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화_스카이 블루 블레이드 샷
아침 식사는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내가 의지를 불살랐고, 선배들의 격언과 조언들이 그 뒤를 이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전투 식량을 먹던 나는 마지막 한 숟가락을 남기고 드디어 내 의문을 풀기 위해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선배님 궁금한 게 있습니다.”
“뭔데?”
“제가 트윈 헤드 오우거에게 달려든 것까지는 기억이 있는데, 그 이후에는 아무런 기억이 없습니다.”
“아~ 그거? 내가 처리했어?”
“선배~”
나는 다시 한번 그윽하게 강문 선배를 바라봤다.
역시 선배는 내가 트윈 헤드 오우거와 싸우면 위험하다는 걸 알고 날 구하기 위해서 대신 싸웠을 거다.
아닌 척하면서 날 위해주는 건 역시 강문 선배뿐이었다.
“유신아.”
“네 강문 선배.”
“그런 눈으로 날 쳐다보지 말아라.”
“네?”
강문 선배가 자신의 양팔을 비비며 약간의 경멸이 담긴 눈으로 나를 쏘아봤다.
“징그럽다.”
“······”
역시 강문 선배가 날 위해주는 건 날 놀려먹기 위해서다.
“아 맞다. 유신아.”
“네.”
“오크라이더 사체는 따로 입금될 거다.”
“입금이라니요?”
“몬스터를 잡으면 부산물이 나오고, 그 부산물은 돈이 되잖아.”
“네?? 보통 기동대에서 잡은 몬스터는 국가에 귀속되는 거 아닌가요?”
“무슨 소리야 우리가 일반 기동대냐? 우린 13기동 타격대야. 그래서 우리가 잡은 건 우리 거지!”
“!!! 역시 제가 13기동 타격대에 들어온 건 제 평생 최고의 행운인 것 같습니다. 싸랑합니다. 선배님들!!”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돈이 그렇게 좋냐고.
그렇다면 나는 말할 것이다. 자본주의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는 역시 돈 아닌가요?
***
“하압!”
나무 뒤에 숨어있는 홉고블린을 일점술로 꿰뚫자, 수풀 사이에서 고블린들이 튀어나왔다.
장기전이 될 수 있기에 포스를 최소화하고, 검날에 맺혀있는 포스의 예기로만 고블린들을 베어 넘겼다.
예전과 비교해 보면 고블린들과의 전투는 손쉽게 끝낼 수 있다.
스스로가 참 많이 발전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사람은 역시 세치 혀를 조심해야 했다.
“막내 브로~ 고블린 상대하는데 시간이 너어무~ 오래 걸리는 거 아니야?”
“다음에는 더 빨리 끝내겠습니다.”
식사 시간, 내가 내 입으로 선두에 서겠다고 했다.
선배들은 나를 대견스럽게 여기고는 앞장세웠다.
선두에 선 나는 계속 공격해 오는 몬스터를 베어 넘기고, 쓰러트렸다.
단지, 선배들이 도와주지 않고 나 혼자 몬스터와 싸웠다는 게 다를 뿐이다.
그렇게 입에 단내가 날 때쯤, 내가 뱉은 말이 있어 도와 달라는 말도 못 하고 있을 때, 철호 선배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유신! 교대다!”
내 심정을 어찌 그리 잘 아는지 철호 선배가 선두를 교대해 주려고 했다.
“유신이가 직접 선두에 서겠다고 했는데, 그 마음을 그냥 넘기면 안 되지. 그리고 이것도 하나의 훈련인걸? 안 그래 유신아?”
“···맞습니다. 철호 선배. 마음은 감사하지만, 아직 괜찮습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 알겠다.”
철호 선배가 몸을 돌려 돌아갔다.
강문 선배 그렇게 안 봤는데, 나한테 삐진 게 확실하다.
이건 예측이 아니다. 확신이다.
그 이유는, 훈련이라는 명목으로 나를 계속 선두에 세우는 것은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후읍~”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다시 선두에 서서 수풀을 헤쳤다.
솔직히 선두에 서서 몬스터를 처치하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단지 언제 어디서 몬스터가 나타날 줄 모르기에 신경 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러니까 체력적으로는 문제없지만, 정신적 피로도가 굉장했다.
그렇게 또 한참을 가고 있을 때, 드디어 드넓은 평야가 나왔다.
그리고···
평야를 뒤덮는 몬스터가 대형을 갖추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울상을 한 채 뒤를 돌아 선배들을 바라봤다.
“선배 길을 잘못 든 것 같네요.”
백 마리의 오크 라이더를 물리칠 때는 이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천 단위가 넘어가니 이거는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니라, 압박감이 장난 아니었다.
