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화_듀라한(1)
포스 호흡법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명상과 내공심법에 비해 대중에게 알려진 게 적었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일반 사람들이 죽음의 위기를 겪을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보통 죽음의 위기를 겪는 사람들은 헌터들이고, 그중에서 극히 일부만 포스 능력을 개화하곤 했다.
그렇게 극소수가 포스를 개화하지만, 포스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몬스터의 땅으로 들어가 목숨을 건 사투를 벌여야 했다.
포스 능력을 키우고자 했던 많은 능력자가 죽었고, 그러다가 한 명의 능력자가 포스 호흡법을 개발했다.
포스 호흡법은 포스를 정순하게 만들면서, 포스 컨트롤을 비약적으로 늘리는 기술이었다.
위이이잉
유신은 대장에게 포스 호흡법을 배우고 처음으로 13기동 타격대 선배들 앞에서 검기를 만들었다.
“평소보다 포스 소모가 적네요?”
“당연하지. 포스 호흡법을 모르는 포스 사용자가 검기를 만들기 위해 10의 힘이 필요하다면, 포스 호흡법을 배운 사람은 숙련도의 차이가 있을 뿐 1~5의 힘만으로도 같은 검기를 만들 수 있어.”
“우와~ 호흡 몇 번 했다고 이게 가능해요?”
“그 호흡을 바탕으로 포스가 자연스럽게 컨트롤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시간 날 때마다 포스 호흡법을 운용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내가 큰 목소리로 대답하자, 강문 선배가 피식 웃었다.
“근데 너도 참 대단하다. 포스 호흡법도 모르는 상황에서 검기, 포스 대검, 포스막, 일점사, 그리고 풋~ 크흠. 스카이 블루 블레이드 샷이라는 기술을 쓰다니 크···크···크하하하.”
“강문 선배 제 블레이드 샷을 비웃지 마세요. 지금은 스카이 블루를 라는 명칭을 쓰지 못하지만 언젠가는 제대로 된 명칭으로 불리는 날이 올 겁니다.”
내가 목소리 높여 따지자, 강문 선배가 웃음을 참으려고 노력했다.
“크흐흠. 비웃기는 아냐~ 너어무 멋진 기술이라서 그래. 크흐흠.”
“···그냥 웃어요.”
“고맙다. 음하하하하하~ 기술명 좀 바꿔 크크크”
내가 포기한 어투로 말하자, 강문 선배는 끝내 참던 웃음을 터트리며, 눈가에 눈물이 글썽이도록 한껏 웃었다.
그렇게 강문 선배는 한참을 웃다가 진정이 되어가고 있을 때, 계속 자리에 앉아 있던 대장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유신아.”
“네. 대장님.”
“네가 들어온 지 얼마나 됐지?”
“1년 조금 넘었습니다.”
“그래. 1년 조금 넘었군. 그런데, 왜? 포스 호흡법을 몰랐지?”
“죄···죄송합니다. 제가 아직 많이 부족해서···”
나는 아직 모르는 것도 많고, 배워야 할 것도 많았다.
그런데, 이제는 동경의 대상이 되어버린 김무혁 대장의 말에 기가 죽어 목소리가 점점 기어들어 갈 수밖에 없었다.
“고개 들어. 널 탓하는 게 아니다.”
“네?”
“너희들!”
김무혁 대장의 말에 다른 선배들이 움찔했다.
“왜 유신이 오.늘.에.서.야. 포스 호흡법을 배우게 됐지? 유호!”
“신무가 먼저 교육을 하기로 해서 전 알려준 줄 알았습니다.”
유호 선배의 변명에 신무 선배가 기겁하며 펄쩍 뛰었다.
“무슨 소리냐! 난 대장이랑 임무 때문에 몇 달간 없었고, 나중에 교육했다. 그리고 유신이 포스 호흡법을 배우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면, 포스 자극 침술도 쓰지 않았을 거다.”
“시···신무 선배 그게 무슨 소리세요?”
“포스 자극 침술은 목숨을 걸어야 하고, 침을 밀어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포스 호흡법을 알아야 한다.”
나는 신무 선배의 말에 땀을 삐질 흘렸다.
그러니까 내 동의 없이 내가 죽을 뻔했다는 건가?
“그러니까 전 책임 소재 없습니다. 당연히 처음 교육한 사람 잘못이죠.”
“무~ 너무 한 거 아니야? 왜 내 잘못이야? 나만 교육했어? 철호도 했고, 다리우스도 했는데.”
“유호 브로~ 난 포스도 없어 브로~”
“난 공격과 방어만 가르쳤다.”
“솔직히 다 같이 교육했지. 누가···”
내 교육 문제로 선배들은 서로에게 책임 전가를 하면서 난장판이 되어 갔다.
“조용!”
대장의 단 한마디에 시끄러운 시장통이 순식간에 정적으로 바뀌었다.
“유신이의 교육 총책임자가 누구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모든 선배가 간접적인 눈빛과 직설적인 검지로 강문 선배를 가리켰다.
