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화
빅터의 목소리를 확인하고 자신 있게 말했다.
“원하던 스탈린의 유산을 찾았다. 빅터.”
전화를 하기 전에 사진 20여 장을 찍어서 보냈다. 수용소는 물론 옛 소비에트 마크가 크게 찍혀 있는 동굴 입구와 스탈린 동상 사진도 크게 찍어서 보냈다.
빅터가 이곳을 모르면 이곳은 무조건 스탈린의 유산이고,
이곳을 알고 있어도 이곳은 스탈린의 유산.
이곳이 어딘지, 무엇을 하는 곳인지 모르지만, 이곳은 '스탈린의 유산'이 맞다.
“네가 찾던 스탈린의 유산이 내 눈앞에 있다.”
빅터가 나의 말에 어떻게 대답하는지, 모두가 숨죽여 듣고 있었다.
-사진을 더 보내 주겠나?
어? 모르나? 모른다. 모른다. 이 새끼 모른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는 것을 겨우 목구멍으로 집어넣었다. 주변 사진을 마구 찍어서 100장을 보내 주었다.
“아직도 골든보이를 의심하는 사람이 있나?”
-수용소군.
“이름이 '타타로스토 수용소'라는 곳이다.”
빅터의 신음이 들려왔다. 뭔가 알고 뱉는 감탄음. 이곳을 알고 있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이곳이 '스탈린의 유산'이 맞을 확률이 높아졌다.
-위치 정보를 알려주게. 내가 가서 직접 확인하지.
나는 빅터의 말에 낮게 웃기 시작했다.
“장난하나? 빅터. 언제부터 거래를 그렇게 했지?”
-우리가 서로 믿는 사이 아니었나?
골든보이를 무너트리고 방해한 사람의 입에서 나올 말인가? 하루마를 만나지 않았다면 빅터를 어느 정도 믿었겠지.
하지만 저놈의 실체를 아는 이상 절대 믿을 수 없다.
“언제부터 우리가 그렇게 살가운 사이였지?”
-나는 많은 것을 자네에게 알려줬다. 스승 정도 되지 않을까? 나는 너를 이끌어 줄 수 있어.
이 새끼가 나를 수준 떨어지는 병신으로 아나?
“개소리 하지 말고···. 내가 물건을 찾았으면, 바로 값을 치러야지. 그것이 약속 아니었나?”
-물건을 확인하지도 않고 값을 치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빅터. 어설프게 연기하지 마. 너는 이곳이 스탈린의 유산인 것을 확인했어. 지금 당장 주식을 보내. 그러면 이곳의 좌표를 보내 주지.”
빅터의 긴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공평하지 않은데?
“이곳은 자네의 홈그라운드 아닌가? 퍼틴 대통령도 조종할 수 있고. 그렇다며 누가 먼저 물건을 보내야 하겠나? 이것은 상식의 문제야. 빅터. 그리고 이미 타타로스토 수용소라는 이름까지 알려줬어. 금방 위치를 알 수 있다.”
-이런 거래는 받아 드리기 어렵군.
나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처음부터 줄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고?”
-그럴 리가···.”
나는 낮은 웃음소리를 빅터에게 보냈다.
“사실 빼앗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우리의 위치를 놓쳤을 거야. 우리가 헬기를 몇번이나 갈아탔거든. 하하”
파일럿과 헬기를 3번이나 바꿨다. 마지막은 병원 의사들이 타고 온 헬기를 탔다.
빅터의 목소리는 어느 때 보다 무거웠다.
-먼저 장소를 보내 그러면 주식을 보내지.
“오는 길에 보니, 가스 스테이션이 있더군. 그곳에서 기름을 왕창 사다가 이곳에 불을 지르겠어. 내 미션도 실패하겠지만···. 빅터 자네 미션도 이것으로 끝나는 거야. 패배자끼리 만나 짐승처럼 서로 상처를 핥아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빅터가 미션을 받은 것인지 아닌지 모른다. 하지만 정보를 어떻게 얻었을까 추측해 보면 당연히 그렇게 상상할 수 있는 일.
