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화
광인 사태가 가장 심각한 곳은 중국.
중국 공안이 테러리스트를 조사하기 시작했는데, 엄청난 숫자의 '신궁' 회원들이 쏟아졌다.
그들은 ‘신궁수’라는 물을, 젊어지고 모든 병을 치료하는 만병통치약이라 하면서 팔았다.
벌레의 알을 먹으면 초반에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기간이 2주에서 1달 정도 있는데, 그것을 보고 너도나도 '신궁수'를 먹어 중국 전체에 엄청난 광인이 쏟아졌다.
대형 유통 회사 회장이 싸게 신궁수를 북경 근처에 대량으로 판매했다. 그래서 북경의 근처의 양쯔강 이북은 그야말로 광인 천지였다.
나라를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
싫든 좋든 전 세계는 하나의 경제로 묶여 있었고, 특히 한국은 중국은 경제적으로 많이 연결되어 있었다.
그래서 한국 정부는 중국이 광인 사태를 빠르게 해결하기를 바랐다. 그래서 만파식적 복제품 1만 개와 5천만 개의 구충제를 지원해 주었지만, 광인 사태는 조금도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중국 대사가 청와대로 들어와 읍소를 하고 있었다. 원본 만파식적을 달라는 간청.
“제발 만파식적 원본을 보내 주세요. 그것만이 희망입니다.”
대통령은 머리를 저었다.
“참으로 곤란한 말씀을 하시군요.”
“제발 도와주세요.”
아무리 간절하게 말해도 절대 불가했다. 대한민국은 광인 사태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지만, 만파식적의 원본을 준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아직도 지방이나 섬에서 가끔씩 광인이 출몰하고 있었다.
게다가 복제품 만파식적의 능력을 올리기 위해서 반드시 원본이 필요했다.
중국 대사 앞에서 말하지 못했으나, 나는 중국을 믿을 수 없었다. 만파식적을 넘기는 즉시, 이 보물은 역사적으로 원래 중국 것이었다고 할 놈들.
빌려줬다가, 우리가 필요할 때 돌려받을 것이라 믿는 사람은 청와대에 없었다.
그래도 중국은 바로 옆에 있는 이웃 나라였기 때문에, 없는 살림이지만 최근에 생산된 업그레이드된 복제품 만파식적 2만 개와 구충제 1억 개를 중국으로 보냈다.
하지만 쓸데없는 짓이었다.
나중에 알려진 일이었으나 한국에서 지원한 만파식적과 구충제 90%가 최고위 관리의 창고로 들어갔다. 횡령하여 비싸게 팔려고 하다가 광인이 되어 죽었고, 광인 사태가 끝날 때까지 창고 안에서 썩었다.
견제되지 않는 권력은 썩기 마련이었고, 비상시국에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피해는 중국 인민들이 감내해야 했다.
대한민국은 중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나라에 만파식적 복제품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엄청난 공업국인 대한민국이 매달 1천만 개의 만파식적을 찍어내고, 구충제를 10억 정씩 찍어내 전 세계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전 세계의 광인 사태가 마무리되기 시작했다. 전파 속력이 확 줄어들었다.
별 쓸모는 없지만, 다른 나라에서 0.5%짜리 성능의 복제품 만파식적을 생산하는 경우도 있었다.
어둠 속에서 작은 빛이 보이기 시작한 것인가? 아직은 알 수 없었다.
나는 집안의 소파에 누워 TV로 다른 나라 광인 사태를 보고 있었다. 만파식적과 구충제로 어느 정도 방향은 잡았지만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여동생이 겁먹은 얼굴로 물어봤다.
“우리 집은 걱정 없겠지?”
집안과 밖에는 수행과 직원들이 무장하고 있어 조금도 걱정할 것이 없다. 최근에는 러시아 용병을 아파트 주변에 깔았는데, 인터넷에서 광인 사태에서도 가장 안전한 아파트로 선정되었다.
게다가 아파트 안에 잘 복제된 만파식적을 달아 놓았기 때문이었다. 하루에 한 번씩 만파식적을 불어 혹시나 아파트 내에 광인으로 오염된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전 세계에 광인 사태가 터지며, 한국 경제도 함께 박살 나고 있지만, 우리나라 국민은 만족하고 있었다.