“강문이요.”
“강문 브로~입니다. 대장.”
“강문.”
“강문이 계획을 짰습니다.”
“나도 복귀하자마자 강문이 교육부터 시켰어요.”
난장판 때도 아무 말 없이 지켜보던 라이언 선배까지 첨언하자, 강문 선배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와~ 동료를 이렇게 쉽게 판다고? 어린 애들도 너희처럼 그렇게는 안 하겠다.”
한 번에 단합해서 강문 선배를 고자질하는 선배들을 보니 13기동 타격대의 단합력에 놀라면서 손쉽게 한 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니 약간의 회의감도 들었다.
“강문.”
“네 대장.”
“네가 설명하도록.”
“네.”
강문 선배는 대답하기 전에 13기동 타격대의 다른 선배들을 한번 쏘아봐 주고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흠흠. 이건 제 잘못도 있는 걸 인정합니다. 하지만, 정확히 따지면 우리 모두의 잘못입니다. 우선 교육을 담당했던 사람들 모두가 유신이 기본은 알고 있다고 생각한 잘못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원인 제공은 유신이 때문입니다.”
“네? 저요?”
갑자기 불똥이 내게 튀었다.
“유신이는 포스 호흡법을 배운 것처럼 포스 컨트롤을 능수능란하게 했습니다.”
“그게 무슨 문제가 되는 거지?”
“대장 그래서 유신이가 원인 제공자라는 겁니다. 제 눈으로 봤을 때도 포스 호흡법을 배운 초심자 이상의 포스 컨트롤을 보여줬습니다.”
“으흠···”
강문 선배의 말에 대장과 모든 선배가 설득당해 고개를 끄떡였다.
“막내 브로의 잘못이 맞군.”
“그래 유신이가 잘못했어.”
“너군.”
나에게 쏠린 화살은 과녁에 명중했고, 튀었던 불똥은 불꽃이 되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지?”
“뒤늦게라도 유신이의 재능을 찾았으니 제대로 교육해야지.”
“교육이라···그럼 앞으로도 계속 유신이의 교육을 맡기지.”
“네. 대장님.”
말로 모든 상황을 종결시킨 강문이 유신을 바라보면 씩 웃었다.
“유신아 이제야 저번에 말했던 특훈을 진행할 수 있겠다.”
“지금까지 특훈 아니었나요?”
“무슨 소리야 맛보기였지.”
***
듀라한.
한 손에는 자신의 잘린 머리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무기를 든 상급 언데드.
5대력 중 원소력의 한 분류인 신성력에 취약하다고 몬스터 대백과사전에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신성력이 있든 없든 저 듀라한은 다리우스 선배가 날 위해 직접 소환한 언데드다.
“막내 브로~ 이 녀석은 지금까지 상대했던 스켈레톤들과는 다를 거야.”
“···다리우스 선배. 아무리 특훈이라지만, 갑자기 난이도가 급상승한 건 아닌가요?”
“어쩔 수 없지~ 강문 브로가 지시한 상황이야. 그럼 스타트할게~”
“넵.”
예전이라면 듀라한과 대결에 겁부터 먹었을 거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13기동 타격대에 들어와서 대부분을 선배들과의 훈련으로 보내서 내가 그렇게 성장한 지 몰랐다.
그런데 이제는 달라졌다.
빌런과 싸우고, 몬스터들과의 전투로 인해 내가 약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 이제 나는 약하지 않다.’
나는 듀라한과 내 간격을 계산하고선 검병을 꽉 쥐었다.
‘3···2··1··· 지금’
선배들에게 나도 이제 한 명의 당당한 13기동 타격대원이라는 걸 보여줘야겠다.
다리우스 선배에게는 미안하지만, 단 일격에 듀라한을 처치하기로 마음먹고, 강한 기운을 담아 일격을 가했다.
챙
내 강렬한 의지와는 다르게 듀라한의 무기에 내 검은 손쉽게 막혔다.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약하지 않다.
오크 라이더 부대와의 전투에서도 승리했고, 약간의 도움을 받았지만, 숲의 제왕 오우거와의 싸움에서도 승리했고, 살아남았다.
그런데 내 일격이 듀라한의 무기에 너무나 허무하게 막혔다.
“막내 브로~ 뭔 생각을 그렇게 오래 해?”
다리우스 선배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지만, 이미 듀라한이 자신의 머리를 내게 휘두르고 있었다.
나는 급하게 왼손을 들어 방어했다.
퍼억~
아무리 왼손에 포스를 제때 싣지는 못했지만, 이건 무슨 쇠망치에 얻어맞은 충격이었다.
나는 다행히 넘어지지 않고, 도랑을 만들며 밀려났다.
일단 내가 약하고, 강하고는 나중에 생각할 문제다.
“후우~ 제가 잠깐 미쳤나 봅니다. 전투 중에 잡생각을 하고요.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내가 호기롭게 외칠 때 다리우스 선배가 듀라한을 잠시 멈췄다.
