

그리고 쉬지 않고 그 위를 강타하는 마법들.

하지만 세은이 만들어 낸 빛의 파도는 흔들리기는 하지만 꿋꿋이 수많은 공격을 막아냈다.

하얀 장막에 마법과 오러가 날아가 부딪히는 장면은 마치 불꽃놀이의 한 장면을 연상케 만들었다.

유럽의 지휘관들이 고함을 질렀다.

“몰아붙여! 적은 하나다! 궁지에 몰린 모습을 보라!”

“상대도 인간이 이상 계속해서 막을 수는 없다! 공격해!”

“우아아아아!”

유럽의 각성자들이 더욱 촘촘하게 세은에게 달라붙었다.

그러나 세은의 상황은 크게 악화되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신성력의 여유가 있는 상황.

외부의 끝없는 공격에 방어막이 흔들리고 있다고는 해도, 다시 펼치면 되는 일이었다.

세은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저쪽에 가장 많이 몰려 있군.’

가만히 서서 감각을 집중하니 마기를 가진 이들이 하나둘씩 탐지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한쪽 방향에 그런 인물들이 몰려 있었다.

그러나 다른 방향에도 마기를 지닌 인물들이 꽤 있는 상황.

세은은 따로 떨어져 있던 이들부터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시간은 조금 걸리더라도, 마기를 가지고 마왕에 도움을 주는 자들을 남길 필요가 없었다.

타앗―

가장 먼저 목표를 정한 세은이 다시 땅을 박차고 달려 나갔다.

적들이 괴성을 지르며 끈질기게 세은을 쫓아왔다.

“진짜 사람이 많기는 너무 많아.”

멀리서 마기를 가진 이만 저격을 하기에는 사람들이 너무 바글바글 몰려 있는 상황.

결국 직접 다가가서 처리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푸욱―

가장 근거리에 있던 마기 사용자가 빛의 검에 심장을 관통 당했다.

심장에 깊숙이 박혔다가 뽑혀 나오는 검에 검붉은 얼룩이 들었다.

확실한 마기의 증거.

“스미스!”

그러나 동료가 생각했던 이가 심장을 관통당해 죽으니 공격은 더욱 거세졌다.

세은은 공격들을 가볍게 피하면서 다른 목표를 향해 이동했다.

적들이 세은에게 확실한 타격을 주지 못하는 만큼 그들의 마나나 오러는 소모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전황이 바뀐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사람들은 그 수가 많았고, 세은은 그들을 피해 움직이기에 바빴다.

“동료가 죽는 모습을 보았는가?”

“복수! 복수다! 전우의 심장을 대신하여 뛰어라!”

점점 광기에 물들며 유럽군이 집단으로 공격했다.

조금씩 그들의 행동에 변화가 나타난 것은 그 후로부터 잠시 후였다.

파앙―

팡―

세은이 마기 사용자들을 하나둘씩 없애자, 지휘 체계가 천천히 무너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생각보다 너 높은 지휘의 마기 사용자들이 있다는 얘기였다.

세은은 서두르지 않고 차분히 마기 사용자들을 없애 나갔다.

어차피 자발적으로 마기에 물든 이상, 살려봤자 하나같이 백해무익한 존재들이다.

이성을 유지한 상태로 마기를 사용한다는 것은 스스로를 바쳤다는 것밖에 없었다.

“도, 도망쳐!”

그리고 가장 많이 마기 사용자들이 많이 모였던 장소에 도착한 세은.

세은이 근처로 오자 그 주변에 있던 마기 사용자들은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도망치기에 바빴다.

도저히 그들로써는 답이 나오지 않는 재난 같은 상황이었다.

“커헉!”

“크허억!”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까.

“뒤로 빠져!”

그 복잡한 난전 속에도 세은은 자신이 감지한 마기 사용자들을 상당히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

결국 자신들이 버텨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놈들이 세은을 피해 도망치기 시작했다.

“잡히지 마라!”

“인원이 많아 빠르게 쫓아오지 못한다! 잘 피해서 도망가!”

그 와중에 동료가 쓰러지면 쓰러질수록 유럽군은 더욱 처절하고 끈질기게 세은을 물고 늘어졌다.

끝이 보이지 않는 세은의 신성력도 줄어든 게 느껴질 정도였다.

사람인 이상, 가지고 있는 힘이 무한할 수 없었다.

거기에 지금 같은 난전에서는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이 바로 눈먼 화살.

방심하지 않고 계속해서 신성력을 운용해 방어를 하다 보니 신성력이 줄어드는 일은 당연했다.

