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화_지피지기(2)
아무리 훈련이라고는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죽을 수도 있다.
나는 아직 제대로 보이지 않는 몬스터에게 겁을 집어먹고 선배들에게 뛰어갔다.
그리고 멋지게 튕겨 나갔다.
“아이고 코야! 선배 실드가 절 튕겨내는데요?”
“당연한 거다. 방어막을 해체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못 들어온다.”
“그럼 어떻게 도와주실 건데요?”
내 말에 철호 선배가 의문을 표했다.
“유신이 너는 네 능력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게 무슨 소리세요?”
“너라면 승리를 쟁취할 수 있다는 소리다.”
“네?”
그러니까 철호 선배의 말은 내가 저 몬스터들과의 싸움에서 살 수 있고, 이길 수 있다는 소리인가?
“아니요. 전 못해요.”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혹시나 제가 실수해서 죽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죽는 거지 뭐.”
가만히 대화를 듣고 있던 강문 선배가 자신의 목숨이 아니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강문 선배 제 목숨이에요.”
“징징거리지 마. 지금까지 우리 임무 중에서 목숨을 걸지 않았던 건 한 번도 없었어. 네가 핑거붐을 잡을 때도, 빌런 오우거와 싸울 때도 그리고 마을 사람들을 지킬 때도 넌 언제나 목숨을 걸고 싸웠어.”
“······”
“유신아.”
“······네”
“강해지고 싶다며? 목표가 대장이라며?”
“······”
“우리가 언제까지 널 보호해 줄 수는 없어. 알았어?”
강문 선배의 무책임한 말에 화가 나고, 반박하고 싶었다. 하지만 모두 맞는 말이었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라는 말이 있다.
위험을 무릅쓰면 그 모든 것이 내 성장의 발판이 된다.
그리고 포스는 그렇게 내가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 살아남으면 발전을 하는 능력이었다.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선 지금까지의 겁쟁이의 모습이 아니라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외쳤다.
“13기동 타격대원 하유신! 임무를 완수하고 오겠습니다!!”
“그래 바로 그거야!”
다시 몬스터를 향해 몸을 돌리자, 때마침 달빛을 가린 구름이 지나갔다.
달빛에 지금까지 감춰줬던 몬스터의 존재가 보이기 시작했다.
몬스터는 그레이트 울프를 탄 오크 라이더였고, 그들이 나를 먹잇감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크르르르~”
나는 그레이트 울프의 으르렁거리는 소리에 맞춰 발걸음을 뗐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천천히 걷던 걸음이 점점 빨라지더니, 종국에는 포스를 다리에 활성화 시키면서 달렸다.
“취이익!”
선두에 있던 오크 라이더가 외치자, 다른 오크 라이더들이 나를 향해 달려왔다.
‘하유신 겁먹지 말고, 용기를 가지자!’
몬스터가 내 간격 안에 들어왔고, 나는 포스를 실은 발검술을 전개했다.
서걱
반경 5미터 이내가 포스로 인해 푸른 빛을 뿜어내며, 오크 라이더들의 몸을 절단했다.
선수는 잡았지만, 아직은 위험한 상황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포스를 아끼며 전투를 치르던 습관을 버리고, 선배들에게 배운 모든 기술을 활용해서 인류의 적을 격살하고자 최선을 다했다.
“강문! 유신이한테 꼭 그렇게 말했어야 해?”
“나도 이런 식으로 말하고 싶지는 않았어. 하지만 유신이는 본인의 능력을 너무 과소평가해.”
“그래도 좋게 좋게 말할 수 있잖아.”
“대장의 옛날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심하게 말하기는 했지.”
강문의 말에 철호는 아무런 부정도 하지 않고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떡였다.
“유신이는 자기 자신의 가치를 알아야 해. 안 그러면 언젠가는 대장처럼 호구가 될 수 있어.”
“그렇게 말하니 일리가 있군. 어떤 식으로 교육할 건데?”
“우선 훈련 항목에 정신 교육도 넣어야겠어.”
“알겠다. 최대한 돕도록 하지.”
서걱
마지막 남은 오크 라이더와 그레이트 울프가 양분되며 땅에 쓰러졌다.
“하아~ 하악~”
나는 거친 호흡을 내뱉으며 매서운 눈으로 다른 몬스터가 없는지 주위를 둘러봤다.
살아있는 몬스터는 단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고, 대지는 온통 붉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하하···하하하···”
몬스터들의 사체 사이에서 나는 실성한 사람처럼 웃었다.
선배들의 말이 맞았다.
13기동 타격대에 들어와서 이제야 내 가치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한 시간.
백여 마리의 오크 라이더를 베어낸 시간이었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무리로 뭉치면 B급 이상의 취급을 받는 오크 라이더 무리를 잡았다.
‘그래! 나는 약하지 않아.’
내가 스스로의 가치를 파악해 나가고 있을 때, 뒤에서 강문 선배의 목소리가 들렸다.
