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143화 (143/275)

제143화

제143장 천마신교의 무림맹 입성 入城 (2)

“아까는 고마웠소.”

“…….”

무림맹의 외성을 지나 내성으로 입성한 천마신교의 행렬.

가장 선두에서 천마를 안내하던 천진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감사를 표하자 천마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천마의 반응에 천진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맹주.”

그런 천진의 모습에 천마는 걸음을 멈추고는 그를 불러 세웠다.

천마의 부름에 걸음을 멈춘 천진.

그가 의문 어린 표정으로 몸을 돌려 천마를 바라보았다.

“내 옆의 그녀가 보이지는 않소?”

그런 천진의 두 눈을 보며 천마는 물었다.

자신의 옆에 있는 여인이 보이지 않냐고 말이다.

그에 천진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천마의 옆에 위치한 여인을 보게 되었다.

천마의 바로 옆.

마차에서 내려 지금까지 두 발로 걸음을 옮기던 여인, 바로 어머니의 모습을 말이다.

그런 어머니를 바라본 천진의 두 눈동자에는 순간 동요가 일어났다.

고수들만이 알 수 있는 아주 짧은 찰나의 순간이었다.

무공을 익히지 않은 어머니는 몰랐지만 천진을 지켜보고 있던 천마와 나, 그리고 천풍은 알 수 있었다.

어머니를 바라본 천진이 상당히 동요하고 있음을 말이다.

그 감정을 애써 숨긴 천진은 다시 고개를 돌려 천마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지금 나는 무림맹의 맹주일세. 귀빈인 그대를 안내하는 것이 먼저겠지.”

답답했다.

무림맹의 맹주로서 직무를 먼저 하려는 천진의 대답에 천마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 또한 나와 같은 감정이었던 것이다.

그에 나는 천마가 또 짜증을 내기 전에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맹주님, 먼 길을 왔더니 피곤하군요.”

앞으로 나선 나의 말.

피곤하다는 나의 말에 천진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그에 나는 천마에게 동의를 구하기 위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그렇죠?”

“나는 인간의 경지를 초월한 존재로서 피곤함이라는 감정은…….”

“피곤하잖아요.”

눈치 없는 천마의 쓸데없는 대답.

그 말을 끊으며 나는 다시 물었다.

그러고는 필사적으로 눈치를 주었다.

어머니와 천진의 자리를 만들어 주자는 눈치 말이다.

그런 나의 노력이 통했을까?

“없지만, 내 수하들은 피곤하겠군.”

자신은 아니지만 수하들은 피곤하다는 대답으로 대체하였다.

하여튼 곧 죽어도 자기는 잘났다.

그런 천마의 말에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천진을 바라보았다.

“맹주님, 저와 교주님 그리고 본교의 일행들은 청룡단주이신 천풍 대협에게 안내를 받겠습니다. 천풍 대협, 괜찮으시죠?”

천진을 바라보던 내가 고개를 돌려 천풍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 나의 물음에 천풍은 씨익 미소를 짓더니 이내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물론이오, 성심껏 안내하겠소이다.”

천풍의 긍정적인 대답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다시 천진을 바라보았다.

“그러니 공적인 일은 천풍 대협에게 맡기시고, 사적인 일을 해결하시지요.”

“…….”

순식간에 상황을 정리해 버린 나의 말에 천진은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창천검황 천진.

그는 무림맹의 맹주로서 책임감이 강한 인물이라는 것을 사마천의 정보를 통해 이미 알고 있었다.

또한, 왕일을 통해 더 자세히 조사를 했고 천풍을 통해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천진이 어떤 존재인지 이미 파악을 마친 상태이다.

내가 파악한 천진은 사적인 감정을 배제하고, 아니 그냥 묻어 버릴 정도로 무림맹의 맹주로서의 직무에 집중하며 무림의 평화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한 양반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대놓고 명분을 만들어 주었다.

공적인 임무를 모두 해결한 후 사적인 감정을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을 말이다.

그런 나의 말에 천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나를 바라보기만 했다.

