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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141화 (141/300)

141화_화공(1)

유신의 성격을 생각하면 충분히 오크들을 상대하러 떠날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볼뜨가 보기에는 유신은 아직 다 회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네르구이를 붙여놨는데, 같이 떠났다는 말에 믿을 수가 없었다.

“지금 어디까지 갔나? 아니 내가 찾으러 가봐야겠어.”

볼뜨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을 찾으러 가려고 하자, 부관이 종이를 꺼내 건네줬다.

“출발하시기 전 네르구이님이 전해달라 하셨습니다.”

서둘러 종이를 펼쳐 본 볼뜨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아니 볼뜨. 대체 무슨 내용이 적혀 있는 건가?”

바타르는 볼뜨에게서 종이를 빼앗듯이 가져온 후 내용을 살펴봤다.

[우리의 영웅 칼과 함께 오크들을 괴롭히고 아침에 오도록 하마. 그러니 네 성격에도 맞지 않게 남에게 피해를 강요하는 일은 그만하거라.]

네르구이는 확실히 볼뜨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걱정을 덜어주고자 이런 일을 벌인 건 알겠지만, 이건 이거대로 새로운 걱정거리였다.

“일단은 다시 진군할 오크들을 최소한의 피해로 막는 방법에 대해서 회의하도록 하겠습니다.”

***

어스름한 밤이 몰려왔다.

유신과 네르구이는 그레이트 울프를 타고 오크 군단 근처까지 다가갔다.

“정말 이 작전이 먹힌다는 건가?”

“네. 먹힐 겁니다.”

“모든 게 계획대로 된다고 하더라도 자네는 대체 어떻게 빠져나올 건가?”

“제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흐음…”

네르구이의 걱정에 유신이 미소를 지었다.

“정말 작전만 수행하고 빠져나올 겁니다. 그리고 제 무력을 아시지 않습니까? 이 한 몸 빠져나오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알겠네. 대신에 절대로 무리하지 말게.”

“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럼 제가 신호하면 잘 부탁드립니다.”

몸을 돌려 떠나려는 유신이 그레이트 울프를 돌아봤다.

그리고는 조심히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너도 아저씨 잘 지키고 있어. 돌아올 때 여건만 되면 통통한 오크 한 마리 잡아 올게.”

“헥헥헥.”

그레이트 울프는 유신의 말을 이해했는지 아니면 쓰다듬어 준 게 기분 좋았는지 연신 꼬리를 흔들었다.

“그럼 진짜로 다녀오겠습니다.”

그렇게 유신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실제로 사라진 건 아니었다.

인적이 드물고 오크들이 보이지 않은 곳으로 숨어든 유신은 아공간에서 아람을 꺼냈다.

귀여운 효과음과 함께 아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준비됐지?”

“흥~ 내가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는데… 난 대도깨비 출신인데….”

“그래. 그래 알았어. 잘 부탁할게.”

“겨우 이런 걸로 날 쓰다니…”

핀잔을 늘어놓는 아람의 모습에 유신이 과장되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겨우라니.”

“그러면 오크들한테 불 장난하는 게 정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거냐?”

“불장난이라니. 설마…오래 살았다면서 화공을 몰라?”

“화공의 시초는 우리 도깨비다.”

“그럼 왜 화공을 불장난이라고 말한 건데?”

“인간은 겨우 불장난 정도밖에 못하니 그렇다. 화공하면 우리 도깨비들이 제대로 보여줄 수 있지.”

유신은 아람의 말이 인간들을 무시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인상을 찡그렸다.

“솔직히 화공하면 삼국시대 적벽대전에서 제갈량의 화공이지. 화공으로 백만대군을 무찔렀다고 하는데.”

“흥! 제갈량이 누구 때문에 화공에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바로 우리 도깨비가 도와줘서 그렇다. 자! 인간 그러니까 네 머리에서 나온 그런 조잡한 화공을 쓰지 말고, 내가 좀 더 효율적이고 제대로 된 화공을 알려주마. 그러니까…”

아람이 자신이 생각한 화공에 대해서 설명하려고 할 때, 유신이 말을 잘랐다.

“아니. 괜찮아. 이번 작전은 내가 짠다.”

“그 방법은 너무 조잡하다.”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야지.”

“그건 먹어봐야 똥인지 된장인지 아는 방법이다.”

자꾸 아람이 자신의 작전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자, 유신은 어쩔 수 없이 유치하게 나가기로 결심했다.

“너 자꾸 그러면 선행 점수 안 준다.”

“…내가 지금까지 봤던 인간 중 네가 가장 쪼잔하고, 치사하다.”

“훗! 고마워.”

유신의 코웃음에 아람은 화가 났지만, 이 멍청한 인간과 계속 말싸움을 하기 싫어서 오크 대군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때, 유신이 아람을 불러 세웠다.

