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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218화 (218/275)

제218화

제218장 선 세게 넘네 線侵犯

‘이런 그림은 생각 못 했는데…….’

무당산의 정상에서 마시는 술이 그렇게 맛나다는 왕일의 말에 혹한 나는 걸음을 서둘렀다.

조금이라도 빨리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산봉우리에서 술을 기울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자 나의 걸음은 점점 더 가벼워졌고, 그런 나의 걸음을 쫓기 위해 대원들 모두가 황급히 걸음을 옮겼다.

“헉헉! 조금만! 조금만!”

그런 나의 뒤로 남궁연화의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그 목소리를 상큼하게 무시하고 계속해서 걸음을 옮기다 보니 오후에 도착할 것이라는 예정과 달리 오전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렇게 예정 보다 일찍 도착하게 된 우리의 눈으로 생각지 못한 그림이 보였다.

바로, 도교의 가르침을 따르는 무당의 도사들과 불교의 가르침을 따르는 아미파의 여승들이 금방이라도 싸울 듯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던 것이다.

‘재밌겠다.’

공진의 말대로 진짜 도교 대 불교였다.

생각지 못한 흥미로운 대치에 나는 미소를 지은 것도 잠시.

“은공!”

무당파의 가장 선두.

청수한 모습으로 당당하게 무당파를 대표하여 아미파와 대치하고 있던 젊은 도인, 태진의 부름에 인상을 찌푸렸다.

‘저건 언제 봐도 부담스럽단 말이야.’

전생에서는 미친 망아지마냥 까불어서 나에게 얻어터졌던 놈. 또 현생에서는 주인을 만난 어린 강아지마냥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놈이었다.

긴장감이 감도는 지금의 상황과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녀석의 모습.

그런 녀석의 모습에 나는 속으로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벌써부터 상대하기가 귀찮았다.

“극신.”

“알았어.”

그런 나의 옆.

서은설이 나의 옆구리를 치며 말했고, 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귀찮더라도 녀석은 내가 찾은 무당파의 일대제자.

상대해주어야 했다.

속으로 생각을 하며 걸음을 옮긴 나는 곧 대치 중이던 무당파와 아미파의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반갑습니다. 위극신입니다.”

“어서 오십시오, 은공!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나의 인사에 태진은 환한 미소를 지었고, 태진과 마주하고 있던 중년 여인이 나를 보며 입을 열려던 순간!

“아……. 마교…….”

중년 여인의 뒤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혼잣말 같은 아주 작은 중얼거림이었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물론이고,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대원들 모두가 그 목소리를 듣고 말았다.

“거기, 뭐라 했지?”

중년 여인의 뒤.

두려운 표정으로 중얼거리던 어린 여승을 보며 야율민이 웃음기 어린 어조로 물었다.

움찔!

웃음기 어린 어조와 달리 그 목소리에는 진득한 살기가 깔려 있었기에 어린 여승은 움찔하며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그러고는 두려운 표정으로 야율민을 바라보았다.

하염없이 떨려오는 어린 여승의 두 눈동자.

금방이라도 호랑이에게 잡아먹힐 듯한 토끼의 모습과도 같았다.

“제자의 잘못은 제가 대신해서 사과드리겠습니다.”

그런 어린 제자의 모습에 태진과 대치하고 있던 중년 여인이 걸음을 옮겨 어린 제자의 앞을 막아서며 고개를 숙여 보였다.

“누구……?”

아미파의 일행 중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여인.

지니고 있는 기운도 가장 뛰어난 것으로 보아, 대표로 보이는 여인을 바라보며 내가 물었다.

“아미파의 장로. 아연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소교주님.”

나의 물음에 자신을 아연이라 소개한 여인이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제법 정중한 그녀의 인사에 나 또한 고개를 살짝 숙였다.

“반갑습니다, 아연 사태.”

“죄송합니다, 제자가 무례를 범했습니다. 따끔하게 혼낼 터이니 용서해 주시겠습니까?”

