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6화
제166장 결승전 決勝戰 (2)
“가느냐.”
“그 눈빛 뭡니까.”
파사국.
파사국의 재상임과 동시에 현자로 알려진 사상가 소크라톤.
그의 물음에 사마천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이 녀석이!”
끝까지 장난스럽고 얄미운 사마천의 모습에 소크라톤은 짐짓 무서운 표정을 지었다.
그에 사마천은 살짝 미소를 지었고 이내.
와락.
소크라톤을 부드럽게 안아 주었다.
서양인 파사국에서는 흔한 인사이지만 유교 사상이 강한 명 제국에서는 상당히 이상한 행동인 포옹.
그러한 사마천의 포옹에 소크라톤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처음 만났을 때, 소크라톤이 반가운 마음에 포옹을 하려던 순간 남색을 하냐며 정색을 했던 이가 바로 사마천이었기 때문이다.
그러했던 사마천이 이러한 행동을 보여 주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하지만 곧 소크라톤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우고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사마천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건강해라.”
“네, 본교와의 친교가 끊이지 않는 이상 자주 볼 것입니다.”
“그래야지, 다음에는 내가 가마. 소교주라는 인물을 보고 싶구나.”
“그러시지요.”
소크라톤의 말에 사마천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사마천과 소크라톤이 작별의 인사를 나누고 있는 같은 시각.
소크라톤의 집에 위치한 연무장에서도 같은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가느냐.”
끄덕.
두 개의 검을 허리춤에 찬 노인.
백금발의 머리칼이 잘 어울리는 노인의 물음에 차가운 인상의 미청년, 앞머리를 길게 길러 한쪽 얼굴을 가린 단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노인, 아니 전대 황궁 기사단장으로 파사국 제일의 기사라 불렸던 키예프가 다시 입을 열었다.
“다음에는 내가 가겠다.”
끄덕.
“그때, 너의 아버지와 겨루어 보도록 하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 또한 괜찮지. 이 경지에서 그런 적수를 찾기는 힘드니까 말이야.”
단진의 대답에 키예프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단진은 살짝 미소를 지었고 이내 몸을 돌렸다.
“건강해라.”
그런 단진의 뒷모습을 보며 키예프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 키예프의 인사에 단진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걸음을 옮겼다.
펄럭!
씨익.
키예프가 선물한 흑색의 망토를 펄럭이며 말이다.
그렇게 수개월간 서로 검을 나누며 동양과 서양의 차이점에 대해 연구하고 서로의 검술을 공유했던 키예프와 단진이 작별의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또 같은 시각 다른 연무장.
“가라.”
“네.”
등에 긴 창을 매달고 있는 노인의 말에 호감형 인상을 지닌 청년, 야율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에 노인, 전대 창기사단장이었던 앤서가 다시 입을 열었다.
“수련 게을리하지 마라.”
“알겠습니다.”
“그래.”
“그럼…….”
살짝 고개를 숙인 야율민이 몸을 돌렸고, 앤서는 팔짱을 끼고는 아무 말 없이 그런 야율민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저벅, 저벅.
그러한 앤서의 시선을 뒤로하고 걸음을 옮긴 야율민.
멈칫.
그가 돌연 걸음을 멈추었고 이내 몸을 돌려 다시 앤서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꾸벅.
“감사합니다, 스승님.”
동양인 명 제국에서나 볼 수 있는 포권.
정중하게 포권을 취한 야율민이 처음으로 앤서에게 스승이라 불렀고.
씨익.
그러한 야율민의 호칭에 앤서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자신들의 주군을 찾기 위해 천산을 떠났지만 우연치 않게 서양에 들어섰던 그들은 각자의 스승들을 만나 서양의 문물과 사상, 그리고 기술을 배워 다시 걸음을 옮겼다.
동쪽에 위치한 천산으로 말이다.
* * *
콰앙!
검은색의 권기가 둘러진 위천의 주먹질 한 번에 허공으로 비상하는 연무장의 돌바닥들.
“느려.”
자신의 옆을 스치고 지나간 위천의 주먹을 흘낏 본 주윤문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위천을 바라보았다.
그에.
부웅!
위천은 대답 대신 다시 주먹을 휘둘렀다.
콰앙!
