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 땅속 황금이 보여-155화 (155/188)

155화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투자가 이뤄지는 곳. 화성시.

화성시에 LD&IH 태양광 공장이 증축되고 있었다.

무려 5조 원의 투자가 이뤄져 50만 평의 대지에 태양광 패널 생산 공장이 만들어졌다.

자금의 여유가 없는 인화 그룹에서 무려 2조를 투자했다.

LD의 3조보다 적다고 할 수 있지만, IH는 그야말로 없는 살림에 돈을 긁어모았다. 빤스까지 벗어 넣었다는 표현이 적당.

무리가 아니냐는 세간의 평이 있었으나, 지금은 과감한 긍정적인 투자로 평가받고 있었다.

3달 전부터 시험 생산에 들어갔고. 지금은 생산품 수율이 60% 정도 되었다. 3달 정도 흐르면 90%까지 수율이 올라갈 것이라 자신하고 있었다.

게다가 생산품을 받아본 태양광 발전 회사들은 마치 신세계를 만난 것처럼 주문을 넣고 있었다.

태양광 모듈을 생산하는 즉시 어딘가로 팔려나갔다.

모래로 황금을 만든다는 반도체와 같이 LD&IH 태양광도 모래로 황금을 만드는 또 다른 회사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

'압도적인 기술력'

LD와 IH 태양광이 내세우고 있는 캐치프레이즈.

오늘은 LD&IH의 태양광 셀 비전을 발표하는 날이었다.

주식 관계자들이 많이 모였는데, 이 행사에서 몇 가지 소스가 더 나오고, 주식 가격에 불을 지르기로 했다. 5배는 더 튈 것이라 자신하고 있었다.

“엘도라도 김 회장이 왔다.”

주최 측에서 나를 초대했지만 설마 올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대인배인가? 아니면 속이 없는 것인가?

음식의 비법을 도둑질당한 식당 주인이, 도둑질한 비법으로 개업한 식당의 개업식에 찾아온 것과 비슷했기 때문일 터.

이쪽으로 한 떼의 사람들이 몰려왔다. 내가 참석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석유화학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그리고 곧 낮은 목소리로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7광구에서 생산된 석유를 누가 공급받을 것인가?

내가 아무말도 하지 않자. 자기들끼리 싸우며 축제 분위기를 흐리고 있었다.

분위기 아주 좋아.

나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중년의 사내가 타사의 젊은 직원 멱살을 잡았다. 옛날에 부하였는데 싸가지 없다며 화를 내는 것이었다.

이 새끼들이 남의 석유 가지고 왜 싸우고 있어? 다 내 맘대로지.

내가 작게 헛기침하자, 모두 깜짝 놀라며 머리를 조아리며 죄송하다고 했다.

나는 고급 뷔페 음식을 보며 가볍게 말했다.

“밥은 먹고 싸웁시다. 체하겠네.”

“죄송합니다. 회장님.”

“문명인답게 조용한 곳에 가서 주먹으로···. 하하하 농담입니다.”

나는 새우와 전복 그리고 대게를 쌓아 놓고 열심히 먹고 있었다. 주최 측은 나름 오늘의 자리를 엄청 신경 쓴 듯 음식들이 하나하나 아주 훌륭했다.

이때 큰아버지의 아들 상준 형이 내 옆에 와서 앉았다.

형이랑 나랑 이제 레벨이 안 맞는데···.

그래도 같은 집안사람이니 아는 척을 해줘야지.

“형 왔어?”

똥개도 자기 집에서는 50%는 먹고 들어가는 법.

상준 형 목소리에 자신감이 흘러넘쳤다. 이 정도의 사업적 결과물이라면 어깨에 힘줄 만하다.

“성열이 네가 올 줄 몰랐는데? 이제 회장님이라고 불러야 하나?”

나는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형 밥 먹었어? 오늘 신경 좀 썼네. 새우가 진짜 크고 싱싱해. 형도 먹어봐.”

나는 손으로 새우껍질을 까서 살을 우물우물 씹으며, 대게의 껍데기를 가위로 잘라 살을 발라냈다.

높은 사람들이 먹기에 좀 번잡한 면이 있으니 아무도 먹지 않았고, 나만 신나게 먹고 있었다.

나를 따라온 태경이도 상준이 형을 보더니 아주 가볍게 인사했다.

“오! 상준이 형! 하이~”

태경이가 가지고 있는 엘도라도의 지분이면 상준이 형을 발가락으로 압사 시킬 수 있다. 그러니 상준이 형을 우습게 보고 있었다.

