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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229화 (229/275)

제229화

제229장 감찰 監察 (2)

“이게…… 정말 사실이란 말인가?”

무당파의 집법당주실.

그곳에서 집법당주와 대면한 왕일은 그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집법당주가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왕일을 바라보았다.

“여기 적혀 있는 인물들 모두가 본 파를 위해 몇 대째 고생하고 있는 자들일세. 무당파를 위해 인생을 포기한 이들이기도 하지.”

“인생을 포기한 것이 아닙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집법당주의 말에 왕일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하자 그가 의문 어린 음성으로 물었다.

무당파에 거주하며 자유를 포기하고 오로지 무당파를 위해 일해 온 자들이다.

그런 자들이 인생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니?

“무당파라는 이름을 이용하여 인생을 편안하게 살아온 것뿐. 무당파를 위해 희생한 것이 아닙니다.”

“무엇이?”

왕일의 단호한 대답.

그 대답에 집법당주가 매서운 표정을 지었다.

무당파를 위해 희생해 온 이들을 저렇게 평가하다니!

사람이 어찌 저런 못된 생각을 가질 수 있단 말인가!

집법당주로서, 아니 인간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마음가짐이었다.

“자네, 그 발언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네.”

“사실입니다. 그 서류가 전부 말해 주지 않습니까?”

“어찌 서류 따위가 사람의 마음을 헤아린단 말인가. 필시 다른 이유가 있을 거야.”

왕일의 현실적인 말에 집법당주가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그에 왕일이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이렇게 나올 줄 알았다.

무당파의 도사들. 이들은 너무나도 착해서 당연히 다른 사람들도 그럴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진짜, 호구들인데…….’

사기 치기 딱 좋은 놈들이었다.

마음속으로 그런 무당파 도인들의 모습에 혀를 찬 것도 잠시.

왕일이 다시 고개를 들어 집법당주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현실을 부정하지 마십시오.”

“뭐라?”

“이성적으로 법을 집행해야 하는 집법당주님입니다. 부디 옳은 시야를 유지하십시오.”

“…….”

왕일의 말에 흥분했던 것도 잠시.

이어진 그의 조언에 집법당주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자신의 눈앞에 있는 청년.

소년의 티를 막 벗어던진, 자신의 제자보다도 어린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 너무나도 뼈아팠던 것이다.

그에 집법당주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왕일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도, 개중에는 정상참작이 가능한 인물들이 있습니다.”

“정상참작……?”

두 눈을 질끈 감으며 가슴 아파 하던 집법당주.

그는 달콤하게 들려오는 왕일의 목소리에 두 눈을 뜨며 물었다.

그에 왕일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네. 무당파의 예산을 일부러 크게 잡고, 그 돈을 사사로이 쓰지 않고, 무당파에 입적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사용한 것이지요.”

“입적하지 못한 사람들……?”

“네, 무재가 없어 무공을 품지는 못했지만 가슴속에 무당을 품고 있는 이들을 위해서 말입니다.”

“아…….”

왕일의 대답에 집법당주가 탄성을 내뱉었다.

장로 회의에서도 늘 나오는 안건이다.

무재가 없어 본 파에 입적하지 못한 어린 인재들.

그 인재들의 처우에 관해서 말이다.

장로들도 해결하지 못한 그 일을 무당파를 위해 희생해 온 이들이 대신하고 있었다니…….

전혀 알지 못했던 사실이다.

그에 집법당주가 탄성을 내뱉은 것도 잠시.

그가 반짝이는 눈으로 왕일을 바라보았다.

“자세히 알려 주겠는가?”

“물론, 개인의 이득을 챙긴 이들도 있습니다.”

“그것은 내가 단죄 斷罪하겠네.”

“옳은 시야로 말입니까?”

“물론일세.”

왕일의 물음에 집법당주가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왕일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품속에서 또 다른 서류를 꺼내 들었다.

“자네……?”

그런 왕일의 모습에 집법당주가 놀란 표정을 지었고, 왕일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서류를 펼쳐 들었다.