나는 과감하게 전화를 끊었다. 정신적으로 흔들어 놓는 것이 필요하다.
빅터에게 다시 전화가 오기 시작했으나 받지 않았다. CIA에서 받은 위성 전화라 러시아에서 위치 추적이 불가능하다.
일단 빅터의 똥줄을 태울 퍼포먼스가 필요하다.
드라마 상도에서 만상 임상옥이 중국사람 앞에서 인삼을 태운 것 같은··· 같이 죽자. 퍼포먼스.
나는 헬기 예비 연료를, 외부에 있는 가장 큰 수용소 건물에 거침없이 뿌리기 시작했다. 뼈대는 콘크리트로 되어 있어 있지만, 벽 대부분은 나무로 되어 있어 태우기 딱 좋다.
건물에 불을 붙였고 수용소 건물 전체가 금방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생나무가 있어 확 타오르지 않았지만 기름을 쏟아부어 불을 계속 키웠다.
황금 나침반은 동굴 안쪽을 가리켰으니, 밖에 있는 건물은 그저 폐건물이다.
이때 나는 빅터의 전화를 받았다.
“빅터. 수용소가 타고 있다. 보이나?”
나는 짧은 동영상과 불타고 있는 건물 사진 몇 개를 보여주었다. 그러자 빅터가 욕을 하며 뭐라고 했다.
-멈춰!!! 미친 새끼! 주식을 보내 주지. 당장 불을 꺼!!!
“당장 주식을 보내!”
빅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알았다. 앞으로 발전적인 관계가 돼야 하니까 내가 양보하지.
“괴산 ‘스웨그’을 알아? 우리는 저지르고 보는 스타일이야.”
-미친놈들.
한 10분쯤 지났을 때. 문자가 하나 도착했다.
‘주식을 보냈다.’
내가 서 상무님께 전화하려고 할 때, 거꾸로 나에게 전화가 왔다.
-대표님. 주식이 나왔습니다.
빅터가 보낸 주식을 말하는 것이겠지.
나는 자연스럽게 말했다.
“러시아 소유주와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모두 구매하세요.”
-다행이군요. 잘하셨습니다. 당장 진행하겠습니다.
오늘이 미션의 마지막 날. DW 해운과 조선의 주주총회를 잡아 두었다.
주주총회 안건은 대표이사 선출.
대통령께 잘 이야기 하여 국민연금도 우리를 지지하기로 했으니, 나의 주식까지 더하면 50%가 훨씬 넘는다. 두 회사를 소유하는 것은 이제 어떠한 문제도 없었다.
“뒷일은 믿고 맡기겠습니다.”
-소유한 주식이 이미 50%를 넘었으니, 총회는 요식적인 행사가 되었습니다. 아무런 걱정하지 마세요. 이준석 상무님이 왜 골든보이가 대표가 되어야 하는지 프레젠테이션까지 준비했는데 큰 의미 없게 되었습니다.
나는 가볍게 웃었다.
“이 교수님께 사랑한다고 말씀드리고, 오늘 행사 잘 부탁드립니다.”
전화를 끊고 나는 조심스럽게 미션을 불러보았다.
역시나···. DW 조선과 해운을 소유하라는 미션이 성공해 있었다.
가슴 위에 있던, 큰 돌 하나가 내려간 느낌. 나는 하늘을 향해서 기쁨의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우아아아아! 성공했다. 씨발 드디어 끝냈다.”
태경이가 활짝 웃으면서 다가와 나와 하이파이브를 했다.
“미션 성공했어?”
“DW 해운과 조선을 먹었다.”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말은 안 했지만, 요 며칠 정말 심란했어. 지금은 가슴이 뻥 뚫린 것처럼 시원하다.”
