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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182화 (182/300)

182화_암덩어리(1)

숲속에 덩그러니 별장 하나가 있었다.

이 별장은 멀리서 보기에 울창한 나무들이 가득한 숲처럼 보였고, 가까이 다가가면, 환상 마법으로 이 별장을 비켜 가게 만들어져 있었다.

그곳에서 양현도가 손톱을 깨물며 불안에 떨고 있었다.

“제길! 시간이 다 됐는데,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양현도는 손톱을 얼마나 깨물었는지 피가 스며 나오고 있을 정도였다.

맨정신으로 있을 수 없었던 양현도는 와인 냉장고에서 와인을 한 병 꺼내서 병나발을 불었다.

그렇게 와인 한 병이 다 비어갈 때쯤이었다.

똑똑. 똑똑똑. 똑똑. 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양현도의 정신이 번쩍들며, 취기가 날아갔다.

똑똑. 똑똑똑. 똑똑. 똑

2번, 3번, 2번, 1번.

이건 협조자들이 문을 열어 달라는 신호였다.

“드디어 왔구나.”

양현도는 서둘러 현관으로 달려가서는 문을 열려고 했다.

그때, 서늘한 감각이 들어서 창문으로 다가가 커텐을 살짝 들춰서 문가를 바라봤다.

어두운 밤인데도, 은빛 가면을 쓴 사람들이 문가에 몰려 있었다.

“젠장!! 이게 뭐야.”

급하게 몸을 돌린 양현도는 자신의 전 재산이 든 아공간 마법 주머니를 챙긴 후, 마지막 남은 텔레포트 스크롤을 사용했다.

그렇게 양현도가 빛이 되어 사라지자, 별장의 문이 열렸다.

은빛 가면에 두 개의 줄이 그어진 존재는 재빨리 양현도가 사라진 자리에 손을 올려서는 캐스팅하기 시작했다.

“찾았다. 서쪽으로 1km 떨어진 곳으로 텔레포트를 진행했다. 명령대로 앞으로 3일간 토끼 사냥을 시작한다.”

4기동대원들은 명령을 듣자마자 서둘러 별장을 벗어났다.

***

청계산 끝자락에 위치한 공공 시설의 최상위층에 13명의 사람이 모여 있었다.

그중 가장 상석에 앉아 있는 사람의 벽 뒤에는 로마 숫자로 큼지막하게 Ⅰ이 적혀 있었다.

그는 12명의 사람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다들 알고 있다시피 하유신이 영웅으로 나타난 후에 라이징 길드가 무너졌고, 어디서 정보가 샜는지 우리의 자금책들이 전부 무너지기 시작했다.”

상석에 앉아 있는 남성 이근택의 말에 모두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이근택의 바로 옆에 앉아서 자신의 손톱을 다듬기 바쁜 사제복의 남성이 날카롭게 다듬어진 검지 손톱을 바라보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이참에 자금책들을 싹 갈아 치우는 건 어때?”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에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1년 동안은 내가 자금을 대줄게. 그러니까 그렇게 하자.”

“김정태. 돈이 문제가 아니야. 우리의 존재감을 가려주면서 조용히 일을 처리할 사람들을 구하는 게 쉬운 것 같나?”

“걱정도 팔자다. 세상에 욕심 많은 놈들이 얼마나 넘치는데. 우리는 그중에서 가장 충성스럽고 개처럼 일 잘하는 놈을 교육하면 될 것 같은데?”

이근택이 표정을 굳히자, 김정태는 그가 고민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제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자신의 의견이 통할 거라고 생각하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말인데, 내가 이번에 새로 영입한 신도 중에서…”

하지만, 김정태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김정태. 거기까지만 해라. 한 번만 더 네 세력을 불리기 위해 머리를 굴리면 그대로 그 머리를 잘라 버리겠다.”

이근택의 무시무시한 발언이 이어졌다.

김정태는 속으로 뜨끔했지만,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여기서 고개를 숙이거나, 그런 낌새라도 보이면, 이근택의 날카로운 송곳니가 자신의 목을 물어 버릴 게 뻔했다.

그래서 별거 아닌 것처럼 배시시 웃었다.

“알았어. 알았어. 그럼 모두 한 명씩 추천해서 개인이 키우는 건 어때? 이건 괜찮지?”

“…좋다.”

이근택의 수락이 떨어지고 나서야, 다른 이들이 고개를 끄떡였다.

김정태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피부에 소름이 돋았다.

