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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 땅속 황금이 보여-138화 (138/188)

138화

이오시프 스탈린.

2차 세계대전 전쟁 영웅이지만, 러시아 국민 수십만 명을 죽인 학살자.

사람마다 평가가 극도로 다른 인물이다.

스탈린의 유산이라···. 그의 유산을 나보고 찾아 달라고?

그 전설적인 ‘시뻘갱이’가 어디에 무엇을 숨겨 두었을까?

러시아가 중국만큼 넓은데,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혹시 미션에 떴을까 살폈지만, 아무것도 뜨지 않았다.

나는 가볍게 인상을 쓰며 쓴웃음을 지었다.

“스탈린의 유산을 찾으란 말이지?”

빅터는 다 알고 있다는 얼굴로 말했다.

“지금까지 발견했던 보물들과 같은 방법으로···.”

혹시 이 자식도 미션이 있는 것을 아나?

나는 빅터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궁금하여 모르는 척 해봤다.

“같은 방법이라니? 무엇을 말하는 건가?”

“나에게 숨길 필요 없어. 그 정도는 다 알고 있다.”

“뭘 숨긴다는 말이야?”

빅터는 길게 숨을 들이켰다가, 천천히 내쉬고 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계시’를 받고 있지 않은가?”

계시? 혹시 미션을 계시라고 부르나?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군.”

“눈앞에 뜨는 미션. 그것을 우리는 ‘계시’라 부른다. 내용은 잘 알고 있을 테니 설명하지 않겠다.”

“······”

“‘선택된 사람’들 중에서 ‘계시’를 받은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리고 계시를 받은 사람을 ‘길잡이’라 부르지.”

나도 모르게 매우 흥미 있는 표정이 되었다.

“길잡이?”

빅터는 나의 얼굴을 뜯어보며 말했다.

“자네가 해 온 일들을 쭉 살펴보면 ‘길잡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다. 정보 없이 핵심에 다가가는 경우가 많았지. ‘계시’ 없이 불가능한 일이야.”

빅터는 미션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빅터도 뭔가를 보는 능력이 있을까?

“빅터 자네도 ‘선택받은 사람’인가?”

빅터는 숨기지 않고 바로 입을 열었다.

“물론. 나도 The chosen one이지. 가스맨이라 부른다.”

“가스맨?”

“선택받은 사람들의 역사를 자세히 살펴도 가스맨은 처음이다.”

가스맨의 능력 덕에 북극과 시베리아에서 천연가스 발견할 수 있었구나.

“재미있군. 그렇다면 ‘길잡이’이기도 하나?”

계시 즉 미션을 받느냐고 물어본 것이다. 잠깐 망설이던 빅터는 머리를 끄덕였다.

“나도 길잡이다. 내가 DW 주식을 콕 집어 살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빅터도 미션창이 있다는 말이군. 그렇지 않으면 러시아 사람이 DW 주식을 그렇게 대량으로 매집할 이유가 없었다.

미션과 미션의 충돌.

“이상해. 나의 계시는 조선과 해운 회사를 소유하라는 것이고, 너의 계시는 나를 방해하는 것이니 계시가 상충 되지 않나?”

잠깐 생각하던 빅터는 머리를 끄덕였다.

“그것은 나와 협동하라는 계시일 수 있다. 이렇게라도 나와 만나게 만드는 것이지.”

거짓말이다. 빅터의 표정이 말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속은 척해주자. 빅터에게 아직 듣지 못한 것이 많다. 최대한 뽑아 먹어야 한다.

나는 가볍게 물었다.

“가스맨이 직접 스탈린의 유적을 찾으면 되잖아?”

빅터는 나의 시선을 잡으며 똑바로 바라보았다.

“황금인은 놀라운 능력을 갖추고 있지. 그중 가장 놀라운 것은 ‘유산’을 찾는 능력이야. 그래서 선택받은 사람 중에 황금인을 첫 번째로 꼽는 것이다. 나는 그 능력을 빌릴까 한다.”

빅터의 말을 통해 작은 조각들이 끼워지고 있지만, 아직 ‘그림’은 아니다. 아직 ‘큰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짐작하기 힘들다.

일단 협력하는 척하며 빅터에게서 조각을 최대한 털어내자.

