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 땅속 황금이 보여-180화 (180/188)

180화

위아래로 흐르는 빛줄기가 어지럽게 흐르고 있었다. 꿈인 것 같지만,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한 공간.

강한 별빛이 나를 향해서 날아왔다. 수십 개의 빛 가닥이 내 몸을 통과했지만,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존엄주의자의 날카로운 눈빛이 나를 바라보았다.

“거기 있는 허락되지 않은 의지는 누구냐?”

나는 맹수처럼 송곳니를 드러내며 화를 냈다.

“너희들이 나한테 사료라도 줘봤냐? 간식을 줘봤냐? 어디서 짐승 취급이야? 미친개처럼 네놈의 목을 물어볼까?”

실체가 없는 내 쪽에 강한 시선을 준 것은 긴 수염의 다양성주의자.

“저 의지는 뭔가? 어떻게 들어왔지?”

존엄주의자가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만든 차원으로 들어왔는데, 놀랍게도 존엄한 자가 아니군.”

나는 더 강하게 화를 냈다.

“나에게 물리면 광견병에 걸린다고 했지. 난 존엄을 뛰어넘어 ‘공포’다. 우리 동네에서 나를 무시할 놈은 없었다.”

존엄주의자는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으나 대답하지 않았다.

“······”

“생각해 보니 이 새끼들이 나를 만만하게 보고 있구나. 그러니까 절반만 죽이네 살리네 하지. 나도 네놈들을 절반만 죽여줄까?”

“······”

“어린 새끼가 뭘 야려?”

나의 시선이 이제는 다양성주의자를 향했다.

“그리고 너 수염 새끼. 너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다양성을 원하면 개랑 고양이를 섞어서 개고양이 같은 것이나 만들면 되지. 왜 사람을 죽여! 자식 죽은 부모 얼굴 봤어? 넌 내 손으로 수염을 다 뽑는다.”

다양성주의자는 아직 놀란 표정이다.

“넌 누구냐? 어떻게 다차원으로 들어왔지? 인간이 들어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금 그게 문제야? 네놈의 취미생활 때문에 사람 수억 명이 죽었어. 알아? 수억 명이라고!!!”

나를 노려보던 다양성주의자가 냉정하게 말했다.

“존엄한 자의 판단이다. 너희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야.”

정신은 있지만, 육체가 없었다. 그러니 주먹도 없었다.

“주먹이 없다는 것을 다행으로 알아. 수염 새끼야.”

“무엄하다···”

“너희들은 제정신이 아니야. 너무 오래 살아서 미쳐버린 지박령 같은 것이지. 유령도 좀 패서 착하게 만들어주고 싶은데···. 아 씨발 주먹이 없네.”

다양성주의자가 혀를 찼다.

“피조물이, 차원의 지배자에게 못 하는 말이 없구나.”

“지구는 우리 인간의 것이고, 인간은 존엄하다. 나를 지배하고 싶으면 일단 1:1로 싸워보자. 어서 주먹부터 돌려놔.”

어린아이의 모습을 한 존엄주의자가 갑자기 대화에 끼어들었다.

“인간이 왜 존엄한가?”

순간 아리스토텔레스인가 소크라테스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인간은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아닌가? 다른 놈이 이야기했나? 어쨌든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너희들만 사유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도 사유하고 영혼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인간과 동물이 다른 점이지.”

“인간에게도 영혼이 있나? 그것을 증명할 수 있나?”

“나는 사실 영혼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생각이라는 프로세스가 영혼이라는 실체 없는 단어를 이해하는 고등 생명체라는 것이지. 그렇기에 존엄한 것이다.”

존엄주의자는 조금 실망한 표정이 되었다.

“영혼은 그런 것이 아니다.”

나는 다시 송곳니를 드러냈다.

“영혼은 없어도, 주먹이 있어서. 죽빵을 한 대 날리고 싶군.”

“차원의 지배자 앞에서 폭력은 무의미한 몸부림이다.”

이때 아이유가 나와 중력을 맞추듯 천장에서 내려와 내 앞에 섰다.

“나의 도움도 없이 차원의 문을 열다니 대단하군.”

응? 아이유 님이 나를 데리고 온 것 아닌가?

“지금 그게 중요한가요? 혹시 주먹을 만들 수 있으면 그것부터 붙여줘요. 왜 인간이 존엄한지 교육시키게.”

