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잠재력 무한-5화 (5/200)

제5화

번쩍.

쓰러진 사람들 사이에서 눈을 뜬 석찬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이 이동한 곳은 울퉁불퉁한 돌로 이루어진 공간이었다.

마치 동굴을 연상시키는 이 공간은 세 벽면에 횃불이 꽂혀 있었고, 한 면은 거대한 문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거대한 아치 형태의 문은 마치 영화에서나 볼 법한 중세시대 성문의 모양이었다.

문을 구경하는 사이에 모든 사람이 정신을 차렸고, 새로운 메시지가 전달되었다.

[탑 0층 : 문의 시험]

[성공적으로 튜토리얼을 완료하고 탑에 들어온 당신! 문의 시험을 통과하자.]

[내용: 문의 시험 통과]

[보상 : 결과에 따라 차등 지급]

[입장의 증표를 문에 가져다 대면 문의 시험이 시작됩니다.]

‘문의 시험이라.’

문을 자세히 보니 중앙에 입장 증표와 딱 맞는 크기의 홈이 파여 있었다.

“에이씨, 까짓것 통과하면 되지 뭐!”

그때, 한 남자가 자신만만해하며 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우아한 여성의 목소리가 공동에 울려 퍼졌다.

-입장 증표를 제출하십시오.

그 말에 남자는 당당하게 동색 증표를 꺼내 홈에다 끼워 넣었다.

파앗.

“윽?!”

그러자, 환한 빛이 일더니, 이내 문이 주황색으로 물들었다.

-주황색 테스트입니다.

“주황색?”

-그렇습니다.

“그게 어느 정도 수준의 테스트인데?”

-7개의 테스트 중 6번째로 어려운 테스트입니다.

7개 중에 6번째, 즉 뒤에서 두 번째라는 말에 남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뭐? 6번째?”

-그렇습니다.

“푸흡.”

무미건조한 여성의 목소리에 주위에서 여러 비웃음 소리가 들리자 남자는 이마에 힘줄을 돋으며 소리쳤다.

“안 닥쳐!? 새끼들아?”

그래도 웃음소리가 줄어들지 않자 남자는 격노해 검을 뽑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섬뜩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0층에서 폭행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한 번 더 폭행의 정황을 포착하면 영혼 소멸의 절차를 진행하겠습니다.

영혼 소멸.

오랜만에 나온 그 무시무시한 소리에 남자는 정신이 되돌아온 듯 연신 허공에 ‘죄송합니다!’라고 크게 외친 후, 서둘러 문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이후로 사람들은 한 명씩 문을 열고 들어가기를 반복했다.

그동안의 과정을 쭉 지켜본 결과, 시험의 단계를 나타내는 색은 무지개의 일곱 빛깔, 즉 빨주노초파남보와 같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하지만 사람들이 받은 테스트 중 가장 높은 등급의 테스트는 두 번째로 높은 남색 등급의 테스트였다.

그동안 문을 들어간 52명의 사람 중 남색 문을 연 사람은 진현을 포함해 단 두 명뿐이었다.

이제 공동 안에 남은 사람은 오직 석찬뿐이었다. 석찬은 천천히 문 앞으로 걸어가 자신의 증표를 꺼내들었다.

-백금 증표?

그때, 살짝 놀란 듯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음?”

-아, 아닙니다. 입장 증표를 제출해 주십시오.

당황하는 목소리를 제쳐두며 석찬은 홈에다 증표를 끼웠다.

파직!

“큭.”

그런데 갑자기 문고리에서 스파크가 튀더니 알 수 없는 힘이 석찬을 배척했다.

“뭐… 뭐야?”

중심을 잡고 선 석찬은 계속해서 미친 듯이 떨리는 문을 쳐다보았다.

몇 분이 지나자 떨림이 잦아들더니 갑자기 문의 색깔이 증표처럼 환한 백금색으로 변했다.

“뭐야, 백금색?”

띠링.

갑자기 석찬의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플래티넘 테스트 확인.]

[주의!]

[플래티넘 테스트는 보라색 테스트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어렵습니다.]

‘보라색 테스트보다 더 어렵다고?’

보라색 테스트의 난이도가 어느 정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시스템이 주의하라고 말해줄 정도면 극악의 난도일 것은 확실했다.

“흠.”

고민이 됐다.

분명 난도가 높은 만큼 보상도 높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게임이 아닌 현실.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도 없었다.

그렇기에 그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갔다.

[플래티넘 테스트를 치르시겠습니까?]

[수락/거절]

“흐음.”

