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2화
제142장 천마신교의 무림맹 입성 入城 (1)
“오라버니 정말 미친 거죠? 아니 미친 게 확실해!”
호북의 무림맹.
오대세가의 수좌라 불리며 천하제일세가라 불리는 남궁세가를 위해 위치한 전각의 귀빈실에서 남궁연화가 허리에 손을 얹으며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런 남궁연화의 외침에 맞은편에서 외출 준비를 하고 있던 젊은 청년, 남궁세가의 소가주이자 정파 최고 후기지수로 꼽히는 오룡 중 한 명인 창궁검룡 남궁정이 고개를 돌려 남궁연화를 바라보았다.
“무엇이 말이더냐.”
잘생긴 외모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차가운 성정으로 인해 여인들에게 인기가 있으면서도 만날 기회는 적었던 남궁정.
그가 특유의 차가운 목소리로 남궁연화에게 물었다.
그에 남궁연화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몰라서 묻는 거예요?!”
“목소리가 크다. 낮추거라.”
방을 넘어 들릴 정도로 큰 목소리에 남궁정은 인상을 찌푸리며 주의를 주었다.
그에 남궁연화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좀 전보다 작은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어디 가는 거예요?”
“형님이 호북성에 들어섰다 하였다. 하여 당연히 의제인 내가 마중 나가야지.”
“지금 오라버니가 말하는 형님이 제가 생각하는 그 사람 맞나요?”
“그 사람이라니, 나의 형님이시다. 예를 갖추어 말하도록 하거라.”
남궁연화의 말에 남궁정이 차가운 눈으로 남궁연화를 보며 경고했다.
그에 남궁연화는 다시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진짜 미친 거예요?”
“…….”
남궁연화의 언성이 다시 높아졌다.
그에 남궁정은 무시로 일관하고는 마지막으로 검을 챙겨 허리춤에 매었다.
그런 남궁정의 모습에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두들긴 남궁연화.
그녀가 남궁정의 뒷모습을 보며 입을 열었다.
“아버지에게 다 말하겠어요.”
“무엇을?”
남궁연화의 물음에 남궁정이 걸음을 멈추고 대답했다.
그에 남궁연화는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했는지 씨익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본가의 소가주가 천마신교의 소교주를 의형으로 모시고 간이고 쓸개고 다 빼 줄 기세라고요.”
“…….”
남궁연화의 말에 남궁정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에 남궁연화는 아이를 타이르듯 부드러운 어조로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오라버니, 제발 가만히 있어요. 가뜩이나 소교주였던 무협공자와 우정을 나눈 것 때문에 본가의 명예가 떨어진 상태예요. 소가주로서 제발…….”
“소가주라…….”
남궁연화의 간절한 어조.
그 어조에 남궁정이 가만히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 남궁연화를 바라보았다.
“개 같은 가문, 소가주 따위 안 하면 그만이다.”
그러고는 평소의 차가운 음성으로 말을 내뱉은 다음 방문을 나섰다.
“아…….”
남궁정의 입에서 나온 격한 말.
가문을 부정하는 생각지도 못한 말에 남궁연화는 멍한 표정으로 남궁정의 뒷모습을 바라보았고 이내.
“하아.”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걸터앉았다.
자신도 안다.
어린 시절, 서자인 오라버니가 어떠한 취급을 받아 왔는지 말이다.
대공자였던 남궁영에게는 끔찍한 괴롭힘을, 가문의 어른들에게는 오로지 강함을 강요당하며 모든 것을 방치당해 왔다.
그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해 늘 외로웠던 존재.
그 존재가 바로 자신의 오라비인 남궁정인 것을 알기에 남궁연화는 차마 더 이상 그를 말리지 못했다.
그러고는.
벌떡.
남궁연화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가주인 남궁준광에게 가느냐고?
아니었다.
“왕일 이 자식도 같이 왔겠지?”
남궁연화 또한 남궁정의 편이었다.
그녀에게 있어서도 유일한 가족은 오로지 남궁정과 유모뿐이었으니 말이다.
* * *
둥! 둥! 둥!
펄럭!
호북의 무한을 울리는 큰 북소리와 하늘 높이 펄럭이는 검은색 바탕의 깃발과 깃발에 적힌 금색의 글귀.
[천마신교 天魔神敎]
멋들어진 글씨체로 이루어진 깃발은 드높게 펄럭이며 천마신교라는 단어를 모든 사람들에게 각인시키듯 웅장한 모습을 자랑하였다.
그리고.
저벅.
긴 행렬의 가장 선두.
차가운 인상과 너무나도 매혹적인 외모를 지닌 젊은 사내가 윤기가 흐르는 흑색의 말을 타고 있었으며 그런 젊은 사내의 오른쪽 뒤편에는 거대한 덩치를 지닌 사내와, 양쪽 허리춤에 짧은 단창을 걸어 놓은 중년 사내, 그리고 왼쪽 뒤편에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주변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는 회색 장포를 입은 미남자가 있었다.