하지만 역시,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주윤문의 옷깃도 스치지 못한 위천의 주먹은 애꿎은 바닥만 박살 내었고, 그에 위천은 입술을 강하게 깨물었다.
가장 빠른 속도로 휘두름에도 불구하고 상대의 옷깃조차 스치지 못하니 약이 올랐던 것이다.
콰앙!
그에 위천은 순간적으로 내공을 강하게 끌어 올렸다.
그로 인해 위천의 주변으로 검은색의 폭풍과도 같은 바람이 휘몰아쳤고, 그 바람으로 인해 주윤문이 눈가를 살짝 찌푸리는 순간!
타앗!
부웅!
위천이 다시 달려들어 주먹을 휘둘렀다.
“제법이네.”
생각지 못한 괜찮은 수법.
상대의 빈틈을 기다리지 않고 직접 만들어 내는 위천의 수법이 제법 마음에 들었던 주윤문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도.
스윽.
콰앙!
검은색의 주먹, 위천의 주먹을 피하였다.
그로 인해 위천의 주먹은 다시 애꿎은 바닥만 박살 내고 말았다.
그렇게 위천의 공격을 두고만 보던 주윤문.
그가 드디어 손에 쥐어진 검, 홍무를 휘두르기 시작하였다.
붉은색의 검강으로 뒤덮인 홍무.
그 검이 위로 들리더니 이내 가볍게 휘둘러졌다.
그에 위천은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아무리 자연의 기운이라 불리는 권기라 하더라도 검강을 정면으로 막아서기에는 부족하였다.
검강은 검기보다 한 단계 높은, 권기와 같은 자연의 기운이 압축된 기운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위천이 주윤문의 공격을 막지 않고 물러서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주윤문이 위천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크읏!”
품속으로 파고드는 주윤문의 행동에 신음을 흘리는 위천.
그가 당황해하며 황급히 주먹을 휘둘렀다.
씨익.
그러한 위천의 반응에 주윤문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아직 실전 경험이 부족한 위천.
품속으로 깊게 파고드니 당황한 나머지 자세를 잡지 않고 아무렇게나 주먹을 휘두르는 위천의 행동이 자신이 예상했던 것과 같았기 때문이었다.
스윽.
그런 위천의 주먹을 가볍게 피한 주윤문은 검을 잡은 손목을 뒤로 꺾었고.
퍼억!
검 손잡이 끝으로 비어 버린 위천의 빈틈.
복부를 찔렀다.
그에.
“커헉!”
위천은 복부에 일격을 허용하고 말았고, 복부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괴로운 신음을 내뱉었다.
스윽.
고통으로 인해 위천의 신형이 굳어 버리자 주윤문은 홍무를 다시 원래대로 돌려 위천의 목에 검을 겨누었다.
“재밌었다.”
“……네, 형.”
목에 드리워진 붉은 검강.
검의 위치가 조금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목에서 느껴지는 화끈한 기운에 위천은 정신을 차렸고 이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주윤문 승!”
“와아아!”
그렇게, 사회자가 주윤문의 승리를 선언했고 이에 정마대회의 우승자가 확정되자 수많은 관객들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환호했다.
정파의 무림맹, 그리고 마도의 천마신교.
그 둘의 화합 대회에서 소속 세력이 알려지지 않은 적협공자, 주윤문이 우승을 한 것이었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남궁세가의 남궁정이나, 소림사의 공명의 우승을 예상했기에 전혀 다른 인물의 우승에 큰 환호를 보내었다.
생각지 못한 변수는 관객들에게 있어서 더 새로운 재미를 주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고금 최초로 이루어진 정마대회에서 적협공자 주윤문이 우승자로 결정되었고.
스윽.
귀빈석에 앉아 있던 무림맹주, 천진과 천마신교의 교주 천마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둘이 일어섬에 관객들은 언제 환호성을 내질렀냐는 듯 조용해졌다.
천진은 물론 천마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절대자의 기운에 자기도 모르게 입을 다물어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저벅. 저벅.
그렇게 귀빈석에서 일어난 천진과 천마는 천천히, 함께 계단을 내려왔다.
긴 백발을 흩날리며 은은한 미소를 짓는 노인, 천진.
그리고 허리까지 기른 긴 흑발을 흩날리는, 보는 것만으로도 몽롱해지는 매혹적인 천마의 분위기에 입을 다물어 버린 관객들.