갑작스러운 나의 행동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았다.

그에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사사로이는 맹주님의 딸이지만, 본교의 대부인이시기도 합니다.”

“…….”

“그런 분이니 맹주님과 직접 담화를 나눌 자격도 충분하시지요?”

즉, 공적으로도 사적으로도 명분은 충분하다는 뜻이었다.

천진을 바라본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명분은 충분하니 이제 천진이 이 제안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었다.

제발, 어느 정도 융통성을 가지고 나의 제안을 수락했으면 좋겠다.

그런 나의 진심이 통했을까?

천진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기특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고맙소, 소교주.”

거참, 괜히 머쓱해졌다.

진심이 가득 담긴 천진의 인사에 나는 코끝을 살짝 훔치며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우리는 무림맹 제일의 무력단인 청룡단주이자 청룡신군이라는 별호로 불리는 천풍의 안내를 받게 되었고, 무림맹주는 천마의 부인과 담화를 나누게 되었다.

* * *

“고맙구나.”

“하하, 당연히 해야 할 행동이었습니다.”

걸음을 옮기는 나에게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감사를 전한 천풍.

그런 천풍의 말에 나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아주 기특하다. 정말 잘 자라 주었어.”

“제가 좀 잘 컸습니다.”

“교주가 교육을 잘했나 보구나.”

“어머니가 잘한 거죠.”

천마를 칭찬하려는 천풍의 모습에 나는 황급히 입을 열어 틀린 점을 정정해 주었다.

천마가 나를 잘 키워?

개뿔, 다섯 살 어린아이의 목을 조르던 양반이다.

그런 양반이 교육을 잘한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이것이 다 어머니가 나를 잘 키워서다.

물론 내가 혼자 잘 큰 것도 있지만 말이다.

그런 나의 대답에도 불구하고 천풍은 여전히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교주와 사이가 좋구나.”

“제가요?”

“그래.”

“뭔…… 휴우, 욕 나올 뻔했네.”

진짜 욕할 뻔했다.

천마와 사이가 좋다는 개소리.

그 개소리에 욱한 나는 호흡을 고르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에 천풍은 계속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돌려 천마를 바라보았다.

“고맙습니다.”

“…….”

진심이 가득한 천풍의 인사.

그 인사에 천마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사람이 감사 인사를 했으면 고개라도 끄덕여 줘야지…….

하여튼 못됐다 못됐어.

그런 천마의 반응에도 천풍은 기분이 나쁘지 않은 듯 계속해서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안내했다.

그렇게 잠시 후.

우리는 두 개의 전각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장원 안으로 들어섰다.

무림맹 내성에 지어진 전각들로 두 개의 전각을 중심으로 겉에는 검은색의 담장을 둘러 하나의 장원처럼 보였다.

그런 장원에 들어선 천풍은 천마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손을 들어 두 개의 전각 중 조금 더 큰 전각을 가리켰다.

“저곳이 교주님과 부인이 묵으실 곳입니다.”

끄덕.

천풍의 설명에 천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천풍은 다시 손을 돌려 또 다른 전각을 가리켰다.

“저곳은 소교주가 묵을 전각입니다.”

“알겠습니다.”

나의 뒤에 있는 수많은 마인들의 시선을 의식해 나에게 예를 갖춘 천풍.

그의 설명에 나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전각은 넓으니 알아서 인원을 분배하시면 됩니다. 그 이외에도 숙소로 사용할 수 있는 건물이 장원 내부에 딸려 있으니 모든 무인들이 묵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입니다.”

장로와 수많은 마인들.

그리고 나를 따라온 마독과 서은설까지.

상세한 설명을 마친 천풍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천마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녁에 환영 연회가 있습니다.”

“귀찮군.”

천풍의 말과 동시에 천마는 기다렸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천마는 병적으로 연회 같은 자리를 싫어했다.

누가 마인들의 우두머리 아니랄까 봐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웃고 떠드는 것을 혐오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천마는 거절했고 천풍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천마신교의 방문을 기념하여 계획한 연회인데 천마가 참석하지 않으면 맹 입장에서 상당히 난처했기 때문이다.