“여기, 이미 구분하여 명단을 작성해 왔습니다.”

“자네, 모질게 말한 것도 다 이유가 있었군.”

처음에는 강하게 나와 집법당주의 혼을 흔들어 놓고, 달콤한 말로 회유했다.

어린 왕일의 손에서 놀아났다는 것을 깨달은 집법당주가 허탈한 어조로 말하자 왕일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는 예를 갖춘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다, 무당파를 위해서입니다.”

“그래…… 알겠네.”

왕일에게 패배감을 느껴 버린 집법당주.

그는 힘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자세히 설명해 주게.”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며 왕일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고, 그렇게 집법당주의 기세를 확실하게 휘어잡은 왕일이 부드러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 * *

“잘 부탁합니다, 키예프 공, 앤서 공.”

“걱정하지 마십시오, 폐하.”

회색의 아름다운 거성.

파사국의 황제인 레토의 정중한 말에 두 개의 검을 허리춤에 찬 백금발의 노인과, 긴 랜스를 등에 둘러멘 노인이 웃으며 대답했다.

한때 파사국 제일의 검과 창이었으며, 지금은 일선에서 물러나 파사국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고 있는 영웅들.

그런 둘의 허허로운 대답에 레토는 안도가 된다는 듯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파사국의 전대 제일 기사들이다.

한 명만 해도 든든하거늘 두 명이 동행하니 어찌 불안할까?

“아바마마, 저 가요!”

“아스나! 체통을 지키라니까!”

그렇게 안도하며 미소를 짓던 레토의 귀로 들려오는 맑은 음성.

활발함이 가득한 아스나의 목소리와 그런 아스나를 질책하는 율리아나의 목소리.

자신에게 있어서 가장 가까운 두 여인을 보며 레토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붉은 단발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자신의 딸, 아스나를 바라보았다.

“키예프 공과 앤서 공의 말을 잘 듣거라. 그리고 너는 파사국의 얼굴과도 같다. 잘하고 올 것이라 믿는다. 부디 체통을 잘 지키고 오거라.”

“아 참! 걱정하지 마시라니까요!”

레토의 낮은 음성에 아스나는 걱정하지 말라며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환한 미소만큼이나 높은, 활달한 아스나의 음성.

성인이 되었음에도 체통은커녕 여전히 말괄량이 같은 모습을 보여 주는 아스나의 모습에 레토는 결국 피식 미소를 짓고 말았다.

왕의 딸이자 한 나라의 공주로서는 체통 없는 모습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비의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귀여운 딸의 모습이었다.

여인답지 않게 활발하기 그지없으며 사내들의 성정만큼이나 과격하고 시원한 자신의 딸.

왕족이 아니었으면 어쩔 뻔했으려나…… 걱정이 들 정도로 너무나도 활달한 딸이었다.

그렇게 레토와 율리아나의 걱정 어린 배웅을 뒤로하고.

마차에 올라선 아스나는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창밖을 보며 두 눈을 반짝였다.

‘주윤문…….’

성인이 된 이후, 매일 꿈에 나오는 청년.

자신과 다른 피부와 이목구비를 지닌 흑발의 청년은 자신의 가슴을 뒤흔들 정도로 잘생겼으며, 자신을 향해 웃어 주는 그 미소는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감을 주었다.

아이 같으면서도 때때로 기대고 싶을 만큼 듬직한 모습을 보여 주던 사내.

그 무슨 행동을 하더라도 매력이 넘치던 사내가 아스나는 너무 궁금했었다.

‘기필코 찾아내겠어.’

꿈에서 깨어 잠에서 일어나면 아스나는 늘 멍을 때리고는 했다.

꿈속에서 느꼈던 그 행복감.

그 남자에게 받았던 과분한 사랑.

그 행복함과 사랑의 여운이 너무나도 길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아스나는 이번에 조금 무리를 해서 외교 사절단 대표로 나서게 된 것이다.