이때 빅터에게서 전화가 왔고 나는 가볍게 전화를 받았다.
-물건을 보내기 무섭게 챙겨가는군.
“사양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말이야.”
-그럼 약속대로 주고받아야겠지?
“당연하지. 골든보이는 약속을 지킨다.”
-위치는 어딘가?
나의 목소리에는 웃음기가 있었다.
“내가 보낸 사진 중 스탈린 동상 사진이 있을 거야. 그 사진 상세정보를 보면 그곳에 정보를 넣어 놓았다.”
빅터가 씁쓸한 얼굴이 되었다. 자기 손에 이미 위치 정보가 들어와 있었던 것이었다.
“확인했나?”
-여기 있었군···.
“크렘린궁에서 얼굴을 보게 되는 것인가?”
빅터는 다시 여유 있는 목소리가 되었다.
-모스크바에서 다시 보자고. 우리는 할 말이 있으니까.
그리고 전화가 끊겼다.
태경이가 웃으면서 말했다.
“이제 러시아 생활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가 회장님 놀이를 해볼까? 이 추운 곳은 이제 지겹다.”
경복이도 머리를 끄덕였다.
“여기는 이것으로 마무리하고, 한국에 벌여 놓은 일을 마무리 할 때가 되었다.”
나는 자리에 주저앉아 팔짱을 끼고 길게 숨을 뱉었다. 얼굴에 걱정과 생각이 가득하다.
“아니 돌아가지 않는다.”
“왜? 할 일이 남았어? 미션이 끝났잖아.”
“옛날에 어설프게 때렸다가 밤에 짱돌 맞고 뒷머리 깨져 죽을 뻔했던 거 기억 안 나?”
“빅터도 때리자고?”
“빅터는 이미 하루마 뒤통수를 쳤고, 나도 그러려고 했다. 그렇다면 또 시도할 가능성이 농후해.”
그렇다면 당장 우리가 러시아에 있을 때 끝을 볼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타고 갈 모스크바-서울행 비행기가 오늘 있었던 추락사고처럼 폭발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결단을 하며 심각한 얼굴로 둘을 바라보았다.
“여기서 끝을 보고 가자. 일을 뒤로 미루는 것은 시간 낭비야.”
태경이가 눈을 크게 뜨고 되물었다.
“어쩌려고?”
나는 강한 눈빛으로 태경이를 바라보았다.
“여기로 빅터가 올 거야. 그때 그놈을 끝내자.”
“설마···. 죽이겠다고? 저격이라도 하겠다는 말이야?”
나는 머리를 흔들었다.
“그것은 괴산 스타일이 아니지. 이곳에서 둘이 다이다이 뜰 거야.”
“그게 말이 돼?”
빅터가 나를 죽일 마음이 있다면 분명 이곳에 있는 나에게 총을 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죽지 않는다. 바로 과학선에서 얻은 반탄 반지가 있기 때문.
빅터 쪽에서 총을 먼저 쏘면, 우리 사람들 절반 이상이 매복해 있다가, 반격하여 빅터를 끝내는 방법이다.
사람들은 극렬히 반대. 내가 총알을 막을 수 있다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믿지 않았다.
그래서 시험 삼아 총을 쏴 보기로 했다. 가까운 곳에서 선 대위가 나를 오조준으로 소총을 1발 발사했는데 날카롭게 튕겨 나갔다.
팅!!!
튕겨 나가는 불꽃을 모두 확실히 보았다.
다들 눈을 크게 뜨더니 놀라고 있었다. 그중 경복이가 놀란 눈으로 달려와 물었다.
“이건 어디서 얻은 능력이야?”
“러시아 과학선에서 얻은 능력이다.”
“아 씨발. 그런 보물이 나올 줄 알았다면, 나도 갔어야 했는데.”
“미친 새끼. 그날 배에서 내가 얼마나 개고생했는지 알아?”