“포스는 얼마나 남았지?”
왜 남아 있는 포스 양을 물어보는지 모르겠지만, 후배로서 선배에게 대답하는 건 당연하기에 남은 포스 양을 체크 해봤다.
“3분의 1정도 남았습니다.”
“그래? 그럼 조금 더 해야겠네?”
“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숲 일각이 무너지며 오우거가 나타났다.
“크아아앙!!”
그래 포스도 3분의 1정도 남았고, 저번에 3마리의 오우거도 이긴 전적이 있는 나다.
한 마리의 오우거쯤···이야?
“크아아앙!”
“크아아앙!”
오우거가 한 마리는 한 마리인데··· 머리가 두 개였다.
“트···트윈 헤드 오우거?!”
일반 오우거는 S급으로 분류되는데, 트윈 헤드 오우거는 SS급으로 분류된다.
이 돌연변이 오우거는 얼굴은 두 개면서 힘은 보통 오우거보다 3배, 민첩성은 2배 빠르다고 몬스터 사전에 나와 있었다.
거기다가 본능에 움직이는 오우거와는 다르게 머리가 두 개여서 약간의 지능도 있다고 했다.
“난 할 수 있다.”
나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검술가의 주문을 되뇌었다.
그래. 방금까지 백여 마리의 오크 라이더를 베어낸 나다.
자신감이 붙을 때로 붙은 나는 포스 대검을 만들어서 다가오는 트윈 헤드 오우거에게 달려들었다.
“처참히 짓밟혀라!!”
그리고 내 기억은 거기서 끊어졌다.
유신을 기절시킨 건 트윈 헤드 오우거가 아니라, 강문이었다.
언제 다가왔는지, 강문이 유신을 기절시킨 후 부축하고 있었다.
“유신이 네가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바뀐 건 좋은데, 왜 중간이 없냐? 아휴~”
한숨을 쉬던 강문이 유신을 부축한 채 뒤로 몸을 날렸다.
쾅!!
트윈 헤드 오우거는 방금까지 강문과 유신이 있던 자리에 자신의 주먹을 꽂아 넣었고, 그곳에 작은 크레이터가 만들어졌다.
단 한걸음에 실드 앞까지 후퇴한 강문은 유신을 조심히 내려놓고는 어깨를 풀며 트윈 헤드 오우거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오랜만에 몸 좀 풀어 볼까?”
트윈 헤드 오우거는 자신의 일격을 피했던 인간이 겁 없이 다가오자, 피어를 발사했다.
“크아아앙!!”
“크아아앙!!”
트윈 헤드 오우거의 2채널 피어에 강문은 미간을 조금 찌푸리며, 양손으로 귀를 막았다.
“내가 말이야. 시각, 청각이 남들보다 너무 예민하거든. 그러니까 좀 조용히 해!”
강문은 아직 피어를 내뱉고 있는 트윈 헤드 오우거에게 달려들었다.
남들이 보면 순간이동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빠르게 접근한 강문이 트윈 헤드 오우거의 어깨를 발을 이용해 내려차기로 찍어 눌렀다.
쾅!
단 한 방에 트윈 헤드 오우거의 피어는 끊겼고,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강문이 백텀블링을 해서 땅에 내려선 다음 트윈 헤드 오우거의 가슴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쾅!
무언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트윈 헤드 오우거가 두 얼굴에서 침을 질질 흘리며 날아갔고, 강문이 재차 쫓아가 연속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강문의 주먹질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살과 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아니었다.
일격 일격이 트윈 헤드 오우거에게 적중될 때마다, 폭탄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쾅! 쾅! 쾅!
머리, 어깨, 가슴, 복부, XX 등 다양한 부위에 타격을 허용한 트윈 헤드 오우거는 양 입가에 거품을 물었다.
그 거품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피거품이 되었고, 트윈 헤드 오우거는 그렇게 맞아 죽었다.
“아휴~ 오랜만에 주먹을 쓰니까 정말 개운하네.”
강문은 트윈 헤드 오우거의 발목을 잡아 들고는 철호가 있는 곳까지 끌고 왔다.
“이거 꽤 비싸게 팔리겠지?”
“아직 지구는 트윈 헤드 오우거의 사체를 제대로 다룰 기술이 부족하다.”
“그럼 나중에 팔지 뭐.”
아공간을 연 강문은 트윈 헤드 오우거의 사체를 대수롭지 않게 던져 넣었다.
그때 컨테이너 사무실의 문이 열리며 다리우스가 걸어 나왔다.
“도깨비 브로가 거짓말은 하지 않았어. 도깨비가 준 GPS랑 패밀리어의 마나 연결점이 같은 곳을 향하고 있어.”
“오케이 좋았어. 그런데 말이야 다리우스.”
“왜 브로?”
“몹 몰이하라니까 왜 트윈 헤드 오우거를 데려와? 하마터면 유신의 목숨이 위험할 뻔했잖아.”