“유신아~”
갑자기 불안하게 강문 선배가 나긋나긋하게 나를 불렀다.
“네. 강문 선배.”
“목표가 도망가기 전에 우리가 도착하려면 최단 거리로 가야겠지?”
“선배. 몇 분 일찍 가려다가 평생 일찍 갈 수도 있다잖아요.”
나는 동의를 구하는 눈빛으로 13기동 타격대의 다른 선배들을 둘러봤다.
유호 선배와 다리우스 선배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신무 선배와 라이언 선배 그리고, 철호 선배는 평소처럼 무표정함을.
대장은··· 모르겠다.
그래도 이거 하나는 명확했다.
선배들은 날 도와줄 생각이 없다.
“아침의 각오는 벌써 퇴색된 거야?”
평소라면은 그냥 넘길 수 있는 말이 어제의 사건도 있고, 아침의 각오 때문인지, 오늘따라 내 오기를 자극했다.
“일직선으로 뚫으면 될까요?”
“그래. 길 막는 애들만 잡아. 시간 없다.”
“넵.”
나는 긴장된 마음을 크게 심호흡해서 진정시키며, 몬스터 군단을 쭉 훑어봤다.
몬스터 군단은 숫자는 많지만, 대부분이 고블린과 코볼트 그리고 오크들이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트롤이나 오우거 같은 상위 몬스터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하위 몬스터라고 해도 숫자가 많으니 중압감이 나를 짓눌렀다.
하루 종일 여기 있어봤자, 바뀌는 건 없다.
그래. 매도 먼저 맞는 놈이 낫다고 했다.
“출발하겠습니다.”
대장과 선배들에게 대답이 들려오지는 않았지만, 딱히 대답을 듣고자 하는 말은 아니었다.
이건 스스로에게 거는 주문 같은 거다.
몬스터 군단과 부딪히기 전에 사용할 기술은 이미 생각했다.
평소의 나라면 발검술과 함께 선위를 무너뜨리겠지만, 첫 공격의 기회를 고작 몇 마리만 잡는 걸로 낭비할 수는 없었다.
챙
나는 검을 뽑아 들고 포스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이 기술은 선배들에게 배운 것을 짜깁기해서 만들었지만, 내 오리지널 기술이며, 특히 대군을 상대로는 충분한 파괴력을 낼 수 있을 거다.
포스 대검이 완성됐다.
나는 몬스터 군단에게 달려들며 멋들어지는 기술명과 함께 검을 휘둘렀다.
“스카이 블루 블레이드 샷~!!”
그렇게 스카이 블루 블레이드 샷은 내 검을 떠나 몬스터 군단의 선위 조금 뒤에 떨어졌다.
콰콰쾅!!!
스카이 블루 블레이드 샷의 폭발로 인해 몬스터 군단의 진형이 무너졌다.
어마어마한 위력에 나 또한 놀랐다.
나의 스카이 블루 블레이드 샷은 포스 대검 크기의 검기를 탄검기로 날리는 기술로, 날아간 검기가 무언가와 부딪히면 폭발하도록 조치를 취해 놨다.
그런데 예상외의 강력함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놀라는 것도 잠시뿐이고, 지금이 기회다.
“선배님들 빨리 따라오세요.”
내가 힘차게 앞으로 달려가는데, 뭔가 허전했다.
슬쩍 뒤를 돌아보니 대장과 선배들이 따라올 생각은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뭐 하세요? 빨리 오세요. 제 스카이 블루 블레이드 샷이 몬스터 군단의 진형을 무너뜨린 지금이 기회입니다.”
“푸하하하~!!”
“아이고 배야~!!”
“막···막내 브···푸훗 너무 멋있어. 하하하”
“하하하하 사내답군!”
“풋”
선배들이 갑자기 실성한 사람들처럼 웃음을 터트렸다.
“갑자기 왜 웃으시는 거예요? 무슨 일 있어요?”
“아··· 풋. 아니야.”
“우리 막내의 스카이 블루 블레이드 샷이 너무 멋있어서 그래. 크흐음···”
그때 지금까지 후위에서 가만히 있던 대장이 내게 다가와 어깨를 두드려줬다.
“기술에 명칭이 생기면 더 강한 위력을 발휘하기도 하지. 바로 지금처럼”
대장은 그 말과 함께 스카이 블루 블레이드 샷이 만든 곳을 가리켰다.
족히, 수십의 몬스터가 폭발에 휘말려 죽었고, 또 그에 버금가는 몬스터들이 상처를 입었다.
“그래도 기술명은 바꾸는 게 좋겠어. 음···이름이 중2병스러워서 그런 건 아니고, 기술명이 길면 외치기가 힘드니 말이야.”