기분은 상대적인 것. 우리나라는 단 2주 만에 광인 사태를 정리하여 일상생활로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다른 나라는 식량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운전을 해야 했다. 그러니 우리나라 국민은 안전하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만족하고 감사했다.
그래서 대통령 지지율이 78%. 막 당선되었을 때 보다 좋았다.
나는 삼성동 본사로 출근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금고를 확인했는데 그 안에 황금빛을 뿜어내고 있는 것이 있었다. 바로 황금 나침반. 만파식적으로 대한민국을 안돈 시켰으니 보상이 들어온 것이었다.
태경이가 머리를 끄덕이며 웃었다.
“역시나 예상한 대로 황금 나침반에 불이 들어왔다.”
하지만 나는 인상을 쓸 수밖에 없었다. 불이 들어와 있지만 안타깝게도 거리가 멀어서 값이 나오지 않았다.
“거리가 999다. 아직 위치를 특정할 수 없어.”
경복이가 조금도 긴장하지 않고 웃으면서 말했다.
“야! 걱정하지마. 다 때가 되면 잡힌다. 지금까지 그랬어.”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나침반 바늘이 미친 듯이 돌지 않고 한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다시 한번 그것을 확인하고 말했다.
“그런데 방향은 잡혀 있는데? 북쪽?”
“그러네! 북쪽이네. 그럼 북한인가?”
나는 거리를 계산해 보고 말했다.
“999면 북한보다 더 위야. 만주 쪽인가?”
경복이는 머리를 끄덕이고 가볍게 말했다.
“기회를 봐서, 중국으로 넘어가 보자.”
태경이가 눈을 크게 떴다.
“지금 거기 장난 아닌데···. 좀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발굴해야 하는 거 아니겠지?”
만파식적 복제품을 발굴지역에 깔아 놓고 작업하면 안전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걱정하지 마라. 좀 중국이 안정되면 가자.”
회사 사무실에서 전 세계 사업장의 안전을 확인하고 있을 때 핸드폰이 울렸다.
나는 이름도 확인하지 않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김 선생. 오랜만이야.
이 익숙한 목소리는···. 김정은 위원장?
“위원장님입니까?”
-그래. 김 선생. 나야. 내 목소리도 잊지 않고 있었군.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요즘은 더 대단한 인물이 되었더군, 전 세계에서 골든보이를 모르는 사람이 없어. 일본 58 대지진을 예언하고 지금의 광인 사태도 예언했다지?
나는 살짝 웃었다.
“제 신통력에 대해서 이미 경험해 보셨지 않습니까?”
-그래 맞아. 나만큼 김 선생을 믿는 사람이 없지.
김정은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는 것이 뭔가 이상하다.
“무슨 일로 이렇게 전화를 주셨습니까? 북한에도 광인 사태가 터졌습니까?”
한때는 북한 김정은이 광인이 되어 죽었다는 찌라시가 돌았고 NSC가 열린 적도 있었다.
사실 북한에는 광인이 없었다. 이번의 생물학적 테러는 많은 부문에서 생수를 통해 감염이 일어났으나, 북한은 생수를 먹지 않고 대부분 물을 끓여 먹었다. 생수를 먹을 만큼 부유하지 않았다.
그래서 광인이 생길 수 있는 루트가 거의 없었다.
게다가 이미 복제품 만파식적을 지원하여 새로운 주석궁으로 사용하고 있는 12번 초대소에 쫙 깔아 놓아서 광인 들어올 틈이 없었다.
평양에도 천개 이상 복제품 만파식적이 깔려 있었다.
잠깐 침묵을 지키던 김정은이 겨우 입을 열었다.
-자네가 말한 나의 마지막이 다가오는 것 같아. 몸이 좋지 않아. 뭔가 이상해. 북한 주민들이 나를 향해 일어나는 꿈을 꿨어. 자네의 예언이 다가오는 것 같아 두렵다. 어제는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어.
북한 주민들은 해외 방송이나 남한 방송도 마음대로 볼 수 있었으므로 자신이 속고 있었다는 사실을 조금씩 느끼고 있었다.
그래도 개방이 이뤄지면서 최악이었던 삶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었기 때문에 당장 반란이 일어날 분위기는 아니었다.