다리우스는 강문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강문 브로~ 트윈 헤드 오우거라니?”
“네가 데리고 온 거 아니야?”
“난 강문 브로가 말한 데로 우리 애들한테 오크 라이더만 데리고 오라고 했는데?”
“그럼 그냥 나타난 놈인가?”
“그건 내가 불렀다.”
언제 나왔는지 무혁이 컨테이너 사무실 문 앞에 서 있었다.
“대장이요?”
“응 그 정도는 돼야 훈련이 될 것 같았거든.”
“대장··· 대체 없는 능력이 뭐예요?”
무혁은 턱을 괴며 곰곰이 생각하다가 아무렇지도 않게 툭 내뱉었다.
“애인 만드는 능력?”
“대장. 그거 별거 아닙니다.”
“······”
“······”
철호를 제외한 모든 대원이 침묵에 빠졌다.
***
어젯밤의 전투가 무색하게 평소처럼 아침은 밝아왔다.
13기동 타격대의 컨테이너 사무실 한쪽 구석에서 유신이 잠을 자고 있는데, 어제의 치열한 전투와는 별개로 깔끔한 전투복에 멀끔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잠을 자던 유신은 무슨 꿈을 꾸는지 음흉한 표정으로 입술을 삐죽삐죽 내밀다가, 갑자기 겁에 질린 표정으로 바뀌며 식은땀을 흘렸다.
“아아악~!!”
악몽(?)에서 깨어난 유신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주위를 둘러봤다.
익숙한 물건들과 평소처럼 더러운 13기동 타격대의 컨테이너 사무실이었다.
안도감에 한숨을 쉰 유신이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목덜미를 부여잡았다.
“아흐~ 왜 이렇게 아프지?”
뻐근한 목덜미를 주무르다 보니 어젯밤이 떠올랐다.
13기동 타격대에 들어와 처음으로 강문 선배에게 혼났다.
생각해보면 충분히 혼날 만도 했다.
포스를 얻기 전에는 어떻게 해서든 강해지고 싶었다.
그런데 포스를 얻은 후로 강해지고자 하는 열망이 약해졌다.
아니 약해지기보다는 한편으로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만족했던 것 같았다.
“그런데 내가 왜 여기 있지? 어제 분명 트윈 헤드 오우거에게 달려들었는데?”
그 뒤를 생각해보려고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나지 않았다.
“설마?”
강문 선배에게 혼난 것도 오크 라이더를 물리친 것도 모두가 꿈이었던 건가? 하지만 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생생했다.
내 의문을 풀기 위해서는 역시 물어보는 게 제일이기에 선배들을 찾아 사무실 밖으로 나가려고 했는데, 다리우스 선배 책상 위에 죽은 까마귀가 놓여 있었다.
“그래. 꿈이 아니었어.”
급하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니 선배들이 치사하게 나 빼고 식사를 하고 있었다.
“막내 일어났어? 빨리 와서 한 숟가락 해.”
“브로~ 막내가 너무 늦게 일어나는 거 아니야?”
외국은 분명 평등 관계라고 했는데, 다리우스 선배를 보고 있으면, 외국인이 아니라 한국 사람이 다 된 것 같았다.
“헤헤~ 다음부터는 일찍 일어나겠습니다.”
나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선배들에게 다가가 의자를 꺼내 자리에 앉고는 전투 식량을 열었다.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는 전투 식량을 한 숟가락 뜨려고 하는데, 뒤늦게 강문 선배가 맞은편에 앉아 있는 걸 알게 됐다.
나는 숟가락을 다시 내려놓고 강문 선배에게 무슨 말을 먼저 꺼내야 할지 고민했다.
‘사과해야 할까? 아니면 아무 일 없다는 식으로 평소처럼 대화할까?’
결심이 서자, 숟가락을 내려놓고,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강문 선배. 어제는 제가 많이 부족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지도편달 부탁드립니다.”
나는 어제 오크 라이더들을 상대하기 전에 비겁했고, 용기가 없었다.
그런 날 일깨워준 게 강문 선배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평소와 다를 게 없이 대화한다는 건 너무 비겁했다.
13기동 타격대원이기 이전에 한 명의 인간으로서 내가 잘못한 것은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만 일어나. 나도 좋게 말한 건 아니고, 강압적으로 한 것도 있는데 뭐~”
“선배~”
허리를 굽힌 상태에서 고개를 살짝 들어 강문 선배를 바라봤다.
역시 강문 선배는 대인배이시다.
“빨리 밥 먹어. 오늘은 좀 멀리 가야 하니까.”
“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나는 자리에 앉아 재빠르게 전투 식량을 입에 욱여넣었다.
전투 식량은 아직 식지 않고, 뜨거워서 입천장이 데었지만, 아픔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크 라이더를 상대하면서 스스로의 강함을 알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평소처럼 후회했다.
역시 사람은 함부로 말하면 안 됐다. 말하기 전에 최소 3번은 머릿속으로 생각이라는 걸 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