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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잠재력 무한-62화 (62/200)

제62화

띠링

귓가를 울리는 청량한 알림 소리. 눈을 떠보니, 새로운 메시지 창들이 눈앞 가득 펼쳐져 있었다.

[‘라우르의 영혼 조각 2’를 흡수하셨습니다.]

영혼 조각의 완벽한 흡수를 알리는 메시지와 함께 영혼 조각에 딸린 보상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투신 라우르의 영혼이 더욱 강해집니다.]

[투신 라우르의 축복이 강화됩니다.]

[기본 스테이터스가 소폭 상승합니다.]

[투신 라우르의 기억이 일부가 되돌아옵니다.]

[앞으로 착용하는 모든 무기에 추가 공격력 보너스가 적용됩니다.]

그 메시지와 함께, 10번 공격 시 5배의 대미지가 적용되던 건틀릿의 패시브가 7배의 대미지로 상승했으며, 마력을 제외한 모든 스탯이 20씩 올랐다.

마력은 한계치까지 올라서인지 고작 10밖에 오르지 않았지만, 솔직히 10 정도의 스탯만 해도 감지덕지했다.

게다가 건틀릿의 공격력도 500에서 600으로 상승!

‘이정도 스펙 업이라면….’

이길 수 있다.

꽉 쥔 주먹에서는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라우르! 어?”

기쁜 마음에 라우르를 불러 보았지만, 어째서인지, 항상 주변을 떠돌아다니며 속을 긁던 라우르는 머리털 하나 보이지 않았다.

“어디… 가셨지?”

[여기다.]

그때, 라우르의 음성이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왔고, 주변을 살피던 석찬을 향해 라우르가 한 번 더 호통쳤다.

[여기다, 여기! 아래를 봐!]

‘아래? 이건….’

그의 말대로 아래를 보니, 어느새 건틀릿에 박힌 보석이 눈에 보였다. 투명했던 보석은 어느새 밝은 붉은빛을 띠고 있었다.

더 자세히 기감을 펼쳐보니, 희미하게나마 보석 안에 스며든 라우르의 기운이 느껴졌다.

‘라우르… 왜 거기에….’

[어지러워서 잠깐 쉬려고 들어온 거니까 오해하지 마라.]

새로운 기억을 얻었다 보니, 아마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 듯싶었다.

“알았어요. 편히 쉬고 계세요.”

[나 없다고 포근지 뭔지한테 얻어터지지나 말고. 꼭 이겨라.]

그 말에 석찬이 씩 웃어 보였다.

“당근이죠.”

[그래, 그래야 내 화신이지.]

* * *

시간은 조금 더 지나, 어느새 결전의 날이 밝았다.

“벌써 일주일인가? 시간 참 빠르네.”

“준비는 완벽한 건가요?”

“물론이죠!”

엘리자베스의 물음에 석찬이 주먹을 들어 보였다.

건틀릿에 박힌 보석을 본 엘리자베스의 몸이 미세하게 흔들렸지만 아무도 보지 못했고, 빠르게 미소를 되찾은 그녀는 사냥꾼 지부 야외 대련장으로 석찬을 안내했다.

“힘들 것 같으면 말해요.”

“괘, 괜찮아.”

옆에서 따라오는 이브가 무언가를 결심한 듯한 표정으로 지팡이를 꽉 움켜잡았고, 석찬은 그녀를 애써 무시하며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오셨습니까.”

20층 지부에 다다르자, 마치 콜로세움을 보는듯한 웅장한 건물이 눈에 밟혔다.

멀리서부터도 명확하게 보이던 사냥꾼 길드 지부의 야외 대련장이었다.

‘가까이서 보니 진짜 크네.’

“따라오시죠. 모두 준비되어 있습니다.”

안내원을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수백 개의 관중석을 꽉꽉 채워 앉아 있는 수많은 관중들이 환호로 그들을 맞이했다.

“와! 올킬러다!”

“꺼져라! 너 따위가 무슨 지부장님과 대결이냐!”

그 규모가 남다를 뿐이지, 전체적인 분위기는 10층 때와 엇비슷했다. 응원과 야유가 온통 뒤섞인 시장통과 같은 분위기.

관중석을 지나 계속 걷자, 거대한 대련장 위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포이그 레바돈. 한때 자신에게 쓰라린 패배를 맛보게 해준 인물이자, 20층에서 엘리자베스를 제외한다면 아마 가장 강할 것이라고 추정되는 사람.