눈앞에 둥둥 떠다니는 메시지창은 재촉이라도 하듯 깜빡거리며 선택지를 제시했다.

[10초안에 결정하지 않으실 시 영혼이 소멸….]

“그래, 알았다 알았어. 수락. 플래티넘 테스트를 치르겠다.”

영혼을 소멸한다는 메시지에 석찬은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그래, 어차피 치러야 하는 것.’

띠링.

[플래티넘 테스트 수락]

[테스트 장소로 이동합니다.]

그 메시지 창을 마지막으로 거대한 백금색 문에서 환한 빛이 새어나오더니 석찬의 몸을 감쌌다.

* * *

“…여긴?”

눈을 뜬 석찬은 빠르게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가 이동된 곳은 일전의 곳과 비슷한 크기의 공동이었으며, 벽 한쪽에는 거대한 통로가 존재했다.

[문의 시험 : 플래티넘]

[플래티넘 테스트를 치르기로 결정한 당신! 통로에서 튀어나오는 모든 몬스터들을 처치해라.]

[내용 : 모든 몬스터 처치]

[보상 : 축복받은 랜덤박스 5개]

[시험 시작까지 9:59]

‘통로에서 튀어나오는 몬스터라.’

석찬은 한쪽 벽을 가득 메우고 있는 거대한 통로를 응시했다.

오싹-오싹-

단순히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몸이 떨릴 정도로 강한 살기가 석찬의 몸을 짓눌렀다.

석찬의 이마에서 식은땀 한 방울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이거, 이길 수 있을까?’

순간적으로 ‘패배’라는 단어가 그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아니야, 정신 차려 강석찬!’

자신이 누구던가? 역사상 최고의 복서, 한국의 자랑, 모든 복서의 우상 등등, 자신은 말 그대로 전설 그 자체였다.

게다가 지금은 마력을 얻으며 전성기의 육체조차 회복한 상태.

‘할 수 있다, 강석찬. 자신감을 가져!’

마음을 가라앉힌 석찬은 심호흡하며 몸을 최대한 편안한 상태로 만들었다.

그렇게 준비를 하다 보니 빠르게 시험 시작 시간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시험 시작까지 00:02]

[시험 시작까지 00:01]

[시험 시작까지 00:00]

[문의 시험을 시작합니다.]

[1차 웨이브가 시작됩니다.]

시험을 시작한다는 메시지 창이 출력됨과 동시에 거대한 진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쿠구궁.

“뭐지?”

“끼에에엑!!”

그때, 통로 쪽에서 괴성이 들리며 몬스터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타나는 몬스터들의 생김새는 다양했다. 일전에 튜토리얼에서 마주쳤던 고블린도 보였고, 고블린과 비슷한 피부색을 가진 거대한 생명체들과 짐승의 형체를 가진 몬스터 등도 있었다.

‘수는 대략 15마리 정도인가?’

게다가 튜토리얼 때와는 달리 모든 몬스터가 무장을 했으며 무장의 상태 또한 날이 잘 벼려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을 보는 석찬의 눈은 편안했다. 현재 석찬이 느끼는 감정은 하나였다.

기대감.

과연 현재의 자신이 이 녀석들을 상대로 얼마나 버티고, 또 우위를 점할 수 있을까?

승부사로서의 본능이 살아나고 있었다.

석찬은 자신을 향해 노골적인 살기를 풀풀 내뿜는 몬스터들을 보며 한 번 씨익 웃어주었다.

“키에엑?”

“키에에엑!”

“쿠어어어!”

그 모습을 본 몬스터들은 조그마한 인간 따위에게 무시를 받는 것에 분노해 이성을 잃고 달려들었다.

석찬도 한 번 숨을 크게 들이쉰 다음 몬스터들을 향해 질주했다.

몸집이 작아 스피드가 빠른 고블린과 개처럼 생긴 짐승형 몬스터들이 제일 먼저 석찬에게 달려들어 칼과 이빨을 들이밀었다.

주위를 감싼 몬스터들의 얼굴을 향해 가볍게 한 대씩 주먹을 날렸다.

펑!

퍼벅!

“요놈들 봐라?”

하지만 시험 난도가 올라간 것이 이유였을까?

튜토리얼에서는 가볍게 때려도 즉사하던 놈들이 전보다 더욱 강해진 석찬의 주먹을 버텨냈다.

그래도 충격이 꽤 큰 것인지 몸을 휘청거리며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고블린 백인장급은 아니군.’

아무리 석찬이여도 고블린 백인장급의 몬스터가 15마리나 동시에 나타나면 상당히 곤욕을 치렀을 것이다.

