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230화 (230/275)

제230화

제230장 반 反

콰앙!

사황성 내에 마련된 연무장.

깔끔한 인상을 지닌 중년 남성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주먹을 가볍게 피했다.

그러자 주먹에서 나온 권기가 애꿎은 바닥을 때렸고, 폭발음과 동시에 연무장을 이루고 있던 돌 조각이 하늘로 비산했다.

“타앗!”

그런 남성을 향해 다시 한번 더.

짧은 기합을 내뱉은 아름다운 여인이 주먹을 내질렀다.

여인의 일권에 사내는 다시 몸을 돌리며 피했고, 그와 동시에.

스윽.

그의 손에 들린 검이 움직였다.

챠라락!

그의 손에 들린 날카로운 검.

그 검에서 청량한 옥색의 검기가 뿜어져 나왔고, 그와 동시에 일권을 내지른 여인을 향해 덮쳐 들어갔다.

콰앙!

청량함에도 매서운 기운을 지닌 옥색의 검기.

그 검기의 기운을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여인은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세를 마주 낮추며 다시, 일권을 내질렀다.

피하지 않고 정면충돌을 선택한 여인의 주먹.

그 주먹에서 나온 권기가 옥색의 검기와 부딪쳤고, 그 강력한 충돌로 인한 폭발음과 기운에 비산한 먼지가 자욱해지기를 잠시.

주변을 가리고 있던 먼지가 가라앉자 두 명의 모습이 보였다.

“후우…….”

일권을 내지른 오른팔.

소맷자락은 물론 어깨까지의 옷자락이 사라진 여인이 떨리는 팔을 애써 진정시키며 긴 숨을 내뱉었다.

“끝입니까?”

그런 여인의 모습에 맞은편에 있던 남성이 물었다.

끝이냐고 말이다.

깔끔한 인상만큼이나 정중하고 매력적인 목소리.

그런 남성의 물음에 여인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미 한쪽 팔이 전투 불능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투기 鬪氣는 꺾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한 여인의 투기에 대답하듯.

스윽.

남성 또한 자세를 다시 낮추며 전투태세를 다시 갖추었다.

그렇게 남성의 검과 여인의 권이 다시 부딪치려던 순간!

“그만!”

그런 둘 사이로 강력한 목소리가 비집고 들어와 두 명의 신형을 멈추어 세웠다.

“성주님.”

“오라버니…….”

사황성주이자 패천황 覇天皇 이라는 별호를 지닌 사파의 지존, 백리관의 등장에 남성, 차기 십대고수로 꼽히는 중년 고수, 육천신군 六天神君 중 제일이라 불리는 청룡신군 靑龍神君 천풍과 혈화 血花 라는 별호로 유명했던 백리진이 내공을 갈무리하며 백리관을 바라보았다.

“아니, 왜 둘은 허구한 날 싸운단 말이오?”

“하하.”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백리관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하자 멋쩍은 듯 천풍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에.

“무슨 상관이에요? 우리 바쁘니까 가세요.”

백리진이 날카로운 눈으로 백리관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런 백리진의 경고에.

“흥.”

백리관은 콧방귀를 뀌며 무시했다.

그러고는 멋쩍은 미소를 짓고 있는 천풍을 바라보았다.

“청룡신군 대협, 너무 동생의 어리광을 받아 주지 마시오. 내 동생이라서가 아니라 정말로 적당히를 모르는 염치없는 아이니 말이오.”

“오라버니!”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연스럽게 백리진을 깎아내리는 백리관의 말.

그 말에 백리진이 얼굴을 붉히며 언성을 높였다.

그에 백리관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고는 백리진을 다시 바라보았다.

“너는, 호감이 있는 사내에게 허구한 날 대련을 하자고 덤비느냐? 예쁜 옷을 차려입고 저잣거리 나가서 맛난 거 사 먹고, 경극도 구경하고, 차도 마시고 그래야지. 에잉, 쯧.”

답답하다는 듯 백리관이 혀를 차며 말하자 백리진의 얼굴은 붉어지다 못해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았다.

그에 백리관이 움찔했지만.

