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2화 (2/275)

제2화

제2장 회귀 回歸

찰싹!

“……아…….”

뭘까…….

왜 나의 뺨에서 고통이 느껴지는 것일까?

나는 분명히 죽었다.

나를 지독히도 원망하는 동생의 손에 아주 잔인하게 살해되었다.

헌데, 왜 고통이 느껴지는 것일까?

찰싹!

“……아!”

그때, 또 나의 뺨에서 고통이 느껴졌다.

헌데 이번에는 전과 달랐다.

뺨에서 느껴지던 고통이 더 생생해졌고, 동시에 나의 귀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의문이 들었던 나는 나의 귀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엉아!”

그리고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어린아이가 형을 부르듯이 칭얼거리는 듯한 목소리.

찰싹!

그리고 다시, 뺨에서 얼얼한 고통이 느껴졌다.

뭐지…….

마치 이 장면은, 어린 시절 나와 위천이 처음 만났던 장면 같았다.

번쩍!

그에 나는 두 눈을 강하게 떴다.

“엉아!”

두 눈을 뜬 나의 옆에서 들려오는 어린 목소리.

그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보였다.

바닥에 주저앉아 나를 향해 팔을 내밀고 해맑게 웃는 어린 아기가 말이다.

“천이더냐…….”

무슨 상황인 것일까.

왜 어린 시절 나의 동생, 위천이 보이는 것일까?

한참을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위천을 바라보던 나는 이내 피식 미소를 지었다.

알겠다.

이곳은 지옥 地獄 이다.

아마…… 생전 내가 가장 후회하는 장면을 보여 주고, 괴롭히는 환마지옥 幻魔地獄일 것이다.

그에 나는 누워 있는 몸을 일으켰다.

“엉아!”

그런 나를 향해 다시 팔을 내뻗는 어린 아기.

두 눈이 멀쩡한 나의 동생, 위천을 보며 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위천을 들어 올렸다.

소중한 내 동생.

그리고, 너무나도 미안한 내 동생.

“천아…… 위천아…….”

나는 내 손에 들린 위천을 조심스럽게 안으며 동생의 이름을 하염없이 불렀다.

“천아…….”

살아가는 동안 불러 주지 못했던 그 이름.

나는 계속해서 그 이름을 불렀다.

비록 환마지옥이지만, 이렇게라도 동생의 이름을 부를 수가 있어서 다행이다.

“꺄르르르!”

그런 나의 호칭과 포옹에 꺄르르 미소를 짓는 위천.

그에 나 또한 미소를 지었다.

벌컥.

그때, 나의 방문이 열렸다.

그에 나는 가만히 고개를 돌려 열린 나의 방문을 바라보았다.

“!!”

위천을 부드럽게 안고 있는 나의 눈에 보인 아름다운 여인.

그 여인이 두 눈을 크게 뜨며 그대로 굳어 버렸다.

그에 나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어머니……?”

살아생전, 나에게 악귀라 하며 절규하던 어머니.

그리고, 그런 나의 모습과 한쪽 눈이 사라진 위천을 보며 절망하고 자살해 버린 어머니.

그녀가 멀쩡한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머니…… 맞습니까?”

움찔.

나의 부름에 움찔한 어머니.

그녀가 천천히 나에게 다가왔다.

그러고는 양쪽 무릎을 꿇었다.

“공자…… 나를 알아보겠습니까?”

자신이 직접 배 아파 낳은 자식,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돌보지도 못하고 대공자라는 이유로 끔찍한 수련을 지속했기에 만나지도 못했던 나에게 미안함을 느꼈을까?

그녀가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듯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어미를 몰라보는 아들이 어디 있습니까?”

“!!”

그런 나의 대답에 두 눈을 크게 뜬 어머니.

그리고 잠시 후.

“흐흑!”

어머니는 나의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소리 내 울기 시작했다.

그에 당황한 나는 어찌할 바를 알지 못했고 …….

짜악!

“꺄르르!”

내 품에 안긴 내 동생 위천은 다시 나의 뺨을 때렸다.

뺨에서 느껴지는 얼얼한 고통.

그에 나는 고개를 내려, 품에 안긴 위천을 바라보았다.

“꺄르르!”

