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빼고 먼치킨-59화 (59/300)

59화_트윈 헤드 오우거(4)

트윈 헤드 오우거와의 대결이 끝난 후 우리 13기동 타격대에는 최대의 난제가 생겼다.

하유신은 과연 트윈 헤드 오우거와의 싸움에서 이겼나? 아니면 비겼나?

“그건 유신의 승리다.”

“철호 그게 말이 돼? 이건 누가 봐도 비긴 거야. 강문이 트윈 헤드 오우거의 방망이를 막아주지 않았다면, 막내는 죽었어.”

“대신 막아준 것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유신의 검이 트윈 헤드 오우거의 생명을 먼저 취했다.”

“아니 그러니까 강문이 안 막았으면, 유신은 죽었다니까!”

“유신이 죽기 전에 트윈 헤드 오우거가 먼저 죽었다.”

“자꾸 같은 말 반복하게 할래!!”

유호 선배가 방방 뛰며 철호 선배의 말에 답답해했다.

“자 잘 들어! 트윈 헤드 오우거는 목이 날아가도 잠시 살아 있었어. 그리고 목 없는 트윈 헤드 오우거의 방망이는 유신을 단 한방에 즉살시킬 수 있었고, 그러니까 이만 포기해.”

“먼저 죽인 건 유신이다.”

“트윈 헤드 오우거가 죽기 전에 유신이 죽을 뻔했다니까.”

철호 선배와 라이언 선배는 먼저 상대의 목을 날렸기 때문에 내가 이겼다고 주장했다.

유호 선배와 강문 선배는 트윈 헤드 오우거의 질긴 목숨으로 인해 내가 트윈 헤드 오우거의 방망이에 압살당할 수 있었다고 외쳤다.

솔직히 철호 선배와 라이언 선배의 편을 들고 싶었다.

그래야지, 이 악독 같은 훈련을 그만둘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저 소심한 선배들에게 어떤 식으로 당할지 몰랐기 때문에 나는 입에 지퍼를 채운 것처럼 조용히 있을 뿐이었다.

“헤이 브로들~ 그만들 해.”

갑자기 다리우스 선배가 끼어들어서는 중재를 하기 시작했다.

“다리우스 지금 내 편을 들어줘야지.”

“유호 브로~ 내게 좋은 생각이 있어서 그래.”

“응?”

다리우스 선배가 지금 이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말에 모두가 집중했다.

“그건 바로··· 다시 싸우면 되지!”

“네!!??”

다시 싸우라는 말에 놀란 사람은 다름 아닌 나였다.

“으흠. 좋다. 백번 양보해서 그렇게 하지.”

“무슨 양보씩이나··· 하여튼 나도 막내가 다시 싸우는 것에 찬성!!”

말도 안 되는 소리에 다른 선배들은 다리우스 선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다리우스 선배. 어떻게 다시 싸워요?”

“막내 브로~ 잘 들어. 우선 새로운 트윈 헤드 오우거를 찾아서 브로와 대결하는 방법. 그런데, 내기에서 진 유호가 화가 나 근처에 있는 트윈 헤드 오우거를 죽여버려서 이 방법은 패스~”

“잠깐만요. 선배 내기라니요?”

“그런 사소한 것은 잊어버려 브로~”

“네??”

“계속 설명할 게 브로~ 또 다른 방법으로 트윈 헤드 오우거를 언데드로 되살리는 거지. 근데 이것도 트윈 헤드 오우거의 시체가 멀쩡해야 하는데, 강문이랑 유호가 아작을 내놔서 이것도 패스~ 라스트로···”

“그러니까 다리우스 선배 무슨 내기를 하셨어요?”

나는 쉴 새 없이 내기에 대해서 물어보았지만, 다리우스 선배는 대꾸도 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했다.

“마지막 방법은 트윈 헤드 오우거와 비견되는 존재와 재대결을 하는 거지.”

다리우스 선배는 내 질문은 끝까지 무시하고, 아주 가볍게 재대결에 대해서 말했다.

하지만, 나는 이 대결이 무산될 거라는 걸 알고 있다.

오우거도 손쉽게 사냥하는 트윈 헤드 오우거와 엇비슷한 몬스터를 찾는 게 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끝까지 내기에 대해서 안 알려주실 거예요?”

“브로~ 내기는 그냥 깔끔하게 잊고, 브로는 싸우는 것만 생각해~”

소귀에 경 읽기라고 더는 말이 통하지 않자, 나는 모든 걸 포기했다.

“휴~ 그런데 그런 몬스터를 어떻게 바로 찾아요?”

“막내 브로~ 그건 걱정하지 마.”

“네?”

다리우스 선배가 자신의 듀라한을 가리켰다.

“바로 이 녀석이야. 브로~”

“듀라한이요?”