존엄주의자가 아이유에게 물었다.

“이 자는 누구인가?”

“제 유일한 사도인 황금인입니다.”

“다차원의 문을 여는 지구인이 있다니, 인간이 특별하다는 느낌이 처음 들었다.”

아이유는 존엄주의자를 강하게 바라보았다.

“수중주의자는 지금 어디 있습니까?”

존엄주의자는 심각한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가 곧 뭔가를 느끼고 번쩍 눈을 떴다.

“씨앗을 뿌리는 자(수중주의자)는 지구 안에 있다. 이미 오래전에 와 있었지.”

아이유는 더욱 어두운 얼굴이 되었다.

“이미 생명이 가득한 곳에 그분이 올 이유가 없습니다. 이유가 뭡니까?”

대답 없이 눈을 감고 있었던 존엄주의자가 눈을 떴다.

“나의 물음에 답하지 않는다. 깊게 가라앉아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일은 제 의지대로 하겠습니다.”

“나는 관여하지 않겠다. 다만 각 의지가 부딪쳤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장담할 수 없구나.”

“가장 강한 의지가 관철될 것입니다.”

아이유가 나를 바라보았다.

“너는 나와 따로 이야기하자.”

나는 조금 움찔하며 머리를 끄덕였다.

“네···.”

“너의 차원으로 간다.”

순간 밝은 빛이 온몸을 감싸는 것처럼 밝아졌다. 눈을 뜰 수가 없을 정도.

곧 눈의 초점이 점점 맞으며 사방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는 어디지? 주변을 살폈는데 익숙한 곳.

삼성동 본사 부회장실.

나는 임원 테이블 의자에 앉아 있었다.

테이블 좌측에는 아이유가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고, 우측에는 수염을 기른 도사 같은 다양성주의자가 차를 마시며 앉아 있었다.

나는 바로 눈에 불을 켜며 다양성주의자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주먹을 꽉 쥐었다.

“지금 차가 목구멍으로 넘어가?”

“······”

“사과해! 씨발놈아. 할복하던가. 아니면 손가락이라도 잘라. 지구 역사상 너 같이 미친놈이 없었어.”

다양성주의자는 나의 말을 듣지 못한 척 보지도 않았다.

“너와 말하고 싶지 않다.”

나는 분노하며 한걸음에 다가갔다.

“딴청을 피워? 수염을 다 뽑아줄까? 그리고 허락도 없이 누가 내 차 마시래?”

그제야 도인이 입을 열었다.

“육체를 가진 피조물이 차원과 시간의 법칙을 어찌 알겠느냐?”

나는 테이블 위에 올라서서 그놈을 내려다보았다. 발로 그놈의 머리통을 찰 수 있는 위치였다.

“그런 것은 몰라도 사는 데 아무 문제 없어. 그리고 지구상의 어떤 씨발놈도 취미 활동하느냐 수억 명을 죽인 너보다 똑똑해. 너 진짜 기본이 안되었다.”

“다양성 프로젝트는 지구를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

!!!!

나는 발로 그놈의 머리를 차서 쓰러트린 후, 올라타 다양성주의자의 수염을 잡았다.

“너 때문에 죽은 사람을 위해 이 수염을 뽑아 버리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이때 아이유가 강하게 말했다.

“그만···. 그래 봤자 의미 없어.”

“이놈도 고통스러워해야 한다고요.”

“그자가 고통을 느끼는 것 같나? 그 육체가 진짜 같아?”

한 대 맞아 쓰러진 다양성주의자는 눈빛에 조금의 충격도 없었다. 아프거나 화난 표정이 아니었다. 그저 나를 관찰할 뿐.

그는 혀를 차며 말했다.

“이런 불완전한 행동을 하니, 인간을 줄어야 하는 것이다.”

아이유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

“황금의 사도. 나의 이야기를 잘 들어. 특별히 우리 존엄인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겠다.”

나는 바로 일어나 테이블 위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다. 그리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귀를 열고 듣고 있습니다.”