나의 시선에 그저 좋은 듯 미소를 짓는 위천.

그에 나 또한 미소를 지었다.

멈칫.

잠깐.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분명 이곳은 지옥이다.

헌데…….

“왜 고통이 느껴지는 것이지……?”

영혼마저 불태운다는 염화지옥 炎火地獄도 아닌데 왜 고통이 느껴진단 말인가?

뺨에서 느껴지는 얼얼한 고통.

이것은 마치 살아 있을 때 느꼈던 고통 같았다.

술 먹고 실수하여, 처음으로 은설에게 뺨을 맞았을 때도 이런 고통을 느꼈었기에 기억이 난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공자…… 아니, 극신아…….”

그때, 나의 귀로 들려오는 따뜻한 어머니의 목소리.

그에 나는 멈칫한 것도 잠시,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떨리는 두 눈동자로 나의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눈물을 흘리면서도 미소를 짓고 있는 어머니의 얼굴이 보였다.

너무나도 행복해 보였다.

그에 나는 얼굴을 굳혔다.

이것은 환영이 아니다.

살아 있는 사람이다.

생동감이 느껴지는 어머니의 모습에 굳어져 버린 그때.

와락.

어머니가 나와 위천을 안았다.

그런 어머니의 행동에 당황한 나는 그대로 굳어 버렸고.

“내 아들 극신아…….”

처음 들어 보는 따뜻한 어머니의 목소리에 나는 두 눈을 감았다.

이곳은…… 지옥이 아니라, 살아 있는 이승이 확실하다.

* * *

“미치겠군.”

어머니와 위천이 물러가고 홀로 방에 남게 된 나는, 서둘러 나의 방구석에 위치한 동경 銅鏡의 앞에 섰다.

그러고는 동경 속에 비친 나의 모습에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섯 살은 되었을까? 아주 작은 어린 동자가 서 있었다.

비단 같은 검은 머리칼을 지녔으며, 두 눈은 귀하디귀한 흑요석처럼 반짝거렸다.

그리고 그에 비교되는 새하얀 피부를 지녔으며, 아직 어리기에 통통하고 말랑한 볼살을 지니고 있었다.

동경 속에 비친 귀여운 어린 동자.

그 동자가 바로 나였다.

위천의 눈을 팠던 시절, 다섯 살의 어린 나이가 되어 버린 나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지옥도 아니다, 그리고 꿈도 아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뿐이다.

“회귀 回歸.”

사파의 저급한 주술서에나 나올 법한 기이한 현상.

그렇다.

나는 시간을 거슬러 어린 시절의 나로 돌아오고 만 것이다.

그에 나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왜 과거로 돌아온 것일까?

나는 스승님의 뒤를 이어 사파지존인 사황이 되었지만 정파들이 사술이라 일컫는 술법을 멀리했다.

너무나도 허황된 힘이라 거부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술법이 아닌 이상 내가 어린 시절로 회귀할 방법이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우웅!

그때, 갑작스럽게 나의 목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나를 봐 달라는 듯 요사스러운 기운을 뽐내며 공명하는 작은 목걸이.

그에 나는 그 목걸이를 풀었다.

그러고는 손바닥에 올려놓고는 가만히 바라보았다.

언젠가 은설이 나에게 준 목걸이였다.

부모님의 유품이라며, 작은 보름달 모양의 목걸이를 반으로 쪼개 나에게 주었다.

우리가 연인임을 증명하는 물건과 같았던 목걸이.

그 목걸이가 왜 회귀한 나에게 있을까?

나는 분명 어린 시절로 회귀했다.

헌데, 내가 회귀 전 사용했던 물건이 회귀한 지금의 나에게 있다?

절대 있을 수 없는 기이한 일이다.

우웅!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나의 손바닥 위에서 계속해서 공명하는 목걸이를 보며 설마 하는 표정을 지었다.

“네가…… 나를 회귀시킨 것이냐.”

우웅!

마치 나의 물음에 대답이라도 하듯 강하게 진동을 울리는 목걸이.

그에 나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빤히 목걸이를 바라보던 나는 이내 목걸이를 강하게 쥐었다.

그러고는 동경 속에 비친 나를 바라보았다.

뉘 집 아들인지, 거참 잘생겼다!