고개를 살짝 숙여 보이는 나의 인사에 기분이 나빴을까?

아연이 잠깐 움찔했다.

내 나름대로 예를 차린 건데 말이다.

아무튼, 금방 표정을 바로 하고는 고개를 숙이며 다시 나에게 용서를 구했다.

그에 나는 고개를 돌려 입을 함부로 놀린 어린 제자를 바라보았다.

움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움찔하며 고개를 꾸벅 숙여 보이는 어린 제자.

어리숙한 그녀의 모습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이름이 뭐지?”

“저요?”

“그럼 누구한테 물어본 걸까?”

나의 물음에 화들짝 놀란 여인.

그녀가 자신을 가리키며 묻자 내가 대답했다.

여기서 나와 두 눈을 마주하고 있는 존재는 어린 제자뿐이다.

당연한 걸 물어보고 있어.

나의 대답에 침을 꿀꺽 삼킨 어린 제자.

그녀가 곧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아미파의 이대제자 현화라고 합니다! 무례한 발언 정말 죄송합니다, 소교주님!”

자신의 이름을 소개하며 다시 고개를 숙여 보이는 여인, 현화를 보며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어린 제자다.

기껏해야 10대 후반?

뭐 그 정도면 실수 한 번은 할 수 있지.

“괜찮습니다. 그러니 그만 사과하세요.”

“정말요……?”

“네.”

“감사합니다!”

나의 대답에 안도했을까?

그녀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에 나 또한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건들거리는 표정으로 태진을 바라보았다.

“야.”

“네, 은공.”

“이거 무슨 상황이냐?”

나의 부름에 공손하게 대답한 태진.

그런 태진을 보며 내가 묻자 태진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해검을 부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미파는 거절했고.”

“그래?”

태진의 대답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이해가 되었다.

무당파에서는 해검을 요구했고, 아미파에서는 자존심 운운해가며 거절했겠지.

하여튼 복잡한 놈들이었다.

그냥 들어주고 해주면 되지.

모든 일을 답답하게 처리하는 정파 방식의 행동에 혀를 차던 것도 잠시.

“소교주님에게 한 가지 물어봐도 될까요?”

나는 옆에서 들려오는 아연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뭘까?

이상하게 당당해 보이는 아연의 모습.

그 모습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열었다.

“물어보세요.”

“소교주님은 무당에서 해검을 요구하면 해검을 할 건가요?”

“응?”

아연 사태의 물음.

그 물음에 나는 의문 어린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고?

뭐, 나는 해검 할 것이다.

그것이 곧 무당파의 절차니까 말이다.

근데 그것을 굳이 지금 물어본다고?

아연 사태의 질문 저의를 파악하지 못해 내가 대답을 망설이자 아연 사태가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세상 당당한 표정으로 태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태진 도장.”

“네.”

“아까 분명, 맹주에게도 해검을 요구할 것이라고 했죠? 자. 지금은 어떻죠? 소교주님에게도 요구할 것인가요?”

나를 방패막이로 세우며 당당하게 질문을 하는 아연 사태.

그런 아연 사태를 보며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미친 X이.’

선 넘네.

감히 내 이름을 팔다니 말이다.

자신의 이득을 위해 나의 이름을 가볍게 팔아먹는 아연 사태의 행동에 나는 싸늘한 표정을 지었고, 그런 나의 마음을 눈치챈 듯. 아니, 오히려 나보다 더 분노한 사마천과 단진. 그리고 야율민이 앞으로 나서서 나의 옆에 섰다.

-잠깐, 지켜보자.-

금방이라도 무기를 뽑아 들 듯한 녀석들의 기세에 나는 전음으로 녀석들에게 말했다.

조금 더 지켜보자고 말이다.

그에 사마천과 야율민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고.

까득!

단진 이 녀석은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지 이를 갈아댔다.

녀석, 그러다 나중에 이빨 다 상할 텐데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우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지켜보았다.

