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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잠재력 무한-6화 (6/200)

제6화

번쩍!

환한 빛과 함께 상자 안에서 빛 뭉치가 나와 석찬의 앞으로 날아왔다.

“이건….”

[사용자에게 필요한 아이템을 검색중입니다.]

‘검색?’

잠시 기다리자, 새로운 메시지창들이 석찬의 앞에 나타났다.

[검색 완료.]

[‘봉인된 건틀릿’, ‘

’, ‘엘릭서’, ‘정체불명의 흔적’, ‘마력 운용의 비서’가 지급됩니다.]

[추가로 10골드를 제공합니다.]

메시지 창이 생김과 동시에 빛 뭉치 속에서 아이템들이 나타났다.

‘봉인된 건틀릿?’

석찬은 제일 먼저 묵빛을 띤 건틀릿을 살펴보았다.

[봉인된 건틀릿]

[등급 : 레어(봉인)]

[공격력 + 100]

[내구도 : 300/300]

[모든 스탯 + 10%]

[봉인됨.]

생김새는 단단한 건틀릿보다 밋밋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등급이나 스탯 면은 월등히 높았다.

‘게다가….’

모든 스탯 + 10%.

“와.”

진짜 ‘와’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효과.

10%라는 효과가 비록 지금은 하찮을지 몰라도, 레벨이 오르고 스탯이 높아질수록 함께 강해지는 정말 좋은 효과였다.

게다가 봉인되었다는 것은 봉인이 풀리면 효과가 더 좋아진다는 소리.

바로 봉인된 건틀릿으로 갈아 끼운 석찬은 10%씩 오른 스테이터스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좋다, 좋아.’

다른 보상들도 굉장했다.

우선 전신의 가호는 일종의 버프 효과로 전투 시 발생하는 육체적 피로도를 100%, 그러니까 전부 감소시켜주었다.

‘어찌 보면 이게 봉인된 건틀릿보다 좋을 수도 있겠어.’

전투에서 발생하는 피로가 사라진다니. 그 말인즉슨 전투 시 항상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는 소리가 된다.

‘장기전으로 가면 갈수록 상대는 약해지겠지만… 난 아니다.’

그리고 엘릭서.

[엘릭서]

[등급 : 알 수 없음]

[어떤 질병이든 1회에 한해 완전히 치유해준다.]

판타지 세계관에서 유명한 엘릭서는 말 그대로 여분의 목숨이었다. 왜 여기서 엘릭서가 나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땡큐였다.

[정체불명의 흔적]

[정체를 알 수 없는 흔적입니다.]

정체불명의 흔적은 지금 알 수 없지만, 필요한 아이템을 주는 상자에서 나왔으니 어딘가 쓸모가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

10골드도 추가로 나왔는데 아마도 탑에서 초기 정착 자금으로 쓰라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력 운용의 비서?”

석찬은 시체의 산에 몸을 기댄 체 마력 운용의 비서를 펼쳐보았다.

책은 남색 표지에 뭔가 오래된 것 같은 생김새의 양장본이었다.

생전 처음 보는 언어로 집필이 되어 있는 책이었지만 신기하게도 글자가 머릿속으로 이해되었다. 아마도 시스템의 덕일 것이었다.

“이건….”

책은 제목처럼 마력의 운용에 관한 내용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책의 서두에서 말하길, 본래 마력을 사용하려면 무협이나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마력을 온몸의 혈관으로 순환시켜 직접 발현시켜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탑에는 스킬이 있고, 스킬을 쓰면 그러한 과정 하나 없이 그저 마력이 빠져나가며 스킬이 발현된다.

그렇기에 기술을 쓰는 것은 편해졌을지언정, 마력을 사용하는 효율이 떨어지며 위력 또한 본래 사용하는 마력의 양에 비해 약하다고 한다.

책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마력을 직접 운용하면서 기술을 사용하면 기술을 시전하는 난도가 상승한다.