“형. 나중에 새우 까는 도우미도 불러줘. 음식은 맛있는데 먹는 것이 번다하네. 이쁘면 더 좋고.”

태경이의 웃음소리가 크게 들리고, 연설하던 큰아버지가 인상을 썼다. 하지만 나에게 뭐라고 하지 못했다.

엘도라도의 위상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큰아버지도 다 알고 있었다.

최근 7광구에서 가스전과 유전이 터지면서 엘도라도 리소스 주식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었다.

게다가 원자재 값이 올라가고 있는 지금. 회사의 값어치가 날개를 단 유니콘처럼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그래서 인상만 쓰고 있었다.

새우와 게를 양껏 먹고 포만감을 느끼고 있을 때 태경이가 낮게 웃음을 흘렸다.

“탠덤77 뉴스가 이제 올라왔다. 음식을 이렇게 맛있게 먹고, 너무 대 놓고 남의 집 잔치를 망치는 거 아니냐?”

나는 냉정하게 머리를 흔들었다.

“우리집 물건 훔쳐 가 장사했으면 이런 최후가 적당하다.”

“하하하. 뭐 그렇기는 하지.”

엘도라도 솔라에서 태양광 77%의 효율을 가지는 셀이 개발되었다는 뉴스가 나왔다.

큰아버지가 회사의 장밋빛 미래에 대해서 연설하고 있을 때였다.

LD 그룹 부회장은 핸드폰에 있는 뉴스를 보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고, 다른 사람들도 모두 어딘가에 전화를 걸어 뉴스의 진위를 확인하고 있었다.

연설하던 큰아버지는 사람들의 행동을 보더니 뭔가 일이 터졌다는 것을 느꼈다. 이때 비서실 직원 하나가 올라와서 그에게 낮은 목소리로 뉴스를 이야기했다.

그러자 큰아버지의 눈빛이 나를 노려보았다.

큰아버지뿐이 아니라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이 하나둘씩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

딱딱하게 굳은 LD 젊은 부회장급 사내가 다가와 물었다.

“이 뉴스 사실입니까? 김성열 부회장님.”

나는 물티슈로 손을 닦으며 가볍게 말했다.

“텐덤77. 개발이 완료된 지 1년도 넘었습니다. 그래서 양산을 시작했지요. 회사에 가면 연구용으로 셀을 드릴 테니 가져가 확인해 보세요.”

나의 가벼운 표정에 그는 더욱 큰 충격을 받았다.

“......”

이제서야 상준이 형이 뉴스를 보고 나에게 달려와 큰소리쳤다.

“효율 77%짜리를 만들었다고? 개뻥치지 말아!”

나는 미소를 지으며 상준이 형을 보았다.

“형이 우리 회사에서 셀 연구자료를 훔쳐 가 양산 단계에 이르기까지 왜 한마디도 하지 않았을까? 그것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 있어?”

상준이 형이 놀란 얼굴로 주변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뭐라고 하는 거야?”

“형이 곧 쓰레기가 될 연구자료를 가져가서, 우리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거야. 그래서 이렇게 크게 쓰레기 만드는 공장도 만들었네. 그렇다고 내가 미안해 할 필요 없겠지?”

상준이 형은 눈을 크게 뜨고 현실을 부정했다.

“아니야. 아니야 77% 셀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없어. 우리 쪽 개발진이 지금의 설계가 최종이라고 했단 말이다.”

나는 품속에서 텐덤77 셀을 꺼내서 형의 손에 쥐여 주었다.

“원래 기술을 훔친 사람은 그 이상을 볼 수 없어. 원기술을 가진 사람만이 '다음'을 볼 수 있지.”

김상준은 집요하게 머리를 흔들었다. 도저히 받아 드릴 수 없는 이야기.

“누가 너의 말을 믿겠냐? 개소리 하지마.”

“이미 많은 곳에서 우리 물건을 확인하고 있어. 며칠 안에 입질이 있을 거야.”

이때 태슬라 자동차의 엘런 모스크가 비밀리에 방한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주식 게시판에서 엘런 모스크가 어디 회사를 찾아가느냐를 두고 수만 줄의 의견이 쏟아졌다. 그리고 엘런 모스크를 봤다는 각종 사진이 올라왔다.

