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 땅속 황금이 보여-123화 (123/188)

123화

'보물'이 있다는 나의 말.

태경이가 배터리가 죽은 카메라를 다시 ‘on’ 한지 몰라서 나간 말이었다.

그것을 듣고 사람들이 골든보이 테마주를 사고 있었다.

주가의 비상식적인 움직임. 주식의 흐름을 보면 분명 작전 세력이 있었다.

작전주에 당하지 말라고 상한가에 '만리장성'을 쌓았다.

무려 내가 소유하고 있었던 조선과 해운 주식의 상당량으로 쌓은 높이.

좀 약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해운과 조선의 덩치가 크기 때문에 작전 세력이 쉽게 넘을 수 있는 높이가 아니다.

하지만 나의 예상과 달리, 작전 세력이 둑을 조금 파 무너트리자. 개미들이 나의 매물 장성을 뛰어넘고 상한가를 찍고 있었다.

나는 깜빡이는 상한가 표시를 보고 있었다.

인해전술인가? 개미의 화력이 이 정도라고?

나는 카메라 앞에 다시 섰다.

“골댕이들아. 보물이 있는 것은 맞는데, 보물이 무조건 큰 금이 나오는 것은 아니야. 여기는 내 땅이 아니라 국가 땅이라 엄청난 돈을 벌지도 못해. 그런데 상한가야. 이상하지 않냐?”

-상한가 두꺼움.

-분위기 왔어.

-오르면 하나도 안 이상한 거야.

-그래. 떨어지는 것이 이상한 거지.

-골든보이 형 우리가 형 주식 올려 줄게.

-분위기 좋은데 나대지 말고 조용히 있어.

-개미의 힘을 보여주자.

.....

나는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서우건설 때처럼 작전 애들이 들어온 거야. 또 탈탈 털리고 골든보이가 그럴 줄 몰랐다는 둥. 내 전세금 돌려달라. 결혼자금 돌려달라. 눈물을 흘릴 거잖아. 주식이 뭐 눈치 게임이냐?”

-형 분위기 왔어. 그냥 눈 감고 있어.

-우리 상한가 한 번만 먹자.

-딱 한 번만 먹자.

-형도 좋고 나도 좋잖아.

-이 형 눈치 없네. 이제 시작이야.

-그래. 며칠만 땡기자.

“막판에 물린 사람은 어쩌냐? 폭탄 받은 사람은 어떻게 해?”

-호랑이에게 물려도 정신만 차리면 더 아파.

-운명은 운명일 뿐.

-나만 아니면 돼~~~

-상상상 버스 출발합니다. 하차는 알아서.

-내릴 때는 소리없이.

-형도 어서 타.

-왜 팔았어? 그냥 버스타고 있지.

-또 만리장성 세우지마. 이건 경고야.

“.......”

나는 할 말이 없었다. 돈에 눈이 멀면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되는 것이 인간이다.

지금은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을 것이었다.

그리고 나중에 떨어지는 칼날을 잡으며 내 탓을 하겠지.

그날 저녁 경복이가 조금 걱정스러운 얼굴로 왔다.

“섬을 다 뒤집어 놓았는데, 보물이 더 안 나오네.”

이곳으로 만파식적을 가지고 도망치는 배를 봤고, 풍신도의 빛을 보았을 때 '만파식적 소유' 미션이 떴다.

그렇다는 의미는 이곳에 '만파식적'이 있다는 말.

“무조건 있어. 100%”

경복이는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이번에는 보물이 전혀 안 보여?”

이때 태경이가 의뭉스럽게 웃으면서 나에게 시선을 주었다.

“새끼. 너는 왜 이렇게 눈치가 없냐?”

경복이가 입맛을 다시고 말했다.

“뭔 눈치?”

“오늘 성열이가 번 돈이 얼마인지 알아? 인화자원, 조선, 해운 할 것 없이 대부분 상한가 때렸다. 이미 보물을 발견한 거다. 뭐가 나오던 주식값 오른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경복이는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럼 일부러 보물이 있는 척하고 있다는 말이야?”