그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이것 참, 아무래도 내가 우리 숙부님 한번 도와줘야겠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나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천마를 바라보았다.

“갈 거잖아요?”

갈 거면서 튕기기는.

이라는 뜻이 가득한 나의 두 눈빛.

그 두 눈빛과 도발적인 말투에 천마가 눈가를 꿈틀거렸다.

“안 갈 거다.”

“갈 거면서.”

“안 간다고 했다.”

“네, 그럼 제가 교주님을 대신해서 자리를 빛내고 오겠습니다.”

찌릿.

싫으면 말고, 라는 뜻이 담긴 나의 대답에 천마가 인상을 찌푸리며 나를 노려보았다.

그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나의 옆에서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서은설을 바라보았다.

“우리 저녁에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오자.”

“응……?”

나의 장난스러운 말에 천마의 눈치를 살피며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서은설.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서은설의 모습에 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 은설이 당황한 것도 귀여웠다.

그런 나의 모습에 천마는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에 나는.

으쓱.

보란 듯이 웃어 보이며 어깨를 으쓱였다.

아버지한테 너무한 거 아니냐고?

개뿔.

나는 저 양반이 늙어 죽을 때까지 시비 걸고 괴롭힐 거다.

왜냐고?

복수다.

전생과 이번 생의 어릴 때.

천마는 나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다.

그에 나는 합당하게 복수를 하고 있는 것이고 말이다.

이제는 무섭지 않은 천마의 살벌한 두 눈빛.

그 두 눈빛을 내가 여유롭게 받아치자 천마는 인상을 찌푸렸다.

천마 저 양반이 눈가만 살짝 찌푸리면 본교의 마인들은 오체투지를 하며 두려움에 질려 버린다.

하지만 나는?

개뿔, 하나도 안 무섭다.

그런 나와 천마의 모습에 천풍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나의 뒤에 서 있는 장로들과 마인들을 바라보았다.

이 두 사람을 좀 어떻게 해 달라는 도움의 눈빛이었다.

그런 천풍의 간절한 눈빛에 장로들은.

“…….”

모른 척 고개를 돌렸고.

그들의 뒤에서 절정고수의 기세를 내뿜던 광랑대의 무인들은.

“…….”

모른 척 고개를 숙였다.

그런 마인들의 모습에 천풍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기를 잠시.

“아버님, 같이 가세요.”

어색한 공기로 아름다운 서은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짜, 가만히 듣기만 해도 고운 목소리였다.

그런 서은설의 목소리에 천마는 고개를 돌려 서은설을 바라보았다.

“아버님?”

서은설의 입에서 나온 아버님이라는 단어.

그 단어를 언급하며 천마가 의문 어린 표정을 짓자 서은설이 얼굴을 살짝 붉히며 입을 열었다.

“가족이 될 사이인데 교주님이라 부르기에는 정이 없는 것 같아서……. 언짢으시다면 시정하겠습니다.”

처음에는 부끄러워하였으나 나중에는 정중히 고개를 숙여 가며 용서를 구했다.

그에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거참 이 양반이.

감히 우리 은설이를 기죽여?

안 되겠다.

내가 나서서 은설이의 복수를…….

서은설의 복수를 위해 앞으로 나서려던 찰나.

나의 행동보다 천마의 입이 더 빨랐다.

“좋군.”

천마의 입에서 흡족한 목소리가 흘러나와 모두의 귀에 들렸다.

그 목소리에 서은설은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살짝 미소를 짓고 있는 천마의 모습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아아, 눈부셨다.

그런 서은설의 미소에 나는 미소를 지었고, 천마 또한 미소를……?

아니, 당신은 왜 미소를 짓습니까?

서은설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 천마의 모습에 나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나의 시선을 느꼈을까?

천마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와락.

좀 전까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그에 나 또한 인상을 찌푸렸다.

진짜 하나부터 열까지 다 짜증 나는 양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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