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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297화 (297/300)

297화_마지막 전투(1)

마족들의 지휘관인 에드리안을 잡았지만 그게 다였다.

아직 상급 마족의 수는 천이 넘었고, 전투는 계속되고 있었다.

“아람. 일단 마족들부터 처리하자.”

“알았다.”

황금빛과 청염이 양쪽으로 갈라져서 마족들을 쓸어 버리기 시작했다.

광역기를 사용할 수 있을 때는 포스와 원소력을 아끼지 않았다.

콰콰쾅

근접전을 벌이고 있는 마족에게는 단발성 찌르기로 심장과 머리에 구멍을 냈다.

그렇게 한참을 싸우다 보니 열 마리 정도 남은 마족들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들의 뒤를 쫓으려고 할 때였다.

촤라락

은빛 채찍이 마족들을 한 번에 묶어 버리더니 이내 꽉 조여서 터뜨려 버렸다.

“마리 선배?”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마리 선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선배. 괜찮으세요?”

“넌 이 꼴이 괜찮아 보이니?”

다른 누구보다 마리 선배가 더욱 지쳐 보였다.

그때 아람이 청염을 꺼뜨리며 다가와서는 입을 열었다.

“인간 여자 대단하군.”

“우리 선배가 대단하기는 하지.”

내 말에 아람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덧붙였다.

“어떤 기술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족들이 파괴광선을 쏘지 못하게 하다니. 대단하다.”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몰랐나? 이 여자의 능력으로 마족들이 파괴광선을 쏘지 못한 거였다.”

어느 순간부터 마족들이 파괴광선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저 지쳐서 그런 줄 알았는데, 그 모든 게 마리 선배의 능력이었다니.

생각해보면, 마리 선배는 최상급 마족을 잡을 능력이 있으면서 전투의 전면에 나서지 않는 이유가 파괴광선 때문이었나 보다.

“고생 많으셨어요.”

“됐어. 일단 전후처리부터 하자.”

“네.”

전장을 둘러보고 있을 때, 차원의 문이 열리더니 도깨비들이 나와서 마족의 사체를 챙기기 시작했다.

사신수들의 분신은 몸을 작게 하고선 상처 가득한 몸 그대로 차원의 문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대충 정리가 되자, 프란시스코와 타르 그리고 카마엘을 불렀다.

“람이시여. 부르셨습니까?”

“지금 당장 형제들의 시신을 빠짐없이 챙겨라.”

“알겠습니다.”

거인 형제들의 사체를 찾기 위해 움직이는 거인들을 보며 땅의 축복을 불렀다.

“이제 버프는 해제해도 돼. 그리고 땅의 축복 너도 도와줘.”

“알겠습니다. 람이시여.”

땅의 축복과 거인들에게 명령을 내려놓고 가만히 있을 생각은 없었다.

버프가 해제되어서 쓰러질 것 같은 몸을 이끌고 한쪽에 떨어진 거인의 팔을 집어 들어서는 가지런히 놓을 때였다.

전설들이 단체로 내게 다가왔다.

“하유신. 할 말이 있다.”

나는 그들을 잠깐 바라본 후에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아스본 레스넌님. 지금은 대화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언제 마족들의 다음 공격이 올 줄 모른다. 지금이라도 당장 회의해서 대비해야 한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대규모 마족이 쏟아졌는데, 이보다 더한 수가 오려면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요? 전 그동안 형제들을 챙겨야겠습니다. 그게 같이 목숨을 맡긴 형제들에 대한 저의 예우입니다.”

“전쟁에 사사로운 감정을 집어넣다니! 지금은 그 어떤 때보다 한시가 급하다.”

아스본 레스넌을 바라보다가 손가락을 들어서 북서쪽을 가리켰다.

“저 끝에 마왕이 있습니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

“느껴지니까요. 그리고, 지금 그는 가만히 있습니다. 그러니 제게 단 하루 동안만 슬퍼할 수 있는 시간을 주십시오.”