아이유는 담담하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우주가 의지를 가지고 확장하기 시작한 지, 13억 년 후에···. 첫 번째 생명체인 우리가 만들어졌다. 우리는 우주의 첫 번째 영혼으로 ‘솔론’이라 스스로를 명명했다. 솔론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여 완성된 생명체가 되었다. 기술은 우주의 성간을 돌아다닐 수준이었고, 지식은 ‘차원과 시간을 법칙’을 깨달을 정도였지. 전성기 때는 우주의 법칙을 새롭게 정의할 단계까지 갔다.”

아이유는 나의 눈빛을 보며 가볍게 커피를 마셨다.

“우리는 진보하고 또 혁신했지만, 우리가 느낀 것은 만족할 수 없는 욕심이었다. 육체를 만족시키려면 엄청난 자원이 필요했고, 우리는 그 때문에 서로를 죽이고 또 죽였지. 그렇게 90%가 넘는 우리 동족이 서로의 손에 의해 죽었다. 문명의 멸망이 눈앞에 있었다.”

나는 머리를 끄덕였다. 인간의 역사에 같은 일이 너무도 많았다.

“동족끼리 끝장을 보았군요. 인간사회에서도 흔한 일입니다.”

“5만 년 동안 싸웠다. 나중에는 왜 싸우게 되었는지 이유도 기억나지 않을 정도였지.”

“그때 멸망해서 유령이 된 건가요?”

“우리 종족은 욕망의 원천이자, 싸움의 원인인 육체를 버리고 죽음을 넘어섰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아이유가 잠깐 생각하더니 쉬운 말로 바꿔 설명했다.

“첫 번째로 해탈한 자가 나왔다. 육체를 버리고 영혼을 차원의 세계로 넘겨 영원히 살게 된 것이지. 끝까지 육체를 버리지 않고 죽은 자도 있었으나 대부분 죽음의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영생을 선택했다. 그렇게 영혼만 남은 사람은 자신을 ‘존엄한 자’라 불렀다. 육체를 버림으로써 욕망이 사라지고 이성만 남았기 때문이었다.”

“오래 살려고 육체를 버리고 귀신이 되었다는 말이잖아요. 내 말이 맞는 것 같군요.”

아이유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귀신이라···. 틀린 단어 선택이지만, 일맥상통하는 문맥이 있다.”

“아이유 님도 육체를 버린 것입니까?”

“나도 육체를 버리고 몇억 년 동안 사유했다. 그사이에 사라진 영혼도 많았지만 나는 지금까지 이성을 유지하고 있다.”

“원하는 대로 유령이 되었으면, 그냥 유령놀이만 하면 되지. 왜 사람을 죽이는 겁니까?”

“억겁의 시간이 흐르자 영혼들도 사유를 뛰어넘어 자극을 원하기 시작했다. 존엄인이 예상 못 한 일이었지. 육체가 모든 악이 근원이라 생각했는데, 영혼도 쾌락을 원하고 있는 것이었다······. 뭐 존엄주의자들은 아직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나는 수염 난 다양성주의자를 보며 말했다.

“지구를 동물원처럼 생각하고, 사람을 죽이며 쾌감을 느끼는 다양성어쩌구 하는 미친놈도 있으니 영혼도 타락할 수 있다는 가설은 증명된 것 같습니다.”

수염을 만지며 다양성주의자가 말했다.”

“새로운 생명의 보호자가 되는 존엄한 일이다.”

나는 인상을 쓰며 말했다.

“육체도 버리고 너 소중이도 버려서 애를 못 가지니 뭐 대리만족 같은 것을 하는 것인가?”

다양성주의자는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새로 태어나는 생명에 자기 DNA를 넣으면 어떨까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성은 이 생각을 거부했다.

“나 또한 존엄하다. 육체를 통해서 불완전해질 수 없다.”

나는 다양성주의자 도인을 바라보며 불쌍하다는 눈빛으로 혀를 찼다.

“고자 새끼.”

아이유가 나를 바라보았다.

“수중주의자는···. 가장 먼저 해탈한 솔론 중 하나. 위대한 인물이지. 우주 행성에 새로운 씨앗을 심는 자. 대기만 남은 행성에 물을 만들고 그곳에서 첫 번째 생명을 잉태하는 영혼이다. 가장 오랫동안 사유한 사람으로 특별한 영혼이지.”

나의 표정은 심드렁했다.

“유령 중에 미친 유령이 있어서 지구를 통째로 물속에 처넣으려고 한다는 것은 들었습니다. 씨발놈! 어항에 금붕어나 기를 것이지.”

