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빼고 먼치킨-278화 (278/300)

278화_초월자(3)

아스본 레스넌이 탐 탄테오의 가슴에서 검을 뽑아냈다.

탐 탄테오는 검붉은 피를 흘리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후우 후욱…”

거친 숨을 몰아쉬며 아스본이 전투를 마무리하기 위해 검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끝이다!”

내리쳐진 검이 탐 탄테오의 몸을 가르기 직전, 붉은 섬광이 솟구쳤다.

갑작스러운 반항에 아스본 레스넌은 휘두르던 검을 틀어서 검면으로 방어했지만, 뒤로 튕겨졌다.

“크…”

아스본 레스넌을 공격했던 것은 금방이라도 피가 뚝뚝 떨어질 것 같은 붉은 단도였다.

그때, 탐 탄테오의 몸에서 눈을 멀게 할 정도로 붉은빛이 솟구쳤다.

“비켜!”

크리스가 자신의 오른발을 거대하게 만든 후, 그걸 다시 압축하고, 압축해서 작게 만든 후, 그대로 탐 탄테오에게 내리찍었다.

“크아아악!”

고통에 겨운 비명은 크리스에게 나왔다.

언제 회복이 끝났는지 탐 탄테오가 붉은빛의 단도를 쥐고는 크리스의 오른발을 난도질해 놨다.

탐 탄테오는 크리스를 날려버린 후, 단도를 집어 던졌다.

신성한 방패

이자벨 로메가 서둘러 방어했지만, 단도는 농락이라도 하는 건지 방어막을 피해서 훈련생들에게 치켜들었다.

붉은 단도가 훈련생 중 다크 연합의 마법사를 꿰뚫으려고 하는 순간.

마법사의 코앞에서 내가 단도를 붙잡았다.

“제가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상대의 목이 떨어져도 죽었다는 걸 확신하기 전까지 쉼 없이 몰아치라고요.”

단도는 내게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쳤다.

포스로 단도가 도망치지 못하게 꽉 잡았을 때, 미르가 욕심을 부렸다.

알프레도 선배의 조언이 있었지만, 전설들을 교육하기 위해 지금까지 미르를 몇 번이나 보여줬다.

그렇게 열 명 가까운 인원이 미르를 아는데, 그게 서른 명이 더 안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식사 시간이다.”

미르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중단전을 빠져나와 그대로 붉은 단도를 삼켰다.

순식간에 단도가 사라졌지만, 미르는 입맛을 다셨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다가 날 바라봤다.

“그래. 이 정도는 괜찮겠지. 저기 떠다니는 모든 무기를 먹어 치워.”

나와 연결되었다는 것도 잊어먹었는지 미르가 신나게 날아갔다.

미르가 길어지는 것에 한계가 있기에 재빨리 그 뒤를 쫓아갔다.

“이 괴물은 뭐야!!”

탐 탄테오의 비명을 뒤로하고, 미르는 목적을 달성했다.

그런데도, 아직 배가 고픈지, 탐 탄테오를 바라봤다.

“저건 기다려. 이제 기다릴 수 있지?”

미르는 고개를 끄떡이고는 중단전으로 돌아갔다.

자신의 모든 무기가 사라진 탐 탄테오가 벙찐 표정을 지었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밥상을 차려놨는데, 뭣들 하세요? 설마 떠먹여 줘야 해요?”

뒤늦게 상황 파악을 끝낸 전설들부터 움직였고, 그 뒤를 훈련생들이 따랐다.

탐 탄테오의 발악이 이어졌지만, 무기를 잃은 그는 더 이상 전설들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크르륵…”

이제는 몸이 넝마가 된 탐 탄테오가 피거품을 뿜어내다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이번에는 아까와 다르게, 쓰러진 탐 탄테오에게 전설들이 무기와 능력을 사용해서 확실하게 마무리를 지었다.

그렇게 한때 인류의 전설이었지만, 지금은 마족이 된 이가 초라하게 쓰러졌고, 미르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재빨리 튀어나와 탐 탄테오의 사체를 삼켰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내 인사에 전설들과 훈련생들이 아직 전투의 여운이 남았는지 살기 등등한 모습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걸로 모든 훈련을 끝내겠습니다. 지금까지 고생 많으셨습니다.”

말과 함께 깊게 허리를 숙였다.

전설들과 훈련생들도 살기를 풀고는 나에게 고개를 숙여 화답했다.

아직 끝나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오늘도 또 한 건 해결했다고 생각할 때였다.

저 멀리 동남쪽에서 잠깐이지만, 무시무시한 마기가 느껴졌다.

“응? 이건 대체…”

훈련생들은 느끼지 못했지만, 전설들도 나와 같은 것을 느꼈는지 모두 동남쪽을 바라봤다.

“좌표를 확인하겠네.”

에반 히스터가 복합마법으로 마기를 내뿜었던 곳을 찾기 시작했다.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기에 조용히 땅의 축복을 불렀다.