한국에서 누구와 사업을 하기 위해서 방한한 것인가를 모두가 궁금해하고 있을 때,

화성의 LD&IH 태양광 공장으로 태슬라 자동차가 5대가 들어오더니 그중에 한대에서 엘런 모스크가 내렸다.

사람들이 그를 알아보고 웅성거렸다.

엘런 모스크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나를 보더니 다급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오! 골든보이.”

그리고 나는 엘런과 악수를 했다.

“엘런 어서 와요.”

그리고 어색한 한국말.

“아···. 안녕.하.쎄여.”

“내가 미국으로 간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조금만 기다리지.”

엘런 모스크는 직설적인 성격처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내가 가장 먼저 골든보이를 찾아왔죠? 아무래도 그런 것 같네요. 그렇다면 탠덤77을 가장 먼저 공급받는 것 맞나요? 3년 독점으로 해주면 가격 50% 더 올려줄 수 있습니다. 5년이면 100% 더 드릴 수 있습니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물건은 제대로 확인했습니까?”

“정말 엄청난 물건이네요. 어떻게 이런 괴물 같은 물건이 나올 수 있는 거죠? 골든보이가 외계인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어요.”

며칠 전에 엘런 모스크가 화성에 유인 우주선을 보내겠다는 뉴스가 나왔다. 나는 그것을 떠올리며 이야기했다.

“화성으로 우주선 보낼 때 저를 부르세요. 고향 방문 계획을 세워야 하니까요.”

엘런이 활짝 웃었다.

“하하하. 원한다면 한자리 남겨 놓지요.”

“혹시 싫어하는 사람을 보내도 됩니까?”

“원한다면 묶어서 화성으로 보내지요.”

엘런 모스크는 흥분하며 말했다.

“탠덤77에서 태슬라의 미래를 보았습니다. 진정한 혁신이지요. 상상해 보세요. 태슬라 자동차가 사막을 달리고 있는데 배터리가 방전되었습니다. 그런데 운전자는 조금도 긴장하지 않고 파라솔을 펴고 잠시 쉬면서 커피를 마셔요. 그리고 얼마 후 충전 게이지를 보았더니 배터리 100%. 이때 화면을 보며 말합니다. '아직도 충전소를 찾니?'”

탠덤77로 자동차 배터리를 100%까지 충전하기 어렵다.

“좀 과장된 면이 있군요.”

엘런 모스크는 손을 흔들었다.

“남편이 태슬라 자동차 앞에서 충전 코드가 뽑혀 있는 것을 보고 아내에게 물어봅니다. '어제 충전 안 했어?' 그러자 아내가 운전석에 타며 자신 있게 말하죠. 우리 차는 ‘광합성 태슬라’잖아요.”

나는 엘런의 이야기에 크게 웃었다.

“광합성이요? 자동차가 식물인가요?”

“아내가 잠깐 꽃가게에 멈춰서 꽃을 사고 있지요. 이때 화초가 태슬라 자동차에게 이야기합니다. ‘너도 식물이니? 왜 광합성을 해?' 하지만 곧 아내는 자동차에 탔고 3초 만에 제로백을 하면서 화면에서 멀어지죠.”

나도 텐덤77의 능력이 궁금했다.

“태슬라 자동차에 적용해 봤나요?”

“이미 자동차에 테스트 중인데. 다들 놀라고 있습니다. 외계인을 당장 납치해오라고 난리였습니다.”

나는 머리를 끄덕이고 정색했다.

“좋습니다. 첫 번째로 찾아오셨으니 자동차 쪽으로 1년간 독점 계약해드리지요.”

대규모로 양산을 하려면 1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하였다. 그동안 태슬라에 납품하면서 우리 쪽의 인지도를 올리는 방향으로 잡았다.

엘런 모스크의 표정에는 욕심이 가득했다.

“주식 교환은 어떻습니까? 우리 태슬라 주식의 값어치는 무궁무진합니다. 두 회사가 하나가 된다면 세계를 정복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 주식이 태슬라 주식을 넘어설 것이라 장담하고 있었다.

“세계를 정복할 마음은 없는데요.”

“혹시 회사를 팔 마음이 있나요? 200조를 제안하겠습니다.”

이때 최고급 자동차가 멈추더니, 사과폰의 새로운 회장 버거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엘런 모스크를 보더니, 인상을 썼다.

얼마나 비밀리에 방한했는지, 그가 왔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이곳에 온 관계자들은 세계적인 경영자의 등장에 놀라고 있을 뿐이었다.

버거스 회장은 더욱 인상을 썼다.

