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9화
제249장 파사국 제일의 기사 第一騎士
“어서 오세요.”
천마궁에 위치한 소화각.
유화의 안내로 조금은 익숙해진 길을 따라 방 안에 들어선 아스나는 환한 미소로 자신을 반겨 주는 여인, 천소화를 만날 수가 있었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 천소화의 환대에 아스나 또한 반가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에 천소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아스나가 입고 있는 옷을 보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정말 잘 어울리네요!”
“감사합니다, 덕분에 예쁜 옷을 입어 보게 되었습니다.”
천소화의 미소 어린 말에 아스나는 웃으며 고개를 숙여 보였다.
동양의 전통 옷을 입은 아스나.
그녀는 이질적인 외모를 지니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새하얀 피부와 옷의 색은 너무나도 잘 어울렸으며, 그녀의 붉은 머리칼과 눈은 신비스러움을 더하였다.
그런 아스나의 아름다움에 다시 한번 감탄했던 천소화는 곧, 손님을 너무 오래 세워 두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에 천소화는 황급히 맞은편에 위치한 빈 의자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너무 오래 서 있게 했네요, 미안해요. 어서 앉아요.”
“실례하겠습니다.”
탁자위에 가득 차려진 수많은 음식.
그 음식들을 보며 침을 꼴깍 삼켰던 아스나가 감사 인사를 표하며 자리에 앉았다.
“많이 배고프죠? 어서 들어요.”
“네, 잘 먹겠습니다, 대부인.”
“후후, 그래요.”
자신의 권유에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하며 식사를 시작하는 아스나를 보며 천소화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스윽.
“이거 먹어 봐요.”
젓가락으로 오리고기를 집어 아스나의 밥 위에 얹어 주었다.
그에 아스나가 놀란 표정으로 천소화를 바라보았다.
식사에 있어서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파사국에서는 자신의 젓가락으로 남에게 음식을 권한다는 것은 상당히 실례되는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그에 아스나가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자 천소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러세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묻는 천소화의 모습에 아스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에요, 이건 무엇인가요?”
문화의 차이라는 것을 깨달은 아스나가 고개를 가로저은 다음 화제를 돌리기 위해 자신의 밥 위에 얹어진 고기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에 천소화가 입을 열었다.
“오리고기예요, 우리 집 남자들이 다 좋아하는 음식이지요.”
“교주님과 소교주님이요?”
“네, 공주께서 보지 못한 막내아들까지, 모든 남자들이 다 좋아한답니다.”
“그렇군요! 맛이 궁금하네요.”
파사국에서는 오리를 잘 먹지 않아 오리고기가 낯선 아스나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밥과 같이 오리고기를 숟가락으로 퍼먹었다.
그러고는.
“와아! 정말 맛있네요!”
오리고기의 담백함과 밥의 고소함.
그 조화에 아스나는 두 눈을 크게 뜨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에 천소화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다른 반찬들을 아스나 앞으로 밀어 주며 입을 열었다.
“많이 들어요.”
“네! 감사합니다!”
천소화의 말에 아스나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고는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
한 나라의 공주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복스럽게 잘 먹는 아스나.
그런 아스나를 보며 천소화는 문득 생각했다.
지금 자신의 배 속에 있는 아이가 아스나와 같은 활발한 여자아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말이다.
그렇게 아스나와 천소화가 오찬을 즐기던 그 시각.
소화각의 또 다른 방 안에서 야율령과 서은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언니, 이건 뭐게요?”
“콩이구나.”
“이건?”
“오리고기.”
“헐…… 도대체 어떻게 알아요?”
시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서은설이 집은 반찬을 거짓말처럼 맞히는 야율령.
그런 야율령을 보며 서은설이 놀란 어조로 말했다.
그에 야율령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시력을 잃은 대신 사물의 본질이 보인단다.”
“정말요?”
“응, 그 본질로 인해 나는 대략적으로 구분할 수 있어.”
“그렇구나…….”
야율령의 대답에 서은설이 고개를 끄덕였다.
