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화 〉 4화 상단 내의 식당
* * *
“음~”
당직 근무와 이른 아침부터 출근하여 일하는 자들을 위하여 새벽녘에도 꺼지지 않는 취사장의 가마를 통해서 잘 익은
빵과 고기의 내음이 식당 밖으로 풍겨나왔다, 식욕을 자극하는 매콤한 냄새와 향신료의 익은 향기가 적당한
운동으로 자극 받은 한스의 식욕을 돋구었다.
“아, 사무장 왔는가?”
식당의 입구를 통해서 한스가 건물의 내부에 발을 들이기가 무섭게 안쪽에서 한 남자가 걸걸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그리고 한스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거침 없이 안쪽으로 이동했다.
“평상시대로 불러주십쇼, 그렇게
부르면 너무 부담스럽습니다 필.”
“뭘 그리 점잔 빼는겐가, 이
상단에 있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라도 자네의 행적에 불만을 품지도, 떠벌이고 다니지도 않을텐데 말일세.”
사내는 너스레를 떨면서도 한치의 오차 없는 손놀림으로 한스가 손에 든 쟁반 위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닭 육수로 끓인 스프와, 구수한 내음으로 입안에 침이 절로 고이게
만드는 빵 한덩이를 올려놓은 후 고기를 자르기 시작했다.
“너무 과대평가 하면 곤란합니다, 겸손이
최고의 미덕이고, 저는 그런 평가를 받기 과분한, 일개 평민일
뿐입니다.”
“음, 그래 그래 잘
알겠네.”
사내는 너스레를 멈추고, 한스가 아까 들어왔을 때부터 눈여겨 보던
커다란 고기 덩어리 하나를 접시에 담아 쟁반에 얹었다.
“자네 생각은 잘 알겠으니 일단 배부터 채우고 이야기하세나, 그래야 일도 제대로 할 수 있지 않은가.”
“알겠습니다, 일단 배부터
채우고…”
“그게 참말인가?”
“아무렴 참말이고 말고, 내가
미쳤다고 거짓말이나 지껄이고 앉아 있겠는가?”
식당 한 켠에서 이른 아침의 작업을 위해 일찍 나온 작업원들의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지자 한스는 그 들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로 필에게 물었다.
“아까부터 시끌시끌하던데,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겁니까?”
“아… 뭐, 산적 토벌 병력이 온다나 뭐라나.”
“지금 이런 때에 말입니까?”
“그래, 나도 이야기만
들어서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말야.”
“추수가 끝나기 전에 왔었다면 좋았을텐데…, 아무래도 너무 늦은 것 같습니다.”
“저 높은 곳에 계시는 귀족님들의 원대한 생각을 우리 같은 아랫것들이
어찌 헤아릴 수 있겠나.”
고개를 끄덕여 필립의 의견에 동의를 한 후, 한스는 소란의 근원지로
걸음을 옮겼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아침부터
활기차시군요.”
한스는 하던 식사를 멈추고 목에 핏대를 세우고 침을 튀겨가며,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상단의 중심에 해당하는 작업자들이 앉아있는 식탁에 자신의 아침 식사가 얹혀 있는 쟁반을
음식이 쏟기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올렸다.
“아, 어서오시오 총괄님.”
“역시 총괄님, 오늘도
빠르시네예.”
“오늘도 달리셨소?”
“물론입니다, 원활한 업무를
위한 단련은 매일 이루어져야 하지요.”
운동의 유용함을 설파하며, 아침 단련의 대열에 합류 시키려고 하는
한스를 보며, 자리에 있던 몇몇은 일전에 맛 봤던, 지금
생각해도 오금이 떨리는 경험을 떠올리고는, 어깨를 으쓱 하거나, 혀를
내두르며 한스를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냐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필 조리장님의 이야기를 듣자 하니,
왕국군이 오는 중이라고 하던데, 자세히 아시는 분 계십니까?”
한스가 미처 허기를 참지 못하고, 뜨끈한 스프를 한 숟갈 가득 떠서
입 안에 집어넣은 후, 육즙과 각종 양념으로 버무려 진 식욕을 돋우는 고기덩이를 입 안에 가득 찰 크기로
잘라서 넣기가 무섭게, 한 남자가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운을 뗐다.
“총괄님은 요 근처에 있는 산적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소?”
“주인님께 지나가는 이야기로 들은 적이 있습니다, 숲 속 어딘가에 구색만 갖추고 활동은 전혀 않고 있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는 기억이 납니다.”
“어제, 아니 오늘 새벽이군, 선봉대로써 출발한 병사들이 행정관을 독대했다고 하더이다.”
그 다음에 나올 말이 뻔히 짐작 된 한스는 입 안에 집어 넣으려고 했던 빵을 손에 든 채, 무뚝뚝한 목소리로 말했다.
“곧 토벌 작전을 시작할 테니, 징발할
자원을 준비하라는 이야기를 했겠군요.”
사내는 고개를 끄덕여 한스의 말에 긍정했고, 한스는 이야기에 사견을
덧붙였다.