“북한은 광인 사태도 없고, 최근에 경제 성장률도 올라가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인민들의 반응이 나빠질 이유가 없습니다.”
-주변이 불안해. 북한 엘리트층이 흔들리고 있어.
이것은 좀 가능성이 있다.
“아무리 그래도 평양에 미군도 있고, 위원장께서 보위부도 장악하고 있지 않습니까? 모든 정부에는 불만 세력이 있는 법이지요. 너무 크게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김정은의 긴 한숨 소리와 함께 낮은 목소리로 부탁했다.
-너무도 불안하니 좀 넘어와 줄 수 있겠나? 자네가 있으면 조금은 편할 거 같아. 꼭 부탁하고 싶네.
대한민국 정동일 대통령이 언제 북한에 다녀와 정말 광인 사태가 없는지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한 일이 있다. 북한이 어지러우면 대한민국도 영향을 받게 된다.
나는 김정은의 목소리를 들으며 말했다.
“청와대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올라가겠습니다.”
-좋아. 기다리겠어. 빨리 오게.
“러시아 용병을 이번에 고용했는데, 함께 들어가겠습니다. 든든할 겁니다.”
-러시아 용병이라. 좋은 생각이야. 골든보이와 함께 있으면 내가 무서울 것이 없지.
황금 나침반이 북쪽으로 999다. 평양 혹은 의주쯤 가면, 999의 숫자가 안쪽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
북한으로 가서 김정은이랑 술 한잔 먹으며 '좋은 말씀' 한번 해주고 오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물론 뭐가 되었든 두툼한 선물도 좀 받고.
게다가 체첸 본진에 있는 모든 러시아 특수부대 용병 300명을 시베리아 철도로 데리고 오기로 했으니 내 주변은 걱정할 것이 없었다.
게다가 반탄반지까지 끼고 있지 않나. 나는 무적이다. 까부는 공산당 새끼들이 있으면 다 아오지행이다.
우리는 휴전선을 통과해 개성을 들렀다가 평양으로 가는 고속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다. 모하비 30대에 수행과 직원과 몇몇 미군 관계자를 태우고 이동하고 있었다.
공중으로 가고 싶었으나, 북한의 상황이 어떤지 눈으로 살펴달라는 부탁을 받아 자동차로 이동했다.
개성에서 하룻밤 묵었을 때도 평소와 다름없이 평화로웠다. 광인은커녕 취객도 없었다.
나는 경복이에게 물었다.
“이번에 나오는 황금 나침반 보물은 뭘까?”
경복이는 바로 대답했다.
“초대형 만파식적이 있어서 한방에 100km 정화를 했으면 좋겠다. 전 세계적으로 너무 심각해.”
나도 머리를 끄덕였다.
“나도 그런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 더 긴 시간이 지나면 전 세계 경제가 상상할 수도 없는 큰 타격을 입을 거다.”
“빨리 경제가 살아나야 할 텐데···.”
“주식이라도 샀냐?”
경복이는 쓴웃음을 지었다.
“내가 미쳤지···.”
우리는 일단 평양 남부의 주북 미군기지로 들어갔다. 기껏해야 400명 정도가 주둔하고 있는 소형 미군 기지였지만, 평택 기지처럼 광인이 터지는 문제는 없었다.
한참 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3천 명까지 주둔할 수 있는 기지 공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이 기지의 상징성은 북한이 미국과 손을 잡았다는 의미. 이곳에 문제가 없으면 북한과 미국은 90% 이상 문제가 없는 것이다.
미군 기지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우리는 아침 일찍 편한 마음으로 평양 시내로 들어갔다. 두 번째로 와 봤다고 매우 익숙하다.
바로 김정은을 만날 줄 알았는데, 조금 대기해야 할 것 같다는 연락이 왔다.
김정은에게 뭔가 일이 터진 것일까? 내가 왔다면 가장 먼저 뛰어 왔어야 하는 것이 맞는데···.
나는 살짝 수상함을 느끼고 미국 대사관이 아닌 러시아 대사관으로 이동했다.
나와 함께 선발대로 도착한 100명의 러시아 용병대가 있었다. 사흘 안에 나머지 300명도 시베리아 철도를 통해 도착하기로 되어 있었다. 대량의 러시아 용병을 데리고 미국 대사관으로 들어가기는 좀 난감한 상황.