어떠한 의견도 내지 않고 그저 찬성만 하는 이들을 보니, 이근택의 무서움이 간접적으로나마 느껴지고 있었다.

“다음 안건이다. 우리의 귀가 되었던 4기동대가 갑자기 명령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고회경 현재 상황은 어떻지?”

이 자리에 모인 13명 중 유일한 여자인 고회경이 자리에서 일어나 보고했다.

“네. 확인해 본 결과. 저희가 위험인물로 지정한 4기동대 부대장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래? 그런데 왜 그들이 우리를 거부하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며 4기동대가 우리의 명령으로 하유신의 동태를 살피다가 부딪힌 거로 파악됐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 4기동대의 간부진들이 동원되었고, 현 상황이 되었습니다.”

김정태는 이근택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흥미로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이근택은 짧은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저건 무언가 고민하고 있다는 그만의 특유의 자세였다.

‘대체 4기동대 부대장 따위를 왜 이렇게 걱정하는 거지? 답답하네.’

“흠흠!”

헛기침해서 모두를 집중시킨 김정태가 입을 열었다.

“차라리 이참에 4기동대의 윗대가리를 싹 갈아 버리고 우리 쪽 사람들로 앉히는 건 어때?”

김정태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고회경에게서 들려왔다.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뭐가 쉬운 일이 아니야? 내가 도와줄게. 그리고 그게 안 되면 내가 세뇌라도 시켜주면 되잖아.”

자신만만하게 말했지만, 이근택에게서 비웃음이 들려왔다.

“네가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잘 모르는 모양이군. 그러니 그렇게 쉽게 말하지.”

“지금 들어온 거로 차별하는 거야? 내가 들어와서 13명을 맞춰서 우리도 세계의 전설들인 13명의 숫자를 맞췄는데?”

“틀린 말은 아니니 그건 넘어가 주지. 하지만, 오늘 자꾸 기어오르는군.”

“뭐? 기어 올라?”

순간적으로 화가 난 김정태가 책상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얼마 못 가 다시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대체 뭔 놈의 살기가 이렇게 강한 거야.’

호기롭게 외쳤지만, 몸은 진솔했다.

단지 이근택이 노려보는 것만으로 책상 밑에 숨겨진 김정태의 두 다리가 떨려왔다.

김정태는 자신의 입안 볼살을 깨물었다.

비릿한 피맛이 느껴지면서 정신이 들었고. 살짝 물러서기로 했다.

“그래. 그 잘난 이유나 한번 들어보자.”

하지만, 이근택은 이제 아예 김정태를 무시하고는 고회경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일단 하유신을 만나보고 싶군. 그가 4기동대와 대립하면 서로 공멸시키는 게 좋을 것 같고, 4기동대를 흡수했다면, 끌어들이고 싶어.”

탐욕에 물든 이근택의 모습에 김정태가 평소처럼 서슴없이 말을 내뱉었다.

“빠졌네. 빠졌어. 우리 이근택 1기동대장님께서 하유신이라는 영웅에게 빠졌어.”

김정태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이근택이 인상을 찌푸렸고, 살기가 솟구쳤다.

“그게 무슨 뜻이지?”

살기 때문에 움직이기 힘들었지만, 김정태는 여기서 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십만의 신도를 거슬리고 있는 김정태 교주야. 절대 이딴 놈들한테 질 수 없지.’

아까 깨문 볼살을 다시 한번 깨물어서 고통으로 살기에서 벗어나며 입을 열었다.

“아니. 1기동 대장님께서 하유신한테 빠진 게 아니면 왜? 그렇게까지 하유신을 처리하지 않는 건데?”

“내가 기어오르지 말라고 했을 텐데?”

“네.네. 전 이만 기어오르지 않고, 밑으로 꺼지겠습니다. 이제 곧 예배 시간이 다 돼서요.”

이 자리에 계속 있으면 오늘 볼살이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아서 김정태는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장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이근택이 인상을 찡그리다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저놈의 후임으로 교황청 소속인 하유신이 딱 좋을 것 같군.”

이근택의 말에 주위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 모습을 유심히 보던 이근택은 조용히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지금까지 멀쩡히 말하고 있던 11명의 1기동대원이 줄 잃은 마리오네트가 되어서는 그대로 쓰러졌다.

***

안인섭.

거대 언론사의 사회부 기자로, 처음 합격했을 때, 기자로서 투철한 정신을 살리기 위해 열심히 해왔다.