“내가 첫 번째로 온 것이 아니군···.”

나는 이쪽으로 다가오는 버거스와 악수를 하며 웃었다.

“버거스 회장님. 생각보다 빨리 오셨네요.”

“연락되어야지요. 몇번이나 연락했는지 모릅니다. 그러니 직접 올 수밖에.”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접촉하려고 했습니다.”

버거스 회장은 아직도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는 마법 아이템을 보고 어떻게 오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비행기에서 한숨도 못 잤소. 눈만 감으면 새로운 마법이 떠올랐지.”

사과폰 버거스 회장은 아직도 흥분해 있었다.

-건설 현장에서 항상 100% 충전된 핸드폰.

-작전에 나가 있는 군인들의 핸드폰은 언제나 100% 충전.

-배에서 낚시하고 있을 때도 100%

-밖에서 운동하며 음악을 듣고 있을 때도 100% 충전

-산에서 등산할 때도 100%, 조난을 당했을 때도 100% 충전.

“느껴지지 않습니까? 프리미엄 폰의 혁신. 모든 사과폰 유저가 탐을 낼 겁니다. 게다가 이번에 사과 TV도 개발하고 있는데 아무런 선도 없이, 어느 장소, 어느 순간, 어느 때에도 볼 수 있는 TV. 정말 매력적이지 않나요? 당연히 사과폰과 연동되어 다양한 기능을 가질 수 있습니다.”

버거스 회장은 흥분하여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전기가 없어도 자동 충전되는 사과북. 사과폰이 얼마나 자유로워지고, 확장될지 상상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나는 가볍게 한숨을 쉬고 두 손님에게 말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마법의 아이템이 만들어지고 있는 곳을 직접 눈으로 보실까요? 펄벅 마법사님이 엘도라도 공장을 자세히 소개해 줄 겁니다.”

그날 저녁 태슬라 엘런 모스크 회장과 사과폰 버거스 회장이 엘도라도 공장에 방문한 것이 큰 뉴스로 나왔고 '텐덤77'에 대한 내용이 자세하게 소개되었다.

며칠 후 태슬라 회장과 사과폰 회장이 엘도라도와 협업 비전을 IH호텔에서 소개했다.

국내에서 직접 신제품 프레젠테이션을 한 것은 정말 이례적이라는 평가.

엘도라도 솔라는 연일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에너지 업계의 신성으로 주목받았고 주가는 하늘 높이 올라갔다.

그와 반대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곳도 있었다.

그날 저녁때쯤, LD&IH 태양광은 바로 하한가를 찍었다. 양 회사의 수뇌부들이 모두 모여 대책 회의를 했지만, 답이 없었다.

회의장에 걸려 있는 '압도적인 기술력'이라는 표어가 너무도 창피했다.

이제 LD에서 IH 기술진에게 강하게 물어보았다.

개발한 것이 아니라 엘도라도에서 훔친 것이 아니냐는 확신. 엘도라도에서 이쪽에서 개발한 물건에 대해서 너무도 잘알고 있었다. 아니 이쪽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번개에 취약한 것도 알고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가져가려면 완벽하게 가져가라는 사족까지 달아주었다.

LD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미국 회사를 찾아냈는데, 유령회사였고 뭔가를 개발한 적도 없었다. 그것을 증거로 내밀자 상준이 형은 입을 열지 못했다.

LD 쪽 부회장급 책임자가 화를 내며 강하게 다그쳤다.

“우리가 사람 하나 못 찾으리라 생각했나? 지금 내 목이 날아가기 직전이라고! 마지막으로 묻지. 엘도라도에서 태양광 기술을 훔쳐 온 것이 사실인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었다. 그러자 LD 젊은 부회장이 머리를 만지며 한숨을 길게 쉬었다.

“함정이었군. 엘도라도가 처음부터 준비한 함정이었어. 우리도 병신같이 빠졌고.”

5일 연속 하한가. 어떻게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빌려 가 달라고 사정하던 은행들이 바로 얼굴을 바꿔 대출 상환을 요구해 온다.

하지만 돈은 빠르게 말라가고 있었다.

상준이 형이 술에 취해서 밤에 나에게 전화했다.

“네가 나를 속였다고? 그것이 함정이었다고?”

“술 먹었으면 집에 가서 자.”

“씨발놈아. 니가 나를 속였어?”

나는 전화기에 과장되게 웃었다.

“형이 훔쳐 가고서, 왜 나에게 그래? 진짜 적반하장이다.”