몇 번 더 주먹을 내리치자, 몬스터들이 하나둘 바닥에 허물어졌다.

“쿠어어어!”

한 몬스터가 석찬에게 다가왔다.

일반적인 성인 남성보다 조금 더 큰 2m 정도의 큰 키와 근육질 몸집. 그리고 고블린과 비슷하게 생긴 외모.

판타지 소설에서 흔히 오크라고 묘사되는 생명체와 유사한 생김새를 가진 몬스터가 석찬을 향해 철로 된 몽둥이를 휘두르고 있었다.

‘저 녀석, 고블린 백인장급이다.’

엄청난 근육량에서 나오는 빠른 공격. 석찬은 재빠르게 그것을 피한 후 오크의 턱에 스트레이트 펀치를 날렸다.

‘강력한 일격.’

쾅!

“꾸웨에에엑!”

“오.”

시험 삼아 스킬을 발동해 날려 본 공격. 그 효과는 굉장했다.

주먹에 맞은 오크의 턱이 산산조각이 나며 녀석은 그대로 절명했다.

“구어어어!”

한 마리의 오크를 쓰러트렸다지만, 아직 뒤에는 살아 있는 몬스터들이 석찬을 향해 이를 갈고 있었다.

“음.”

석찬은 아직도 여럿 남은 몬스터들을 바라보며 다시금 주먹을 움켜쥐었다.

“쿠어어어!”

한 몬스터의 일격을 피해내니, 옆에서 또 다른 몬스터가 이빨을 들이댔다.

“어딜!”

으직!

전력을 다한 일격에 몬스터의 머리에서 섬뜩한 파열음이 나며 그대로 고꾸라졌다.

쿵!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다는 메시지가 출력되었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1차 웨이브 종료.]

[2차 웨이브가 시작됩니다.]

몬스터가 다 죽자 떠오른 메시지 창.

쿠구궁.

곧이어 또 다른 몬스터 군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허어….”

게다가 그 수도 처음보다 더 많아 보였다.

‘게다가 2차 웨이브면 3차, 4차 웨이브도 있다는 소린가?’

그런 생각도 잠시, 석찬은 달려오는 몬스터들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뻑!

퍼벅!

앞선 녀석들과는 다르게 큰 몬스터들은 한두 방으로 처리되지 않고, 끈질기게 일어나 석찬에게 달려들었다.

녀석들의 인해전술에 피하지 못하는 공격도 조금씩 생기기 시작하며 HP가 천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지?’

줄어드는 HP를 흘끔거리던 석찬의 눈에 꽉 차있는 MP창이 보였다.

‘맞다.’

생각해보니 석찬에게는 줄어들지 않는 사기적인 MP통이 있었다.

그 어떤 것보다 사기적인 무기를 까먹고 있었다니.

석찬은 당장 스킬을 발동했다.

“강력한 일격!”

콰앙!

푸른빛이 일렁이는 주먹에 직격한 몬스터 한 마리가 저 멀리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쿠르르륵?”

[강력한 일격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출력된 메시지를 보며 석찬이 씩 웃었다.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석찬의 양손에서 푸른빛이 일기 시작했다.

“다 뒤졌어.”

* * *

휘이잉-

조용한 공동에 바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석찬의 앞에는 몬스터들의 시체로 이루어진 하나의 산이 있었다.

그의 앞으로 메시지창이 하나 출력됐다.

[문의 시험(플래티넘)을 통과하셨습니다.]

[축복받은 랜덤박스 5개가 지급됩니다.]

[순간이동 게이트가 생성됩니다.]

석찬은 허공에서 떨어지는 상자들을 낚아채 바닥에 내려놓은 뒤 시체의 산에 몸을 기대었다.

총 다섯 개의 웨이브 동안 도합 120마리의 몬스터를 처치한 그의 레벨은 벌써 20이었다.

한 번의 시험으로 무려 12의 레벨을 올린 것이다.

게다가 쉬지 않고 사용한 강력한 일격은 어느덧 7레벨이 되어, 80MP를 소모해 공격력의 8배 위력의 일격을 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석찬은 자신의 앞에 놓인 작은 상자 5개를 바라보았다.

[축복받은 랜덤박스]

[등급 : 알 수 없음]

[내구도 : 무한]

[사용자에게 필요한 아이템을 지급합니다.]

짧지만 강력한 효과.

‘게다가 개수도 무려 5개.’

석찬은 기대를 가득 안은 채 축복받은 랜덤박스를 개봉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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