“자! 다시 설명한다. 네가 오른쪽, 내가 왼쪽을 맡는 거야.”

“그래 알았다.”

“선행 점수 안 준다고 해서 삐진 거야?”

빠직!

아람의 이마에서 힘줄이 돋아났지만, 이내 포기하고는 오크들이 있는 곳으로 몸을 돌렸다.

“됐다. 더 이상 말씨름하기 싫다. 먼저 간다.”

“자꾸 그러지 마, 우린 팀이잖아.”

“…팀…?”

팀이라는 소리에 아람은 포근하면서 간질간질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 시간은 아주 짧았고, 이내 고개를 털며, 처음 느끼는 기분에서 벗어났다.

“흥! 이번만 그 작전에 맞게 움직여주마.”

“그래. 고마워. 아 그리고 이거 가져가.”

“이게 뭐냐?”

“네가 도깨비불을 쓸 때 필요할 거야.”

“이…이건 마나석?”

도깨비 지식에서 마나석은 도깨비에게 기운을 북돋아 준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아람은 중급 마나석을 재빨리 갈무리했다.

“꼭 써야 한다.”

“이걸 쓰지 않아도 난 가능하다.”

“그래? 그걸 다 쓰면 상으로 선행 점수랑 상급 마나석을 주려고 했는데.”

“선행 점수 따위… 뭐? 잠깐만. 네가 어떻게 상급 마나석을 구한다는 거냐? 그런 거짓부렁……”

유신은 믿지 못하는 아람의 눈앞으로 상급 마나석을 꺼내 보여줬다.

솔직히 유신도 거인들의 도시로 돌아가기 전까지 더 이상 마나석을 구할 수 없었다.

그래도 혹시 모를 상황과 도깨비 지식 때문에 몇 개 챙겨 놔서 다행이었다.

“내…내놔라. 인간!”

아람은 지금까지의 모습과는 다르게 다급한 목소리로 유신에게 달려들었다.

유신은 그런 아람을 한 손으로 제지하면, 씽긋 미소 지었다.

“우선 중급 마나석으로 화공에 성공하면.”

“흥~ 이 도깨비 아람은 인간인 너보다 더 크고 화려하게 화공을 선보일 테니 인간은 가만히 앉아서 상급 마정석이나 닦아놔라.”

“오~ 그래? 그럼 내기 성립?”

“도깨비에게 내기를 걸다니 좋다.”

내기가 성립되자 그들 사이에 푸른 빛이 번쩍였다.

“그럼 인간. 내 불꽃놀이를 잘 보도록.”

“잠깐만!”

“또 뭐냐 인간?”

아람은 귀찮다는 표정을 여실히 보이며 돌아봤다.

“공평하게 해야지. 공평하게.”

유신은 그런 아람을 한 손에 쥐고는 포스를 주입했다.

“이 정도면 한동안 돌도끼가 될 일은 없을 거야. 그럼 건투를 빈다.”

“흥~ 벌써 질 핑계를 만드는군.”

“마음대로 생각해 다시 한번 말하지만, 식량은 태우면 안 돼.”

“걱정하지 마라. 나 아람이다.”

“그래. 그래. 파이팅이다!”

양손으로 파이팅 포즈까지 취한 유신이 아람을 향해 해맑은 미소를 지어줬다.

그 모습을 본 아람은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잠깐 유신을 유심히 바라봤다.

하지만, 이내 오크 군단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홀로 남은 유신은 아람이 사라지자, 그대로 자리에 쓰러졌다.

“우웩~”

한바탕 피를 쏟아낸 유신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아람에게 포스를 나눠줬지만, 지금 유신의 상태는 그렇게 좋지 않았다.

두 번의 환골탈태 때문에 튼튼해진 육체가 아니었으면, 진즉에 무너져도 골백번 무너질 상황이었다.

“그럼 나도 슬슬 움직일까?”

벌컥벌컥

아공간에서 무작정 붉은 포션을 꺼내 마셨다.

바드득

그리고 이를 가는 걸로 고통을 대신하며 유신 또한 오크 군단에 스며들었다.

***

도깨비가 배덕자가 되는 방법은 뭘까?

바로 마기를 받아들이는 거다.

그렇게 배덕자 도깨비가 되면 도깨비 규칙에서 많이 벗어나게 된다.

“순수한 마나석이었어. 마기가 섞인 지저분한 마정석이 아니라.”

아람은 손에 쥐고 있는 중급 마나석을 바라봤다.

보통의 도깨비들은 이 마나석을 쥐고 있거나 가공해서 사용한다.

하지만, 자신은 마나석의 능력을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건 바로.

꿀꺽

삼키는 거였다.

아직 아기 도깨비의 육체지만, 충분히 마나석을 삼킬 수 있었다.

마나석은 입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기체화되어서는 아람에게 흡수됐다.

“후후후~ 인간. 도깨비 지식에도 이 방법은 없을 거다.”