“이제 전쟁터에서 람보 할 수 있다는 말이잖아. 얼마나 대단하냐?”
나는 혀를 차며 말했다.
“나중에 적들이 기관총을 쏟아부을 때, 네가 선봉으로 람보 돌격할 수 있도록 능력을 빌려줄게.”
총알이 날아오는데 정면으로 뛰는 것은 좀 그런지 경복이는 한발 물러섰다.
“···흠 그것은 좀 생각해 보자.”
생나무를 태우지 못해서 건물에 붙였던 불이 꺼져가고 있었다. 수행과 식구들이 소화기를 몇 번 흔들어 뿌리자 단숨에 불이 꺼졌다.
불이 너무 커지면 골치 아프지.
나의 눈이 ‘스탈린의 유산’으로 짐작하고 있는 동굴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
“여기에 뭐가 있는지 확인해 보자.”
태경이가 놀라며 말했다.
“열어보려고?”
“이제 와 빅터와의 약속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겠지? 그놈이 무엇을 원했는지, 무엇을 확인하려고 했는지 알아야 해. ‘적’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반드시 알아야 대책을 세울 수 있어.”
경복이가 시계를 확인하였다.
“빅터가 오려면 최소 몇 시간은 필요하니, 안으로 들어가 볼까? 좀 궁금하다.”
“속이 흉악한 놈이라, 이상한 계획을 세우고 있을 수 있어.”
“황금은 있냐?”
나는 다시 동굴 안쪽을 집중해서 살폈으나 금빛은 보이지 않았다.
“금빛은 없다. 집중해서 보면 전선 같은 구리 반응이 좀 보이는 것으로 보아 안에도 건물이 있는 것 같아.”
헬기 안에 엘도라도 광산에서 발파 작업에 쓰려고 했던 C4 폭약도 제법 챙겨두었다. 그래서 문에 붙여서 터트렸다.
쾅!!!
철문이 절반쯤 터져 나가면서 안쪽으로 묵직하게 넘어갔다.
쿵~
먼지가 가라앉고 우리는 안쪽을 조심스럽게 바라보았다. 깜깜한 동굴일 것으로 생각했지만 하늘이 뚫려 있는 분지였다.
그래서 안은 밝다고 표현할 수 없지만, 랜턴이 없어도 보는 것에는 지장이 없을 정도로 잘 보였다.
천장에는 약간의 유리가 아직 지붕을 덮고 있었다. 이곳에 사람이 있었을 때는 완벽하게 유리가 덮고 있었을 것으로 보였다.
“들어가자.”
20걸음 정도 들어가자, 쇠창살로 만들어진 출입구가 있었는데, 그곳에 수십 구의 해골이 쌓여 있었다.
“흠···. 도망치다가 죽은 건가?”
경복이가 유골과 주변을 살피다가 말했다.
“이곳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시체도 처리하지 못할 정도로 급박한 상황이었다.”
탈출하지 못한 시체들. 무엇으로부터 탈출하려고 했을까? 느낌에 러시아 과학선이랑 비슷하다.
태경이가 유골을 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 씨발. 으스스한데?”
나는 심각하게 머리를 끄덕였다.
“뭔가 있어. 빅터가 이곳에서 뭘 찾았는지 확실하게 확인해야 해.”
“이런 곳에서 뭔가를 찾는 것으로 보아서, 빅터 그놈은 분명 정신병자일 거야.”
쇠창살을 고정하고 있는 쇠사슬은 너무도 삭아 소방 도끼로 몇 번 강하게 내려치자 금방 으스러져 떨어졌다.
“들어가자.”
분지 안쪽은 건물 몇 개가 들어갈 정도로 넓었다. 딱 봐도 감시 초소와 병사들의 숙소로 쓰던 건물들.
그리고 금방 50개의 컨테이너 같은 감옥이 나왔는데, 그 안에도 죄수복을 입은 해골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우리는 인상을 쓰며 그것을 보았지만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더욱 안으로 들어갔을 때,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3층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곳은 전구도 있었고 발전기도 보였다.
