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아기곰이 너무 강함-252화 (252/300)

EP.252 어쩌면 나… 조금 강한 걸지도?

- 크릉?

나와 눈이 마주친 것은 여섯 개의 다리와 시커먼 비늘을 가진 도마뱀이었다.

척 보기에도 비늘이 제법 단단해 보이는 것이, 방어력이 높은 타입의 몬스터가 분명했다.

‘마침 잘됐네. 그걸 실험해 볼 수 있겠어.’

무기도 없이, 마법조차 쓰지 않고 맨몸으로 달려드는 인간의 모습에, 녀석은 혀를 낼름거리며 살짝 고개를 돌렸다.

마치 ‘뭐야, 이 미친 자식은’이라고 말하는 것 같은 반응.

‘간다!’

나는 망설임 없이 녀석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고,

- 콰드득!

뭔가가 깨지는 듯한 감촉이 손을 타고 전해지며 검은 도마뱀의 두개골이 그대로 부서졌다.

‘어, 엄마야!’

몽둥이나 흑염대웅신검을 활용할 때보다 몇 배는 더 생생한 그 감촉에, 나도 모르게 입에서 비명이 새어 나올 뻔했다.

‘으, 민봉식 이 무식한 놈······. 여태 어떻게 맨손으로 몬스터를 처리하고 다닌 거지?’

아프지는 않지만, 손을 타고 전해지는 느낌이 상당히 찝찝하다.

꼭 맨손으로 엄청 커다란 벌레를······.

‘으으으, 안돼. 생각하지 말자.’

다시는 이런 짓 하지 말아야지.

설마 무기 없이 몬스터를 때려잡는 게, 이런 감촉일 줄은 몰랐다.

“오, 오오! 수하!”

“아우우웅!”

한편, 너무나도 손쉽게 몬스터를 때려잡는 나의 모습에 곰돌이 형제는 솜방망이를 두드려대며 기뻐했다.

‘역시, 드래곤 스케일하고 곰강불괴는 중복 적용이 되는 거구나.’

내가 확인해 보고 싶었던 것은 간단했다.

연구문제 1. 드래곤 스케일과 곰강불괴는 시너지 효과가 있는가?

결과는 ‘그렇다’였다.

현재 드래곤 스케일의 등급은 C, 곰강불괴의 등급은 B.

만일 두 개의 스킬이 별개로 적용된다면, 이렇게 쉽게 C급 몬스터의 머리통을 박살 내지는 못했을 거다.

물론 능력치는 엄연한 S급 수준이니 C급 정도야 쉽게 때려잡는 게 당연하지만, 상당히 힘을 빼고 때렸으니까.

최소한 주먹이 얼얼한 느낌 정도는 들어야 정상이겠지.

‘그래도 좀 당혹스럽네······.’

대충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내 몸이 너무 단단해서 놀랐다.

어쩌면 A급 몬스터에게 두들겨 맞아도 멀쩡할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데미지를 받을수록 등급이 상승하는 스킬이니까, 열심히 맞다보면 자동으로 더 튼튼해지겠지.

‘어쩌면 나······. 조금 강한 걸지도?’

후후! 실전 경험이 부족해서 그렇지, 스킬이랑 능력치만큼은 당당한 SS급 헌터, 김수하라고!

- 크르륵!

- 크륵!

첫 번째 놈의 뚝배기가 깨지자, 주위에 있던 몬스터들이 하나둘 눈을 번득이며 나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좋아, 그럼 두 번째 실험으로 넘어가 볼까?’

첫 번째 실험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나는 곧바로 두 번째 실험을 감행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연구 문제 2. 이주혁 씨의 저격 능력은 제대로 활용되고 있는가?

내가 보기에, 이주혁 씨는 자신의 능력을 백 퍼센트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백 퍼센트는커녕, 절반이나 제대로 쓰고 있으려나?

원체 허약 체질이라 자기가 쏜 화살의 반동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나, 근접전 능력이 답이 없는 건 둘째치고, 저격수로서의 능력도 반쪽에 불과하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감각 강화 스킬이나 탐지 스킬이 등급이 너무 낮다고 했지.’

이강혁 씨의 말에 따르면, 이주혁 씨는 스킬의 사거리보다 탐지 범위가 좁은, 매우 비효율적인 스킬 조합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일정 범위를 넘어가면 정확도를 담보할 수 없어서 산탄 형태로 사격을 하는 거라고.

‘가장 좋은 건 탐지 능력을 강화시켜 주는 거지만······.’

나처럼 꿀태창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게 그렇게 쉽게 될 리가 없지.

아무나 나처럼 쉽게 능력치를 올리고 스킬을 올릴 수 있다면, S급 헌터 아닌 사람이 없을 거다.

[ 고미, 네 능력으로 몬스터 위치를 파악해서 이주혁 씨한테 눈에 안 보이는 걸 맞춰보라고 해줘. ]

[ 우웅? 수하, 하지만 매번 내가 위치를 정해 줄 수는 없지 않느냐? 게다가 실전에서는······. ]

특별 교관님은 곧바로 나의 훈련 방식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 괜찮아. 우리한테는 웅톡방이 있잖아. ]

그 정도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지.