“좋아. 스탈린의 유산을 찾아주지.”

빅터는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현명하군. 골든보이.”

하지만 그를 믿어서는 안 된다. 뭔가 숨기는 것이 확실하다.

빅터는 명함 하나를 내밀었고, 새로운 핸드폰으로 번호를 눌렀다. 그랬더니 나의 핸드폰이 울렸다.

“내 도움이 필요할 거야. 직통전화다. 내가 바로 받을 것이니 연락해.”

나는 명함을 보며 머리를 끄덕였다.

빅터는 수행과 직원들이 3단봉을 들고 있는 것을 보며 혀를 찼다.

“러시아는 만만한 동네가 아니야. 맨손으로 다니지 말라고.”

빅터의 뒷주머니에서 권총 하나가 나왔고 내 손에 쥐어졌다.

토카레프. 러시아의 대표적인 권총이다.

나는 권총을 확인하며 물었다.

“이 권총, 터지는 것은 아니겠지?”

“러시아제는 단순하지만, 강하고 믿을 만하다.”

“혹시 감청 기능이 있다든지···.”

“호의가 의심스러우면 도로 줘라.”

빅터가 손을 내밀자, 나는 권총을 뒤로 뺐다.

“아니야. 아니야. 주면 끝이지.”

나는 선 대위를 불러 권총을 넘겨줬다. 그리고 빅터를 바라보았다.

“내가 스탈린의 유산을 찾게 된다면···. 연락하지.”

빅터는 정색하고 말했다.

“스탈린의 유산 안으로 들어가면 안 돼. 정통 러시아 후계자가 계승 받아야 할 곳이다.”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남에게 줄 선물을 까보는 스타일은 아니야.”

“욕심이 날 수 있다.”

“옛날 최영 장군께서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고 말씀하셨다. 이제 금덩이 몇 개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아. 나는 전 세계 유일한 금 무성애자다.”

빅터는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좋아. 골든보이를 믿는다.”

나의 눈빛이 매서워졌다.

“스탈린 유산이 있는 곳을 찾으면, DW 주식이나 확실하게 넘겨라. 질질 시간을 끌거나, 장난질 치면 용서 없다.”

빅터는 자기 가슴을 쳤다.

“러시아는 면전에서 주먹을 날리지. 뒷구멍으로 뭔가 하지 않는다. 우리는 미국이 아니야.”

나는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거래가 완료되면, 신용이 조금은 쌓아지겠지.”

창밖으로 모스크바 시내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지하철역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빅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마지막으로 하나만 묻지?”

“말해.”

“‘상충하는 계시’는 누가 주는 것인가?”

빅터는 심각한 얼굴로, 손가락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 그리고 시선도 하늘로 주었다.

“신.”

신이라···. 이놈도 다 아는 것은 아니군. 아니면 숨기고 있거나.

빅터는 공항철도 문이 열리자 이쪽으로 잠깐 시선을 주며 머리를 살짝 숙이고 경호원들과 우르르 내렸다.

이때 내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다. CIA 반즈의 전화.

-어디야? 에디.

“지하철을 타고 시내로 들어가고 있어.”

나는 노선표를 확인하고 다시 말을 이었다.

“다음 역은 승전 기념탑이다.”

-승전 기념탑? 좋아 거기서 내려. 우리 팀을 보내지.

“좋아. 거기서 합류하겠다.”

-무슨 일없었지?

나는 대답하지 않고 낮게 웃었다. 빅터를 만난 것을 말해야 하나? 설명하기 복잡하다.

“좀 쉬고 싶다. 좋은 숙소 잡아줘.”

-내가 벨보인줄 알아?”

“얼굴 보고 이야기하자.

승전 기념탑 12번 출구로 나왔을 때, 코스커 중공업 통근 버스가 서 있었고, 우리는 CIA 요원의 안내로 우르르 올라탔다.

나름대로 보안에 신경 쓴 것이지만, 빅터를 만났기 때문에 모두 노출 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나는 입맛을 다시고 버스 안을 보았다. 구질구질하다.

“이미 러시아 놈들이 다 알고 있어. 당당하게 어깨에 힘주고 가자. 미국은 그런 것 잘하잖아.”

반즈는 와락 화를 내며 말했다.

