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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286화 (286/300)

286화_특별한 데이트(2)

순식간에 파괴된 도시에 도착했다.

한쪽에서 오사카의 명물과 다름없는 뛰는 청년 간판이 반쯤 덜렁거리는 걸 볼 수 있었다.

“오사카 도톤보리네.”

“응?”

“첫 데이트가 이런 곳이라서 정말 미안하다고.”

“아니야. 나는 이렇게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걸.”

그때 우리를 발견하고 몬스터들이 슬금슬금 다가왔다.

이미 산전수전 다 겪은 제이미였지만 조금이라도 안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그녀를 끌어안았다.

“잠깐만 실례.”

“어?”

놀라는 그녀를 한 손으로 끌어안고는 몇 바퀴 돌면서 눈에 보이는 몬스터들에게 검기를 날렸다.

“끝!”

“이게 뭐야?”

아무리 안 보이게 했다지만, 제이미도 세계에서 알아주는 강자였기에 내 의도를 쉽게 파악했다.

“다음부터는 안 그래도 돼.”

“나는 제이미 네가 예쁜 것들만 봤으면 해서.”

“그게 뭐라고…”

살짝 감동 받은 제이미에게 미소를 지어주며 손을 내밀었다.

“그럼 가볼까?”

내가 내민 손 위에 제이미가 손을 포갰다.

“응.”

우리는 그렇게 천천히 걸었고, 나는 넓게 퍼뜨린 기감을 이용해 제이미가 보기 전에 검기를 날려 몬스터를 없애며 이동했다.

“그런데 살아남은 사람이 없네?”

제이미의 말에 주변을 확인하고자 기감을 더욱 넓혔다.

그러자, 꽤 강한 기운이 느껴졌다.

“저쪽으로 가보자.”

“어디?”

“이쪽이야.”

강한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이동하면서 얼굴이 굳어갔다.

우리가 이동하는 곳의 도착지점이 안전 쉘터였다.

그렇게 도착한 쉘터 앞에는 거대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나 혼자 갔다 올게.”

“아냐. 같이 가.”

“꽤 잔인할 거야.”

허리춤에 손을 올린 제이미가 볼을 부풀렸다.

“이거 섭섭한데, 나 이렇게 보여도 수많은 전쟁을 겪은 여자야.”

“그래도…”

“이 정도 냄새면 하급 마족인데, 나도 하급 마족까지는 어렵지 않게 상대할 수 있어.”

제이미의 말에 ‘마족탐지’ 능력이 사라졌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예전에 이곳에 왔다면, 고약한 냄새가 났을 텐데, 지금 내가 맡은 냄새는 비릿한 혈향이 전부였다.

“아까도 말했지만, 이곳에서 살아있는 사람의 존재가 느껴지지 않아서 그래.”

“자꾸 그럴래?”

우리가 대화하는 동안 하급 마족이 구멍에서 나왔다.

“인간? 오호 다 죽인 줄 알았는데, 더 있었군.”

마족은 우리를 향해 군침을 흘렸다.

순간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해서 빠르게 움직여서 마족의 턱을 주먹으로 갈겨버렸다.

콰앙

폭탄 터지는 소리와 함께 마족의 몸이 쉘터의 문에 박혔다.

그 상태에서 손을 뻗어 미르에게 하급 마족을 흡수하라고 시켰다.

이미 제압된 마족이어서 미르는 무사히 마족을 흡수하고 돌아왔다.

“전부터 신기했는데, 그거 뭐야?”

방금까지 약간 토라졌다는 것도 잊고 제이미의 질문이 쏟아졌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심해봤지만, 역시 이거 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말이 없었다.

“가이아가 준 최후의 보류.”

“최후의 보류?”

나는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사실 나도 자세히는 몰라.”

“그게 뭐야?”

“그냥 어떻게 하다 보니까 생겼거든.”

“나중에라도 제대로 알려줘.”

“응. 나도 미르에 대해서 알게 되면 말해줄게.”

다행히 제이미는 더는 묻지 않았고, 주위를 둘러보더니 입을 열었다.

“이제 느긋한 데이트를 조금 빠르게 할까?”

“빠.빨리?”

머릿속으로 오만가지가 떠오르며, 제이미를 다시 바라봤다.

그녀가 이렇게 적극적인지 몰랐다.

아직 정식으로 사귀지도 않았는데…

“뭐해? 빨리 가자. 살아남은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어.”

빨리하자는 게 이동을 말했던 거구나.

제대로 된 의미를 깨닫자, 아쉬움이 몰려왔지만, 이런 환장판에서 이상한 생각을 한 스스로를 자책했다.

“제이미 같이 가.”

“빨리 와.”

도톤보리에 있는 쉘터는 다 찾아본 것 같았지만, 살아남은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쉘터마다 마족이 한두 명씩 보일 뿐이었다.

“아무도 없는 건가?”

“응. 그런 거 같아.”

왜 마왕이 쳐들어왔을 때 순식간에 인류의 절반이 사라졌는지 알 것 같았다.

긴급문자를 받고 이동까지 했을 때 이곳에 마족이 나타난 것은 반나절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살아있는 생명체가 없었다.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하나?”