전설들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서 양해를 구한 후, 거인의 사체를 찾기 위해 움직였다.

그런 내 모습을 보던 전설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어딘가로 사라졌다.

그렇게 아무런 방해 없이 움직이다 보니 어느새 전장의 정리가 끝났다.

73명

이번 한 번의 전투로 죽은 거인들의 숫자였다.

다행히 73명의 거인 사체 모두를 찾을 수 있었다.

“거인들의 땅으로 돌아간다. 짧지만, 이들의 장례를 치루고 다시 돌아와 바드득… 이들의 복수를 한다.”

“람께 감사드립니다.”

대답하는 거인들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마리 선배를 바라봤다.

“하루 안에 돌아오겠습니다. 그때 마나 안정화를 부탁드립니다.”

“그래. 대신에 늦으면 안 된다.”

“알겠습니다.”

땅이 솟구치고, 가라앉자 거인들의 땅에 도착했다.

“프란시스코. 나는 전사들에 대한 예후를 모른다. 이들을 어떻게 하면 되지?”

“칼리가리 산에 묻으시면 됩니다.”

“칼리가리 산?”

“저기입니다.”

프란시스코가 가리킨 곳은 거인들의 땅 뒤에 있는 거대한 산이었다.

“가자. 전사들에게 안식을 주기 위해.”

***

유신이 거인의 땅으로 떠난 후, 부상자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맡긴 후, 회의를 소집했다.

“다들 모인 것 같으니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작전들은 모두 교황청에서 주관하는군.”

아직 제대로 회의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리암이 비아냥거리듯 말했다.

평소라면 그냥 넘겼을 테지만, 지금은 전시 중이었다.

“리암. 그게 무슨 말이지?”

“마리. 내 말이 틀려? 하유신은 혼자서 말도 없이 마족들을 공격하고, 우리한테 상의도 없이 거인들이랑 싸우러 나가고, 턱시도 입은 도깨비도 나타나지. 용, 불새, 호랑이에다가 이상한 거북이까지. 우리가 모르는 거 투성이야.”

리암의 기분을 모르지는 않았다.

유신이 거인들을 이끌고 도깨비를 펫으로 데리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사신수는 자신도 처음이었다.

그렇다고 리암에게 빌빌거릴 생각은 없었다.

“남 말할 처지는 않지 않나? 안 그래?”

리암을 포함해, 전설들을 한껏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모두 여기에 오면서 준비해둔 게 각자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걸 아무도 꺼내지 않더군. 유일하게 하유신만 모든 수를 꺼냈고.”

“꺼내지 않는 게 아니다. 꺼내지 못한 거다.”

“그래. 적의 강함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니까 꺼내지 못한 거겠지.”

잔뜩 찡그린 리암이 발끈하려고 했지만, 옆에 있는 벨라가 그런 리암을 말렸다.

그렇게 리암이 조용해지자, 한동안 정적이 감돌았다.

지구가 이 지경까지 왔는데, 동료를 견제하는 게 웃음이 나올 뿐이었다.

“너희들이 가지고 있는 비장의 수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이번 전투를 통해서 난 한가지 확실히 알 수 있었어. 우리가 준비했던 그 어떤 것도 그렇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걸.”

전설들과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침묵을 유지했다.

그들도 느꼈을 것이다. 마족들의 강함도 강함이지만, 그 수가 문제였다.

“일만의 상급 마족. 하유신이 제때 대처하지 않았다면,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죽었을 수도 있지.”

모든 상황을 알기에 그저 미간을 찌푸리기만 하던 아스본 레스넌이 더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그래서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이지?”

“별거 아니야. 마왕이 저기에 있는 건 다들 알고 있지? 그래서 하유신이 돌아오면 예전의 그 미친 작전을 펼치자는 거야.”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그때는 소수의 마족과 마물 그리고 끝없는 몬스터만 물리치면 됐지만, 지금은…나도 상대하기 힘든 상위 마족들이다. 그리고…”

자존심이 강한 아스본 레스넌이 입을 달싹이다가 끝내 입을 열었다.