하지만, 점점 선배 기자들의 선민의식에 권태감을 느낄 때, 한 통의 메일을 받게 되었다.

[정말 간절해서 이렇게 보냅니다. 안인섭 기자님 저는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평범하다면 평범한 가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중략…… 제발 제 딸과 아내를 찾을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메일의 내용을 확인한 후, 여러 정보통을 통해 확인까지 거쳤다.

그러자, 꺼져가던 그의 기자 정신이 용솟음쳤다.

“잠입 취재다.”

안인섭 그는 자신의 능력인 [멘탈관리]를 믿었고, 조심히 사이비 종교에 발을 디뎠다.

하지만, 알지 못했다.

1년간 기자 생활을 하면서 자신 또한, 약간의 자만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헉헉. 여기까지는 오지 않겠지?”

제대로 옷도 갖춰 입지 못한 안인섭이 주위를 둘러봤다.

텔레비전에서나 봐오던 곳이었다.

길을 두고 양옆으로 논과 밭이 쭉 이어진 시골이었다.

그는 외길을 향해 쭉 달렸다.

“저기다! 저기 도망간다!!”

그때 누군가의 외침이 들렸고, 안인섭의 고개가 돌아갔다.

수많은 사람이 자신을 잡기 위해 뛰어오고 있었다.

“누가 좀 살려주세요!!”

의미 없는 외침이었다.

늦은 밤. 시골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줄 사람은 뒤쫓고 있던 사이비 종교인들뿐이었다.

그렇게 도망을 쳤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안인섭은 사이비 신도들에게 잡히고 말았다.

“네놈이 감히, 우리를 사이비 종교라고 기사를 쓰고 있었단 말이지?”

“죄송합니다. 살려주세요.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이미 늦었어. 방에서는 몰래 기사를 쓰고, 뒤에서는 우리 교주님을 모략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어. 뭐해? 혼쭐을 내줘라.”

안인섭은 정신이 없었다.

그들의 폭행은 무자비했고, 잔혹했다.

땅바닥에 자신의 피가 흩뜨려졌고, 몸 이곳저곳의 뼈가 부러진 것 같았지만,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거기다가 맞으면서 슬쩍 본 그들의 눈빛은 광기에 휩싸여 있었다.

“그만!”

사이비 종교의 전도사이자, 행동대장의 외침에 신도들의 폭행이 멈췄다.

“일어서라.”

그의 명령이 들렸지만, 일어날 수 없었다.

더는 도망치지 말라고 그들이 자신의 양 다리뼈부터 부러뜨렸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일어나지 않으면 또 어떤 폭행이 올지 몰라서 최대한 일어나려고 했지만, 몸이 말을 따르지 않았다.

“일으켜 세워!”

그제야, 주위에 있던 신도들이 자신을 양쪽으로 부축해서 일으켜 세웠다.

“안인섭. 너는 죽을 죄를 지었다.”

“사. 살려주십시오.”

“아니. 늦었어. 지옥에 떨어져 자신의 잘못을 뉘우쳐라.”

전도사가 품에서 사시미를 꺼낸 후, 조심히 다가왔다.

안인섭은 이게 자신이 최후라고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가이아시여. 제발 절 살려주세요.’

그때 이질적인 소리가 자신의 주위에서 울려 퍼졌다.

퍼퍼퍽

전도사의 칼이 무서워 계속 눈을 감고 있던 안인섭은 부축하는 자들의 팔이 풀리자마자 다시 자리에 쓰러졌다.

그리고 그때서야 눈을 떴다.

퍽퍽퍽!

한 인물이 적수공권으로 주위에 있던 신도들을 제압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그 모습을 보자, 안인섭은 다시 한번 속으로 가이아를 찾았다.

‘가이아시여. 이제 언제나 마음속으로 당신을 믿고 따르겠습니다.’

그렇게 안일섭이 지구의 신 가이아에게 신앙고백을 할 때였다.

남자의 주먹에 사시미를 잃은 전도사가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너 누구야? 누군데 감히 우리 일을 방해해?”

“나? 그냥 지나가던 사람이기는 한데, 그걸 묻는 게 아니지? 내 이름은 하유신이라고, 뭐 들어는 봤을 거야.”

전도사와 신도들은 하유신이라는 말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안일섭은 순간적으로 단순한 계산이 이루어졌다.

하유신. 지구의 영웅이자, 교황청의 인물.

교황청은 가이아의 종들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

‘가이아께서 날 버리지 않고, 신의 사자를 보내주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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