태경이가 그 건물을 보더니, 썩 내키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들어가 봐야겠지?”
나는 머리를 끄덕이며 랜턴을 켰다.
“3층밖에 안 되니까 후딱 보고 가자.”
1층은 완전히 썩어 문드러진 사무실이었다. 온통 곰팡이었고 수풀이 안으로 파고들어 책상 위에도 풀이 자라고 있을 정도였다.
올라가고 싶지 않았지만, 2층도 살피고, 3층도 살폈다. 이곳에도 바닥에 쓰러져 죽은 사람들의 유골이 보였다.
3층 끝쯤에 갈 때 귀가 아프더니 갑자기 누군가가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소리지? 방안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나는 말싸움이 들렸던 방문을 거칠게 열었는데 아무도 없었다. 그저 해골 하나가 의자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뭐지? 분명 소리가 났는데···.
순간 책상을 내려치는 소리와 함께 다시 고함이 들려왔다.
-스탈린그라드가 독일 놈들에게 넘어가기 직전이야! 그곳이 넘어가면 바로 모스크바라고! 그럼 모든 인민이 죽어!
-하지만 너무도 위험합니다. 동지. 이것을 한번 퍼트리면 우리가 컨트롤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전쟁에서 지면 다 끝이야. 나치 놈들이 우리를 살려둘 것 같아? 그래도 다 죽어!
-세상에 독일인만 죽이는 병균이 어디 있습니까? 세계 모든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병균입니다. 치료제도 없다고요. 이것은 만들어서는 안 되는 저주받은 물건이었습니다.
-그것을 가지고 가지 않으면 스탈린 동지에게 우리가 죽어!
-이것을 쓰는 행위는 자살행위를 뛰어넘어, 우리 가족까지 죽이는 겁니다.
긴 한숨 소리가 들렸다.
-당장 죽는 것보다 내일 죽는 것이 낫지 않겠나?
아주 오래전 이곳에서 있었던 대화가 들린 것이었다.
2차 세계대전 독일군에게 연전연패하여 코너에 몰려 스탈린은 화학전, 세균전을 준비하던 이 연구소에 결과물을 가져오라고 독촉했다.
하지만 이곳의 연구 책임자가 극렬히 반대하고 있는 것이었다. 유럽에서 전쟁으로 죽은 숫자 이상으로 병에 걸려 죽을 수 있다고 경고하는 것이었다.
이 대화를 듣고 이곳이 무엇을 준비하던 곳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빅터가 원하는 것도···.
치명적 세균.
빅터가 정말 그것을 원할까?
3층에서 바로 절벽 중간쯤에 있는 동굴과 연결된 곳이 있었는데, 나는 홀린 것처럼 그 안으로 들어갔다.
격리된 실험실.
병원의 입원실 같은 곳도 있었고, 독방 감옥 같은 곳도 있었다.
조금 더 들어가니, 삼중으로 자물쇠가 채워져 있는 곳이 보였는데, 이미 열려 있었다.
어딘데 삼중으로 자물쇠가 잠겨져 있지? 들어가기 싫지만 들어갈 수밖에 없다. 드디어 가장 깊숙한 곳에 내려가는 계단이 보였다.
30평 되는 공간이었는데, 그곳에 액체가 들어 있는 유리병 백여 개가 보였다.
전염력이 강화된 탄저균.
파리를 통해서 전염되는 말라리아.
치료제 없는 신종 감기.
4계절 출혈열.
전파력이 100배는 증가한 흑사병.
인간에서 인간으로 전염되는 광견병.···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는 엄청난 질병이 병 안에 담겨 있었다.
나는 병을 만지려고 하는 태경이에게 강하게 이야기했다.
“건들지 마! 다 뒤질 수 있다.”