[ 오, 오오! 그렇구나! 수수깡 녀석을 웅톡방에 초대한다면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곳으로 화살을 날릴 수가 있겠구나! ]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자, 아기곰의 감탄 섞인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렸다.

굳이 고개를 돌려 확인하지 않아도, 녀석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알 것 같다.

아마 신이 나서 솜방망이를 두드리며 꼬리를 빙글빙글 돌려대고 있겠지.

[ 그럼 우선 가장 멀리 있는 몬스터 근처에 화살을 쏴달라고 해줘. 가능하면 죽이지는 말고, 내 쪽으로 몬스터들을 유인해줘. ]

이어지는 나의 요구에, 아기곰은 또다시 의문이 가득한 목소리로 전음을 보내왔다.

[ 우웅? 어째서 그런 짓을 하는 것이냐? ]

[ 확인해 보고 싶은 게 있어서 그래. ]

[ 호오······. 알겠느니라. ]

곰강불괴와 드래곤 스케일의 시너지는 이미 확인했다.

그렇다면 이제 ‘만천화웅’의 위력을 확인할 차례다.

덤으로 C급 마정석도 한 번에 끌어모으고.

- 쉭!

다음 순간, 새하얀 화살이 긴 꼬리를 그리며 열두 시 방향으로 날아갔다.

- 쉭!

그리고 한 발, 또 한 발······.

[ 어때, 고미? 원하는 데 떨어지고 있어? ]

같은 방향으로 연달아 세 발.

다만 고미가 정해준 곳에 정확히 화살을 쏘고 있는 건지는 확인할 길이 없었다.

일단 고미가 어디에 쏘라고 지시했는지부터 알 수 없으니까.

[ 호오······. 이 녀석, 아주 희한한 능력을 가지고 있구나. 어째서 제 눈으로는 확인도 못 하면서 이리도 정확히 쏠 수 있는 것이냐? ]

하지만 고미의 반응으로 보아, 대충 성공적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덤으로 내 가설이 맞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고.

역시 이주혁 씨는 자기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250미터 밖에 있는 표적을 맞출 능력은 있는데, 눈이 나빠서 250미터 밖에 있는 표적지를 볼 수가 없는 사람이라고 해야 하나.

하여튼, 여러모로 골 때리는 사람이다.

[ 어느 정도야? ]

[ 이 몸이 정해준 표적에서 거의 세 보 이내로 정확히 화살을 쏘는구나. 조금만 더 훈련을 하면 제법 쓸만한 전력이 될 것 같다. ]

좋아, 이걸로 연구문제 2의 실험 결과도 성공.

모든 게 순조롭군.

[ 그럼 계속 몬스터를 끌어 들여줘. ]

[ 알겠느니라! ]

고미에게 전음을 보낸 후, 나는 곧바로 흑염대웅신검을 꺼내 들었다.

다만, 흑염룡의 불꽃을 쓰거나 할 생각은 아니었다.

그냥 몬스터를 손으로 때려잡을 때 느껴지는 감촉이 싫어서 검을 쓰는 것 뿐이니까.

“자, 덤벼라!”

라면처럼 구불구불한 쇠막대를 손에 들자, 검의 달인 스킬이 활성화되며 몸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 퍽!

- 퍼벅!

나는 놈들의 공격을 피하지 않고 일부러 맞아주었다.

“크으······.”

생각보다 아프네.

[ 수하! 무, 무슨 짓이냐? ]

검은 도마뱀 무리에게 둘러싸여 무기력하게 집단 구타(?)를 당하는 내 모습에, 당황한 아기곰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웅웅 울려댔다.

[ 괜찮아, 계속해줘. ]

나는 가볍게 검을 휘둘러 길을 막고 있는 도마뱀 하나를 해치운 뒤 앞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 지금 맞아둬야 해. 맞아야 곰강불괴 스킬 레벨이 오른단 말이야. ]

[ 하, 하지만······. ]

[ 괜찮아, 이강혁 씨 몽둥이가 훨씬 아파. ]

그래, 검성의 몽둥이에 비하면 이 정도는 달달하지.

가끔 급소에 공격이 들어오면 제법 얼얼하지만, 충분히 맞을만 하다.

하지만 이주혁 씨의 화살이 날아간 방향에서 나를 향해 달려오는 몬스터 떼를 보는 순간······.

‘자, 잠깐. 이, 이건 좀 아니지 않아?’

찬물을 끼얹은 듯 온몸이 싸늘하게 식었다.

[ 수, 수하! 견딜 수 있겠느냐?! ]

······.

선생님, 아무리 곰강불괴라도 이건 못 견디죠.

‘하나, 둘······.’

한눈에 보기에도 수십이 넘는 숫자에, 검은 도마뱀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는 덩치.

등급과 무관하게 본능적인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사이즈와 생김새.

지금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는 건······. 전차를 연상케 하는 덩치를 가진 검은 물소 떼였다.

‘안되지, 아무리 그래도 저놈들을 상대로 맷집 단련하려다가는 정말로 뼈도 못 추리지.’