야율령.
그녀는 참으로 알면 알수록 신비한 여인이었다.
아름다운 외모는 둘째 치고, 그녀는 옆에 있는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시력을 잃은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사물과 사람을 구별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과 다른 자신처럼, 다른 사람과 다른 야율령.
그런 야율령이 남 같지 않았던 서은설은 다시 미소를 지었고, 곧 고기를 집어 야율령의 밥 위에 얹어 주었다.
“많이 드세요, 언니.”
“응, 고마워.”
이상하게 야율령의 옆에서만 어리광을 부리게 되는 서은설.
그런 서은설이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하자 야율령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에 숟가락을 들어 한 숟가락을 막 퍼먹으려던 순간!
“…….”
야율령이 멈칫했다.
그에 서은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러세요, 언니?”
“……목걸이, 하고 있니?”
의문 섞인 서은설의 목소리에 야율령이 숟가락을 내려놓고는 서은설의 목 언저리를 바라보며 물었다.
“아…… 네.”
그에 서은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에 야율령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천소화가 있는 방을 바라보았고, 곧.
“운명이 시작되었네.”
“네?”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그 말을 듣지 못한 서은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고, 그에 야율령은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서은설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니야.”
“피, 뭐예요.”
야율령의 대답에 서은설이 김샌 표정을 지었다.
그에 야율령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고, 곧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어 서은설의 밥 위에 얹어 주었다.
“밥은 네가 많이 먹어야겠다.”
“저 살찌면 어떡해요?”
“그래도 많이 먹어.”
투덜거리는 서은설을 보며 야율령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에 서은설은 투덜거리면서도 밥을 먹었다.
야율령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라도 평소보다 많이 말이다.
그에 야율령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부디 운명을 이겨 내기를…….’
서은설을 기다리고 있을 거대한 운명.
아니, 인과율을 비튼 대가를 치를 모든 사람들이 부디 그 운명을 이겨 내기를 말이다.
* * *
콰앙!!
“제법!”
나는 나를 향해 휘몰아쳐 오는 거대한 회오리를 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소교주는 괴물이군요.”
앤서의 창에서 생성된 두 개의 회오리.
강력한 기운을 내뿜으며 달려들던 회오리가 나의 무기, 뇌선에 의해 소멸되자 앤서가 질렸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그에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로는 안 될 겁니다.”
“네! 더 가겠습니다!”
씨익 웃은 나의 말에 앤서가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왜인지 모르게 들떠 있는 앤서의 모습.
그 모습에 나 또한 진한 미소를 지었다.
삐이이!
콰콰쾅!
회오리를 소환해 내며 나를 몰아치는 앤서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허공에서 나를 찍어 내리는 키예프.
마치 새처럼 허공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빠른 속도로 나를 몰아치는 키예프의 공격은 제법 매서웠다.
그에 나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뇌선을 펼쳐 들었다.
챠르륵!
그러자 시원한 소리를 내며 뇌선이 활짝 펼쳐졌고.
부웅!
나는 펼쳐진 뇌선을 강하게 휘둘렀다.
그런 나의 휘두름에.
콰콰쾅!
“크윽!”
“큭!”
거대한 태풍이 불어 회오리는 물론 앤서와 허공에 있던 키예프까지 몰아붙였다.
그런 나의 공격에 의해 뒤로 물러나면서도 나의 빈틈을 찾기 위해 두 눈을 반짝이는 두 노인.
그런 노인들을 보며 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훌륭하군.’
파사국 제일의 기사라 불리는 두 명의 노인.
확실히 저 두 노인은 그럴 만했다.
저 두 명의 노인은 중원 무림의 절대자들이라고 불리는 열 명, 아니, 세 명에게도 밀리지 않을 강자였다.
그에 나는 뇌선을 접어 품속에 집어넣었다.
“……?”
그런 나의 행동에 앤서와 키예프는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에 나는 보란 듯이 진한 미소를 지었다.
스르릉.
