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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잠재력 무한-122화 (122/200)

제122화

투두둑-

바닥에 떨어진 캡슐들이 일제히 터지고, 수백의 키메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키에엑!”

“헤엑!”

저마다 끔찍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 인간 키메라들은, 영혼 없는 눈빛으로 눈앞의 적을 바라보았다.

“저게….”

“키메라예요. 다들 싸울 준비하세요.”

짧게 경고한 석찬이 사람들을 둘러싼 키메라를 노려봤다.

[대충 200마리 정도인 것 같은데?]

‘많기도 해라.’

200마리의 키메라가 일제히 달려들 것이라고 생각하니, 석찬도 조금은 긴장이 됐다.

“키에엑!”

그때, 키메라 하나가 석찬 옆에 있던 한 남자에게 달려들며 전투의 포문을 열었다.

“뭐야, 네 녀석?”

이에 남자도 괜히 50층까지 올라온 것이 아니라는 듯, 키메라의 공격을 한 손으로 받아쳐내며, 검을 뽑아 녀석의 목을 갈랐다.

절컹-

뼈가 절단나는 소리와 함께 키메라의 목이 바닥에 떨어졌다.

“괜히 쫄았네. 잡몹만도 못하잖아?”

예상보다 쉽게 바닥을 구르는 키메라의 모습에 안도감을 느끼는 남자. 그를 보고 석찬은 경고했다.

“아직이에요.”

“무슨….”

덜그럭-

그때 쓰러져 있던 키메라의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뭐야? 이거?”

“키메라 상대 안 해보셨나 보네요. 녀석들은 목 자른 거 정도로는 안 죽거든요.”

어느새 남자의 옆으로 다가온 진현이 팔을 휘적이는 키메라의 몸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어깨 쪽에 손을 집어넣었다.

푸욱-

“지금 뭐 하는…”

당황한 남자가 소리치려는 그때, 진현이 어깨 속에서 작은 보석 하나를 꺼내들었다.

“그건?”

“핵이에요. 이걸 부수지 않으면….”

콰직!

진현의 주먹질에 키메라의 사지가 분쇄되어 흩어졌다.

“윽.”

반사적으로 얼굴을 찌푸리는 남자. 하지만 이내 남은 몸뚱어리를 펄떡이며 팔을 찾아 다시 몸에 끼워 맞추는 키메라의 모습을 보고는 자세를 고쳐 잡았다.

“봤죠? 이렇게 해도 안 죽어요. 핵을 부수는 게 가장 확실해요.”

“핵의 위치는 어떻게 찾는 거지?”

이번에는 남자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도 진현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현재 자신들은 200마리가 넘는 키메라에게 둘러싸인 상황. 만약 모든 키메라가 방금 녀석과 같다면 그에 맞는 대응책이 필요했다.

하지만.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

“응? 그게 무슨…”

“그게 일이 있어서 말이죠…”

엘리자베스이 마법진을 그린 이후, 그녀는 마법진 없이도 키메라의 핵을 감지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알려줬고, 때문에 진현은 핵의 위치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달랐다.

‘이 양반 중에 마력 운용자가 있을까?’

이미 답은 알고 있었다. 방금 전 주변에 마력을 흩뿌렸는데 반응하는 자가 하나도 없었으니 말이다.

“잡담은 다 끝났나.”

하늘 위에서는 여전히 오만한 표정의 여섯 번째가 비웃으며 말을 이었다.

“죽어라, 전부 다.”

그 말과 동시에 200마리의 키메라들이 동시에 사람들에게 달려들었다.

“젠장….”

‘아직 사람들이 키메라 상대법을 모르는데.’

위기감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번쩍.

갑자기 사람들 사이에서 한줄기 빛이 일었다.

‘이브?’

빛의 진원지는 이브가 가지고 있는 지팡이였다. 일류 장인인 프레드릭 레나토와 클레드 퍼지가 힘을 합쳐 만든 레전더리 등급의 지팡이.

파앗-

지팡이 끝에 달린 보석들이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대체 뭘 하려는…’

“헉…!”

그때 사람들이 싸우려던 걸 멈추고, 눈을 껌뻑이기 시작했다.

“무슨….”

“휴… 그냥, 버프 하나 줬어요.”

“버프? 무슨 버프길래 사람들 눈이….”

한 남자가 자신에게 달려드는 키메라를 향해 검을 찔러넣었다.

푹.

단 일격만에 키메라의 몸이 허물어졌다.

