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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53화 (53/300)

53화_마족의 뿔(2)

강문은 동굴에 들어서자마자 한 손으로 코를 막았다.

웬만한 능력자들보다 오감이 예민한 강문이기에 역겨운 마기의 향기에 절로 인상이 써질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가 강문의 후각을 자극하는 마기는 순도 높은 마기가 아니라, 이것저것 지저분한 불순물이 가득한 사기였다

‘사기까지 끌어 쓰는 마족이잖아. 시간 끌어봤자, 몸에 냄새만 배겠어.”

안 그래도 빠르게 움직이던 강문의 몸이 빛살이 되어 사라졌다.

그렇게 강문이 마족을 처리하기 위해 동굴로 들어갈 때, 가는 길목마다 마기에 적응한 몬스터들이 침입자를 막기 위해 가는 길목마다 지키고 서 있었다.

휘이잉~

강문은 마기에 적응한 몬스터들이 인식하기 전에 그들 옆을 빠른 속도로 지나쳤고, 그들은 강문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하고, 그저 무슨 바람이 불었다는 것만 인식하게 됐다.

강문이 지나가고 수 초 후, 동굴 입구 쪽을 바라보던 몬스터들이 경계를 서기 위해 몸을 살짝 움직였다.

투. 투툭.

앞 열에 있던 몬스터들을 시작으로 모든 몬스터들의 목이 떨어졌다.

마기에 적응한 몬스터는 일반적인 몬스터에 비해 최소 수 배는 강하다고 알려졌다.

그들이 강한 이유는 마기는 근육을 더욱 촘촘하게 만들어 근력을 상승시키고, 피부를 질기게 만들어 방어력을 상승시키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마기라는 고유 에너지 자체가 파괴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몬스터들은 마기를 활용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목이 떨어졌다.

“여기군.”

강문은 순식간에 동굴의 끝이자, 마족이 거주하고 있는 거대한 공동에 도착했다.

공동의 왼쪽에는 어떤 몬스터인지 모를 뼈가 쌓여 있었고, 오른쪽에는 채 썩지 않은 사체가 쌓여 있었다.

“취향 한번 고약하네. 빨리 나와 시간 없어.”

강문이 동굴의 끝이자, 가장 어두운 공간을 바라보며 외쳤지만, 아무런 말도, 반응도 없었다.

“귀찮게 하지 말고, 거기 있는 거 다 아니까. 시간 없···”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어두운 공간에서 마기가 솟구치더니 강문을 향해 채찍 형태로 휘둘러졌다.

채찍은 매섭게 쏘아졌지만, 강문은 대수롭지 않게 어두운 공간을 향해 격발했다.

타아아아앙~!

단 한 발의 총알이 마기로 이루어진 채찍을 분쇄했다.

평소의 강문이라면, 채찍이 분쇄된 다음에 바로 다음 총알을 마족의 이마 또는 심장에 쑤셔 박았을 것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에 강문은 다음 공격을 하지 않고,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강문에게 타격을 준 건 마족의 마기도, 공동에 깔려있는 사기도 그렇다고 방금 분쇄한 채찍도 아니었다.

동굴의 특성상 격발음은 크게 울렸고, 오감이 예민한 강문은 자신의 격발음에 도리어 신경이 거슬리게 됐고, 두 번째 총알을 발사하지 못한 것이었다.

“감히 이 피그리온님을 공격하다니. 인간치고는 그나마 한가닥 하는구나.”

어두운 공간에 숨어 있던 마족 피그리온은 인간에게 상처를 입었다는 것에 분노해 실체를 드러냈다.

창백한 피부에 가냘픈 몸매와 왼쪽 뿔이 오른쪽 뿔보다 더 작은 피그리온의 모습에 강문은 피식 웃고 말았다.

“뭐야? 뿔 잘린 반푼이에다가, 풀네임도 없는 최하급 마족이었어?”

“이익!! 인간! 이젠 후회해도 소용없다.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만들어주마!”

강문의 말은 피그리온의 성질을 돋웠고, 피그리온은 앞뒤 생각하지 않고 마기를 끌어 올렸다.

피그리온의 마기에 동굴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리면서, 붕괴하기 시작했다.

얼굴이 새빨개지도록 마기를 끌어 올린 피그리온은 자신의 실체를 일부 엿본 강문에게 마기와 사기가 뒤섞인 기운으로 압박을 가했다.

쿠쿠쿠쿵

순도 높은 마기가 아니지만, 인간에게는 마기나 사기나 둘 다 극성이기에 자신의 기운으로 벌레 터트리듯 터트려 버릴 생각이었다.

“뭘 사실이면서 흥분을 해.”

강문이 마족의 잡스러운 기운에 영향을 받지 않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자, 도리어 기운을 내뿜던 피그리온이 놀랐다.

“이···인간 어떻게 무사한 거지?”