“이렇게 빨리 러시아에 들어오는 것은 계획이 아니었어. 한국 사람들은 성질이 급해. 텍사스 옆에 붙이면 딱 맞다. 모스크바 코스모스 국제호텔로 가자.”

나는 빅터와 만난 이야기를 했고 스탈린의 유산을 찾아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했다.

“스탈린의 유산? 그게 뭐야?”

하지만 나도 그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뭔지 감도 오지 않아.”

이때 눈앞에 미션이 떴다.

<<황금인은 유럽의 어둠을 즉시하라.>>

<<캐프릭 프로젝트를 확인하세요>>

<<러시아의 카르텔 신흥 재벌이 되어라>>

<<스베르들롭스크주 거대한 금광을 개발하세요.>>

<<금광을 개발하면 보상1 진생 심향환을 드립니다.>>

<<보상2 수류석을 드립니다.>>

나왔다! 미션! 이것이 그들이 말하는 ‘계시’다.

유럽의 어둠이라···. 내용이 거창하군.

캐프릭 프로젝트가 뭐지?

나의 눈동자가 반즈를 향했다.

“캐프릭 프로젝트가 뭔지 알고 있나?”

반즈가 눈을 크게 떴다.

“그 단어를 어떻게 알아?”

오···알아? 역시 CIA.

“내용이나 이야기해 봐.”

“말하고 싶어도 아는 것이 없어. 러시아 중앙연구소에서 캐프릭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첩보만 입수했다. 내용은 몰라.”

나는 금방 정색했다. CIA가 아는 것은 뭐야? 도움이 안 되네.

반즈가 거꾸로 물었다.

“갑자기 캐프릭 프로젝트를 물은 이유가 뭐야? 그 이야기는 어디서 들었어?”

내가 혀를 차고 반즈를 바라보았다.

“CIA가 ‘중앙 정보국’이면 다 알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 도대체 아는 것은 뭐야?”

“우리가 전지전능 한 것은 아니다.”

“OK. 내가 다 해결한다. 황금을 발견해서 퍼틴과 친해지고, 전쟁할 건지 말 건지. 그리고 캐프릭 프로젝트까지 물어봐 줄게.”

반즈가 나의 얼굴을 보며 낮게 한숨을 쉬었다.

“너무 쉽게 보는 것 아닌가?”

진생 심향환. 생명을 늘려주는 비약이다. 퍼틴의 생명을 연장하고, 금을 찾아준다면 나라고 측근이 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미션에서 나온 진생 심향환 이야기는 나만 알고 있자.

나는 세상 쉬워 보이는 웃음을 흘렸다.

“퍼틴이 넋 나갈 정도의 엄청난 금을 찾아줘야지.”

반즈는 나의 얼굴을 냉철히 살피며 말했다.

“뭔가 이야기를 다 하지 않은 얼굴인데···. 골든보이 채널을 너무 많이 보았더니, 생각이 다 보여···.”

생각이 보인다고? 그렇다면 어차피 공개할 정보부터 살짝 까줄까?

“좋아. 특별히 금이 왕창 있는 곳을 알려주지. 자네를 신뢰하니까 알려주는 거야.”

“금이 있는 곳을 안다고?”

“대량으로 금이 있을 거다.”

반즈는 놀라며 물었다.

“그곳이 어딘가?”

발음이 좀 어렵지만 몇 번 연습하여 완벽하게 발음했다.

“스베르들롭스크주. 그곳에 금이 있다.”

반즈는 당황한 얼굴이 되었다.

“거기가 어디야?”

“찾아봐. 미리 팀도 하나 보내 놓고.”

우리는 러시아에서 가장 화려한 모스크바 코스모스 국제호텔로 갔다.

대놓고 본인 이름으로 체크인을 했다. 미국과 골든보이가 손잡고 왔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 같았다. 미국이 지켜보고 있으니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호텔 최상층의 100평도 넘는 펜트하우스 룸을 빌려 놓았다. 안으로 들어와 방 안을 구경하는 데만 30분이나 걸릴 정도.

곧 가방을 가진 사람들이 방 안으로 들어왔는데, 가방 안에는 각종 권총과 기관단총이 있었다.

나는 놀란 얼굴로 물었다.

“전쟁이라도 해?”