‘뭐라고?’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한 방에 키메라의 핵을 정확히 노리고 찌르다니?

그게 다가 아니었다.

스컹-

다른 남자의 검에 핵이 두 동강 난 키메라가 허물어지고.

콰앙!

마법으로 구멍을 낸 자리에 보이는 핵을 태워버리는 여자 마법사.

모두들 핵의 위치가 어딘지 파악이라도 한 듯 최적의 움직임으로 키메라를 상대하고 있었다.

“설마…”

“엘리자베스 언니 따라가서 그냥 놀고 있던 건 아니거든요.”

며칠 전, 석찬의 부탁으로 찾아간 다크니스 길드 50층 지부. 역시 지하 길드 최고봉답게 사냥꾼 길드보다 배는 큰 규모를 자랑하는 지부였다. 안으로 들어서자, 엘리자베스는 명패를 보여준 뒤 키메라를 둘러메다 어디론가 향했다.

‘여긴… 지금 저희는 어디로 가는 거죠?’

당시 지부의 구조를 모르는 이브의 물음에 엘리자베스는 싱긋 웃으며 답했다.

‘도와줄 놈 만나러.’

‘도와줄 사람…’

그렇게 만난 이는 다크니스 길드에 소속된 흑마법사로 한평생 키메라를 연구하던 사람이었고.

‘자, 봐라. 요거 있지, 요거. 요게 핵심이야.’

며칠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이브는 명석한 두뇌와 빠른 이해 속도로 키메라에 관해 많은 정보를 쌓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버프는 마법진에서 착안해 만든 거예요. 앞으로 10분 정도, 일정 범위 내의 사람들이 키메라의 핵을 볼 수 있게 만들어주죠.”

“굉장한데?”

그 말에 석찬이 순수한 감탄을 내뱉었다. 버프 자체도 훌륭하지만, 그 버프를 만든 그녀의 머리나, 수십 명의 사람들에게 버프를 주면서도 지치지 않는 몸 둘 다 대단했다.

“뭐야 이거, 아가씨가 해준 겁니까?”

그녀의 말을 들은 한 노인이 핏줄이 잔뜩 돋아난 주먹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물었다. 이에 쑥스러운 듯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 이브.

“고맙구먼. 덕분에 녀석들 상대하는 게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노인의 눈빛이 살벌하게 빛난다.

‘누구지?’

정체를 알 수 없었지만, 몸에서 느껴지는 기운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저 노인은 강하다.

노인은 허공을 향해 불같이 화내며 소리쳤다.

“그나저나 뭐가 어쩌고 저째? 나를 저런 썩어빠진 녀석들과 비교하는 것은 조금 화가 나는구먼. 젊은이.”

명백히 여섯 번째를 향해 말하고 있는 노인의 몸이 갑자기 부풀었다.

“나왔다!”

“자이언트 골렘이다! 우린 살았어!”

익숙한 그 이명에, 석찬은 노인의 정체를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자이언트 골렘, 본명 로이먼 크롤로프. 아무도 그의 나이가 몇 세나됐는지 모른다. 그저 그가 50층에서 더 이상 탑을 오르지 않은 지 어느덧 300년이 다 되어가고, 그동안 이미 50층을 초월하는 무력을 지니게 되었다는 소문만 무성할 뿐이었다.

“소문이 마냥 과장된 것만은 아닌 모양이군.”

“죽어라. 무지렁이 녀석들.”

로이먼 크롤로프의 한껏 거대해진 주먹을 휘둘렀다.

후우웅-

그저 허공을 가를 뿐인 주먹에 작은 돌풍이 일어났다.

‘엄청난 근력이다….’

저 근력을 스탯으로만 따진다면 자신과 진현의 힘 스탯을 합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런 강력한 일격에 키메라 진영 한쪽이 완전히 붕괴되었다.

“키에에엑!”

직접적인 타격을 입지 않더라도, 크롤로프의 주먹 근처에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반신이 소멸한 녀석들도 여럿 존재했다.

“쉽구먼.”

그 모습을 보며, 진현의 입이 쩍 벌어졌다.

“아니, 저거면 핵 감지 필요 없는거 아니야?”

“그러…게.”

“동감이다.”

“인정. 뭐야, 저 할배?”

“마력 아까워…”

[동감이다. 뭐냐, 저 파워는. 진짜 스톤 골렘인 줄 알았네.]

이례적으로 라우르와 자신을 포함한 일행 여섯 명 전원이 똑같은 생각을 했다.

“흠… 또 덤비지 않는 것이냐.”

