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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老兵)은 죽지 않는다, 단지 쥬지육림을 꾸릴 뿐이다-110화 (110/151)

〈 110화 〉 110화 탈출 ­1­

* * *

“크으..., 크으으으윽...!”

‘털썩’

인간을 벗어난 것이 명백한 노인을 쓰러뜨린 것은 좋았지만, 그 결과로써 한스의 전신은 보노보노였다.

“이럴 때가 아닌데... 으으윽!”

살짝 움직이기만 하더라도 전신을 통해서 퍼지는 격통, 몸을 익혀버릴 것만 같은 열기와 날카로운 물건으로 전신을 찌르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고통이 한스의 전신을 잠식하고 있었다.

“으윽!”

‘우당탕탕’

한스는 조금이라도 빨리 목조 건물의 밖으로 벗어나려고 걸음을 옮겼다, 고통으로 인해 균형을 잡는 간단한 일조차 어려워진 그의 몸은 결국 바닥에 인정사정없이 격돌하고 말았다.

“으으윽...!”

냉기가 피어오르는 차가운 바닥에 누워서 가쁜 숨을 몰아쉬기를 몇 분간 반복하자, 한스는 몸이 약간 움직일 정도가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슨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이 장소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왜 이렇게 된 것인지는 빠져나간 후에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 한스는 최대한 빨리 움직였다, 하지만 평상시와는 다르게 느릿하기 짝이 없었다.

‘터벅터벅’

‘이런 속도로 가다가는 아가씨들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한스는 조금이라도 빨리 걷기 위해서 힘을 썼지만 약간 빨라질 뿐이었다.

‘우드득’

무방비한 상태인 한스의 귀에 나무 바닥에 압력이 전해져서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스는 당장이라도 대응 가능하게 자세를 잡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화아악’

“큭!”

갑자기 나타나는 사람의 그림자에 한스는 대응하지도 못했다, 자신의 몸에 날아올 공격을 예상하며 긴장의 수위를 끌어올리던 한스의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한스!”

“아, 아가씨?, 어째서 아직도 이곳에 계신겁니까!”

한스는 멀쩡하지 않은 상태로도 큰 목소리로 외쳤다, 그의 기세에 눌린 가르시아는 웅얼거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자매들을 놔두고 어떻게 가라는 거예요?”

“으으..., 맞습니다..., 하지만...”

“하지만도 뭣도 없어요, 자매들은 목숨만큼 소중하니까요.”

“후우..., 알겠습니다.”

한스는 하얀악마의 근처에 있는 가르시아의 자매들에게 시선을 잠깐 향했다, 그리고 곤란했다, 그녀들 또한 자신과 만났을 때의 가르시아와 마찬가지로 천조각 하나 걸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응?”

‘스스슥’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듯한 얼굴인데...’

한스는 하얀악마와 쌍둥이의 뒤로 숨으려고 하는 소녀의 모습에서 왠지 자주 마주쳤던 누군가의 모습을 발견했다.

‘아차, 이럴 때가 아니었지.’

한스는 바깥으로 향하는 출구로 몸을 돌리면서 가르시아에게 말했다.

“이럴 때가 아닙니다 아가씨, 한시라도 빨리 상단으로..., 으으윽!”

“괘, 괜찮아요 한스?”

“크후우우우우..., 큭!, 괘, 괜찮습니다.”

한스는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을 보이면서도 괜찮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르시아는 그의 말을 애초부터 믿지 않았었다.

“하나도 안 괜찮잖아!, 이럴 때가 아니라 쉬어야...”

‘텁’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어?, 어?!”

가르시아가 한스의 넓은 등에 손을 살짝 갖다대자 한스는 목이 찢어져라 고통에 가득찬 비명을 내질렀다,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상황을 한스는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지만 전신으로 날카로운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고통이 퍼지자 도저히 비명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이정도로 아픈데 어딜 가겠다는 건가요 한스?”

“크으으윽..., 저보다는 아가씨들을 마리우스님께 바래다 드려야..., 끄흐으으윽!”

가르시아가 살짝 두들겼음에도 불구하고 전신으로 퍼지는 격한 고통에 한스는 숨을 못 쉴 정도로 고통스러워했다,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가르시아에게 쌍둥이가 말했다.

“오빠 말이 맞아.”

“도망치지 않는다고 해서 좋은 일은 없어 언니.”

“그건 그렇지만...”

가르시아는 잠시 고민을 했다, 쌍둥이의 말마따나 여기에 있으면 나쁜 일만 있을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녀는 결단을 내렸다.

“그럼 너희들 옷이나 준비해서 나가자.”

“오빠한테 달라붙으면 필요없어.”

“찰싹 달라붙으면 괜찮아.”

“얘, 얘들도 참!”

가르시아는 처녀로써 창피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를 태연하게 내뱉는 쌍둥이들에게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절반 정도는 농담이겠지만 나머지 절반이 진심이라는 것을 잘 알고 기에 가르시아는 쌍둥이에게 한스를 돌보게 하고, 우물쭈물 거리고 있는 자신의 동생에게 말했다.

“옷 챙기러 가자 제니스.”

“어?”

자신이 호명되자 당황한 표정을 짓는 제니스를 보고 가르시아는 그녀가 쌍둥이와 비슷한 생각을 했다고 지레짐작했다.

“그대로 갈거야?”

“그, 그건 아니야...”