아이유의 표정이 더욱 어둡다.

“이미 지구에 와 있다면, 엄청난 일이 진행되고 있을 거다.”

나는 강하게 말했다.

“어디 있는지 찾아만 주시면, 그 뒤는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찾아야지. 반드시 찾아야지. 꼭 찾아야 한다.”

아이유가 내 사무실의 금고 앞에 섰다. 그리고 비밀번호도 누르지 않고 벌컥 열었다.

어? 왜 그냥 열려? 분명 잠갔는데···.

아이유의 눈이 나를 바라보았다.

“금고를 채워 놓았다. 긴요하게 쓰거라.”

“뭘 채워 놓아요?”

나도 금고 앞으로 다가갔다. 순간 입을 닫을 수 없었다. 놀랍게도 금고 안에 황금 씨앗과 붉은 씨앗이 천 개 정도 들어 있었다. 수류석도 10개 정도 보였다.

엄청난 보물들이다. 황금 씨앗은 물론이고 수류석까지 있었다.

“와···. 이것을 다 주시는 건가요?”

“시간이 없다. 우리는 준비를 해야 해.”

이때 아이유가 금고에서 말발굽 같은 자석을 꺼냈다. 처음 보는 것이었다.

“이것이 ‘차원 저장 자석’이다.”

이번 미션에 성공하면 받기로 한 물건이었다.

“미션에서 이야기했던 보상이군요.”

아이유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커피콩이 가득 들어 있는 통 뚜껑을 뜯었다.

자석을 커피콩에 가져갔다. 그러자 커피콩이 자석에 와르르 빨려 들어갔고 곧 빈 통만 남았다.

나는 그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커피는 어디로 갔습니까?”

아이유가 차원 저장 자석을 보여주며 말했다.

“차원의 공간에 커피가 저장된 것이다. 얼마나 많은 양이든 그대로 저장되지, 무한대의 공간에 시간이 흐르지 않는 곳이기 때문에 물자가 상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지 않는 곳이라고요?”

“지구와 다른 차원의 세계가 있다. 그곳은 시간이 거의 흐르지 않는 곳이지. 쉽게 이해하기 위해 ‘시간의 상대성 원리’에 대해서 설명해 줄까? 네가 말한 비유로 말하자면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호모사피엔스까지 단번에 진화할 수 있다.”

나는 입을 벌렸다. 머리를 저었다.

“그냥 돌도끼 쓰겠습니다. 제 자신을 제가 잘 압니다.”

아이유가 다시 한번 프림통을 깠고 차원 저장 자석으로 프림이 확 빨려 들어갔다.

“다시 한번 설명하지. 이렇게 저장한다. 직접 해봐.”

그러면서 그녀가 나에게 차원 저장 자석을 넘겨줬다.

나는 자석을 손에 쥐고 물었다.

“그럼 저장한 물건은 어떻게 꺼내나요?”

“자석을 쇠에 붙여.”

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스탠드에 자석을 붙였다. 그러자 프림이 바닥에 와르르 쏟아졌다.

“오. 신기한데요? 그런데···. 전에 저장했던 커피는 어떻게 꺼내나요?”

아이유가 다른 커피 팩을 찢어, 손에 조금 가져오더니 자석으로 빨아들였다. 그리고 쇠로 된 장식장에 붙이자 커피가 와르르 쏟아졌다.

“이렇게 꺼내는 것이다. 마지막에 저장한 것과 같은 물질을 쏟아내지.”

“아! 마지막 빨아들였던 것을 쏟아내는군요.”

“그렇다.”

“멋진데요?”

“여러 가지 기능이 많지만, 이 정도로만 써.”

“감사합니다. 정말 대단한 물건입니다.”

“내가 이것을 왜 주겠나?”

나는 아이유의 눈빛을 받고 한참을 생각했다. 그리고 수중주의자가 할 행동을 예상했다.

“물자를 저장해야겠군요. 그 수중주의자가 미친 짓거리를 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 시간이 있는 동안 최대로 저장해야 한다. 네가 상상하는 것의 1,000배 정도는 저장해야 할거다.”

나는 창고에 있는 수류석을 보았다. 식량을 확보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였다.

“알겠습니다. 최대한 확보해 보겠습니다.”