반즈가 기관총을 점검하며 말했다.

“경호원들이 몽둥이 하나씩 들고 있다는 사실에 나는 경악했다. 무슨 생각인 거야? 사령관이 알았으면 거품을 물었어.”

“비행기를 타는데 무기를 가지고 탈 수 없잖아.”

“그러니까. 내 보호에서 벗어나지 말란 말이야.”

“빅터를 만나려면 어쩔 수 없었다. CIA를 극혐하더라고.”

“뒤가 구린 놈들이 다 그렇지.”

내 앞에 무기가 쫙 깔렸다. 나는 수행과 직원들을 보면서 말했다.

“공짜니까 마음껏 챙겨요.”

나의 시선에 태경이는 머리를 흔들었고, 경복이는 아까 빅터가 준 토카레프 권총을 보여줬다.

“선 과장님께 받았어. 아까 확인해 봤는데, 깨끗해. 장치 같은 것은 없어.”

“그게 마음에 들면 그걸로 해.”

경복이가 토카레프 용 탄창 2개를 더 챙기며 말했다.

“이것을 쓸 일은 없겠지?”

“내일은 퍼틴이 오는 공식 행사장이야. 무기를 가지고 들어가지도 못한다.”

“적진에 맨몸으로 들어가다니, 편하지 않군.”

“퍼틴이 언제부터 우리의 적이 되었어? 그것은 CIA 적인 발상이다.”

“그럼 뭔데?”

“거래처 사장님? 일단 그렇게 생각해.”

“어떻게 하면 그렇게 세상을 심플하고 아름답게 보냐?

“황금인이라면, 그렇게 보지 못할 이유가 없지.”

다음날 우리는 러시아 상공회의소 리셉션장으로 이동했다.

‘러시아 경제인 및 투자자 컴퍼런스’

이번 행사는 오래 준비한 만큼 상당히 화려했다. 모스크바에 있는 대부분의 러시아 경제인이 모였고 러시아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들이 모였다.

원자재 사업에 관련된 전 세계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랍 에미리트에서 온 관리가 나를 보고 왕족에게 보이는 정중한 인사를 했다.

가스맨 빅터와 눈이 마주쳤는데, 가볍게 눈인사를 했다. 러시아 석유 미하일로비치 회장과도 눈이 마주쳤으나 아는 척하지 않았다.

다른 신흥 재벌들도 많이 보였다. 서로 웃으면서 인사했으나 경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나는 러시아 말을 모르고, 사업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러니 먹는 것밖에 할 것이 없다.

러시아산 대게. 일명 킹크랩. 완전히 잘 익은 킹크랩이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킹크랩의 본고장인 베링해에서 게(?) 고생을 했는데, 이놈들을 구경도 못 했다.

와 크다. 썸플러스에서 본 큰 대게는 아무것도 아니다. 눈앞에 있는 놈은 보스급 몬스터.

망치로 게 뚜껑을 살짝 부수고, 게의 내장에 게의 살을 찍어 먹으면 살짝 호흡곤란이 올 정도로 맛이 좋았다. 빵에 게살과 게 내장을 찍어 먹으면 여기가 어디인지 생각도 나지 않았다.

러시아에도 무릉도원이 있는가?

태경이가 입술을 비틀어 웃었다.

“나는 게 다리 17개. 몸통 3개.”

나는 더 크게 웃었다.

“나는 게 다리 25개 몸통 5개에 바게트 2개.”

태경이가 망치로 새로운 게를 부수며 말했다.

“게 알레르기가 생길 때까지 먹을 거다.”

태경이가 게살을 게 내장에 찍어 먹고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 본고장에서 먹는 것은 맛이 다르구만.”

“백포도 주인가. 뭔가를 넣어서 그런지 살짝 포도 향기도 나는 것 같다.”

“딱 10마리만 더 먹고 가자.”

우리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게를 주문해 먹는 사람까지 생길 정도였다.

경복이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거지냐? 꼭 그렇게 쌓아 놓고 먹어야 해?”

“한국가서 후회하지 말고 너도 한 마리 더 먹어.”

“한국 사람들은 다 굶고 다는 줄 알까 봐. 나라도 점잔 빼고 있잖아.”

“크크크 북한에서 왔다고 해.”