“그게 백리 소저의 매력이지요.”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천풍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깔끔한 인상만큼이나 담백한 천풍의 말.

진심이 가득 담긴 그 말에 백리진의 얼굴이 다시 붉어졌다.

폭발할 것 같은 붉음이 아닌, 부끄러운 홍조로 말이다.

그에 백리관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천풍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취향은 존중하오, 세상은 넓고 사람은 다양한 법이니.”

“하하,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천풍의 취향을 존중한다 말하였다.

그러한 백리관의 말에 천풍은 웃으며 받아 주었다.

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백리진을 바라보았다.

“여협, 오른팔에서 피가 납니다. 함께 의약당으로 가시지요.”

사황성 내에 위치한 의약당.

그곳을 언급하며 천풍이 함께 가자고 권하자 백리진이 수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전까지 매서운 기세로 권기를 날리던 여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그렇게 천풍과 백리진은 의약당으로 걸음을 옮겼고.

“후후.”

팔짱을 낀 백리관이 그런 둘의 뒷모습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시집을 가지 않고 허구한 날 싸움을 하며 자신의 속을 썩여 온 백리진.

때때로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한 사내를 그리워하던 동생이 천풍을 만나고는 더 이상 그러지 않았다.

미친 망아지처럼 온갖 무인들에게 대련을 신청하던 여동생은 오로지 천풍에게만 대련을 신청했고, 더 이상 다른 사내를 그리워하지 않았다.

그 사실이 백리관으로서는 너무나도 만족스러웠다.

드디어, 그 녀석의 그림자를 동생에게서 지웠으니 말이다.

* * *

“고맙습니다, 은공.”

“그래, 덕분에 잘 쉬다 간다.”

무당산의 초입.

무당 장문인과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우리와 함께 산을 내려온 태진을 보며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태진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고, 이내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이틀간 수많은 일을 하여 두 눈가 밑이 시커먼 사마천과 왕일을 바라보았다.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사마 소협, 왕 소협.”

사마천과 왕일의 도움으로 어느 정도 정상참작이 된 왕 노인의 죄.

그로 인해 목숨을 건지고 무당산 내에 유배당하게 되었다.

거동이 불편하여 무당산을 벗어나지 못하는 왕 노인이었기에 사실상 그냥 무죄 판결과도 같다고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되도록 도움을 준 것이 바로 사마천과 왕일이었기에 태진이 예를 갖추어 감사를 표했고.

“아닙니다.”

“아니에요.”

사마천과 왕일이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게 둘에게 감사 인사를 마친 태진은 다시 고개를 돌렸다.

“뭐?”

그런 태진과 두 눈이 마주치자 불퉁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야율민.

태진 때문에 무당파에서 빨래와 청소를 지겹게 해 왔던 그였기에 태진을 대하는 태도가 삐딱할 수밖에 없었다.

마치 어린아이가 투정 부리는 듯한 야율민의 행동에 태진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감사합니다, 야율 형님.”

“……?”

진심을 담아 감사 인사를 전하였다.

감사인사는 둘째 치고, 태진의 입에서 나온 형님이라는 단어.

그 단어에 야율민이 벙 찐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태진을 바라보았고, 태진은 싱긋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혹…… 실례입니까?”

형님이라 부른 것이 혹여나 실수는 아닐까, 태진이 조심스럽게 묻자 야율민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덥석!

“아냐! 이 자식! 그래 동생아! 형이 잘해 줄게!”

태진의 어깨를 덥석 안고는 야율민이 기분 좋은 음성으로 말했다.

그런 녀석들을 보며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가만 보면 참 신기했다.

차가운 단진은, 차가운 남궁정과 친해졌다.

그리고 똑똑한 사마천은 똑똑한 왕일과 친해졌다.

마지막으로 음…… 나를 좋아하는 야율민이 나를 좋아하는 태진과 친해졌다.

마치 하나의 공식처럼, 비슷한 놈들끼리 친해지니 어찌 신기하지 않겠는가?

그러한 사실에 피식 웃기를 잠시.

나는 단진에게 눈치를 주어 흥분한 야율민을 진정시켰고, 이내 도복을 바로 한 태진을 다시 바라보았다.