그러고는 허리춤에 걸려 있던 검을 뽑아 들어 키예프와 앤서에게 겨누었다.
“준비되었습니까.”
나의 무기 검.
그것을 뽑아 든 내가 오연한 표정으로 키예프와 앤서를 보며 물었다.
그에.
우우웅!
콰콰쾅!
앤서가 모든 차크라를 끌어 올렸는지 다섯 개의 회오리를 소환하였고.
우르릉!
쿵!
그와 동시에 하늘에서 먹구름이 몰려와 위협적인 전류를 머금으며 나를 위협했다.
그리고.
부웅!
키예프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고.
샤사삭!
그와 동시에 키예프의 몸이 수 개, 아니 수십 개로 늘어나 허공을 뒤덮었다.
위협적인 기세로 나를 향해 검을 겨눈 수십 명의 키예프와.
콰쾅!
쿠릉!
매서운 기세를 자랑하며 나를 겁박하는 먹구름과 회오리.
그것들을 보며 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고, 곧.
우웅!
검을 강하게 쥐었다.
그러자 나의 몸에서 칠흑색의 강기가 뿜어져 나와 검은 물론 나의 전신을 뒤덮었다.
그에.
“하압!”
“흐읍!”
수십 명의 키예프가 나에게 달려들었고, 그 뒤를 이어 앤서의 창이 나를 향해 내질러졌다.
콰콰쾅!
그와 동시에 다섯 개의 회오리가 나를 향해 날아왔고.
쿠릉!
번쩍!
쾅!
전류를 머금고 있던 먹구름이 위협적인 번개를 뱉어 버렸다.
나를 향해 조여 오는 엄청난 기운들.
그 기운들을 느끼며 나는 자세를 낮추었고.
곧.
천마검공 天魔劍功
아수라헌신 阿修羅獻身
나는 아수라 그 자체가 되었다.
나에게 달린 여섯 개의 팔.
그중 두 개의 팔은 키예프의 분신들을 소멸시켰으며.
콰쾅!
두 개의 팔은 위협적인 다섯 개의 회오리를 소멸시켰다.
그리고.
치익.
한 개의 팔은 나를 향해 내려찍어지던 벼락을 잡아 소멸시켰고.
“수고요.”
나머지 한 손.
그 손에 들려 있던 검을 휘둘렀다.
그에.
서걱!
키예프와 앤서의 앞섬이 베어졌고.
털썩!
그들은 곧 뒤로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게 되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하겠다는 듯 멍한 표정을 짓는 두 명의 노인.
그런 노인들을 보며 나는 기운을 거두어들였다.
그러고는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돌아와 그들에게 싱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고는.
스윽.
두 명의 노인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
그에 앤서가 탄식을 내뱉었고.
덥석.
키예프와 함께 내가 내민 손을 잡아 몸을 일으켰다.
“훌륭했습니다.”
“정말…… 처음 느껴 보는 기분입니다.”
다 늙어 여유롭기 그지없었던 앤서와 키예프의 두 눈.
그 두 눈 속에서 활활 타오르는 감정을 느낀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려던 찰나.
“형님!!”
저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고개를 돌렸고, 곧.
“형님…… 윤문 형님이…….”
거지와 같은 꼴을 한 익숙한 청년.
“위험…….”
털썩!
나의 동생, 위천이 쓰러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저 청년은……?”
그런 위천의 모습에 키예프와 앤서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향해 물었다.
그에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만 돌아가 주시겠습니까.”
“아…….”
“알겠습니다.”
진지하기 그지없는 나의 음성.
그 음성에 두 명이 침음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나는 걸음을 옮겼고.
스윽.
곧 바닥에 쓰러진 녀석을 안아 들었다.
“소교주님…….”
그런 나를 보며 모든 아이들이 몸을 일으켰고. 나는.
“의원을 데리고 와.”
녀석들에게 짧은 명령을 내렸다.
그에 아이들이 고개를 숙였고, 나는 녀석들을 지나쳐 방 안으로 들어섰다.
기절해 버린 이 녀석을 눕히기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