‘땅의 축복. 찾았어?’

[네. 람이시여. 브라질에서 마기가 솟구쳤습니다.]

‘바로 이동할 수 있을까?’

[외각으로는 이동할 수 있습니다. 거리는 약 2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입니다.]

‘알았어. 준비해 줘.’

[알겠습니다.]

그때, 다친 사람들의 치료가 끝난 마리 선배가 내 옆으로 왔다.

“바로 이동할 거야?”

“네. 이번에는 마리 선배도 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알았어.”

전설들이 긴장한 모습에 훈련생들은 지금이라도 쓰러지고 싶었지만, 억지로 버티는 게 보였다.

훈련생들을 이대로 돌려보내려다가 이내 손이 하나라도 더 필요할 수 있기에 애써 고개를 저었다.

“이제 막 모든 훈련이 끝났지만, 바로 실전으로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에반님 장소는 브라질입니다.”

내 말에 에반이 캐스팅을 멈추고는 날 바라봤다.

“자네…마법도 배웠나?”

“뭐 비슷한 겁니다. 일단 이쪽으로 모여주세요.”

사람들이 모이는 동안 에반은 내게 질문을 쇄도했다.

“비슷한 거라니 그게 뭔가?”

“노력의 산물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노력의 산물이라니… 자네는 나를 가지고 노는 건가?”

“그건 차차 나중에 설명 드리겠습니다.”

“알겠네. 나중에 꼭 알려줘야 하네.”

나는 살짝 미소를 지은 다음 어기적거리는 훈련생들에게 외쳤다.

“여러분 빨리 오세요. 늦으면 어떤 큰일이 발생할지 모릅니다.”

그렇게 모든 이가 내 주위로 모이자, 땅의 축복을 불렀다.

“가자.”

사막 한가운데서 땅이 솟구치더니, 이내 가라앉았다.

***

얼마나 이 공간에 있었는지 모르겠다.

단지 이제는 잠에서 깨어날 때라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그냥 잠에서 깨는 것보다는 내 존재를 확실하게 알리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이 앤드류가 다시 태어났다!’

마기를 폭발적으로 터트리며, 잠에서 깨어났다.

“푸확~”

붉은 피로 가득한 수영장에서 나오니, 루이스가 양손에 옷을 들고는 날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 살심이 일어났다.

그전에는 몰랐지만, 이렇게 마족이 되니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루이스. 난 이제 네 개가 아니다.”

“맞습니다. 앤드류님. 지금까지의 일은 정말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아시다시피 세뇌가 풀리는 걸 알면서도 저는 약속을 지켰습니다. 여기 옷을 입으십시오.”

그가 건넨 옷을 빤히 바라보며, 또 무슨 수작을 부리지는 않았는지 확인했다.

“이제 제가 앤드류님의 개입니다.”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당장이라도 루이스의 주둥아리를 찢어버리고 싶었지만, 아직 루이스가 할 일이 남았다.

앞에 놓여 있는 옷을 들어서 입은 후, 루이스를 바라봤다.

“파이몬님의 소환장소로 바로 안내해라.”

“알겠습니다.”

그렇게 루이스가 마련한 소환의식장으로 이동할 때였다.

자신의 기운과 상반되는 강한 힘들이 느껴져서는 걷다가 우뚝 멈춰 섰다.

“왜 그러십니까?”

“손님이 왔군. 마중 나가야겠다.”

“네? 그게 무슨?”

고개를 돌려 루이스를 바라봤다.

솔직히 이 정도의 기감도 발휘하지 못한 그에게 잠깐이지만 휘둘렸다는 게 조금은 짜증이 치솟았다.

“따라와라.”

몸을 돌려 적들이 나타난 곳으로 향할 때였다.

저 멀리 숭배자들이 나타나서는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루이스님 적들이 쳐들어 왔습니다.”

“적?”

숭배자의 보고에 루이스가 기겁하며 자신과 숭배자를 번갈아 바라봤다.

그러더니, 외치듯이 말했다.

“적의 규모는?”

“지구에 있는 모든 전설이 왔습니다.”

“여기를 어떻게 알고?”

“그건 저도 잘…”

루이스는 마족도 그리고 인간에서 마족이 된 반마족도 아니었다. 그저 마물이 지성을 갖춰서 태어난 존재였다.

그렇기에 내가 깨어나면서 내뿜었던 마기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불렀다.”

“네? 앤드류님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하찮은 너 따위가 알 수 없지.”

출신에 대한 말에 루이스는 반박하지 못하고, 그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뭐 하느냐? 빨리 마중 가야지.”

몸을 돌려 전설들이 왔다는 방향으로 다시 움직이려고 했다.

그때, 루이스가 앞을 막아섰다.

“지금 뭐 하는 짓이지?”

“앤드류님 의식이 먼저입니다.”

“내가 저딴 것들에게 질 것 같나?”

“모든 전설이 뭉쳐 있습니다. 아무리 앤드류님이라도 아무 피해 없이 저들을 잡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오른팔을 들어서 주먹을 쥐었다.