“이제 정말 간다.”

“네, 감사합니다. 은공.”

“그래.”

나의 말에 태진이 정중히 고개를 숙였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러고는 미련 없이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우리는 무당파에서의 일을 빠르게 마치고 걸음을 옮겼다.

사황성이 위치하고 있는 감숙성으로 말이다.

* * *

“이게…… 뭣들 하는 짓이냐?”

명 제국의 황성.

대전에 위치한 황좌에 앉은 주윤문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충직한 신하들을 바라보며 분노가 가득한 음성으로 말했다.

우웅!

그의 분노를 대변하듯 주윤문의 뒤에는 붉은 적룡이 매서운 기세를 내뿜으며 신하들을 금방이라도 찢어발길 듯 노려보았고, 그에 신하들은 움찔하며 감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런 신하들의 제일 앞.

“황제 폐하, 송구하옵니다.”

가장 선두에서 무릎을 꿇은 노인, 황자징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러한 황자징의 사죄에 주윤문이 가만히 그를 내려다보았다.

만인지상의 주인. 황제의 위엄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말이다.

그에 황자징은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완벽한 제왕상을 보이는 주윤문을 보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어찌, 그런 선택을 하셨나이까!”

“뭐라……?”

황자징의 입에서 나온 말.

그 무례한 말에 주윤문이 어이가 없다는 어조로 물었다.

감히, 천자인 자신에게 따지다니?

너무나도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한 주윤문의 감정을 뒤로하고, 절절한 표정을 지은 황자징이 다시 입을 열었다.

“중원 무림은 마땅히 멸 滅 해야 할 존재입니다.”

“그 이야기는 끝이라고 짐이 말하였다.”

황자징의 입에서 나온 말.

무림 말살 대계를 꺼내는 그의 말에 주윤문이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에.

“폐하. 송구하오나 저희들은 폐하의 무림말살 대계에 이끌려 폐하를 모시었사옵니다.”

“뭐라?”

황자징이 송구스럽다는 듯 말하였고, 그러한 황자징의 말에 주윤문의 눈가가 꿈틀거렸다.

지금 황자징의 입에서 나온 말뜻은, 만약 무림 말살 대계가 없었다면 자신을 모시지 않았을 거라는 뜻이 아닌가?

“헌데, 갑자기 폐하께서 저희와의 약조를 지키지 않으시니 저희도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호오?”

황자징의 입에서 나온 말.

반역 反逆 과도 같은 그 말에 분노하던 주윤문이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현재, 완벽한 힘과 위엄으로 황권을 틀어쥐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실정에서 감히 반역의 기를 보여?

흥미로웠다.

제까짓 것이 감히 자신에게 반기를 보이다니 말이다.

스승임과 동시에 지지자였던 황자징.

주윤문의 입장에서 용납할 수 있는 선을 한참이나 넘어서 버린 황자징을 보며 주윤문이 황좌에서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콰콰쾅!

“크헉!”

대전에 위치해 있던 가구들과 바닥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고개를 들고 있던 황자징이 피를 토하며 고개를 처박았다.

황자징뿐만이 아닌 이곳을 찾은 모든 신하들 또한 마찬가지로 자신들을 짓누르는 거대한 위압감에 고개를 바닥에 처박았다.

그렇게 모든 신하들을 힘으로 굴복시킨 주윤문.

그가 분노 가득한 목소리로 입을 열려던 순간!

“황제 폐하!”

밖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주윤문이 고개를 들었고, 이내.

벌컥!

문이 열렸다.

황제의 허락도 없이 대전의 문이 열린 이 상황.

이 상황에 주윤문이 분노를 토하려던 찰나.

“폐하!”

“폐하!”

목에 검이 드리워진 채 다급한 표정으로 자신을 부르는 중년 여인과 청년들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폐하…… 송구하옵니다.”

“폐하…… 저희들은 신경 쓰지 마십시오!”

자신의 어머니인 황태후.

그리고 자신의 동생들.

“감히…….”

그의 병사와도 같은 이들이 그의 가족에게 검을 겨누고 있었다.