“그럼 빨리 갔다 오자, 어딘가에 몇 벌 정도는 놔뒀을거야.”

“...으, 응.”

가르시아의 뒤를 제니스라고 불린 소녀가 자신의 나신을 스쳐지나가는 차가운 바람에 흠칫흠칫 놀라면서 쫓아가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던 쌍둥이는 한스가 숨을 제대로 쉬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하면서 주위의 동향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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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해 언니.”

“이런 것 밖에 없었어?”

“나보고 너무 그러지마 얘들아, 나도 기왕이면 제대로 된 옷을 찾고 싶었어.”

“하아..., 언니한테 기대한 우리가 바보지.”

“언니라면 이런 옷을 좋다고 입겠지만 우리는 아니야, 알아줬으면 좋겠어 언니.”

“그, 그래, 내가 다음부터는 조심할테니까 이번만 봐줘렴, 응?”

“착한 우리가 봐줄게.”

“다음은 없어 언니, 알겠지?”

“으, 응.”

‘이것들이 진짜아아아아아아!’

가르시아는 당장이라도 고함을 지르면서 쌍둥이에게 분노의 철권을 휘두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또 다시 사교도가 온다면 자신들의 힘으로는 대항하기 힘들기에 참았다, 그녀가 화를 꾹꾹 눌러서 참는 것을 쌍둥이도 눈치 채고 있는지, 히죽거리면서 다음은 무슨 장난을 칠까 하고 작당을 하는 모습이 가르시아의 눈에 비춰졌다.

“한스, 한스!”

한번 불러도 좀처럼 정신을 차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한스를 가르시아는 강하게 다시 한번 불렀다, 그러자 한스의 닫힌 눈썹이 파르르 떨리면서 멍한 눈이 가르시아에게 향했다.

“으윽...!, 가르시아 아가씨 준비는 끝났습니까?”

“뭐...,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끝났어요.”

한스는 그녀의 등 뒤에 있는 쌍둥이와 제니스를 흘끗 바라봤다, 그녀들은 옷이라고 부르기에는 민망한 천조각을 걸치고 있었다, 젖가슴과 고간부만을 가리는 천조각이라도 걸치지 않은 것보다는 나았지만, 그녀들의 얼굴에는 영 미덥지 못하다는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어쩔 수 없었어요, 옷이라고 할 것이 저런 천쪼가리 밖에 없었는걸요.”

“으으..., 알고 있습니다, 가르시아 아가씨가 최선을 다했으니 저런 물건이라도 건졌겠죠.”

“뭐, 그건 그렇다고 하고 이동해요, 갈 수 있겠어요?”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고 나니까 좀 나아졌습니다, 안십하십시오.”

“자, 거들어 줄테니까 얼른 일어나요.”

“감사합니다 아가씨, 큭!”

한스는 아까보다는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얼굴의 근육을 통제하기 힘들 정도로 강렬한 고통이 몰려오는 것을 느끼면서 간신히 일어섰다, 가르시아가 자신의 몸보다 거대한 한스를 제대로 부축하지 못한 것도 한몫했다, 그 상황을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하얀악마가 한스를 부축했다.

“조심해서 나가봐요.”

“사교도들의 세가 조금 줄었으면 좋겠습니다만...”

“누가 오기라도 했나요?”

“아닙니다.”

한스의 혼잣말에 가르시아는 설마하는 심정으로 물어봤다, 하지만 그녀에게 이종족이 도우러 와줬다는 말을 도무지 할 수 없던 한스는 아니라고 말하고는 걸음을 옮기는 데에 집중했다.

‘터벅터벅’

“끄아아아아악!”

“도망쳐어어어어어!”

“아아아아악!”

“괴물이다아아아아아!”

여전히 소란스러운 바깥의 상황에 한스는 긴장의 수위를 높이면서 주위를 살피는 데에 온힘을 쏟았다, 그런 그의 예민한 감각에 갑자기 몰려오는 인기척이 감지됐다.

“아가씨!”

“오는 건가요?”

‘끄덕’

한스가 고개를 끄덕이기가 무섭게 한 무리의 사교도들이 목조 건물을 향해서 달려왔다.

“저기있다!, 이교도다아아아앗!”

“신께 공물을 바치자!”

“워어어어어어!”

한 순간 낯설지 않은, 몇 번 들어본 목소리가 들린 한스는 사교도 무리를 찬찬히 바라봤다, 하지만 자신의 눈에 익숙한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물론 있는 것도 이상했겠지만, 한스는 아직 휘청이는 몸으로 자세를 바로 잡았다.

“한스?!”

“시간을 벌겠습니다.”

“그 몸으로는 죽어요!”

“살겁니다!”

“하지만...!”

‘텁’

가르시아는 자신의 어깨를 잡는 손길에 고개를 돌려서 뒤를 바라봤다, 쌍둥이가 자신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이상 입씨름을 한다고 해서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은 듯 했다, 하지만 가르시아는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빨리 가요!, 지금이라면...!”

“저는 마리우스님의 부탁으로 여기에 왔습니다, 구출에 성공했으니 목표는 달성했습니다, 나머지는 아가씨들께서 무사히 돌아가시기만 한다면...!, 크으으...”

“한스!”

가르시아가 거듭 재촉을 해도 한스는 요지부동이었다, 가르시아는 한스가 여전히 자신에게 등을 보이고 있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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