영어와 러시아어로 복잡하게 쓰인 것을 가볍게 설명했고 사람들은 모두 두세 발 물러섰다.
나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저거 하나 깨지면 우리 다 죽는다.”
선 대위가 물었다.
“10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는데 저 병균들이 살아 있을까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살았는지, 죽었는지, 확인하고 싶지 않네요.”
나는 잠시 생각했다. 빅터가 원하는 것이 이 병균일까? 원한다면 왜 이 병균을 원할까?
선 대위는 바로 고체 연료와 큰 냄비를 가져오게 했다.
“완벽하게 제거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는 만약에 대비하여 온몸을 테이프로 감아 공기를 통하지 못하게 하고, 마스크를 3겹이나 썼다.
선 대위는 밖으로 나와서 물과 알코올을 가져온 후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병을 하나씩 집어 끓는 물에 넣기 시작했다.
아무리 강력한 병균도 끓는 물에서는 99.99%는 죽는다. 뜨거운 고체 연료로 계속해서 물을 끓이자 중탕 되어 병 안의 물까지 끓기 시작했다.
이때 경복이가 더 안쪽으로 들어가는 문을 찾았다.
“안으로 더 들어가는 길이 있는데?”
나는 앞장서 걷기 시작했다.
“들어가 봐야지.”
!!!
놀랍게도 안쪽에는 거대한 강화 유리 케이스가 있고 사람의 팔과 다리를 기계로 바꾼 사이보그가 있었다.
“오 하나님···. 이게 뭐야?”
뉴스에서 본 최근 기계팔에 비하면 참으로 조잡스러운 것이었으나 사람의 몸 안에 기계를 박아 놓은 정말 무서운 모습이었다. 어떤 것은 사람의 머리 부분에 전기자극 기계를 박아 넣은 것도 보였다.
“이 빨갱이 새끼들 무슨 실험을 한 거야? 어떻게 사람 머리를 기계로 대체할 생각을 했지?”
벽면에는 녹슨 각종 초기형 기계 팔과 기계 다리. 각종 내장으로 보이는 장치들도 보였다.
“아마 스탈린이 사이보그 터미네이터 군단을 만들고 싶었던 모양이야.”
아무리 유심히 살펴도 상태는 조악했다.
“제대로 움직일 것 같지 않은데?”
이때 가장 마지막쯤에 정상적인 사람이 물속에 잠겨 있었는데 물에 퉁퉁 불은 너무도 끔찍한 모습이었다.
!!!
이때 그 사람이 갑자기 조금씩 꿈틀꿈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동자에서 작은 애벌레가 나오더니 유리 벽에 붙기 시작했고 금방 30마리가 되었다. 몸속에서 끝도 없이 벌레가 나오고 있었다.
우리가 랜턴을 비출 때마다 다른 유리 케이스에 있던 사람들에게서도 벌레가 끝도 없이 나오기 시작했다.
벌레가 움직일 때마다 사람이 움찔움찔 움직였다.
나는 완전히 패닉에 빠져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경복이가 나를 일으켜 세웠을 때 나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다 불 질러 버려. 여기는 절대 남겨 놔서는 안 되는 곳이다.
나의 명령에 조금도 이의를 다는 사람이 없었다.
다들 헬기로 가서 고체 연료와 가까운 도시로 갈 수 있을 정도의 기름을 빼고 남은 모든 기름을 가지고 왔다.
몇 개 남은 C4도 챙겨왔다.
“다 태워버려.”
나무로 된 것이 많았기에 금방 완전히 불탈 것이다.
빅터는 이런 곳을 왜 찾았을까? 이것으로 사람을 위협하려고 했을까?
아니면 생물학 테러?
왜 이런 것을 원했는지 잡아 심문하기로 마음먹었다.
미친 새끼는 정말 몽둥이가 약이다.
“모두 매복한다. 빅터 이 미친 새끼를 반드시 잡고 간다.”
누구 하나 나의 명령에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