이 믿기지 않는 상황에 주윤문이 분노하던 것도 잠시.

“폐하, 잠깐…… 쉬어 주십시오.”

병사들의 가장 선두.

당당하게 대전 앞에 선 중년 사내가 주윤문을 향해 말했다.

“경륭…….”

주윤문이 회귀하고 처음으로 거두었던 수하.

금의위의 도독이자 황궁 제일고수로 절대의 경지에 오른 무인, 이경륭의 모습에 망연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하니 이경륭이 자신을 배신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처음으로 거두었던 수하였고, 전생에서도 자신을 위해 노력을 했던 장수였다.

헌데, 배신을 하다니……?

사실 주윤문이 죽고 이경륭은 바로 연왕의 신하로 들어갔지만 주윤문은 그것을 몰랐다.

그것은 주윤문 사후의 이야기였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주윤문의 눈에는 이경륭은 충직한 신하였다.

절대 배신은 하지 않는 그런 존재.

생각지 못한 이경륭의 배신에 분노한 주윤문이 노한 눈으로 그를 노려보자 이경륭의 뒤에 있던 병사들은 검을 가까이 대었다.

“윽!”

“큭!”

그러자 날카로운 검이 황태후와 동생들의 목을 찔렀고 그들의 짧은 신음과 함께 목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가족의 피에 정신이 번쩍 든 주윤문.

“네 이놈!”

두 눈을 부릅뜬 주윤문의 입에서 노한 음성이 튀어나왔다.

그런 주윤문의 음성에.

“크윽!”

감히 황족에게 검을 들이밀었던 병사들이 신음을 흘리며 모든 행동을 멈추었다.

주윤문의 몸에서부터 뿜어져 나온 붉은색의 기운.

그 기운이 대기를 불안정하게 만들었으며, 그 기운과 위엄이 합쳐져 병사들의 행동에 제한을 두었던 것이다.

그렇게 절대고수만이 가능하다는 기세만으로 병사들을 제압한 주윤문.

그가 고개를 돌려 매서운 눈으로 이경륭을 바라보았다.

“짐에게 저런 협박이 통할 것이라 생각했느냐?”

절대의 경지에 오른 주윤문.

그의 기운이 가득한 물음에 이경륭이 식은땀을 흘렸다.

그에.

“이경륭. 너는 반역자이다.”

주윤문은 차가운 어조로 말했고, 그와 동시에 허리춤에 있던 붉은색의 검을 뽑아 들었다.

주윤문의 애병인 홍무 紅武.

검집에서 빠져나온 홍무는 특유의 붉은색의 검신을 자랑했고, 주윤문은 그런 홍무를 위로 들어 올렸다.

단 일격.

그 일격에 반역자들을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콰앙!

주윤문의 검이 채 내려오기 전.

이경륭의 몸에서 폭발적인 기세가 뿜어져 나왔고, 그와 동시에 행동에 제약이 걸렸었던 병사들이 다시 움직였다.

“크흑!”

행동의 제약이 풀리자 또다시 황족들을 강하게 압박하는 병사.

그에 주윤문의 두 눈가가 꿈틀거렸고 이내.

“크흑…… 폐하. 저 또한 고수라고 불리는 사람입니다.”

무리하여 주윤문의 기운을 물리쳤기 때문일까?

신음을 흘린 이경륭이 괴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에 주윤문이 인상을 찌푸렸고, 이경륭은 심호흡을 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폐하라면 분명 저희들을 죽이실 수 있습니다.”

“…….”

“하지만 저는 잠깐의 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아무리 폐하라 하더라도 저를 제압하기 위해서는 최소 세 번의 손속은 필요할 터.”

“…….”

“그 짧은 순간을 병사들이 기다려 주지 않을 것입니다.”

까득!

이경륭의 입에서 나온 말.

약자임에도 불구하고 인질을 잡고 협박하는 이경륭의 말에 주윤문이 이를 갈았다.

분하지만…… 그의 말이 맞았던 것이다.

이경륭.

황궁 제일고수인 그 또한 절대의 경지에 들어선 고수였으니 말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