“지금 지구에는 13기동 타격대와 같은 강자가 부족하다. 13기동 타격대는 일루시안에서 지구로 언제쯤 돌아오지?”

전설이라는 것들이 믿는 구석이라고 말하는 게 평소에 그렇게 억제하던 13기동 타격대라는 게 어이가 없었다.

“못 와. 그곳에는 대마왕인 바알이 강림했어. 여차하면 지구와 일루시안이 통하는 통로를 닫아도 부족할 거야.”

잔뜩 일그러진 전설들의 얼굴을 보는 것도 즐거웠지만, 이제는 제대로 된 회의를 시작해야 했고, 이들이 가지고 있는 비장의 수를 알아야 했다.

그때, 회의실 한쪽에 앉아 있는 제이미 레스넌이 보였다.

이곳에서 자신이 배려할 사람이 있다면, 오직 그녀뿐이었다.

“너희들의 얄팍한 생각에 진저리가 나. 더는 회의를 진행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 제발 다음 회의에는 숨기는 게 없었으면 좋겠어.”

자리를 박차고 나가자, 이자벨 로메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아직 회의 중이다.”

“이자벨. 너도 알잖아. 서로 꽁꽁 숨기기만 하는데, 무슨 회의가 되겠어. 난 부상자들을 돌보러 가야 해서. 그럼 이만.”

부상자라는 말에 이자벨도 더는 나를 붙잡지 않았다.

그렇게 부상자들을 돌보면서 루카스에게 따로 언질을 주었고, 루카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하루 종일 바쁘게 움직였다.

늦은 밤이 되어서야 부상자들의 치료가 일단락 지어졌고, 다시 회의실로 들어갔다.

회의실에는 오직 전설들만 있을 뿐이었다.

“비장의 수를 공개할 생각이야?”

“공개하는 건 어렵지 않다. 그런데, 왜 갑자기 그 자살 작전을 펼치자는 거지?”

“자살일 수도 있지만, 확실히 마왕을 죽일 수 있으니까.”

내 말에 크리스가 품에서 주황색 물약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이건 우리 쪽에서 개발한 근육 강화제다. 먹으면 일주일간 근력이 두 배 강화된다. 대신에 후유증으로 일주일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지.”

“단순하고 확실한 효과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네.”

“어쩔 수 없었다.”

크리스를 시작으로 다른 전설들도 하나씩 물건을 꺼내기 시작했다.

“이건 수호기사단에서 개발한 마나 방패로 파괴광선의 힘까지 막아낼 수 있다.”

“이 구슬을 쥐고 있으면 원소력 대신에 구슬에 있는 힘을 먼저 사용한다.”

“일반인도 쥐고만 있으면 5서클까지 사용가능한 마도구다.”

“스테미나 충전 포션으로…”

모두가 유신이 판매한 마나석을 이용해 개발한 물건들이었다.

그렇게 전설들이 비장의 수를 모두 공개한 후에 날 바라봤다.

“교황청은 뭐지?”

“일단 이거야.”

시계를 돌리자, 강철 인형이 튀어나왔다.

“헌터 등급으로 따지면, S급보다 약하고, A급보다 강하지. 그리고, 난전에서는 S급 이상의 위력을 발휘할 거야. 팔이 잘리고, 머리가 부서져도 움직이니까. 우린 이 강철 인형을 2천 기 준비했어. 그 작전을 펼치기 위해.”

그때, 노사가 조용히 손을 들었다.

“허허. 성녀. 다 좋네. 좋아. 그런데 말이야.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네.”

노사가 뭘 말하는지 알고 있었다.

“마왕을 죽일 자는 따로 있어.”

“그게 성녀는 아닐 테지?”

“하유신.”

“응?”

모두 놀란 표정을 짓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유신이 헬리오스의 힘을 사용한 것을 봤다.

그렇지만, 이들이 모르는 게 있었다.

“기회는 한 번뿐이야.”