하지만 그만큼 기술의 위력이 늘어나고 마력 소모가 적어지며 실력만 받쳐준다면 다양한 기술을 직접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추가로 마력 운용 상태에서 마력의 회복 속도 또한 빨라진다.

물론 마력을 써도 써도 바로바로 다시 차오르는 석찬에겐 마력 소모가 적어지거나 회복 속도가 늘어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위력이 올라간다는 점과 무슨 기술이든 만들 수 있다는 점은 분명히 석찬에게도 의미가 컸다.

책에서 경고하길 마력 운용을 익히게 되면 앞으로 시스템의 스킬을 사용할 수 없게 되고, 추가로 마력에 포인트를 투자하지 못한다고 했다.

하지만 페널티를 얻는 대신 얻을 수 있는 엄청난 메리트들이 있었기에, 석찬은 과감히 마력 운용을 익히기로 결정했다.

‘자, 우선….’

책의 첫 장에서는 마력 저장소와 그것을 만드는 방법을 서술하고 있었다.

마력 저장소.

말 그대로 마력을 저장해놓는 보관소이다.

마력을 사용하려면 마력 저장소를 만들어서 마력을 끌어와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마력을 느끼고 운용해 모으는 것이 중요했다.

책은 마력을 운용하는 여러 가지 자세들을 소개하고 있었는데 석찬은 그중에 마음에 드는 가부좌를 선택했다.

가부좌를 선택한 이유는 별거 없었다.

은퇴하고 나서 집돌이 인생을 보낼 때 훈련 외에 무협 소설을 보는 취미가 있었는데, 소설에서는 항상 고수들이 가부좌를 틀고 내공을 회복했었다.

조금 유치하긴 했지만 석찬은 그 모습이 멋있어 보였고, 그것을 따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비록 처음에는 다리가 배배 꼬이는 등 곤욕도 몇 번 치렀지만, 몇 번 시도해 보니까 어느 정도 안정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었다.

마력 운용에는 집중이 생명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가부좌를 트니 평소보다 집중이 더 잘 되는 기분이 들었다.

석찬은 당장 가부좌를 튼 채로 책에서 설명하는 대로 마력을 느껴보기 위해 온 정신을 집중해 보았다.

‘음? 이건….’

그러자 공기 중에서 무언가 다른 이질적인 것이 느껴졌다.

‘이게 마력인가?’

석찬은 조금 더 집중한 끝에, 공기 중에 둥둥 떠다니는 엄청난 양의 마력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그다음으로 책이 요구한 것은 바로 이 공기 중에 떠다니는 마력을 몸 안으로 끌어와 혈관을 타고 순환시키는 ‘운용’의 과정이었다.

‘좋아, 흡!’

책에서 나온 설명대로 특정한 호흡법을 몇 번 연습하자, 어느 정도 마력을 몸속으로 끌어오는 것이 가능해졌다.

‘아니야, 아직 모자라.’

이대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석찬은 조금 더 운용의 단계를 연습하고 싶었다.

잠시 책을 덮고 쉴 틈 없이 마력을 운용했다.

그렇게 마력을 운용하는 것에 완전히 익숙해지기까지 꼬박 이틀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으. 너무 오래 걸렸는데? 빨리 마력 저장소를 만들어야 할 텐데….”

석찬은 책을 펴 마력 저장소 제작을 위한 마지막 단계인 ‘저장’으로 넘어갔다.

저장의 단계는 의외로 운용보다 훨씬 수월했다.

마력을 운용하며 마력 저장소의 위치가 되는 단전에다가 모으면 되는 것이었다.

석찬은 천천히 마력을 단전 쪽으로 이동시켰다.

책의 말대로라면 이 행동을 반복하여 단전에 일정량의 마력이 쌓이면, 마력 저장소가 생성된다고 했다.

‘생각보다 간단하잖아?’