“그게 무슨 말이야?”

“다른 게 아니라, 예전에 마왕이 강림했을 때를 말하는 거야.”

“갑자기 그게 왜?”

“지금의 참상을 보면, 그때, 인류가 절반이나 살아남은 게, 그 당시 사람들에게 능력이 막 생겨나서 사람들이 혼란에 빠지고, 언제나 경계하고 있었잖아. 그래서 마왕이 강림했을 때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아.”

제이미는 볼을 씰룩이며 무언가 생각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유신이 네 말이 맞는 것 같아. 지금까지 세계는 평화의 시기였으니까.”

약간 우울해 보이는 제이미의 모습에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

“걱정하지 마. 내가 이 평화를 꼭 지켜낼게.”

“혼자 하려고 하지 마. 나도 있고, 너한테 훈련받은 많은 사람이 있잖아.”

“그래. 혼자 하지 않을게.”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마지막은 나 홀로 해야 한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 끝은 이미 정해진 거와 다름이 없었다.

어떻게 보면, 제이미를 만나는 것도 내 욕심이었다.

그래서 더 깊은 인연을 만들려고 하지 않았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건 뜻대로 되는 게 아니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살아있는 사람이 있는지 더 찾아볼까?”

“살아있는 사람들이 있을까?”

“찾아봐야겠지.”

“응.”

그렇게 사람들을 찾기 위해 다시 움직이려고 할 때였다.

주머니에 넣어뒀던 위성전화가 울렸다.

“응? 마리 선배? 제이미 잠깐만. 네 여보세요?”

[하유신. 너 지금 어디야?]

“도톤보리요.”

[거기가 어딘데?]

“일본 오사카요.”

[벌써 혼자 갔어?]

마리 선배의 말에 제이미를 바라봤다.

뭐 딱히 숨길 필요도 없기에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아뇨. 제 여자친구인 제이미 레스넌이랑 같이 왔어요.”

[그게 무슨 소리야!!]

전화 넘어 마리 선배의 목소리가 아니라, 굵직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나는 이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아스본 레스넌님?”

[내 딸이 왜? 네놈이랑 거기에 단둘이 가 있는 것이냐?!]

어떻게 말할까? 하다가 거짓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

“데이트 왔는데요.”

이 한 마디에 전화 너머로 짐승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차분한 마리 선배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유신. 네가 넘어갔다고 하니까 잘됐네.]

“어? 평소와 다르게 혼내시지 않네요?”

[지금 오사카쪽 게이트를 열려고 해도 마기 때문에 마나가 흔들려서 게이트가 열리지 않아. 지금부터 우리가 지정해준 장소로 가서 성수로 정화를 부탁할게.]

“알겠습니다.”

통화가 끊어지기 전 전화 너머로 괴성이 들렸지만, 애써 무시하며 제이미를 바라봤다.

그녀도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기에 귀가 빨개진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띠링

때마침 문자로 게이트 좌표가 넘어왔다.

“그렇게 멀지는 않네. 가자.”

“으.응.”

머뭇거리는 제이미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마음 쓰지 마.”

“아니. 그래도 아빠가 좀 심한 것 같아서.”

“나라도 그러겠다. 이렇게 예쁜 딸을 데려갈 놈이 있으며 바로 잡아서……”

심한 말이 나올까 봐 말을 멈췄는데, 제이미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왜?”

“내가 그렇게 예뻐?”

“응. 당연하지. 내 여자친구인데.”

“난 아직 정식으로 사귀자고 요청받은 적 없는데?”

말을 내뱉은 제이미가 홀로 부끄러워했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는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오늘부터 1일?”

“그게 뭐야!”

“좋아해.”

내 말에 제이미의 말은 멈췄고, 맞잡은 손에서 전해지는 떨림이 느껴졌다.

“솔직히 제이미 널 처음 봤을 때부터 이상형이었어. 첫 데이트를 이런 곳에서 하게 해서 미안한데, 나랑 사귀어 줄래?”

그녀는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여줬다.

“사귀는 첫날부터 참 애매하지만, 임무를 하러 같이 가실까요?”

장난스러운 말투로 말했고, 제이미도 웃으며 화답했다.

“네. 그럴까요? 교황청의 검이자, 제 남자친구분.”

우리는 그렇게 손을 잡고는 지정된 장소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곳은 다른 어디보다 몬스터가 많았다.

“내가 좋아서 온 것도 있지만, 유신과의 첫 데이트는 절대 잊을 수 없을 거야.”

“그건 나도 그래.”

“이번에도 내 눈 가릴 거야?”

“아니. 이번에는 그럴 수 없을 것 같아.”

“그럼 먼저 시작할게.”

사복검을 꺼내든 제이미가 몬스터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흩뜨려지는 안개

길게 늘어난 사복검이 춤을 추듯 날아가서는 몬스터들의 베어내기 시작했다.

몰아치는 벚꽃

바닥부터 시작해서 사복검이 회오리치듯이 위로 솟구치며, 몬스터들의 몸을 절단했다.

“사복검이 한층 강해졌네.”