“한 번?”

“유신이 예전에 보였던 기술은 목숨을 담보로 하는 거야. 마왕을 죽이기 위해서는…유신이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거지.”

흥분한 크리스가 테이블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게 무슨 소리냐!!”

“말 그대로야. 오늘 있었던 전투에서 유신이 그 능력을 사용했다면, 더 빨리 마족들을 죽였겠지. 그리고 유신도 죽었을 거야.”

“이 늙은이는 이해가 가지 않는군.”

“쉽게 말하면 유신은 마왕과 자신의 목숨을 맞바꿀 준비를 하고 있는 거야.”

“다른 방법은 없나?”

노사의 말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니…유신이 돌아오면 평소처럼 대해줘. 그리고 이건 절대 비밀이야. 특히, 아스본 레스넌. 네 딸에게는 절대 말해선 안 돼.”

“제길…전설이나 되어서 새파랗게 어린 애한테 운명을 맡겨야 하다니.”

전설들에게서 더는 아무런 말이 들리지 않았다.

그저 그렇게 모두가 침묵한 상태에서 회의는 끝이 났다.

***

칼리가리 산에 도착한 후에 직접 땅을 파고, 73명의 전사를 묻어준 후, 묵념하고 있을 때였다.

“람이시여. 이제 전쟁터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프란시스코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그래. 가자. 가서 마무리를 지어야지.”

마지막 싸움을 하러 가기 전에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는 거인의 땅을 둘러봤다.

“프란시스코.”

“네. 람이시여.”

“혹시나 내가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면, 람이 정해지기 전까지. 네가 람의 대행을 하도록 해.”

“람이시여. 그 말씀은 듣지 않는 걸로 하겠습니다.”

“혹시 모르는 일이야. 그렇게만 알아둬. 이제 정말 가자.”

거인 전사들이 다시 모였고, 땅이 솟구치고 가라앉았다.

그리고 눈앞에 최상급 마족인 시리 시온이 있는 걸 확인하자마자 칠성검을 뽑아서 그대로 찔러넣었다.

푸욱

심장을 노리고 내지른 검은 시리 시온의 어깨에 틀어박혔다.

어깨였지만, 일단 검이 박혔으니 그대로 검을 틀어서 시리 시온의 몸을 가르려고 했다.

“유신아 그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하고 기운을 집어넣으려는데, 크고 검은 손이 칠성검을 잡았다.

“데리우스?”

“오랜만이지?”

“여기 어떻게?”

“널 도와주러 왔지. 그리고 시리 시온에게 할 화풀이는 나중에 해. 그녀가 중요한 정보를 가지고 있거든.”

시리 시온을 돌아본 후, 이내 칠성검을 그대로 뽑았다.

“크윽…”

고통에 힘겨워하는 그녀의 모습이 역겨웠다.

“제대로 된 정보가 아니면 이 세상에 태어난 걸 후회하게 할 고통을 느끼게 해주겠어.”

고통이라는 말에 시리 시온이 슬쩍 데리우스를 바라본 후 입을 열었다.

“마왕은 북서쪽에 있는……”

“알고 있어. 겨우 장소 말하려고?”

서늘한 내 말에 시리 시온이 바짝 엎드렸다.

“적의 규모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적은 상급 마족 일만 구천과 최상급 마족 다섯입니다. 그리고 강림한 마왕은 악마 순위 9위인 파이몬입니다.”

예전 13기동 타격대의 선배들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악마들은 서열이 높을수록 몇 배로 강하고, 한 자리 수의 악마는 재앙급이라고.

“그리고 지금 파이몬이 세 명의 마왕을 강림하기 위해 진행 중입니다. 파이몬을 죽이기 위해서는 지금뿐입니다.”

칠성검으로 시리 시온의 목에 검을 겨눴다.

“내가 그걸 어떻게 믿지?”

“믿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렇지만, 이건 알아두셔야 합니다. 마왕 셋이 더 강림하면 지금보다 더욱 최악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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