“조금만, 조금만 더!”

하지만 세은을 피해 완전히 도망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마기 사용자들을 가차 없이 처단해 나가는 세은의 모습에 누군가가 외쳤다.

“이익! 작전을 시행한다!”

그 고함소리를 신호로 주변에서 고통과 경악에 찬 신음 소리가 동시 다발적으로 울려 퍼졌다.

“대, 대체 왜?”

동료에게 당한 유럽군이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자신의 상처를 바라보았다.

마기 사용자들은 순식간에 주변에 있는 자신의 동료들을 담담하게 베어 넘겼다.

“커헉…….”

그리고 마기를 다루지 않는 이들도 이미 사전에 세뇌라도 당했는지 주변의 멀쩡한 동료들을 베어 버리고 있었다.

“이, 이게 무슨?”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상황에 세은이 순간 당황했다.

그러나 이내 정신을 가다듬었다.

이 정도 일은 마계에서는 매우 흔한 일이었다.

그들끼리 내분을 일으키는 틈에 공격이 뜸해졌다.

그 틈을 타 세은은 우선 동료들을 베어 넘기던 유럽의 각성자들을 처리해 나가기 시작했다.

파앙― 팡―!

빛의 화살이 한 발 날아갈 때마다 한 명의 목표가 쓰러졌다.

견제를 받지 않으니 신속하고 정확한 공격이 가능했다.

“치잇!”

그런 세은의 공격에 마기 사용자가 후퇴하며 고함을 질렀다.

“퇴각하라!”

그의 명령을 신호로 동료를 학살하던 수십 명의 인원이 일사분란하게 도망가기 시작했다.

세은은 그런 적들을 쫓아가며 빠르게 처리하기 시작했다.

“숲으로 들어가!”

적들은 영리하게도 각자 흩어져서 몸을 숨길 수가 있는 숲으로 숨어들기 시작했다.

세은은 망설이지 않고 따라 들어갔다.

지금 도망가는 이들이 전쟁을 일으킨 핵심 중 하나였다.

놓쳐서는 괜한 후환을 남기는 것과 다름이 없는 일.

어차피 끈질기게 자신을 쫓던 다른 유럽군들은, 갑작스런 동료들의 배신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저들을 다 잡아 없애고, 유럽군을 다독이는 것이 더 쉬운 정리 방법이었다.

“응?”

그렇게 숲으로 얼마나 들어갔을까?

적군을 베어 넘기는 데 주력하던 세은이 멈칫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의 감각에 무엇인가 이상한 점이 걸려들었다.

“여기 뭔가…….”

그러나 위화감을 느끼고 세은이 어떤 행동을 취하기도 전, 순식간에 거대한 마기가 숲을 뒤덮었다.

키이이잉―!

그 강대한 마기만큼, 거대한 굉음을 내며 마법진이 발동되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어. 시렌.”

곧 정면에서 왕관을 비뚤어지게 쓴 미공자가 나타났다.

“바싸고.”

“…….”

옆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세은의 고개가 돌아갔다.

거대한 사자의 얼굴, 딱 벌어진 강인한 몸. 2미터에 가까운 덩치.

마왕 마르바스였다.

“마르바스까지. 이거 여기 다 모여 있었네.”

“여유가 넘치는군.”

푸르릉.

소가 콧김을 내뿜는 소리와 함께 옆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흐음. 소 새끼도 있었네?”

다른 방향에서 나오는 모락스까지 발견한 세은이 말했다.

세은의 모욕에도 모락스는 담담하게 자리를 잡고 서 있었다.

“내가 알기로 마왕이 하나만 있다고 알고 있었는데 말이야. 셋이나 있네.”

“뭐, 그럴 수도 있지.”

세은의 말에 바싸고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그나저나 여유가 넘치시는군.”

“딱 보니까 제대로 회복도 안 됐는데 뭐. 이거 다 네가 꾸민 짓이냐? 바싸고.”

“아아. 그렇지. 재밌지 않아? 자기들끼리 죽이고 죽인다는 것이 말이야.”

담담한 바싸고의 시인에, 세은의 한쪽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그렇지. 너도 그렇게 죽을 테고 말이야.”

“성격도 급하지.”

탁! 키이이이잉―

바싸고의 신호와 함께 준비 상태에 있던 마법진이 다시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이대로 싸우면 우리가 불리하니까. 어디 제대로 해보자고.”

세은이 뭐라고 말을 하기도 전에, 마법진에서 폭사된 빛이 숲을 완전히 뒤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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