“설마 이딴 기운에 내가 짓눌리기라고 하겠어? 아 그리고 제발 사기 좀 퍼트리지 마, 역한 냄새 때문에 머리까지 아파지려고 한다. 아무리 반푼이라지만, 마족이 사기까지 다루는 거 보면 정말 너도 갈 때까진 간 녀석이구나.”

피그리온은 강문의 짜증스러운 말에 화도 내지 못했다.

“어···어떻게 멀쩡한 거지?”

강문은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그저 총을 들어 겨냥했다.

총구가 자신에게 향하자 피그리온은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진정한 마족은 풀네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자신은 이 땅에 소환되고 자리를 잡은 이후, 단 한 번도 생명의 위협을 느낀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편하게 지내지도 않았다.

처음 자리를 잡았을 때, 인간들의 대규모 공격이 있었다.

그때 자신의 오만으로 인간들을 얕잡아보고, 마족의 상징인 뿔을 하나 잃었었다.

뿔이 잘리고, 절반의 마기가 손상되었지만, 생명의 위험을 느끼지는 않았다.

그저 분노에 사로잡혀 인간들을 몰살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앞에 있는 인간은 마기와 사기에 전혀 영향받지 않은 게 문제가 아니었다.

마족 특유의 본능으로 알 수 있다.

이 인간은 포식자다.

“유후~ 가만 보니까. 재밌는 뿔을 가지고 있네?”

강문이 유신에게 장난치기 전에 보여주던 미소에 피그리온은 두려움을 가지고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마기랑 사기가 섞인 뿔이라···좋았어!”

불길한 말을 내뱉은 강문은 총을 품에 집어넣고, 피그리온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덥석

갑자기 사라졌던 강문이 피그리온 코앞에 나타나 양쪽 뿔을 잡았다.

피그리온은 자신의 뿔을 잡고 마족보다 더 잔인하게 웃는 강문을 보고 겁에 질려 뒷걸음질 치려고 했지만, 뿔이 잡혀 있어 도망치지 못했다.

“걱정하지 마. 아픔은 순간이야.”

“이···인간 안 된다. 나는 뿔이 없으면···”

“이성을 잃고 마물이 된다고? 응 다 알고 있는 사실이야.”

“···어···어떻게···”

“내가 지금까지 뽑은 마족의 뿔만 기백이야.”

강문은 말을 끝내자마자 손을 힘을 줬다.

뿌드득! 뿌드득!

단번에 마족의 뿔을 뿌리째 뽑아 버린 강문은 마족의 피로 범벅이 된 양손에 각기 다른 마족의 뿔을 들고 만족한 듯 뒤로 물러났다.

“아···안 돼!!!”

꾸르륵 꾸르르륵!

뿔이 뽑힌 피그리온은 사방으로 마기와 사기를 뿜어냈고, 몸이 울룩불룩 솟아나더니, 점점 거대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지나자, 거대한 슬라임 모양에 잔주름이 가득한 마물이 되어 버린 피그리온이 괴성을 질렀다.

“크아아아앙~!!”

땅이 흔들렸고, 수천 년간 모양을 만들어왔던 종유석이 떨어졌으며, 동굴 천장이 무너지면서 먼지구름을 피웠다.

타앙! 타앙! 타앙!

언제 빼 들었는지 강문의 두 손에는 마족의 뿔은 사라졌고, 총이 들려있었다.

그렇게 강문은 자신의 귀를 기운으로 보호하며, 총격으로 동굴을 무너뜨리던 최하급 마족 피그리온을 영면에 들게 했다.

쿠르릉~

마물이 되어버린 피그리온은 손쉽게 해치웠지만, 뿔이 뽑히면서 내뿜었던 기운과 마물이 되어서 내뱉었던 피어 덕에 동굴은 실시간으로 무너져 내렸다.

“너무 여유 부렸나? 뭐 어쩔 수 없지.”

강문은 어깨를 으쓱이며 혼잣말을 내뱉고, 떨어지는 바위를 피해 동굴 입구를 향해 빛이 되어 사라졌다.

***

이 돌을 치우고, 저 돌을 치워도 무너져 내린 동굴의 잔해를 치우는 건 막막했다.

나는 동굴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강문 선배가 운 좋게 동굴의 빈틈을 발견해서 살아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강문 선배. 이렇게 가시면 안 돼요.”

포스까지 일으켜 돌을 치우고 있을 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가긴 누가 가?”

나는 목이 돌아갈 정도로 급하게 고개를 돌렸다.

소리가 들려온 곳에서는 강문 선배가 멀쩡한 모습으로 여유롭게 목걸이를 꺼내 1로 돌리고 있었다.

동굴이 무너졌는데, 살아있는 강문 선배의 모습이 믿기진 않았다.

내가 지금 헛것을 보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흙먼지 가득한 손으로 두 눈가를 비빈 후에 다시 바라봤다.

“강문 선배?”

“왜?”

“선배 어떻게 살아있어요?”

“오호~ 넌 내가 죽기 바랐던 거냐?”