“예스~”

나와 몇 번의 대련을 했던 다리우스 선배의 듀라한은 묵묵히 나를 대신해 다음 작전지역으로 가는 길을 뚫고 있었다.

“듀라한이 그렇게 강한 몬스터였나요? 몬스터 백과사전에는 그렇게 안 나오던데···”

내 의문은 당연한 거였다.

듀라한은 언데드 몬스터 중에서는 상위권에 위치한 몬스터이기는 했다.

하지만, 아무리 상위권에 위치해 있다고 해도, 오우거보다 약하게 평가받는 게 듀라한이었다.

그러니까 오우거가 A등급이고, 트윈 헤드 오우거가 S등급이면, 듀라한은 A등급 하위 몬스터였다.

“다리우스 선배. 제가 지금까지 저 듀라한한테 이긴 적은 없지만, 제가 오러 터득한 것은 기억하시죠? 정말 그러다가 듀라한을 잃을 수도 있는데 괜찮겠어요?”

“오호~ 막내 브로~ 자신감이 넘치는데? 그럼 막내 브로도 찬성하는 걸로 하고, 모두 괜찮지?”

그렇게 반강제로 듀라한과의 대결이 성사됐다.

***

한국 지부의 북한 지역 점령 작전은 이렇다.

13기동 타격대를 포함한 침투조가 북한 지역으로 낙하 후 몬스터를 섬멸하고 전진한다.

기동대는 침투조가 지나간 지역으로 들어선 후, 남은 잔챙이 몬스터를 처리하며 정화작업을 개시한다.

그렇게 한국 지부는 소수의 침투조 도움으로 황해북도와 평양까지 전진했다.

한국 지부가 이렇게 올라오는 동안, 중국 지부는 세계 최대 인구에 걸맞게 수많은 인원을 동원했다.

중국 지부는 13인의 전설인 노사를 필두로 그의 제자들과 7만 명의 헌터와 3만 명의 협회 인원을 동원하여 베이징까지 진격하였다.

10만 명이나 되는 중국의 능력자들이 베이징을 포위했다.

그때 붉은색의 거대한 트레일러가 천천히 움직여서 포위망 뒤편에 멈춰 섰다.

트레일러의 문이 열렸고, 붉은색과 황금색으로 화려하게 치장된 장포를 입은 젊은 사내가 내렸다.

중국 헌터 협회 책임자와 중국 지부 대표는 사내가 트레일러를 다 내리기 전에 순식간에 사내 앞으로 다가와서는 고개를 숙였다.

“노사를 뵙습니다.”

“어디 불편한 데는 없었습니까?”

헌터 협회 책임자와 지부 대표가 화려한 복색의 젊은 사내에게 노사라고 말했다.

노사가 누구인가?

마왕을 물리치기 위해 떠난 300명의 결사대 중 살아남은 13명의 전설 중 한 명이며, 중국의 자랑이었다.

“나는 괜찮네.”

“언제든지 불편한 게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허허 이 늙은이가 반로환동을 해서 그런지 쑤시던 뼈마디가 이제는 정말 괜찮아졌어.”

“역시 노사이십니다.”

“그것보다 저기인가?”

노사가 가리키는 곳은 마기로 인해 어둠으로 뒤덮인 베이징의 천안문 광장이었다.

“네. 천안문 광장으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최소 A급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됐네. 나 혼자 가도록 하지.”

노사에 발언에 헌터 협회 대표가 지금이 기회라는 듯 자랑하듯 자신이 준비한 것을 말했다.

“혼자 들어가기에는 위험합니다. 그래서 저희 헌터 협회에서 S급 헌터 100명을 뽑아놨습니다. 그들과 같이 들어가시면 됩니다.”

헌터 협회 대표의 말에 주름 하나 없는 노사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 100명 안에 자네도 포함됐나?”

단번에 노사의 의도를 파악한 헌터 협회 대표는 비질 땀을 흘리며 고개를 숙였다.

“···저는 따로 할 일이 있어서···”

“에잉! 간부라는 놈이 하는 짓거리가 참으로 더럽구나.”

“······죄···죄송합니다.”

“중국의 자랑스러운 인재들을 이런 곳에 소비할 생각은 없다.”

“그래도 혹시나···”

헌터 협회 대표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노사를 설득했지만, 그게 도리어 노사를 화나게 했다.

“옛끼 이놈!”

노사가 헌터 협회 대표에게 불호령을 내리려고 할 때, 뒤에 있는 트레일러에서 청바지에 흰 티를 입은 십 대 후반 정도의 앳된 학생이 내려섰다.

“스승님 그만 고정하십시오.”

“이놈이 자신의 사리사욕 때문에 중국의 인재들을 헛된 죽음으로 몰아가려고 하는데, 내 어찌 참을 수 있을꼬!”

“그게 다 스승님이 중국의 자랑이라서 그런 거 아닙니까, 그만 화 푸십시오.”