대장은 돌려서 말했지만, 내 귓가에는 다른 말은 들어오지 않고, 단 하나의 말만이 귓가를 맴돌았다.
‘중2병스러워서, 중2병스러워서······’
나는 최대한 멋진 이름을 짓고 싶었는데···중2병스럽다고 했다.
“스카이 블루 블레이드 샷이 정말 중2병스럽나요?”
“아니 멋있다. 그리고 저들은 무시하도록 해라. 본인들이 작명 센스가 없기 때문에 그런 거다.”
응원의 목소리는 라이언 선배에게서 들려왔다.
생각해보니 13기동 타격대 모두가 웃을 때 유일하게 라이언 선배만이 내 기술명을 듣고 진중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유신이 너의 스카이 블루 블레이드 샷이라는 기술명은 정말 멋있게 지어졌다. 내 기술인 다크니스 쉐도우만큼 말이지.”
“감사합니다. 선배.”
예전 사건으로 인해 라이언 선배가 아직 나에게 꽁해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라이언 선배는 유일하게 나와 공감할 줄 아는 멋진 선배였다.
“기술명은 차후에 외치고, 일단은 목적지로 가는 게 우선이다.”
“네. 대장님.”
단, 한 명뿐이지만, 인정해 주는 사람이 있기에 나는 다시 마음을 가다듬으며 몬스터 군단을 바라봤다.
우리가 잠시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 벌써 선위에 새로운 몬스터가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부담은 되지만 어쩔 수 없이 다시 한번 스카이 블루 블레이드 샷을 사용해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다시 포스를 모으고 있을 때, 라이언 선배의 다크니스 쉐도우 라는 기술을 한번 보고 싶어졌다.
이름이 그렇게 멋진데, 정말 위력적인 기술일 거다.
“막내야 이번에는 기술명 자제 좀 부탁해. 웃겨서 따라가지를 못하겠다.”
“유신아 기술명은 속으로 알았지? 속으로”
“막내 브로~ 그냥 멋지게 외쳐!!”
유호, 강문, 다리우스 선배 이 세 명이 오늘따라 밉살스럽게 보였다.
미운 선배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지만, 힘없는 내가 반박하면, 그저 훈련과 대련이라는 명목의 구타 거리만 제공할 뿐이다.
이 분노를 풀 곳은 여기가 아니라, 바로 저기다.
몬스터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지금 내가 좀 많이 화났다.
하지만, 스카이 블루 블레이드 샷을 사용하게 되면, 분명 선배들의 놀림이 있을 거다.
그래서 이번에는 포스 대검을 만들고는 그대로 몬스터들에게 뛰어들었다.
“하압!!”
평소에 내가 쓰는 포스 대검은 한 번 휘두르면 포스 대검이 흩어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의식적으로 포스 대검의 포스를 흩어지지 않게 붙잡으며, 포스 대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포스 대검의 절삭력이 약해졌지만, 때리는 손맛이 생겨났다.
좌우에서 우로 포스 대검을 휘두르면,
우당탕탕탕~
몬스터들이 좌에서 우로 쓸려나갔고,
우에서 좌로 휘두르면,
퍼퍼퍼퍼퍽~
몬스터들이 우에서 좌로 무너졌다.
그렇게 몬스터들을 날려버리자, 타박상을 입은 몬스터들이 아직 멀쩡한 몬스터들의 앞길을 막게 됐고, 그 사이를 파고들며 더욱 전진할 수 있었다.
그렇게 달리다 보니, 포스 대검의 포스가 흩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아직 검에 남아있는 미약한 포스를 앞으로 뿌리며 마지막으로 탄검기를 날렸다.
콰콰쾅!!
스카이 블루 블레이드 샷은 완벽한 계산 하에 포스를 듬뿍 넣어서 날린 기술이어서 예상외의 파괴력을 선보였지만, 지금 날린 탄검기는 예상대로 위력이 약했다.
하지만 그 한방으로 적진 한가운데를 꿰뚫고, 반대편에 도착할 수 있었다.
“헤엑~ 헤엑~ 선배님들 빨리 벗어나야 할 것 같습니다.”
“아냐, 수고했어.”
“네?”
내 뒤를 바짝 따라온 선배들이 몬스터들에게서 벗어날 생각은 하지 않고, 몸을 돌렸다.
수많은 몬스터를 죽인 줄 알았는데, 워낙 수가 많다 보니,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몬스터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그때 라이언 선배가 몬스터들에게 한발 다가섰다.
“스카이 블루 블레이드 샷을 본 보답으로 내 오리지널 기술인 다크니스 쉐도우를 보여줄게.”
라이언 선배는 몸을 굽혀서 오른손바닥을 땅에 대고는 몬스터들을 노려보며 외쳤다.
“다크니스 쉐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