아이유가 도인처럼 보이는 다양성주의자에게 강하게 말했다.

“그대도 내놔. 이대로 다 죽일 셈인가? 다양성이고 뭐고 ‘대멸종’을 네 눈으로 보게 될 것이다.”

도인은 머리를 흔들며 인상을 썼다.

“수중주의자라니···.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가?”

아이유가 강하게 말했다.

“존엄주의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이성이 완벽한 것 같아도, 그 안에 알 수 없는 욕망이 살아있고 그곳에 악이 숨어 있다. 육체가 악의 근본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슬픈 일이군. 영혼에도 악이 있다니.”

아이유가 다양성주의자에게 다가갔다.

“빨리 쓸만한 것을 꺼내. 시간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보물을 줄 수밖에 없겠군.”

도인은 내 금고로 가더니 초록색 전기밥솥 같은 것을 꺼내 왔다.

내 금고에 이런 것이 있었나? 그리고 품속에서 성인 남자의 손톱 크기의 다이아몬드를 꺼내 들었다.

“무엇인지 알겠지? 다이아몬드다.”

다이아몬드를 밥솥에 넣고 문을 닫았다. 그리고 중앙에 있는 버튼을 눌렀더니, 밥솥이 조금씩 떨다가 뜨거운 열기와 강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다양성주의자가 나를 보며 말했다.

“열어봐.”

“뜨거운 거 아냐?”

“빨리 열어.”

나는 의심하면서 초록색 뚜껑을 슬쩍 만졌지만 뜨겁지 않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열었다. 그랬더니 수증기가 사방으로 강하게 퍼졌다.

수증기가 사라지자, 안에는 손바닥의 절반 크기의 초록색 원반이 있었다.

원반이 뜨거운지 손가락으로 찔러 확인하고, 눈치를 보며 그것을 조심스럽게 꺼내 들었다.

“이게 뭐야?”

“무엇인 것 같나?”

“찌개 받침대로 쓰면 딱 맞을 정도로 촌스럽게 생겼군.”

내가 원반을 손에 쥐자, 지난번 원소 분리석처럼 여러 가지 종류의 글자 나타나다가 숫자 0이 찍혔다.

“어? 숫자가 찍혔다.”

다양성주의자가 말했다.

“그것을 손으로 문질러서 5를 만들어라.”

“문질러서 5를 만들라고? 오케이 알았어.”

나는 집게손가락으로 원반을 문질렀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러자 다양성주의자가 손바닥 전체로 강하게 문질렀다.

그러자 숫자 1이 찍혔다.

“강하게. 너희 힘이 전달되어야 한다.”

나는 다시 원반을 받아 강하게 비볐다. 그러자 숫자가 올라가더니 숫자 5가 되었다.

“5가 되었다. 이제 어떻게 해?”

“그것을 책상에 붙여라.”

“책상에 붙여? 원목 책상인데 붙을까? 쇠도 아닌데.”

“그냥 붙여!”

나는 녹색 원반을 조심스럽게 매우 묵직한 통원목 책상에 붙였다.

그러자 녹색 원반이 붙은 책상이 오른쪽으로 기울어 공중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오!!! 이건 뭐야? 뜬다 떠.”

아이유가 냉정한 얼굴로 물었다.

“이것은 어디에 쓰는 물건인 것 같나?”

나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라고 이야기하려다가, 쉽게 대답하지 않고 머릿속에서 스케일을 계속 키웠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은 가벼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끝내 가장 커진 사이즈를 말했다.

“하늘에 떠 있는 노아의 방주?”

아이유는 머리를 끄덕였다.

“서둘러. 수중주의자가 언제 무엇을 할지 모른다.”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날이 갑작스럽게 옵니까?”

“아마도 여러 가지 징조가 있을 거야. 큰일이 있을 테니.”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아이유가 강하게 나를 바라보았다.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너는 왕이 되어야 한다. 왕의 권위를 가져야 한다.”

“왕의 권위요? 지금도 돈이 많으면 왕이지요.”

“그렇다면 왕이 될 정도의 돈을 모아라.”

“어떻게 말인가요?”

아이유는 품속에서 용머리 장식의 금침을 하나 꺼내 들었다.

“이것을 받아라.”

나는 금침을 조심스럽게 받아 들었다.

“이것은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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