“다 유신이 네가 수련해준 덕분이지.”

“아냐. 제이미. 네가 열심히 수련한 만큼 그 결과가 나오는 거야.”

“그런데, 대체 마족놈들은 겁쟁이처럼 언제까지 숨어 있을 생각이지?”

제이미의 말이 끝나자, 건물 뒤 여기저기에서 마족들이 나타났다.

“우리를 어떻게 찾았지?”

“이렇게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데 모르는 게 이상하지. 안 그래? 유신아?”

“으.응. 맞아.”

내 대답에 제이미가 이상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앞에 있는 마족들을 노려봤다.

“인간 계집 주제에 마족인 우리를 상대로 자신만만하군.”

늘어뜨린 사복검을 줄인 제이미가 이맛살을 찌푸렸고, 나는 어느새 뚫린 입이라고 해서 마음대로 지껄이는 마족의 앞에 서 있었다.

“마족 주제에 내 여자한테 뭐라고 하는 거야!”

쾅쾅쾅

주먹으로 쉴 새 없이 마족을 가격해서, 바닥에 파묻히게 했다.

그 모습에 마족들이 놀란 모습을 보이더니, 곧장 내게 달려들었다.

바닥에 파묻힌 마족을 제외하고 사방에서 마족 넷이 내게 다가왔다.

칠성검의 검병을 잡은 후, 발검하며 한 바퀴 회전했다.

딸각

다시 칠성검에 검집을 집어넣자, 마족들과 주위에 있던 몬스터들의 잘린 몸이 바닥에 떨어졌다.

“미르. 식사 시간이야.”

미르는 나오자마자 이곳에 살아있는 유일한 마족에게 입을 벌렸다.

“아니. 이놈 말고 다른 것들부터 식사해. 이놈한테는 물어볼 게 많거든.”

가이아를 만나고 난 이후에 부쩍 말을 잘 듣는 미르가 마족과 몬스터의 사체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때, 바닥에 박혀있는 마족이 신음을 흘렸다.

“끄으으…”

마족 특유의 힘으로 바닥에서 나오려고 하자, 아공간에서 흑창을 꺼내, 마족의 가슴에 박아넣었다.

“크아아악!”

비명을 내지르는 마족을 바라보며, 흑색창을 옆으로 꺾으며 말했다.

“조용해.”

내 말을 한 번에 이해했는지 마족은 이를 깨물며 고통을 참아왔다.

“좋아. 자 지금부터 내 질문에 대답하면, 편하게 해줄게. 그렇지 않다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고통을 줄 거야. 알았어?”

“아…알았다. 인간.”

“좋아. 여기에는 어떻게 오게 됐지?”

“마신석에서 깨어난 것뿐이다.”

“깨어나?”

“그렇다. 마신석에서 벗어나자, 여기였을 뿐이고, 나는 깨어나자마자 다른 마족들과 함께 움직였을 뿐이다.”

이 마족이 내게 거짓을 말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할 때였다.

마족이 다급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저.정말이다. 그곳에는 수백 개의 마신석이 있다. 아직 깨어나지 못한 마족들이 많았어.”

“거기가 어디지?”

“나도 자세히는 모른다. 대신에 내가 안내해 줄 수 있다.”

“그래? 그럼 일단 거기에 가만히 있어.”

땅의 축복을 이용해, 마족의 얼굴만 남기고 전부 파묻히게 했다.

“도망가봐. 어떻게 되는지 알게 될 거야.”

“크윽… 도망가지 않을 테니까, 가슴에 박힌 창만 좀 빼주면…”

“죽고 싶다는 소리로 들리네?”

“……”

조용해진 마족을 뒤로하고 왔을 때, 제이미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응? 왜?”

“아니. 예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마족한테는 정말 냉정하다고 생각해서.”

“좋은 모습만 보이고 싶었는데… 미안.”

“아냐. 나는 이런 유신의 모습까지 좋아하니까.”

“고마워. 그럼 정화 작업 좀 할게.”

“나도 도울게.”

그렇게 우리는 성수를 꺼내서 주변의 마기를 정화했다.

“이제 일차 작업이 끝났네. 제이미 내가 마나를 안정시키는 동안 저 마족이 허튼짓 못하게 지켜봐죠.”

“마나 안정?”

“응. 대기의 마나를 안정시켜야지 게이트가 열리잖아.”

“그게 가능해?”

“응.”

“어떻게?”

잠시 생각한 후에 무심코 말했다.

“느끼려고 노력한 후에 조종하려고 하면 되던데.”

“으응.”

“그럼 부탁할게.”

게이트가 열려야 할 곳으로 간 후에 눈을 감았다.

주변에 있는 마나를 느끼려고 하자, 예전과는 다르게 순식간에 느껴졌다.

이게 바로 네 번째 환골탈태의 효과라는 걸 알게 됐다.

그렇게 마기에 겁먹은 마나를 다독여서는 안정화 시킨 후, 마리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게이트가 열렸고, 그 안에서 누군가 재빨리 튀어나왔다.

“하유신. 감히 내 딸한테 뭔 짓을 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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