제1 황위 계승자로서 국정 일을 시작한다는 거창한 명분 아래로 말이다.

“그렇게 좋으십니까?”

그런 아스나의 맞은편.

키예프가 허허로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레토에게 허락을 맡기 위해 직접 키예프와 앤서를 찾아와 부탁을 했던 아스나.

그런 아스나의 열정을 잘 아는 키예프가 기대 어린 표정을 짓는 아스나에게 묻자 옆에 있던 앤서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

“좋으시겠지. 전혀 다른 문화의 나라에 가 보는 것이니 말이야.”

“천마신교가 나라인가?”

“공작령과 같다고 보면 되겠더군.”

“그렇구먼.”

한 개의 왕국이 아닌 자치령인 천마신교.

그들의 생활양식을 자신의 문화에 맞추어 앤서가 설명해 주자 키예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일국의 왕으로 보면 되겠군.”

“그래, 그러면 될 것이야.”

키예프의 결론에 앤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렇게 고개를 끄덕인 두 명의 노인.

그 둘이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하아…….”

반짝반짝한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아스나를 보며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스나.

그녀가 과연 일국의 왕과 같은 천마신교주에게 예를 잘 차릴지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 * *

“알아서 잘하네.”

“네, 저희가 나설 필요도 없겠습니다.”

분주히 움직이는 무당파의 도인들.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포승줄에 묶인 사람들을 인도하고, 또 속가제자들에게 속히 무당파로 오라는 전갈을 보내기 위해 바삐 움직이는 도인들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 주는 도인들을 보며 내가 말하자 옆에 서 있던 사마천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천아.”

“네.”

“우리, 이제 집에 가자.”

“……?”

갑작스러운 나의 말에 놀랐을까?

늘 여유로운 표정으로 주변을 관장하던 사마천.

녀석이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옆에서 느껴지는 놀란 녀석의 시선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고, 다시 입을 열었다.

“우선 감숙으로 가서, 사황성에 잠깐 들르고 신강으로 돌아가자.”

“진심이십니까?”

“그럼 거짓이겠냐?”

녀석의 놀란 물음에 나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에 사마천이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아마 머릿속으로 이렇게 신강으로 돌아가는 것이 맞는지 재고 있겠지.

그런 녀석을 보며 나는 씨익 웃었다.

그리고 기다려 주었다.

녀석의 계산이 끝날 때까지 말이다.

그렇게 잠시의 시간이 흐르고.

“사황성에만 가는 것입니까? 아니면 사파의 가문들을 둘러볼 예정이십니까?”

“사황성만.”

사마천의 물음에 나는 짧게 대답했다.

그에 사마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이틀 후에 출발하시지요.”

“이유는?”

“저와 왕일 녀석이 좀 바쁘게 움직여야 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나의 물음에 녀석이 대답했다.

그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이틀이면 충분한가?”

“충분합니다.”

이틀 만에 모든 정보를 파악하고 사파의 세력들을 조사, 구분하겠다는 뜻이 담긴 사마천의 말.

오랜 세월 동안 함께해서일까?

개떡같이 말하는 녀석이나 찰떡같이 알아듣는 나나.

거참, 내가 생각해도 웃겼다.

아무튼, 내가 둘러보지 않고 사황성만 가겠다고 하자 사파 세력의 감찰을 서류로 끝내려는 녀석을 보며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감찰 결과 서류는?”

“사황성주와 무림맹주 그리고 소교주님에게만 올리겠습니다.”

“그래.”

그러면 되겠지.

백성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경우에는 스승님과 할아버지가 직접 움직일 것이다.

그렇게 하라고 내가 따로 언질도 줄 것이고 말이다.

그리고 심각하지 않다 판단이 되는 정보나 장부는 뭐, 알아서 소장하고 써먹을 것이다.

사마천의 깔끔한 결론에 나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하루 더 걸려도 괜찮으니 충분히 조사하고 정리해.”

“알겠습니다.”

나의 명에 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나는 다음 행선지를 감숙성의 사황성으로 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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