이에 나는 잽싸게 실험 3으로 넘어가기로 결정을 내렸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당당히 얻어맞고 강해지겠다고 선언하지 않았냐고?

혹시 싸이코 패스냐?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사람한테 수십 마리의 물소 떼에게 짓밟히라고 할 수 있냐.

남일이라고 그렇게 쉽게 말하는 거 아니다.

< 만천화웅(SS)를 사용합니다. >

다급히 만천화웅을 발동하자,

< 대상을 선택해 주십시오. >

기대와는 다른 메시지가 떠올랐다.

‘뭐, 뭐야 이게!’

그 사이, 커다란 물소 떼가 바위처럼 단단한 근육을 꿈틀거리며 빠르게 나를 향해 달려왔다.

‘튀, 튀자!’

< 허곰답보(A)를 활성화 합니다. >

작전상 후퇴다!

물론 흑염대웅신검과 곰기를 활용하면 얼마든지 쉽게 처리할 수 있지만, 그럼 실험을 못 하잖아!

‘아오, 뭐가 이렇게 꼬이냐!’

본래 내 계획은 이곳에 있는 몬스터를 한 곳에 모은 다음 나의 ‘만천화웅’으로 멋지게 쓸어버리는 것이었다.

만천화웅의 위력도 확인하고, 겸사겸사 C급 마정석도 모으고.

하지만 막상 만천화웅을 발동하자, 꿀태창은 대상을 선택하라는 이상한 소리나 지껄이고 있으니······.

[ 우, 우웅!? 수하! 어째서 달아나는 것이냐! 진정한 곰은 결코 적에게 등을 보이는 법이 없느니라! ]

[ 잠깐만 기다려 줘! 아직 몬스터가 다 모이지 않은 것 같아! ]

자, 빨리 머리를 굴려보자.

만천화웅은 허곰섭물과 비슷한 거지.

그리고 고미가 만천화웅을 사용할 때는······.

‘그래! 그거구나!’

슈퍼 아기곰이 히드라를 잡을 때의 모습을 떠올린 나는 곧바로 주위에 널려있는 돌들을 향해 허곰섭물을 사용했고,

- 덜걱, 덜걱, 덜걱······.

회백색의 돌덩이가 분분히 하늘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역시, 이거였어.’

고미 정도 되면 자신의 기를 뭉쳐서 탄환으로 삼을 수 있지만, 나는 아직 그 수준이 아니라는 거지.

- 으, 음머?!

- 무우우?!

위대한 곰······. 아니, 아니지.

SS급 헌터의 기가 깃든 주먹만한 돌들이 폭풍처럼 몰아치는 광경에, 미친 듯이 달려오던 물소 떼들은 주춤거리며 방향을 돌리려 했다.

[ 오오! 수하, 드디어 너도 만천화웅을 쓸 수 있게 되었구나! 어서, 어서! 저놈들에게 위대한 곰의 힘을 보여다오! ]

제자의 성장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그 광경에, 아기곰의 목소리는 흥분으로 물들었다.

심지어 나의 만천화웅을 조금 더 확실히 눈에 담고 싶었는지, 곧장 하늘로 날아올라 나와 물소 떼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에 자리를 잡기까지 했다.

“그럼 간다!”

- 콰우우웅!

힘찬 기합과 함께 손을 휘두르자, 벽력과도 같은 소리와 함께 시커먼 돌덩이가 폭우처럼 물소 떼의 머리 위로 날아들었다.

- 무, 무우우!

- 으, 음머어어!

물소 떼는 물론이고 주변의 지형을 바꿔버릴 정도로 엄청난 위력.

“워어······.”

상상을 초월하는 만천화웅의 위력에, 나의 입에서는 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이걸 진짜 내가 한 거냐······.

[ 오, 오오! 수하! 제법 쓸만한 만천화웅이구나! ]

심지어 칭찬에 인색한 아기곰 선생마저 솜방망이를 두드리며 나를 칭찬했다.

한가지 문제는, 고작 한 번 만천화웅을 사용한 것만으로 상당한 양의 기가 소모되는 것 같다는 점이었다.

‘함부로 쓰면 안되겠네.’

하긴,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 개에 달하는 물건에 직접 기를 불어넣어서 사용하는 공격인데, 체력 소모가 적은 게 이상한 거지.

새삼 이런 공격을 몇 번이나 연달아 퍼부을 수 있는 슈퍼 아기곰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이 든다.

‘게다가 고미의 만천화웅은 나보다 몇 배는 더 크고, 강하니까.’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고미의 강함을 이해할 수 없게 된다.

대체 어떻게 하면 저렇게 강해질 수 있는 걸까?

< 축하합니다. 새로운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

바로 그때, 또다시 퀘스트 완료 메시지가 떠올랐다.

‘뭐지? 또 히든 퀘스트인가?’

하지만 꿀태창을 확인하기도 전에 방금 쓰러진 물소 떼 반대편에서 또 한 무리의 몬스터가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잘됐네.’

좋다, 기왕 이렇게 된 김에 곧바로 실험 4로 넘어가자.

연구문제 4. 나는 시스템 창 없이도 불도장을 사용할 수 있는가.

이제 그 답을 알아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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