이 만큼의 인원을 받아줄 수 있는 곳은 러시아 대사관뿐.
김정은에게 병력을 주둔하는 것을 허락받았기 때문에 제지하는 사람은 없다. 게다가 미군도 주둔하는 판에 러시아 용병은 동맹군이나 다름없었다.
퍼틴 대통령이 러시아 대사관에 전화했고, 나는 러시아 대사에게 200만 달러를 현금으로 주었다. 우리는 대사관에서 왕 대접을 받으면 편하게 쉴 수 있었다.
다음날 엄청난 뉴스가 나왔다. 나는 뉴스를 보고 내 눈을 의심하고 있었다.
김정은의 사망.
광인으로 인한 사망도 아니고,
큰 병에 의한 사망도 아니었으며,
교통사고나 총격에 의한 사고도 아니었다.
극심한 스트레스. 자신이 평양시민들의 손에 불타 죽을 수 있다는 공포에 심장마비가 온 것이었다. 내가 예지몽으로 그런 꿈을 꾸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가 김정은을 죽인 것인가?
나는 북한 주민들에게 잘해주라는 의미에서 그런 말을 해준 것뿐이다.
북한은 단숨에 혼란과 공포에 빠졌다. 독재자가 죽었는데, 후계자가 없는 것이었다. 독재의 나라에서 권력의 공백. 그것만큼 위험한 것이 없었다.
새로운 권력자가 탄생할 때까지, 피바람이 부는 것은 역사적으로 증명된 사실.
나는 러시아 대사관에서 오바바 대통령과 정동일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다. 가만히 있다가 북한의 권력자가 확정되면 움직이자는 것.
골든보이가 러시아 용병이랑 함께 평양에 있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권력자에게 한국과 미국의 힘을 투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은 북한의 후계자를 이쪽 사람으로 심는 작전을 할 여유가 없었다.
그래도 미국은 항공모함을 동해에 가져다 놓는 일 정도는 했다. 누가 대장이 되어도 좋은데 줄은 미국에 서라는 선포.
경복이가 러시아 대사관 게스트 침대에 누우며 말했다.
“러시아 대사관에 있으니 우리는 아무런 걱정이 없겠지?”
태경이가 나에게 물었다.
“황금 나침반에 숫자가 바뀌었냐?”
“아니 아직 999야. 헬기 타고 금방 의주까지 가보려고 했는데, 상황이 도와주지 않네. 김정은 애도 기간에는 헬기가 뜨지 못한다고 한다.”
김정은이 죽고 다음 권력자로 오른 사람은 바로 북한 내각 총리 원룡.
원룡 총리는 실권 없는 얼굴마담으로 각종 행사에 참여하는 역할이었으나, 지금 나라 전체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준비가 안 된 지도자에게 권력이 오는 것만큼 불행한 일이 없다. 원룡은 1인자의 스트레스를 버티지 못하고, 풍 맞아 반신불수가 되었다. 원래 유약하고 심약한 사람이었다.
북한은 노동당 의원 집단지도체제로 권력이 넘어왔다.
집단 지도체제가 되면 가장 먼저 이익집단끼리 뭉친다. 이익을 나눠 먹기 위해서 뭉치고 배척하다 보니 크게 2개의 파벌로 갈라졌다.
평양파 vs 개성파.
평양파는 기존의 김정은 체제의 기득권층으로 지금까지 권력을 누려왔던 엘리트.
개성파는 장마당에서 성장하여 중국, 한국, 미국과 거래를 통해 경제적 권력을 가진 인물들.
하지만 권력은 평양파가 압도적. 개성파가 권력을 잡기에 너무도 부족한 점이 많았고 인재가 부족했다.
개성파 중 한 명이 러시아 대사관에 있는 나를 만나러 왔는데, 나는 거부했다. 북한의 권력 다툼에 끼어들 생각이 없었다.
이때 825운동이라 불리는 북한 최초의 시위가 일어났다. 평양파가 개성파의 힘을 빼기 위해 장마당을 막고, 각종 경제 활동을 막았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로 힘든 상황에 장마당까지 막자 평양시민들이 일어난 것이었다. 그들도 이제 뚫린 유투뷰나 인터넷을 보면서 시위를 할 수 있다는 것을 학습했다.