대련장 위로 올라간 석찬이 중앙에 서 있는 그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이제 온 거냐?”

“그래, 오랜만이다.”

“나한테 깨지고 나서 쥐새끼처럼 숨어만 있더니, 이제야 다시 해볼 마음이 생긴 거냐? 애송이.”

“뭐, 상처도 치유할 겸 잠시 쉬고 있던 거지. 이제는 안 지니까 걱정 붙들어 매셔.”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하는 석찬의 모습에 포이그 레바돈의 이마에 굵은 힘줄이 돋아났다.

“아주 입만 살았군. 그래, 지금이라도 마음껏 지껄이거라. 좀 있으면 그럴 수도 없을 터이니….”

그 말을 마지막으로 관중석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포이그.

“안녕하십니까! 사냥꾼 길드 20층 지부 지부장, 포이그 레바돈입니다!”

“와아!”

“포이그! 포이그!”

그의 자기소개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환호성을 내뿜었다.

“오늘 대결을 관람하기 위해 이곳에 와주신 여러분께….”

능숙한 말솜씨로 안내 인사를 한 그는 안내를 끝마친 후 다시금 석찬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자, 마지막 기회를 주도록 하지. 내 밑으로 들어올 생각 없나? 만약 내 밑으로 돌아온다면 죽이지 않는 선에서 끝내줄 수 있네.”

여전히 개소리를 지껄이는 포이그의 모습에 석찬은 대답 대신 조용히 가운뎃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오냐… 한번 끝까지 가보자.”

흘러넘치는 화를 꾹꾹 참으며, 포이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한 기색과 함께 대련장 한쪽으로 이동했다.

석찬 또한 포이그의 반대쪽을 향해 차분히 발걸음을 옮겼다.

어느새 대련장에 올라온 심판이 두 사람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시작했다.

“올킬러, 강석찬! 전대미문의 재능을 가진 탑의 최고 루키로 평가받는….”

3분 정도의 짧으면서도 긴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 석찬은 관중석을 한 번 슥 훑어보았다.

‘이 중 대부분 포이그한테 걸었다라….’

전날 밤, 엘리자베스가 가져온 정보에 의하면 90%에 달하는 관중들이 포이그 레바돈이 이긴다는 쪽에 돈을 걸었다고 한다.

뭐, 어찌 보면 당연하다. 탑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신입에게 수십 년 동안 몇 개의 층의 지배자로 군림해온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 진다는 건 잘 상상되지 않으니까.

하지만.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이지.’

그리고 오늘, 자신은 예외를 만들어낼 것이다.

‘새로 얻은 이 힘으로 말이지.’

석찬의 오른팔에 장착된 건틀릿이 밝게 빛났다.

“그럼, 지금부터… 올킬러 강석찬과 포이그 레바돈의 경기를… 시작-”

꽈득.

“하겠습니다!”

심판의 신호가 떨어진 순간.

“죽어라!”

포이그의 손에서 엄청난 양의 마력포들이 발사되었다.

콰과과광!

하나하나가 치사량의 맹독을 품은 마력포였지만, 석찬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탕! 탁! 텅!

아무렇지도 않게 손으로 마력포들을 쳐내는 석찬.

이 모든 게 레플렉시아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성질 좀 한번 긁어볼까?’

“조금 더 힘내보는 게 어때? 이 정도는 너무 간지러운데?”

그 말과 함께 입에서 하품이 나온다.

명백한 농락의 표시.

빠직.

그 모습에 포이그의 이성을 간신히 붙들고 있던 무언가가 뚝 하고 끊어졌다.

“올킬러… 이 개새끼가…!”

석찬을 향해 달려드는 포이그. 과연 초록 마력의 소유자답게 석찬보다 한층 더 높은 수준의 신체 강화로 그를 압박했다.

쾅! 쾅!

그가 주먹을 내지를 때마다, 폭탄이 터지는 듯한 굉음이 대련장 가득 울려 퍼졌다.

“역시 포이그다!”

“지부장님, 파이팅!”

그의 응원 소리 또한 점점 더 커져만 갔고, 분위기에 취한 것인지 포이그가 이런저런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꼴이냐, 올킬러. 아까의 그 자신감은 어딜 간 거지?”

“닥쳐라.”

인상을 찌푸리며 포이그의 공격을 힘겹게 회피하며 거리를 벌리는 석찬.

포이그는 그런 그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곧장 그가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그만 죽어라, 올킬러!”

막대한 양의 마력이 포이그의 주먹에 담겼다.