“에이! 네 이놈! 내 막내 제자인 리우의 청이 아니었으면, 네 놈의 똥만 가득한 머리가 떨어졌을 것이야!!”

“···가···감사합니다.”

헌터 협회 대표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며 뒤로 물러났다.

노사는 그런 헌터 협회 대표를 보고는 혀를 차다가 자신의 막내 제자인 리우를 인자하게 바라봤다.

“막내야.”

“네 스승님.”

“네가 저기에 들어가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것 같으냐?”

리우는 노사의 말에 마기로 감싸져 있는 천안문 광장을 바라봤다.

“···제자가 부족하여 버티는 것만 한다면 겨우 10분이 한계인 것 같습니다.”

“맞다. 손자병법에도 지피지기 백전불태라고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고 했다. 스스로의 위치를 아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귀한 가르침. 잊지 않겠습니다.”

“저 마기라는 것은 아무리 등급이 높다고 하더라도 버티기 힘든 것이다. 마기가 뇌에 침투하면 내가 믿었던 동료의 칼에 죽을 수도 있단다.”

“···저는 아무리 스승님이 혼자라도 위험하다고 생각···죄송합니다. 제가 실언을 하였습니다.”

리우의 말에 노사는 아까와는 다르게 화를 내기보다 스승을 생각하는 마음씨에 대견함을 느꼈다.

“허허 내 최대한 빨리 처리하고 오마.”

“스승님 혹시나 제자의 걱정이 불민스럽다고는 하지만, 꼭 몸조심하십시오.”

“우리 막내 제자의 걱정 때문에라도 생채기 하나 나지 않을 터이니 걱정 말거라.”

노사는 천안문 광장의 마기를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신법을 사용해 단번에 뛰어들었다.

보라빛 마기로 쌓여있는 천안문 광장은 밖에서 보기에는 안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제 막 마기 안으로 들어온 노사는 일반적인 광장의 모습을 확인하고 마족을 찾기 위해 주위를 둘러봤다.

그때 사방팔방에서 마족의 소리가 들려왔다.

“크크큭 과연 여기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두고 보도록 할까?”

마족의 말이 끝나자 노사의 몸속으로 보랏빛 마기가 들어오려고 했다.

노사는 몸속의 충만한 내공으로 마기를 튕겨냈다.

“이딴 장난은 아해들이나 통하는 방법이네.”

“이번에는 좀 쎈 놈인가 보군.”

“언제까지 숨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그만 나오도록 하지.”

“크크큭 시간은 내 편이야.”

“맞네. 시간은 자네 편이지. 하지만, 그것도 아해들 한테나 통한다네.”

“역시 인간은 오만해!! 크크큭 그 오만 속에 미치는 것도 나쁘지 않지. 크크큭.”

“오만이라···”

마족의 말에 노사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마족에게 오만하다는 소리를 다 듣다니. 나도 오래 살기는 했어. 정말 나오지 않을 텐가?”

“······”

노사의 말에도 더는 마족의 말이 들려오지 않았다.

“그럼 오만한 건지 아닌지 직접 확인해 보도록 하세나.”

말을 끝낸 노사가 양손에 기를 모으더니 태극 모양을 만들기 시작했다.

태극이 음과 양으로 나뉘고 다시 태극으로 합쳐지더니, 주위에 있던 마기가 태극으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이···인간 지금 뭐하는 거냐? 빨리 그만두지 못할까!!”

마기가 사라지는 속도에 맞게 태극은 점점 그 크기를 키워나갔다.

보랏빛 마기가 있던 천안문 광장 위로 거대한 태극 문양이 생겨났다.

“이름도 밝히지 못할 정도로 약해 빠진 마족아!! 이게 오만인지, 실력인지 확인해봐라.”

노사가 태극 문양을 떠받치던 양손을 바닥을 향해 내리자, 공중에 떠 있던 태극이 천안문 광장으로 떨어졌다.

콰아앙!

천안문 광장에 모래 먼지가 피어났고, 천안문 앞에 있던 마족은 온몸이 짓눌린 채 칠공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노사는 피를 흘리고 있는 마족 앞으로 순식간에 도약한 후, 손날에 검강을 씌워서는 그대로 마족의 목을 날렸다.

마족은 두 눈을 부릅뜬 채로 점점 몸이 산화되어서 사라졌다.

그렇게 마족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마기가 가득한 하나의 뿔과 보라색의 마정석 하나만 남았다.

“허허 역시 예상대로 외뿔 마족이었어.”

노사는 마족의 뿔과 마정석을 챙길 생각도 하지 않고, 저 멀리 북한에 있을 김무혁을 떠올렸다.

“무혁이라면 벌써 처리했을 테고, 내게 잠시 맡기기로 한 새로운 13기동 타격대의 대원이 누구인지 벌써 기대가 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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