“…….”
그림에서 갓 튀어나온 듯 너무나도 잘생긴 미남자의 손 인사.
무서운 행렬과는 도통 어울리지 않는 청년의 손 인사에도 불구하고 부모님과 함께 구경 나온 어린아이들은 사내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에 사내 또한 진하게 웃어 보이며 아이들에게 계속 손을 흔들어 주었다.
화들짝.
그런 아이들의 행동에 부모들은 화들짝 놀랐지만 웃으며 인사를 받아 주는 사내를 보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이 생각하기는 마인과 다른 청년의 모습에 복잡했던 것이다.
그런 잘생긴 청년의 뒤로.
일국의 왕이나 탈 법한 화려한 사두마차 한 대가 뒤따랐으며 그 마차의 주위에 호위를 하듯 흑색 무복으로 통일한 오십 명의 마인들이 둘러섰다.
마차를 둘러싼 마인들의 몸에서는 절정의 고수와도 같은 기세가 뿜어져 나와 사람들을 움츠러들게 하였고, 그런 그들의 뒤로 백여 명은 되어 보이는 마인들이 걸어서 뒤를 따랐다.
우뚝.
그렇게 웅장한 존재감을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시키며 무림맹의 앞에 도착한 천마신교의 행렬.
가장 선두에 선 젊은 사내, 천마가 무림맹의 정문 앞에 서 있는 노인의 모습에 걸음을 멈추었고, 그런 천마의 행동을 따라 행렬 모두가 멈추어 섰다.
“천마의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하오.”
무림맹주 천진.
천마와 같은 삼황이라 불리는 절대고수의 환영 인사에 천마가 가만히 그를 내려다보았다.
그런 천마의 건방진 행동에 천진의 뒤에 있던 장로들이 눈을 부라렸지만 그 누구도 감히 나서지 못했다.
이십오 년 전.
천마가 보여 주었던 무서운 신위를 그들은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기를 잠시.
말 위에 올라 천진을 내려다보던 천마가 말에서 내렸다.
스윽.
그러자 말에 타고 있던 모든 마인들이 천마를 따라 말에서 내렸다.
그들의 지존인 천마가 말에서 내렸으니 그들이 내리는 것도 당연했기 때문이다.
저벅.
그렇게 말에서 내린 천마는 걸음을 옮겼고 잠시 후.
천마의 앞에 멈추어 섰다.
“반갑소.”
그러고는 천진의 인사를 받아 주었다.
말에서 내려 천진의 인사를 받아 준 천마의 행동.
무림맹주인 천진에게 예를 갖추는 천마의 모습에 무림맹의 수뇌부들은 물론 이곳에 모인 일반 무사들과 수많은 사람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런 천마의 행동에 살짝 미소를 지은 천진.
그가 천마의 뒤에 서 있는 젊은 사내를 힐끔 보았다.
싱긋.
그런 천진과 두 눈이 마주친 사내.
천마신교의 소교주인 위극신은 천진을 보며 싱긋 미소를 지어 보였고 천진 또한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천마를 바라보았다.
“할 이야기가 많으니, 들어가시겠소?”
“그러겠소.”
천진의 권유에 천마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에 천진은 직접 천마를 안으로 안내했고, 그런 천마의 뒤를 위극신과 뒤이어 장로인 권마와 창마, 그리고 사두마차가 안으로 들어섰다.
아니 들어서려고 했다.
“마차 안에는 어떠한 귀빈이 계신지 알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무림맹의 군사인 제갈명이 앞으로 한 걸음 나서서 천진과 천마의 길을 막아서며 정중히 물었다.
정중한 어조였지만 각 세력의 수장들의 앞길을 막아선 제갈명의 행동은 상당히 무례했다.
그에 천진은 인상을 찌푸리며 제갈명에게 한 소리 하려고 했지만…….
“본좌의 앞길을 막는 것인가?”
천마의 입이 더 빨랐다.
우웅!
감히 천마의 앞길을 막은 제갈명.
그런 제갈명의 행동에 천마는 기운을 끌어 올리며 물었고.
“커헉!”
절대자인 천마의 기운에 제갈명은 그 자리 그대로 한쪽 무릎을 꿇으며 피를 토하였다.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제법 내상을 입은 듯 두 번을 통해 토혈 吐血 을 한 제갈명.
그런 제갈명의 모습에 장로들이 화들짝 놀라며 나서려고 했지만.
스윽.
이미 장로와 사두마차를 호위하고 있던 오십 명의 마인 중 열 명이 앞으로 나서서 장로들의 앞길을 막아선 상태였다.
천마에게 가기 위해서는 자신을 넘으라는 듯 당당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마인들의 모습에 장로들은 주춤했다.
순식간에 천마신교의 인물들에게 길이 막혀 버린 무림맹의 장로들.
그런 무림맹과 천마신교의 대치에 일반 무사들과 백성들은 침을 꿀꺽 삼키며 긴장 어린 표정을 지었다.