그것을 본 석찬의 머리가 아찔해졌다.

‘저건, 진짜 위험할 수도?’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 든 생각은 단 하나뿐이었다.

“장난은 여기까지다.”

“응?”

콰직!

그 말과 함께, 포이그의 눈앞에 새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어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분명 자신의 건방진 올킬러를 향해 최후의 일격을 날리고 있었을 터. 그런데 이 어둠은 무엇이란 말인가?

“꾀부리지 말고 얼른 일어나라.”

그때, 시건방진 올킬러의 목소리가 위에서 들려왔다.

‘잠깐만, 위라고?’

그제야 자신이 바닥에 얼굴을 처박았다는 것을 알게 된 포이그.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거리를 벌리며 화끈화끈한 얼굴을 쓰다듬었다.

‘이 느낌은… 도대체 뭐지?’

일반적인 마력 강화 공격은 아니었다.

아직 올킬러의 마력 저장소는 노랑 등급. 초록 등급인 자신을 일격에 이렇게까지 큰 타격을 주는 것은 불가능했다.

“녀석… 도대체 무슨 수를 쓴 거냐?”

강마력. 알렉산더와 진현에게 배운 최강의 공격 수단. 비록 짧은 시간밖에 사용하지 못하지만, 잠깐 잠깐씩 공격에 사용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수? 그딴 게 어딨어?”

“그럼… 도대체 그 공격은….”

“내가 알려줄 이유는 없는데?”

“이….”

포이그는 화를 다스리면서도, 좀전의 공격 때문인지 섣불리 석찬에게 다가서지 못했다.

“왜, 쫄리냐?”

“이익….”

주변을 흘끔 쳐다본 포이그는 달라진 관중들의 눈빛에 조바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만약 내가 기대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진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비난하고, 깎아내릴까? 잘못하면 오랜 시간 동안 지켜왔던 지부장 직을 잃을 수도 있었다.

‘그럴 수는 없다!’

평정심을 되찾은 포이그는 접근전 대신, 이전처럼 원거리에서 마력포를 쏘아대며 간을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레플렉시아 덕분에 독 대미지가 제로인 석찬.

“그런 걸로는 나에게 상처 하나 주지 못하니까. 그만하는 게 어때?”

포이그 또한 그 사실을 깨달았는지 자잘한 마력포 대신 큰 기술들 위주로 공격을 시도했지만, 석찬에게는 그마저도 통하지 않았다.

‘조금 많이 아프긴 하다만….’

방어에 마력을 더 투자하면 충분히 견딜 만한 수준이었다.

퍼벅!

어느새 포이그의 지척까지 다가온 석찬은 그의 몸을 사정없이 난타하기 시작했다.

“끄헉!”

간간이 섞는 강마력 때문일까? 포이그의 얼굴이 고통으로 물들여지기 시작했다.

“쿨럭! 커헉!”

어느새 포이그의 방어구는 박살이 나고, 대미지를 온몸으로 받아낸 그는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뭐지? 받은 대미지보다 더 큰 고통이 느껴지는 것 같….’

포이그는 끔찍한 격통 때문에 흐려지는 정신을 간신히 붙잡으며 석찬을 상대했고, 그런 그를 보는 석찬이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엘리자베스 씨가 준 목걸이가 효과가 있어.’

엘리자베스가 석찬에게 보장했던 것 중 하나인 아이템. 비록 건틀릿과 방어구는 그 대용품을 찾지 못했지만, 목걸이는 달랐다.

그의 목에는 오랜 기간 써왔던 ‘록서르의 목걸이’ 대신 새로운 것이 걸려 있었다.

[장인의 손길이 담긴 최상급 목걸이]

[등급 : 유니크]

[방어력 + 200]

[내구도 100/100]

[체력 스탯 +5%]

[내구 스탯 + 5%]

[공격 대상이 느끼는 고통이 10% 증가합니다.]

장인의 손길이 담긴 최상급 목걸이.

이것을 처음 받았을 때, 석찬은 자신이 아이템 효과를 잘못 읽은 줄 알았다.

‘공격 대상이 느끼는 고통이 증가한다니.’

무슨 저런 사기 옵션이 다 있는가. 게다가 기본 스탯과 다른 효과들마저 짱짱했다.

어쨌든, 새로운 목걸이의 효과 덕분에 포이그의 움직임은 눈에 띄게 느려지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결의 승자가 정해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석찬은 포이그 레바돈을 상대로 가벼운 승리를 거두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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