“그것이 함정이라는 것은 말이 안 돼.”

“그게 문제가 아니야. 형은 이제 좆 됐어. 이제 룸에서 양주 먹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네. 하하하.”

“야 성열아. 우리 만나서 이야기하자. 내가 잘못했다. 한번 살려줘라.”

“잠이나 자.”

나는 전화를 완전히 끄고 꿀잠에 빠져들었다.

다음 날은 큰아버지에게 전화가 왔고, 그 다음날은 큰아버지가 직접 본사로 찾아왔지만 만나주지 않았다.

이제 급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머릿속에 박아줄 필요가 있었다. 어차피 만나봤자 징징거리거나, 짜증 내거나,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할 것이니 시간 낭비할 이유가 없었다.

며칠 후 할아버지가 인화 그룹 사장단 회의를 소집했다. 지켜보시던 할아버지가 직접 칼을 뽑아 든 것이었다.

인화 그룹의 모든 사람이 이런 모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회사가 빠르게 침몰하고 있었고 누군가가 키를 잡아야 했다.

나는 주주의 자격으로 참여했다. 누구 하나 나의 자격에 대해서 태클 거는 사람이 없었다.

큰아버지는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태양광 사업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그는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회장님이 회의를 시작하기 전에 사장단을 보면서 한마디 했다.

“사장단 중에 지금의 일을 해결할 방법이 있는 사람이 있으면 일어나봐.”

사장 중 입을 여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여기서 무슨 말을 하겠는가? 할 말이 있어도 여기서 말하는 것은 병신이다. 아마도 사회생활을 못 하는 놈일 것이다.

“좋아. 사장들은 다 나가.”

할아버지의 한마디에 사장 모두가 죄인처럼 아무말도 없이 밖으로 나갔다.

넓은 회의실에는 할아버지와 큰아버지, 고모 그리고 내가 남았다. 사람의 숫자가 줄어들었으나 긴장감은 2배로 높아졌다.

고모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 속 시원하게 이야기해볼까?”

고모의 표정은 여유가 있었다. 나의 말대로 주식을 모두 팔아서 자금의 여유가 있기 때문이었다. 주식을 많이 정리해서 인화 그룹에서 거의 떨어져 나간 상태라고 볼 수 있었다.

똥 씹은 표정을 하는 것은 큰아버지.

“한 번만 도와주세요. 이번만 넘기면 살 수 있습니다.”

할아버지의 목소리는 냉정했다.

“전자도 죽고 자동차도 죽어가. 나머지는 겨우 오늘 벌어 오늘 먹고 살고 있는데 무슨 비전이 있나?”

“새로운 태양광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상준이가 엘도라도에서 태양광 기술을 훔쳤다는 것을 확인했다. 빼돌린 놈을 서산 농장으로 끌고 갔으니 확인하고 싶으면 확인해도 좋다.”

큰아버지는 강짜를 부렸다.

“인정할 수 없습니다.”

“뻔뻔해졌구나. 대마불사라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중국에 회사를 매각할 때까지만 기다려 주세요. 큰돈에 매각할 수 있습니다.”

회장님은 쓴웃음을 지었다.

“중국 놈들이 병신이냐? 이미 시대가 바뀌었는데 그것을 사겠어?”

“공장을 돌리면 물건을 팔 수 있습니다.”

“엘도라도 솔라에서 만드는 물건의 효율이 더 높고, 가격도 싸다. 너 같으면 어떤 것을 사겠나?”

큰아버지가 나를 노려보았지만 나는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할아버지가 테이블을 내려치며 큰소리쳤다.

“은행 놈들이 공장에서 시체 냄새가 나니까 살점을 하나라도 뜯으려고 덤벼드는 것 아니야?”

“은행 지점장을 내일 만나겠습니다.”

“만나면 뭔가 달라져? 벌써 주문 취소가 들어오고 있더군. 3개월이면 저 큰 공장이 완전히 멈출 것이라고 했다.”

큰아버지가 나를 노려보았다.

“저놈이 나를 속여서 그렇습니다.”

할아버지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멍청한 놈. 너 같은 놈에게 회사를 맡기려고 했다니, 나의 눈을 뽑아버리고 싶다.”

“아버지!”

나는 테이블을 반지로 똑똑똑 쳤다.

“제가 한말씀 드려도 될까요?”

모든 사람의 시선을 받고 있었다. 여기서 문제를 해결할 사람은 처음부터 나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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