사실. 우리는 강하게 외치고 있다.

‘급한 놈이 이쪽으로 다가와라.’

이쪽도 미션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마음에 급했지만 절대 급한 척을 하지 말아야 했다.

그래서 손을 들었다.

“여기 one more 킹크랩.”

웨이터에게 이미 300달러를 주었기 때문에, 눈만 마주쳐도 눈썹을 휘달리며 달려와 내가 원하는 것을 해주었다.

새로운 뜨끈한 킹크랩과 물수건.

이때 오랜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러시아 대통령 퍼틴이 리비아 석유 장관과 이야기하다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어? 퍼틴이다. 이제야 오는군.

퍼틴이 유창한 영어로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반갑군. 자네가 에드워드인가?”

나는 물수건으로 2번이나 손을 닦고 퍼틴과 악수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대통령님.”

퍼틴은 쌓여 있는 게 껍데기를 보며 웃었다.

“모스크바 게가 마음에 든 모양이군.”

나는 호탕하게 한번 웃었다.

“러시아에서 큰일을 하려면 든든하게 먹어 둬야 합니다.”

퍼틴의 눈빛을 보면, 나에 대해서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빅터가 어느 정도 설명했을 것이라 확신했다.

퍼틴이 내 테이블에 앉아서 자연스러운 손놀림으로 직접 게 다리 하나를 까먹었다.

“능력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나는 바게트에 게살을 올려서 퍼틴에게 내밀었다.

“이렇게 드셔보세요.”

“게를 어떻게 먹는 줄 아는군.”

내가 준 게 내장 바게트를 퍼틴은 말없이 먹었다.

나는 물수건으로 손을 닦고 포도주로 입가심을 하였다. 드디어 일할 시간. 자기 PR부터 시작하자.

“알고 계시겠지만, 금을 찾는 능력이 있습니다. 금광을 개발하지요.”

퍼틴은 테이블에 있는 백포도주를 조금 마셨다.

“능력이 있는 것은 알겠는데···. 미국 냄새가 나. 그것도 많이.”

미국이 뒤에 있다는 노골적인 경고.

“제가 캐는 금에도 미국 냄새가 날까요? 그리고 미국 손이 닿았다는 것을 몰랐으면 모를까 다 알고 있으면 아무런 위험 요소가 아닙니다.”

내가 대놓고 뻔뻔하게 나가니, 퍼틴도 웃음 밖에 나오지 않았다. 금에 국적이 있나? 손에 쥔 사람이 대장이지

“러시아에 금이 있나?”

“물론입니다. 놀랄 정도로 상당히 많이 있지요. 머릿속에 있는 양보다 10배는 더 생각하세요.”

스베르들롭스크주. 그곳에 금이 있다. 미션이 아니 ‘계시’가 그렇게 말했으니 아주 많을 것이 분명했다.

퍼틴은 나의 시원한 대답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골든보이의 말이라 믿음이 가는군.”

“골든보이는 금에 관하여 거짓말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좋지 않은 친구들을 만나고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려.”

“원래 사업이라는 것이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돈 때문에 하는 것이지요.”

“사업을 하려면 친구를 잘 사귀어야 성공적일 수 있다.”

“대한민국의 주적이 누구인지 아십니까? 바로 북한이고 그 지도자 김정은입니다. 하지만 저는 김정은의 목숨도 구했습니다. 왜 구했겠습니까? 돈 때문이고 그것이 비즈니스입니다. 다른 이유를 대는 사람이 있다면 사기꾼이겠지요.”

“그래도 신경이 쓰여.”

“애인을 빼앗아 간 나쁜 놈도, 오래 만나다 보면 새로운 친구가 될 수 있는 세상이지요.”

길게 시간을 끌 것은 없다. 나는 정색하며 말했다.

“나온 금의 51%를 대통령께 넘기겠습니다. 그냥 지켜만 보세요.”

퍼틴은 기습을 당한 것처럼 움찔했다. 51%면 광산을 완전히 넘기는 것이나 진배없다.

“금양이 얼마나 되겠나?”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세계적인 금광이 될 것입니다. 톤 단위로 무게를 확인할 겁니다.”

“금이 톤 단위로?”

“골든보이를 믿어 보세요.”

우리 둘은 서로를 바라보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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