석찬은 단전에 마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혈관을 타고 천천히 이동하는 마력은 단전에서 뭉쳐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또다시 시간이 흘러 하루 뒤, 석찬의 단전에 작은 공간 하나가 만들어졌다.

띠링.

[마력 저장소를 생성하셨습니다.]

[스킬창이 소멸합니다.]

[이제 마력 스탯에 포인트를 투자하실 수 없습니다.]

[마력 스탯은 오직 수련으로만 상승합니다.]

[마력이 20 상승합니다.]

“좋았어!”

마력 저장소가 생겨나면서 그 증거로 스킬 창이 소멸했다.

기껏 8레벨까지 올려놓은 강력한 일격과 패시브 스킬 격투술이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그것보다 더 좋은 기술을 만들어내면 된다는 생각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권투로 프로 생활까지 했던 석찬이라 주먹 기술에는 자신이 있었다.

게다가 마력이 20이나 상승했다. 책을 살펴보니 마력 저장소가 커질수록 마력 스탯 또한 점점 상승한다고 나와 있었다.

마력이 끊임없이 차는 석찬에게는 그리 필요가 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공짜로 스탯을 20이나 줬는데 기쁘지 않을 리가 없었다.

“뭐야, 별거 없었잖아?”

처음 마력 운용의 서를 편 지 약 사흘 만에 마력 저장소를 만들어낸 석찬.

사실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수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을 보며 마력 운용을 익혔던 탑의 사람들 중 그 누구도 사흘 만에 마력 저장소를 만들어내는 기행을 벌이지는 못했다.

만일 그들이 석찬의 모습을 지켜봤다면 말 그대로 기함했을 것이다.

물론 그들이 재능이 없는 건 아니다. 마력 운용을 익힌 자들은 하나같이 탑을 주름잡는 자들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무한의 잠재력을 가진 석찬의 재능은 말 그대로 상식을 초월했다.

마력 저장소를 처음 만들어낸 석찬은 조심히 그것을 관조해 보았다.

붉은색을 띠는 마력 저장소.

책에서 나오는 대로라면 이 마력 저장소도 문의 시험처럼 빨간색으로 시작해서, 주황, 노랑, 초록, 파랑, 군청, 보라를 거쳐 최종적으로 백금색이 된다고 했다.

“좋았어, 이제 기술을 만들어볼까?”

석찬은 기대되는 마음으로 책의 페이지를 넘겼다.

* * *

2주 후.

0층의 모습은 꽤 많은 것이 바뀌어 있었다.

반들거리던 벽은 여기저기 금이 가고 부서져 있었으며, 거대했던 시체 산은 본래 크기에서 반의반 정도의 크기로 줄어들어 있었다.

시체 산의 중앙에는 수염과 머리카락이 덥수룩하게 자란 석찬이 피로 범벅이 된 옷을 입고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번쩍.

“후아.”

석찬은 개운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체 산에서 뛰어내린 석찬은 높게 쌓인 시체 앞에서 진지하게 고민했다.

‘이놈을 먹을까? 저놈을 먹을까?’

기술을 만들기 위해 애쓴 지 며칠이 지났다.

시간이 꽤 지나는 동안, 여러 가지 기술을 만드는 것을 비롯해 석찬은 마력에 원소를 부여하는 법을 터득했다.

이곳에 있는 몬스터의 시체는 부패하지 않았기에 석찬은 배가 고프면 불의 마력을 사용해 몬스터의 시체를 구워 먹곤 했다.

고블린 같은 인간형부터 짐승형 몬스터까지, 석찬은 모든 종류의 몬스터를 맛보며 시간을 보냈다.

방 한쪽 구석에는 그의 일용할 양식으로 희생된 몬스터들의 뼈다귀들이 가지런히 모여 있었다.

“음, 오늘은 너다.”

석찬은 고심하다 늑대처럼 생긴 몬스터의 뒷다리를 하나 뽑아 들었다.

“파이어.”

그러자, 석찬의 손바닥에서 불이 생겨났고, 그는 그것을 다른 손에 들려 있는 몬스터 뒷다리에 가져다 대 천천히 구웠다.