동경 속에 비친 나의 얼굴을 보며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생각했다.

이것은 기회다.

나 때문에 애꾸눈으로, 평생을 괴롭게 살아야 했던 내 동생 위천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기회다.

그리고, 나 때문에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나야 했던 설아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기회다.

그리고, 나 때문에 혼인식도 하지 못하고 죽은 은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기회다.

억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도 살 수 없는 아주 귀하디귀한 기회란 말이다!

“푸하하하!”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아니, 참지 않았다.

나는 보란 듯이 방에서 큰 목소리로 웃었다.

정말 행복했다.

회귀 만세다.

나 사파연맹, 사황성 邪皇城 의 성주 城主 이자 사황 邪皇 이라 불렸던 위극신!

이번에는 천마신교의 교주가 되어, 삭막한 천마신교를 사람 냄새가 가득한 집단으로 바꾸고, 전생에 살펴 주지 못했던 내 주변 사람들과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아갈 것이다.

기왕 회귀한 것, 즐겁게, 행복하게 살 것이다!

그 누구도 나를 막지 못할 것이다!

“푸하하!!”

나는 다시 또 한 번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똑똑.

응?

그때, 한참을 웃던 나는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누구지?”

“마령입니다.”

나의 물음에 문밖에서 들려오는 고저 없는 목소리.

그 목소리에 나는 살짝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어린 시절 나의 시중을 들었던 마령.

천마신교의 소교주직에서 폐위되고 스승님을 따라나선 이후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시녀 마령을 떠올린 나는 반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들어오거라.”

딸깍.

나의 말과 동시에 열린 방문.

그 틈 사이로 나는 반가운 얼굴을 만날 수가 있었다.

특유의 차가운 표정을 지닌 아름다운 소녀.

이목구비가 뚜렷하지만 표정이 없어 아쉬운 마령의 등장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구나.”

정말 반가운 마음에 나온 나의 말.

그런 나의 말에 마령은 가만히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왜 그러느냐?”

아직은 어린 소녀인 마령.

나를 빤히 바라보는 마령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부드러운 음성으로 물었다.

죽기 전 나의 나이는 서른 살이다.

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 귀여운 소녀 마령의 모습은 마치 귀여운 조카 같았다.

그런 나의 모습이 낯설었을까?

마령이 다시 고저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침에도 뵈었습니다.”

아 그런가…….

오랜만에 본다는 나의 인사말에 아침에도 봤다고 대답하는 마령.

그에 나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뻘쭘하다.

그런 나의 뻘쭘한 마음을 알았을까?

마령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나를 향해 접시 한 개를 내밀었다.

검은색의 탁자 위에 덩그러니 올려진 접시 한 개.

그것을 보며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것이 무엇이더냐?”

접시 위에 있는 동그란 단환 한 개.

그것을 보며 내가 묻자 마령은 또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런 마령의 표정에 나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볼을 긁었다.

“낮잠을 자고 일어난 지 얼마 안 되어 비몽사몽하구나.”

그런 나의 말에 마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휴우…… 아직은 어려서 그런지 다행히 믿어 주는 눈치였다.

마령의 행동에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쉰 나는 접시 위에 올려진 단환 한 개를 집어 들었다.

아주 작았다.

그것을 내가 집어 들고 가만히 바라보자 마령은 그런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공자님의 점심입니다.”

“……?”

마령의 말에 나는 두 눈을 크게 떴다.

이게 점심이라고?

이 콩알만 한 것이?

난 사천식 매콤하고 얼큰한 탕이 좋은데.

아니, 애초에 이거 먹고 배가 찰까?

내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마령을 바라보자 마령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본교의 마의 魔醫 어르신이 만든 영양 벽곡단입니다.”

아…….

이제야 기억이 났다.

이 망할 천마신교는 훌륭한 무인을 키워 내기 위해 태어나고 열다섯 살 때까지 육식은 물론, 자연에 반하는 화식 火食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야 내공이 정순하고 빨리 쌓인다나 뭐라나?

이 망할 규율이 있는 천마신교.

그곳의 수장인 교주의 장남으로 태어난 나는 한마디로 말하면…….

‘X 됐다…….’

벌써부터 얼큰한 국물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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