“진정으로 바라건대, 산적
토벌로 끝났으면 좋겠습니다만….”
“헌데, 이 근방에 산적이
있었당가?”
이제껏 대화에 참여 않고 묵묵히 듣고만 있던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묻자 매부리 코를 한
남자가 발작적으로 머리를 후려치며 말했다.
“거 있다 아이가, 숲에
있는 글마들!”
“아, 갸들 말하는겨?”
“하모, 글마들 말고 또
누가 있긋나?”
“헌디, 갸들이 무슨 문제라도
쳤었당가?, 토벌 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혀.”
“내가 우예 귀족님들 맘을 알긋나?”
확정 된 정보도, 속이 시원해지는 대책도 없는 채로, 불편한 분위기가 계속 정체 된 채로 시간은 속절 없이 계속해서 흘러갔다, 지금과
같은 사기의 저하를 막지 못할 경우, 좋지 않은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을 예감한 한스가 굳게 닫힌 입을
열어 임시방편을 취하고자 했다.
“여러분, 일단 진정하십시오, 주인님께 보고 드리고 향후의 대책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주인님이라고 해서 무슨 수가 있겠는가?”
“우리와는 달리, 많이
듣고 본 능력이 있는 분이시니 분명 대책을 낼 수 있을겁니다, 그러니 안심 하십시오.”
“그렇제, 주인님은 그릇이
다른 분이제!”
“총괄님요, 믿고 있겠심더.”
“부탁드리겠네, 총괄님.”
한스는 열심히 하겠다고 대답을 하여, 작업자들의 분위기를, 사기를 고양 시켰다,
하지만 그의 속에서는 사태의 전모를 파악하고, 대책을 세우는 데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 될 것임을 직감했지만, 굳이
그런, 초치는 이야기를 입 밖으로, 이른 아침부터 꺼내,
업무 효율과 사기를 저하 시키는 바보 같은 행위를 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한스는,
반즈음 식은 아침 식사를 위장에 집어 넣는다는 마무리 작업을 하기 위해 손을 움직였다.
“아따, 아침 댓바람부터
뭔일 났는감?”
“뭔 소리고?”
“저~그 있는 사람이 눈지
잘 보그라이.”
“이게 우예 된기고?”
“참으로 놀랄 일이군, 아씨가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행차 하다니 말이야.”
“오늘은 참으로 별난 날이야.”
식당의 입구에 서서 흐트러졌던 호흡을 고르기 위해 잠시동안,
어깨와흉부가 들썩거렸고, 그리고 곧, 잔뜩 상기 된 얼굴로 식당
구석구석을 꼼꼼하게 훑어보던 그녀는 한 켠에서 물류 담당 작업자들과 묵묵히 식사 중인 한스를 발견하자, 얼굴에
화색을 띄우고 성큼성큼 걸어갔다.
“한스, 식사 얼추 끝났나요?”
“커흠, 음, 네, 다 먹었습니다.”
업무를 시작하기 전, 잠깐의 시간,
뜨끈한 차 한잔으로 몸과 마음에 안정을 부여하고, 활기찬 하루를 위한 다짐을 하려던 차에
다가온 그녀, 바로 한스의 생명의 은인이자 고용주인 상단주의 딸, 장녀의
모습을 보고, 식당에 오기 전에 있었던, 공중 목욕탕에서
겪었던 일들이 저도 모르게, 강렬하게 되살아났다, 그 기억으로
인해 목으로 넘기려던 찻물이 역류하여 사레 들린 것 같은 상황을 연출하게 됐다.
“괜찮나요?”
“아, 컥컥, 괜찮습니다.”
걱정 어린 얼굴로 다가오는 소녀의 몸에서 풍기는 향근한 비누 향기,
그리고 상큼한 내음, 후각으로 가해지는 아찔한 자극 덕에 한스는 기껏 잊으려고 했던 사건이 선명하게 떠오르고,
안정 됐던 마음이 술렁거리고, 집중력이 저하됐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겁니까 아가씨?”
“없으면 당신을 보러 오는 것도 안돼나요?”
한스와 소녀를 지켜보던 피고용자들은, 자기들끼리 소란스럽게 떠들면서도
절대로 간섭하지 않겠다는 듯이 거리를 벌리고, 매우 흥미로운 눈 빛으로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
한편 묘하게 달아오른, 홍조를 띈 얼굴, 아마 단번에 식당으로 달려온 탓일까, 여전히 안정 돼지 않는 가쁜
숨결을 보이는 소녀에게 한스는 살짝 멍한 시선을 보냈다.
“후후, 아버지께서 당신을
찾으셨어요.”
“아, 그렇다면 당장…!”
“놔두고 가라구, 바쁜
때마저 고집 부릴 필요까지는 없어 총괄님.”
언제나처럼 자신의 편의를 봐주는 필에게 고개를 꾸벅인 한스는,
오늘 저녁에 시원한 맥주 한잔을 대접해야 겠다고 생각하며, 허겁지겁 소녀의 뒤를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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