그들이 곧 모든 계단을 내려왔고 이내 우승자인 주윤문의 앞에 멈추어 섰다.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먼저, 은은한 미소를 지은 천진의 축하 인사에 주윤문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에 천진은 다시 입을 열었다.
“무림을 이끌어 갈 미래인 후배들의 뛰어난 모습에 나는 감탄했네. 부디…… 무림에 큰 홍복이 되어 주게.”
말이 끝나 갈 때쯤. 묘하게 길게 늘어지는 천진의 말에 주윤문은 고개를 들어 천진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무슨 생각을 지니고 계신지는 모르오나, 부디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가시기를 바랍니다.-
대회의 전.
아니, 천마신교의 방문 전, 주윤문과 만남을 가졌었던 천진의 전음에 주윤문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꾸벅.
고개를 숙여 포권을 취해 보였다.
그에 천진 또한 정중하게 포권을 취하며 마주 고개를 숙였다.
“와아…….”
그런 천진의 모습에 사람들은 감탄하며 박수를 보내었다.
무림맹의 맹주이자 삼황 중 한 명인 절대고수.
그가 미래의 후기지수에게 정중히 예를 취하는 모습은 선배로서의 모범을 보여 주는 멋진 모습이었던 것이었다.
실상은 달랐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천진의 축하 인사가 끝이 나고.
주윤문은 고개를 돌려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천마를 바라보았다.
“…….”
“…….”
주윤문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는 천마.
그런 천마의 행동에 주윤문 또한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은 채 그저 천마를 바라보기만 하였다.
“요즘 애들은 다 그런가?”
그렇게 가만히 쳐다보기를 잠시.
천마가 먼저 입을 열었다.
“예?”
영문을 알 수 없는 천마의 물음.
그 물음에 주윤문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그에 천마가 다시 입을 열었다.
“요즘 애들은 괴물뿐이군.”
“…….”
“왜 그런 거지?”
주윤문, 그리고 자신의 아들까지.
현재 자신의 경지를 넘보는 어린 후배들의 등장이 낯선 천마의 물음에 주윤문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장강의 앞 물이이 뒷물에 의해 밀려나듯, 새로운 물길에 밀려나는 것이지요.”
“내가 벌써?”
주윤문의 대답에 천마가 싸늘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그에.
“허허, 나도 그랬네. 그대와의 첫 만남에 경악했지.”
주윤문을 대신해서 천진이 나섰다.
천마를 바라보며 허허로운 미소를 지은 천진의 말.
그 말에 천마가 고개를 돌려 천진을 바라보았다.
그의 말이 맞았다.
천진에게 있어서 자신과 같은 삼황으로 불리는 천마 또한 자신의 아들뻘이었으니 말이다.
그런 천진의 말에 천마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고, 이내 고개를 돌려 다시 주윤문을 바라보았다.
“원하는 것이 있나?”
술렁!
천마의 입에서 나온 말.
그 말에 사람들이 술렁거렸다.
자그마치 천마의 말이다.
단일 세력으로 서양과의 교역에 대한 독점권을 지닌 천마신교.
그런 곳의 주인인 천마의 물음이다. 어떠한 대답을 하더라도 곧 이루어 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뜻!
그러한 천마의 물음에 주윤문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있습니다.”
“무엇이지?”
주윤문의 대답, 그리고 이어진 천마의 물음.
그 물음에 사람들은 입을 다물고는 주윤문의 입을 바라보았다.
그의 입에서 어떠한 말이 나올까?
막대한 금은보화?
아니면 절세 무구? 절세 무공?
그 어떠한 것이 나올지 기대가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받은 주윤문은 고개를 돌렸고 이내.
스윽.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 들었다.
붉은색의 검신이 태양에 비쳐 반짝거리는 아름다운 홍무.
그 홍무가 주윤문의 의지로 인해 들렸고 이내, 한 곳을 가리켰다.
“나와, 한판 뜨자.”
관람석 중앙에 위치한 귀빈석.
그곳을 향해 주윤문이 홍무를 겨누며 말했다.
그에 사람들은 고개를 돌렸고 이내, 볼 수 있었다.
씨익.
씨익 미소를 짓고 있는 청년.
바로, 천마신교의 소교주 위극신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