주체하지 못할 힘이 넘쳐 흘렀다.

“안내해라.”

“앤드류님!”

루이스가 비명을 내지르듯 외쳤다.

고개를 돌려서 한기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내 눈빛에 루이스는 몸을 부르르 떨더니, 이내 무릎을 꿇었다.

“이 미약한 존재가 간청 드립니다. 제발 의식을 위해서 몸을 보존해주십시오.”

“루이스. 나는 너 같은 겁쟁이와 다르다. 그러니 거기서 기다려라. 내가 오늘 저기에 있는 전설들을 쳐 죽이고 파이몬님의 소환 의식 제물로 올릴 테니.”

“앤드류님…”

더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몸을 돌렸다.

숭배자가 안내하는 속도에 맞춰서 도착하자, 그곳에서 전설들이 숭배자들과 마족들을 말 그대로 쳐 죽이고 있었다.

“크크크.”

내 웃음에 옆에 있던 숭배자가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날 바라봤고, 그에 대한 화답으로 손을 들어서 숭배자의 머리를 갈라버렸다.

“감히 하찮은 너 따위가 내 앞에서 그딴 표정이나 짓다니. 쯧!”

죽었기에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지만, 필요 없었다.

지금 내게 중요한 것은 이 멍청한 시체가 아니라 저기 있는 먹잇감이었다.

“로저 시거. 내게서 도망쳤으면, 계속 숨어 살 것이지. 이곳에는 왜 나타났지? 제일 먼저 죽여버리고 싶잖아.”

오른손을 로저 시거에게 향했다.

마기가 내 의지를 알아채고는 알아서 손에 뭉쳤다.

그렇게 뭉친 기운을 그대로 발사했다.

파괴광선

보랏빛으로 빛나는 에너지 체가 로저 시거에게 날아갔다.

이대로 그의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다고 상상하니, 끊임없이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아쿠아 미러

파괴광선이 로저 시거에게 닿기 전에 거울 같은 것이 생겨나서는 파괴광선을 튕겨냈다.

잠깐 놀랐지만, 이내 떠올랐다.

저들은 마왕을 물리친 전설이기에 방금 일격에 죽는 것도 말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내게 반사했다고?”

튕겼던 파괴광선이 다른 곳에 있는 아쿠아 미러에 닿더니, 내게 쏘아졌다.

오른손에 힘을 준 후, 다가오는 파괴광선을 쳐냈지만, 저런 하찮은 벌레가 자신을 공격했다는 게 기분 나빠졌다.

“벨라. 네년부터 죽여야겠어.”

날개를 펼친 후, 파공음을 터뜨리며 벨라에게 날아갔다.

파괴광선은 튕겨낼 수 있었겠지만, 마기로 이루어진 이 힘은 어쩔 수 없을 거다.

그렇게 물의 기운과 함께 벨라를 갈라버리려고 할 때였다.

벨라 대신에 앞으로 나선 로저 시거가 거검으로 자신을 막아섰다.

카아아앙

“크윽…”

힘에서는 절대 밀리지 않을 용병왕 로저 시거가 뒤로 밀려났다.

자세히 보니, 그의 오른손이 의수로 이루어져 있었다.

“크하하하핫! 오른손도 없는 놈이 날 가로막다니 그거 하나는 가상하군.”

“앤드류…”

로저 시거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순간적으로 짜증이 치솟았다.

“늙탱이는 그냥 죽어 버려!!”

양손으로 마기의 채찍을 일으켜서 로저 시거에게 휘둘렀다.

이 정도의 힘이면, 로저 시거를 충분히 오체분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로저 시거는 마기로 이루어진 채찍에 상처를 입으면서도 거검을 휘둘러 치명상을 피하면서 점점 다가왔다.

그러더니, 지금까지 본 적 없던 오러를 일으켜서 휘둘렀다.

‘저건 위험하다.’

재빨리 뒤로 물러났지만, 오러의 끝이 가슴을 살짝 베어냈다.

생채기 정도밖에 나지 않는 상처였지만, 한 방울의 피가 떨어졌고, 그게 분노를 자아냈다.

“죽어!!”

마기 폭발로 로저 시거를 뒤로 튕겨냈다.

거검의 검면으로 마기 폭발을 막은 로저 시거는 낭패한 기색을 보이고 있었다.

확실한 마무리를 짓기 위해 마기로 이루어진 손톱을 세워서는 로저 시거에게 날아갔다.

“어이~ 너는 나랑 놀아야지.”

하유신의 목소리와 함께 눈앞에 황금빛 그늘이 졌다.

퍼억!

얼굴을 발등에 얻어맞고, 그대로 뒤로 날아갔다.

“크아아악!!”

아픔보다는 짜증이 치솟았다.

차라리 검에 베이는 게 낫지, 자신의 존귀한 얼굴에 발이 닿았다는 게 미치도록 화가 났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