아람은 마나석의 기운을 자신의 성장에 투자했다.

하지만, 아직 아기 도깨비여서 한 번에 성장하는데 많은 기운을 투자하지는 못했다.

“그래. 인간을 이용하는 거야. 그래서 마나석을 꾸준히 공급받는 거지. 그게 내 성장에 도움이 될 테니까.”

아람은 자신을 보지 못하고 잠을 자는 오크들을 바라보다가 유신이 갔던 방향을 바라봤다.

인간들은 보통 도깨비를 두려워했다.

그래서 유신같은 돌연변이를 보자, 이상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었다.

“인간은 믿을 게 못 돼!”

지금까지 호기심을 가지고 지켜봤던 인간들의 끝이 대부분 좋지 못했다는 게 떠올랐다.

그래서 미련을 털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람은 자신의 몸을 관조했다.

아직 소화되지 않은 중급 마나석의 기운이 흩어지려고 했다.

흩어지려는 기운을 강제로 붙잡은 후 양손에 도깨비불을 피웠다.

“그럼 어디 실력 발휘를 해보실까!!”

애써 밝게 말한 아람이 도깨비불을 오크들에게 날렸다.

퍼펑

잠을 자던 오크들에게는 아닌 밤중에 불난리였다.

“취익 취익 불났다. 취익.”

보초를 서던 오크들은 깜짝 놀랐고, 잠을 자다가 일어난 오크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아무리 지능이 떨어지는 오크들이라도, 이 불이 자신들에게 해를 가한다는 걸 알고는 이내 끄려고 노력했다.

“취익! 물을 뿌려라. 취익!”

“취익. 물 없다. 취익!”

“그럼 흙이라도 뿌려. 취익!!”

“넌 왜 가만히 있냐? 취익 너도 해라. 취익!!”

“알았다. 취익!!”

계속 도깨비불을 날리던 아람은 오크들을 보며 깔깔 웃었다.

“역시 지능이 떨어지는 오크군. 백날 해봐라. 도깨비불이 그렇게 쉽게 꺼지나.”

아람의 도깨비불은 배고픈 승냥이처럼 오크들의 천막을 집어삼켰다.

하지만, 생각만큼 강한 위력이 아니라서 아람에게는 답답함만을 선사했다.

“조금만 더 기운을 써볼까?”

퍼퍼펑

화륵 화르륵

아람이 최상위 도깨비인 시절.

대부분의 도깨비에게 존경받았다.

거기다가 마족과의 전쟁에서는 최선두에 있었다.

그래서 마족과 이계에서는 아람을 두려워했다.

그런 대도깨비였던 아람이 아기 도깨비로 추락했다.

그 상실감은 말로 다 못했다.

“크하하하하~!! 오크들아 받아라. 내가 바로 대도깨비였던 아람이다!!”

하지만, 지금 중급 마나석 덕택에 몸 안에 도력이 가득했다.

예전 대도깨비 시절에는 이 정도 양은 간에 기별도 가지 않았었다.

지금은 아기 도깨비여서 마나석의 기운을 한 번에 다 소화하지 못했다.

그래서 쉽게 지치지 않았고, 끊임없이 도깨비불을 뿌려대고 있었다.

“이런이런 미련한 오크들이여~ 이 불은 그냥 꺼지지 않을 것이야. 너희들을 모두 활활 태워야지 꺼질 거야 하하핫!”

오크들의 격은 아람을 보지 못할 정도로 낮았다.

그래서 아람이 흥분한 모습을 오크들은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아람은 오랜만에 사용하는 기운에 취한 것도 있지만, 최근 스트레스가 가득 쌓여있었다.

돌도끼로 변해도 아람은 주위를 인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유신이 자꾸 자신을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거기서는 도력을 쌓을 수도 없고 너무나 심심했다.

어쩌다 한 번씩 꺼내는 걸 보니 평소에는 자신의 존재를 까먹고 있는 게 분명했다.

“인간을 죽여버리고 싶지만, 그게 안 되니, 너희들이라도 불타라~!!”

힘에 취해 아람은 흥분한 상태로 보였지만, 머릿속에서는 철저히 계산된 행동이었다.

‘중급 마나석의 기운을 절반 정도 썼는데,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아람은 자신이 만든 광경을 바라봤다.

아직도 오크들이 불을 끄려고 노력하지만, 제대로 끄지도 못했고, 불은 점점 커지고 있었다.

‘역시 단시간 안에 불을 지르는 건 우리 도깨비가 최고야. 나머지 기운은 차후에 도력으로 천천히 바꿔야겠어.’

그렇게 아람이 자화자찬에 빠져있을 때였다.

콰콰쾅 퍼펑!!

유신이 갔던 방향에서 폭발음이 들렸고, 지금까지 아람이 낸 불보다 더욱 크고 화려한 불이 솟구쳤다.

“인간!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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