“허허, 교주. 군사의 잘못은 내가 사과하겠네.”
그때.
가만히 있던 천진의 몸에서 부드러운 기운이 뿜어져 나오더니 이내 주변 일대를 장악해 공기를 무겁게 하였던 천마의 기세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맹주인 천진이 고개를 살짝 숙여 보이며 천마에게 용서를 구하였다.
그런 천진의 모습에 한쪽 눈가를 꿈틀거린 천마.
그가 가만히 천진을 바라보았다.
“좋은 자리가 아닌가.”
그런 천마의 눈빛에 천진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에 천마는 고민 어린 표정을 지었다.
천진의 말이 맞았다.
이곳은 좋은 자리이고, 저자는 천소화의 아버지이다.
즉 자신의 장인.
어느 정도 예는 갖춰 줄 수 있었다.
하지만 군사인 제갈명은?
짜증 났다.
감히 본좌의 앞길을 막아서다니 말이다.
그에 천마는 깊이 고민했고 결국. 결론을 내렸다.
“짜증 나는군.”
역시, 자신을 짜증 나게 한 제갈명의 팔이라도 한 짝 뜯어야겠다고 말이다.
그에 천마는 내력을 다시 끌어 올렸고 천진은 긴장 어린 표정으로 자세를 낮추며 천마를 바라보았다.
무림맹의 맹주로서 총관인 제갈명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었다.
그에 천마는 싸늘한 눈빛으로 천진을 바라보았다.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수하 때문에 목숨을 잃고 싶은가?”
“그런 수하도 감싸는 것이 주군의 도리가 아니겠는가.”
천마의 물음에 천진이 부드러운 어조로 대답했다.
그에 천마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재밌네.”
“재밌으면 용서해 주겠나?”
천마의 피식거림.
그 말에 천진이 웃으며 물었다.
하지만.
“어림없지.”
천마의 두 눈은 이미 붉어져 있었다.
천마신공을 끌어 올렸을 때 나타나는 현상.
바로 사혈안 死血眼 이었다.
핏빛처럼 붉어진 천마의 두 눈동자에 천진은 긴장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천진과 천마의 일촉즉발과도 같은 상황!
“하하, 오늘같이 좋은 날. 그냥 넘어가시지요.”
낮으면서도 듣기 좋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리 내 웃으며 천진과 천마의 사이에 자연스럽게 들어선 위극신.
그런 위극신의 모습에 사람들은 두 눈을 크게 떴다.
삼황 중 두 명의 대치 상태에 끼어든 능력도 놀라웠고, 용기도 놀라웠던 것이다.
그렇게 위극신이 중간으로 들어서며 천진과 천마의 대치를 갈라놓자 천마가 고개를 들어 위극신을 바라보았다.
“소교주, 물러나라.”
“!!”
천마의 입에서 나온 소교주라는 단어.
그 단어를 듣고서야 사람들은 중간에 들어선 젊은 미남자가 바로 중원 무림을 진동케 한 장본인, 위마참군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천마의 경고에 위극신은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교주님. 이미 무림맹의 총관은 내상을 입은 상태입니다. 그냥 넘어가기에는 부족하지만…… 오늘은 특별한 날입니다. 마정회동이 이루어지는 첫날. 무림맹주의 입장을 한번 이해해 주심이 옳다고 생각됩니다.”
천마의 경고에 위극신은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천마에게 의견을 전하였다.
그에.
“소교주님의 뜻이 옳다 생각되옵니다, 지존이시여…….”
창마가 앞으로 나서서 위극신의 뒤에서 고개를 숙였고, 권마 또한 앞으로 나서서 고개를 숙였다.
그런 세 명의 모습에 천마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때.
벌컥.
뒤에 가만히 서 있던 마차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와아…….”
아름다운 여인이 마차에서 내렸다.
마차를 내려서는 걸음 하나하나에 어려 있는 기품에 사람들은 탄성을 내뱉었고 이내 그녀의 매력적인 눈웃음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얼굴을 붉혔다.
“소화.”
그렇게 마차에서 내린 여인.
한때 무림의 재녀 才女 였으나 천마에게 팔려 가듯 시집을 갔던 비운의 여인, 천소화의 등장에 천마는 언제 그랬냐는 듯 원래의 두 눈동자로 돌아와 그녀를 불렀다.
그런 천마의 부름에 싱긋 미소를 지은 천소화.
그녀가 걸음을 옮겨 위극신의 옆에 섰고, 이내 위극신을 따라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소첩의 아버지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용서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옥구슬 굴러가듯 아름다운 목소리.
그 목소리에 천마는 기운을 거두었다.
그리고 천진 또한 기운을 거두었고, 그렇게 일촉즉발과도 같은 상황은 일단락이 되었다.
천마신교의 소교주와, 무림맹주의 딸이자 천마의 부인인 천소화 덕분에 말이다.
그렇게 그곳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의 뇌리에는 중재를 요청한 위극신과 천소화가 깊게 박히게 되었다.
아주 긍정적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