감히 천마신교의 소교주인 나의 이름을 방패막으로 내세우며 질문한 아연 사태와 그 질문을 받아든 태진을 말이다.

“물론입니다.”

“뭐라고요……?”

당연하다는 듯한 태진의 대답은 예상하지 못했을까?

아연이 놀란 음성으로 되물었다.

그에 태진은 아연의 두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무당파는 해검지 解劍地 입니다. 그 누구도 그것을 따를 수 없다면 본 파에 들어서지 못합니다.”

“정녕, 소교주에게도 같이 적용을 한단 말인가요?”

“물론입니다. 당연한 것 아닙니까?”

재차 묻는 아연의 모습에 태진이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그에 아연은 깨달았다.

태진.

그는 본 파와의 거래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술책을 부린 것이 아닌, 진심으로 꽉 막힌 사내라는 것을 말이다.

그에 아연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고.

“이야기는 끝인가?”

끝난 것 같은 대화에 내가 서늘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갑작스러운 나의 서늘한 어조에 놀랐을까?

아연이 움찔했고, 태진이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은공, 본 파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해검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래야지. 여기는 무당파의 구역이니까.”

녀석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은 무당파의 성지 聖地 와도 같은 곳.

무당파와 전쟁을 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었기에 나는 무당파의 절차를 존중할 것이다.

여기서 자존심을 왜 세운단 말인가?

그냥 해검 하면 될 것을.

무당파가 딴마음 먹으면 위험하지 않겠냐고?

뭐가?

내가 주먹을 휘두르면 그것은 곧 천마신권이 될 테고 무당파를 휩쓸어 버릴 텐데 말이다.

하지만.

“근데, 나중에 해검 하자.”

“네?”

“검 좀 써야 할 것 같아서.”

그건 나중에다.

놀란 태진의 물음에 나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아직도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연 사태를 바라보았다.

“어이.”

“……?”

나의 부름에 고개를 돌린 아연 사태.

설마 자신을 부른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는지 그녀가 두 눈을 부릅떴다.

그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너 말이야.”

“소교주……?”

당신이 맞다는 나의 확신 어린 말에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말이야. 진짜 착한 편이거든.”

“…….”

“그래서 본교를 마교라고 부른 건 그냥 넘어갔어. 사람이 살다 보면 한 번 실수는 할 수 있잖아? 하지만 두 번은 다르지.”

“두 번이라니요……?”

나의 말에 아연 사태가 대답했다.

아무래도 자신이 뭔 잘못을 했는지 인지를 못 한 것 같았다.

그에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해검하기 싫어서 투덜대면 혼자 투덜대지. 본교의 이름을 왜 집어넣어?”

“아…….”

이제야 자신의 잘못을 인지했을까?

아연 사태가 아연한 표정을 지었다.

그에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어이가 없어 가지고. 우리가 투명 인간이야? 우리 앞에서 당당하게 이름을 파네? 우리가 만만해 보이나 봐?”

“아니에요.”

“본교를 무시하는 것도 어느 정도지. 이건 선 세게 넘지.”

“아니에요! 정말 그럴 뜻은 없었어요!”

점점 차가워지는 나의 말에 아연 사태가 다급한 어조로 손사래까지 치며 부정했다.

하지만.

채챙!

스윽!

철컥!

나는 이미 분노한 상태였고, 나의 뒤에 있던 세 명의 아이들까지 분노한 상태였다.

사마천과 단진이 검을 뽑았고, 야율민이 양쪽 허리춤에 있던 단창을 꺼내 조립했다.

성인 남상보다 더 긴 창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나를 제외한 본교의 아이들 모두가 검을 뽑아 아미파를 겨누었고, 나는 그런 녀석들의 앞에서 차가운 표정으로 얼굴이 새하얘진 아연 사태를 바라보았다.

“나는…… 두 번은 절대 용서 못 해.”

두 번 반복 되면 그건 세 번 네 번, 반복되는 법이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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