평소의 나라면, 강문 선배의 말에 고개를 가로젓거나, 강한 부정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울컥하며 강문 선배에게 다가가 껴안았다.

“선배 정말 다행이에요. 살아계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평소와 다를 것 없이 내게 장난을 치는 강문 선배를 다시 마주하니, 내 두 눈가는 촉촉이 젖었다.

그렇게 감동적인 재회가 이루어지고 있을 때.

강문 선배가 날 집어던졌다.

쿠다당~

분명 강문 선배를 껴안고 있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땅바닥에 대자로 누워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흐르려고 했던 눈물이 쏘옥 들어갔고,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강문 선배에게 따졌다.

“아흐~ 뭐에요 선배!!”

“그럼 넌 뭐냐? 갑자기 징그럽게 껴안지를 않나. 울지를 않나. 어우~ 소름 돋아!”

“아 그건 당연히···”

“조용해! 더 이상 다가오지 마!!”

“네?”

“유신아. 난 선배고, 넌 후배야. 그리고 우린 같은···”

“선배 거기까지! 아무리 장난이라고 해도 거기까지. 더는 안 받아 줄 겁니다.”

“그래 알았다.”

내가 정색하자. 강문 선배는 더 놀리고 싶지만 참는 표정을 절실히 보여주며 입맛을 다시다가, 몸을 돌려 대장에게 다가갔다.

“대장 임무 완수했습니다. 우리 막내 유신이의 눈물이 아깝지만, 상처 하나 없이 처리하고 왔습니다.”

“목표는 어떤 상태였지?”

“풀네임도 없는 최하급 마족이었습니다. 거기다가 누구에게 당했는지 한쪽 뿔도 잘려있었고, 그 잘린 뿔을 복원하기 위해 마기를 모은 게 아니라, 사기를 이용해서 복원하고 있더라고요.”

“사기라··· 마족의 뿔 샘플을 알프레드에게 보내야겠군.”

대장은 말을 끝내고선 강문을 향해 손을 벌렸다.

강문은 대장의 펴진 손을 바라보며 짐짓 모른 척했다.

“대장 왜요?”

“···”

대장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강문을 빤히 바라봤다.

“안 돼요. 이렇게 희귀한 건 소장해야지. 그깟 연구 재료로 날려버릴 수 없어요.”

“알프레도.”

“네 그러니까요. 알프레도에게 넘어가면 이건 흔적도 없이 사라져요.”

“알프레도가 혼자 남기로 했던 조건이··· 연구 재료 조달 아니었나?”

“······”

“알프레도에게 누가 그 말을 꺼냈더라.”

“그냥 넘어가 주시면 안 돼요?”

강문의 애원에 대장이 잠시 고민하더니 뻗었던 손을 슥 내렸다.

“나는 그냥 넘어갈 수 있는데··· 다른 대원들은 과연?”

급하게 고개를 돌린 강문은 13기동 타격대를 바라봤다.

철호와 라이언은 강문과 대장의 대화에 아무런 관심이 없어 보였다.

유호와 신무는 강문에게 뜨거운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저번에 빌려줬던 드워프제 잭나이프가 참 좋더군.”

“무~ 겨우 그거야? 난 강문이 사용하지 않는 컬렉션이 좋던데.”

신무와 유호의 말에 강문이 인상을 찡그렸다.

“좋아··· 뭐 거기까지는··· 대신에 컬렉션은 100번대 이후 콜?”

“콜!”

강문은 쓰린 속을 부여잡으며 다리우스를 바라봤다.

다리우스가 끈적끈적한 눈빛으로 강문을 바라봤다.

“넌 뭘 원해?”

“강문 브로~ 우리의 우정에 내가 그냥 넘어가···”

말을 채 끝나기도 전에 강문은 대장에게 사기와 마기가 섞여 있는 마족의 뿔을 건네줬다.

“브로~ 우리의 신뢰가 그렇게 못 미더워?”

“다리우스 네가 제일 못 미더워. 나중에 뺏길 게 뻔하니 그냥 지금 대장한테 주는 게 나아.”

강문이 대장에게 뿔을 넘겨주자, 유호와 신무가 비밀을 지켜주는 전제로 받기로 한 물건을 받지 못하자, 아쉬워했다.

대장은 강문에게 받은 뿔을 아공간에 집어넣으며 13기동 타격대를 바라봤다.

“잘 생각했다. 그런데 하유신 대원의 교육을 누가 담당하지?”

“담당이 어디 있어요? 그냥 다 같이 하는 거죠.”

강문의 말에 김무혁 대장의 표정에 금이 갔다.

“왜요 대장 무슨 일 있어요?”

“포스 호흡법을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더군.”

“네에?!!”

강문의 놀람과 함께 13기동 타격대의 모든 대원이 유신을 바라봤다.

갑자기 자신에게 시선이 집중된 유신은 약간의 부담스러움을 느끼며 머리를 긁적였다.

“왜요 선배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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