“상태창.”

[이름 : 강석찬]

[레벨 : 20]

[HP : 5,500/5,500]

[MP : 770/770]

[힘 : 55 + 5.5]

[민첩 : 50 + 5]

[체력 : 50 + 5]

[내구 : 55 + 5.5]

[마력 : 70 + 7]

[잔여 포인트 : 0]

[잠재력 : 무한]

상태창도 많은 것이 변해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사라진 스킬 창이었다.

수련이 잘된 탓인지 마력은 투자도 하지 않는데 아주 잘 올랐으며, 봉인된 건틀릿의 효능은 정말 톡톡히 보고 있었다.

상태창을 구경하는 사이 고기가 다 익었다. 석찬은 허겁지겁 다리를 물어뜯었다.

“휴, 잘 먹었습니다.”

뼈를 한쪽 구석에다가 잘 놓은 석찬은 슬슬 0층을 떠나야 할 때가 왔음을 느꼈다.

조용히 수련할 수 있는 것은 좋았지만 아무래도 혼자 이미지 트레이닝만 하는 걸로는 한계가 있었다.

또한 오랫동안 못 본 친구의 얼굴도 그리웠다.

“그래, 떠나자.”

어차피 지난 2주간 필요할 것 같은 기술은 어느 정도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

석찬은 미련 없이 오래전 통로 쪽에 생성됐던 순간이동 게이트를 향해 걸어갔다.

띠링.

[문의 시험을 통과했습니다.]

[1층으로 이동하시겠습니까?]

“그래.”

석찬의 말이 끝나자, 포탈이 석찬의 몸을 빨아들였다.

* * *

거대한 신전 안.

한 남자가 신전 구석에서 대가리를 박은 채 원산폭격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끄윽.”

얼차려를 받는 남자는 바로 석찬이 있던 그룹을 담당하던 안내자였다.

그는 결국 잠을 자다 석찬의 보고를 까먹었고, 그 벌을 받는 중이었다.

“허리 똑바로 안 펴지?”

안내자의 허리가 약간 구부정해지자 우렛소리와 같은 호통이 이어졌다.

“히익, 죄송합니다!”

안내자가 재빨리 자세를 고쳐 잡았다.

“이 새끼가, 이레귤러가 나타났는데, 보고를 안 해? 네가 아주 그냥 뒤지고 싶어서 환장을 했구나?”

“죄송합니다!”

“죄송할 짓을 왜 해?”

“죄, 죄송합니다….”

“내가 0층에서 알아채서 망정이지, 너 이거 주신님 눈에 띄었으면 징계로 안 끝나. 알아? 나까지 조질 뻔했잖아!”

“죄송합니다!”

“에휴, 왜 이런 애가 안내자가 돼가지고는. 죄송하단 말도 듣기 싫으니까 당장 꺼져!”

“죄… 죄송합니다!”

“너 한 번만 더 이래 봐, 주신님까지 갈 필요도 없어, 아주 그냥 내가 죽여 버린다.”

“며… 명심하겠습니다!”

도망치듯 빠르게 사라지는 안내자를 보며 한숨을 쉬던 여성은 이내 뒤를 돌아 1층으로 가는 게이트를 향해 걸어 들어가는 석찬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저놈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안들 수가 없다.

“꼭 이레귤러라고 해서 ‘그것’이 되는 건 아니지만.”

자고로 노란 싹수는 자라나기 전에 미리 제거해야 하는 법.

‘힘이 조금 들긴 하겠지만, 조치를 취해 놔야겠어.’

게다가 이레귤러를 탑에 멀쩡하게 들여보냈다는 것이 들통난다면… 상상도 하기 싫다.

“너에겐 악감정은 없다, 이레귤러. 하지만 나를 위해 죽어 줘야겠어.”

석찬을 보는 그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그녀는 석찬을 보며 무언가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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