시민들은 시위 해 본 적도, 평양 보위부는 시위를 막아본 적도 없었다.
시위에 대한 룰도 없고, 시위를 어떻게 막아야 하는 기준도 없었다. 경험이 없기 때문. 작은 일에도 불이 크게 일어났다.
보위부 장교가 짜증을 내며, 시위대 가까이 가서 욕을 했는데, 시위대 중 한 명이 그 장교의 어렸을 적 동네 형님이었다.
너는 뭔데 욕하냐고 말싸움이 붙었다가 금방 주먹이 오갔다. 그리고 큰 싸움으로 번지는 것은 금방.
우리나라 경찰은 때리지도 않고 총도 쏘지 않는다. 시위대도 어느 정도 룰을 지킨다. 사방에서 카메라가 찍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북한의 시위는 바로 데스 매치.
시위대가 흥분하자, 바로 보위부가 총기를 사용하여 150명의 사상자를 냈다. 한 명이 쏘자 다른 병사들도 흥분하여 같이 총을 쏜 것이었다.
평양 김일성 대학 학생 30명이 죽자, 평양파도 참으로 난처했다. 동료 의원의 아들도 총을 맞아 죽은 것이었다.
평양파는 이 사태를 해결하려고 보위부를 엄중히 문책하려고 했다. 그것만이 평양시민들의 불만을 누를 수 있는 해결책이었다.
시위를 막았던 보위부만 참으로 난감해졌다. 자신만 희생양이 될 위기.
이때 계산이 빠른 개성파가, 김정은이 죽으면서 힘을 잃고 이번 평양시민 사살사건으로 난감해진 보위부와 손을 잡고 쿠데타를 일으키기로 했다.
개성파에 호의적인 한국이나 미국과 조율 없이 진행한 일이었다.
보위부는 개성파와 손을 잡고, 야간에 움직여 평양파를 구속하여 수용소로 보냈다.
그렇게 개성파의 승리가 결정된 것 같았다.
하지만 평양파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60년 동안 쌓아온 힘을 하나로 모았다.
빨치산으로 유명한 집안, 39세 젊은 공지섭 장군.
그는 24방공 부사단장으로 있었는데, 권총으로 사단장을 사살하고 장악한 부대를 이끌고 류경수 탱크사단을 방문하였다.
젊은 공지섭 장군은 80대의 류경수 부대 대장에게 말했다.
“개성파가 정권을 완벽하게 잡으면 원로께서는 평온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겠습니까? 장군의 아들 손자들이 모두 수용소에 가게 될 것이라 장담하지요.”
대장은 자는 듯한 얼굴로 살짝 눈을 떴다.
“개성파 뒤에 미국과 한국이 있어. 이미 시대가 바뀌어 있다.”
“틀린 말씀은 아니지만, 우리가 평양을 완벽하게 장악하면 우리와 합의를 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광인 사태로 움직일 수 있는 상태가 아닙니다. 움직이려고 마음먹었으면 탱크를 장악하고 있는 원로께 먼저 연락이 왔겠지요. 하지만 연락이 오지 않았지요? 그것을 보면 놈들은 움직일 생각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연락이 없다는 것은 사실이야.”
“우리와 손을 잡으시지요. 중국도 움직일 수 없습니다. 지금처럼 완벽한 기회가 없습니다.”
노인 장군은 살짝 눈을 뜨고 말했다.
“나는 가만히 있겠다. 알아서 잘해봐. 재주를 확인해 볼까?”
“그 정도라도 감사하지요.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탱크 10대 정도 빌려 가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것은 곤란한데···.”
젊은 공지섭 장군이 권총을 뽑아 늙은 탱크부대 장군을 죽였다. 한국전쟁 때부터 살아있었으나 끝내 권총을 맞고 죽었다.
“늙은이 새끼. 살길을 알려줘도 이 모양이야.”
곧 공지섭 장군의 장인인 탱크부대 부사단장이 왔고 출동 준비를 끝냈다.
류경수 탱크사단이 평양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평양파와 개성파는 피를 보는 파국으로 흐르고 있었다.
나의 눈은 두 세력을 지켜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