“막내 브로~ 이 듀라한을 잘 봐봐.”
잠깐의 여유가 생기자, 방금 방어했던 왼손이 욱신거렸지만, 애써 무시했다.
나는 다리우스 선배의 말대로 듀라한을 똑바로 바라봤다.
듀라한의 몸 주위로 검은 기운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검은 기운은 듀라한의 머리와 검 부분에서는 더욱 진하게 피어올랐다.
“막내 브로~ 이제 알겠어? 상위 몬스터는 우리 인간들이 정한 5대력처럼 다들 기운을 가지고 있어. 그러니까 이제부터 정말 조심해. 실수하는 순간 막내 브로는 죽을 수 있어~”
“······”
확실히 유사한 기운을 가지고 있다면, 듀라한이 내 혼신의 일격을 막은 게 이해됐다.
“정말 긴장하라고 브로~”
다리우스 선배가 한발 물러서며 핑거 스냅을 하자, 듀라한이 괴성을 지르며 다시 내게 달려들었다.
“우어어엉~”
이번에는 반대로 듀라한이 내게 검을 휘둘렀고, 나는 검기를 일으켜 듀라한의 검기를 막았다.
듀라한은 내가 자신의 검을 막을 줄 알았는지 자신의 머리를 재차 휘둘렀다.
같은 수에 두 번 당할 수 없기에 나는 검을 쥐고 있던 손목을 비틀어 듀라한의 검을 비켜나가게 하면서 듀라한에게 한 걸음 더 내디디며 듀라한의 머리를 피했다.
퍽~
쿠다당!
듀라한은 언데드 치고 똑똑한 놈이었다.
회피까지는 잘했지만, 서로 근접한 거리에서 듀라한이 차징을 할 줄은 몰랐다.
거기다가 이건 대련이 아니다.
내가 넘어진 상황에서 듀라한의 검이 내게 꽂히고 있었다.
일단 살고 봐야 하기 때문에 나는 몸을 굴려 듀라한의 검을 피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련을 실전처럼, 실전은 목숨을 걸고.’
유호 선배가 내게 처음 해줬던 말이었다.
지금까지 어떤 훈련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정말 목숨을 걸고 하는 훈련이 될 것 같다.
듀라한이 검을 들고 내게 달려오고 있다.
나는 뒤로 물러서며 탄검기를 날렸다.
쾅!
달려오던 듀라한이 멈춰서더니 자신의 머리를 들어 탄검기를 막았다.
“아무리 다리우스 선배의 언데드라고는 하지만, 자신의 약점인 머리를 방패로 쓰는 놈이 어디 있어!”
내가 외치는 와중에도 듀라한의 공격은 쉴 틈 없이 이어졌다.
나는 살기 위해 그리고 이기기 위해 모든 기술을 총동원해야 했다.
쇄애애액~
탱!
나는 라이언 선배가 알려준 일점술을 응용해 검을 찔러넣었다.
하지만, 듀라한은 대검의 옆면을 세워 일점술을 간단히 막아냈다.
콰르릉!
신무 선배의 포스 대검과는 다르지만, 나만의 포스 대검은 듀라한을 겨우 멈춰 세우기만 했다.
콰앙!
듀라한이 서로의 검이 부딪히는 타이밍에 맞게 또다시 자신의 머리를 휘둘렀다.
내가 회피하는 순간 기세는 듀라한으로 넘어갈 것이다.
이번에는 맞상대할 생각으로 왼손에 포스 막을 두텁게 두르고는 듀라한의 머리를 쳐냈다.
찌르르르
듀라한의 머리는 쳐냈지만, 내 왼손이 아려왔다.
“막내 브로~ 내 듀라한은 신체 중 가장 단단한 곳이 머리야. 그래서 약점이 없지.”
듀라한과 서로 검기를 뿜어내며 대결하는 와중에 다리우스 선배의 조언이 들려왔다.
그런데, 선배 조금 일찍 말해줬으면 방금 같은 무식한 방법을 사용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듀라한에게 내 공격들이 제대로 먹히지 않아, 내가 밀리는 와중에 무슨 이유에서인지 듀라한이 몸을 뒤로 피했다.
약간의 여유가 생기자, 지금이 기회라는 생각에 검에 포스를 밀어 넣었다.
듀라한은 내가 힘을 끌어모으는 동안 기다려준 다음에 내가 기술을 완성하자, 자신의 머리와 검을 풍차 돌리듯이 돌리며 내게 달려왔다.
“블레이드 샷!!”
콰아아아아왕!
엄청난 굉음과 함께 블레이드 샷과 듀라한이 맞부딪히자, 먼지구름이 피어올랐다.
포스를 가장 많이 잡아먹지만 그만큼 가장 강력한 내 기술인 블레이드 샷을 믿기에 나는 승리의 브이자를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쇄애액~
그때 먼지구름을 뚫고 듀라한이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나 자신의 머리로 내 머리를 내리찍었다.
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