“키에엑…”

방금 전의 일격으로 기세가 팍 깎여 나갔는지, 키메라들은 예전처럼 무작정 달려들지 않았다.

탁, 탁.

오히려 크롤로프의 기에 눌려 뒷걸음질 치는 키메라가 있을 정도였다.

“흐음… 당신이 이 일에 관여할 줄이야.”

여섯 번째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살짝은 고민하는 표정으로 또다시 품을 뒤적였다.

“또 무슨 꿍꿍이가 남았는진 모르겠지만, 나한테 통할 것 같나?”

“응.”

여섯 번째는 환한 미소와 함께 다른 색깔의 캡슐 열 개를 던졌다.

좀 전의 파란 캡슐이 아닌 보라색 캡슐.

펑!

땅에 닿은 캡슐이 터지면서 새로운 키메라가 생겨났다. 이번 키메라들은 석찬 일행도 처음 보는 녀석들이었다.

“크르릉…”

녀석도 마찬가지로 인간을 사용한 키메라였다. 그런데 일반적인 키메라들과 생김새부터 남달랐다.

“크롸아!”

짐승의 울음소리와 함께 보이는 녀석들의 몸은 끔찍했다. 다른 녀석들처럼 온몸을 가득 채운 흉터 자국은 양반이요, 화상이나 썩은 자국도 존재했고, 몸 이곳저곳에 저마다 다른 몬스터의 신체 부위가 합쳐져 있었다.

“저것들은?”

“내 유일한 ‘역작’ 다음으로 잘 만들어진 녀석들이야. 뭐, ‘걸작품’ 정도라고 말할 수 있겠다.”

‘걸작이라… 그나저나 역작이라고?’

그럼, 지금 눈앞의 녀석들보다 더 강한 존재가 있다는 건가?

[멍 때리지 마라, 온다!]

수많은 생각에 휩싸일 때 라우르가 석찬의 정신을 일깨워줬다.

“컹!”

다이아 울프와 인간을 반반 섞어놓은 듯한, 흡사 웨어울프 같은 키메라가 석찬을 향해 다이아 울프에 비해 몇 배는 날카로운 발톱을 날렸다.

텅-

팔목 너머로 전해지는 찡한 충격에 석찬이 작게 이를 갈았다.

“따끔하네.”

하지만 프레드릭 레나토가 손수 만들어준 방어구를 뚫을 순 없었다.

콰직.

석찬의 손에 잡힌 키메라의 발톱이 산산조각 나서 흩어진다.

“아우우!”

그럼에도 녀석은 전혀 개의치 않고 눈을 번뜩였다. 녀석의 눈은 아무리 봐도 인간의 눈이 아니었다.

콱.

키메라의 목을 죄어 졸도 일보 직전까지 몰고간 석찬이 녀석의 눈을 자세히 쳐다보았고,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다이아 울프의 눈까지 이식한 건가.”

“그렇게 하면 동체 시력이 몇 배는 좋아지는데, 안 할 이유가 있나?”

그 대답에 안 그래도 천장을 찍은 경멸이 더욱 나락으로 내려갔다.

“하나만 더 묻자.”

“뭐냐?”

“너, 인간을 어떻게 생각하냐?”

그 말에 여섯 번째의 얼굴이 급격하게 어두워지며 말했다.

“쓰레기다. 구제불능인 쓰레기. 녀석들도 내가 이렇게 새로운 군대로 재탄생시켜 주는 거에 감사할거야. 큭큭.”

까득.

방금 여섯 번째의 대답에 석찬의 분노 지수가 상승했다.

이걸로 확실해졌다. 여섯 번째는 인간을 실험체, 키메라 재료, 그 이상으로도, 그 이하로도 생각하지 않는다.

녀석의 말을 보아 사연이 있는 것 같긴 한데.

‘그런 건 잘 모르겠고.’

라우르 또한 한껏 사나워진 얼굴로 말했다.

[그래, 녀석의 사정 따위, 알게 뭐냐. 내가 선을 넘은 놈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했지?]

‘인정사정없이 짓밟는다. 다시는 같은 행동을 할 생각조차 들지 못하게끔.’

[그래, 그거다.]

딱딱한 라우르의 음성을 듣는 동시에 석찬이 작게 말했다.

“거기서 딱 기다려라. 넌 뒤졌다.”

“허세냐? 그런 건… 내 작품들을 이기고 나서나 한번…”

그 순간, 여섯 번째는 하던 말을 멈추었다. 아니, 멈출 수밖에 없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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