태경이가 강하게 머리를 끄덕였다.

“언제부터 골든보이가 이렇게 대규모로 발굴했냐? 그냥 딱 파면 나오는 거지. 우리가 작전주 하는 거잖아.”

이 두 놈이 작전주 이야기할 정도면, 주식시장에 있는 사람 중 절반 이상이 현재 발굴작업을 작전주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야. 골든보이가 주식 사지 말라고 말리는 것 못 봤어? 만리장성도 만들고?”

“나중에 욕먹지 않을 퇴각로를 만들어 놓는 것이지. 자연스럽게 자금도 확보하고.”

경복이가 강한 눈빛으로 물었다.

“이 새끼의 말이 맞냐?”

나는 쓴 입맛을 다셨다. 아무래도 미션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았다.

“미션을 받았다.”

“미션? 무슨 미션?”

“이곳 풍신도에서 나오는 보물을 챙기라는 미션을 받았어. 그런데 그 보물이 금이 아니야. 그래서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이렇게 땅을 다 뒤집어 놓고 있는 거야.”

“풍신도 보물이 뭔데? 빨리 말해봐.”

나는 거침없이 말했다.

“만파식적”

“......”

둘 다 입을 벌렸다가 눈치를 보고 있다. 뭔지 모르는 눈치다.

경복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만파식적···? '파'가 졸라 많이 들어간 산적꼬치는 아닐 것 같은데···.”

나는 길게 한숨을 쉬고 설명을 해야 했다.

“만파식적은···. 피리야.”

“피리? 리코디언 같은 거? 그런데 피리가 왜 보물이야? 금으로 만든 것도 아닌 건데.”

“기능이 있는 피리야.”

태경이가 급히 관심을 가지며 말했다.

“기능? 피리를 불면···. 사람들이 춤을 추나?”

경복이도 놀라며 말했다.

“피리를 불면 '댄싱머신'이 되는 기능을 가진 건가?”

태경이는 내 눈치를 보며 말했다.

“맞지? 맞지?”

나는 혀를 차며 말했다.

“맞기는 뭐가 맞냐? 넌 존나 맞아야 해.”

경복이가 다른 이야기를 떠올리고 한마디 던졌다.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피리를 불면 쥐가 따라오는 건가? 아니면 애들이 따라오고?”

동물을 놀라게 하는 기능이니 비슷하다.

“흠···. 비슷한데?”

“그렇지? 내가 저 새끼보다 훨씬 낫다니까?”

태경이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피리를 불면, 꿩이나 닭이 날아와 날 잡아 드세요 해도 손질하기 귀찮다. 그냥 사 먹으면 되잖아. 그게 무슨 보물이야.”

경복이가 태경이 등 짝을 한 대 때리고 웃었다.

“피리를 불었는데, 미녀가 따라온다고 생각해봐. 보통 보물이 아니야.”

태경이가 인상 쓰며 말했다.

“네 얼굴로는 아무리 미녀를 붙여도 다 튕겨 나가. 그리고 혹시 피리를 불었는데 애들이 붙잖아? 그럼 바로 유괴범으로 구속되는 거야.”

나는 '만파식적'을 검색해서 보여주었다.

“문무대왕의 보물이다.”

태경이는 놀라며 말했다.

“이게 진짜 있다고?”

“봤다.”

“어디서?”

“꿈에서.”

“.......”

경복이가 와락 인상을 쓰며 말했다.

“아 씨발. 꿈에서 봤다고 하는데···. 미친놈이라고 말을 못 하네.”

평양에서 열차 테러로 죽을 뻔했는데, 예지몽 때문에 살아난 적이 있는 것이다.

“만파식적은 뼈로 되어 있어. 그것이 나올 거야. 그것이 나오면 너는 어떻게 해야겠어?”

한참을 생각하던 경복이가 말했다.

“심...심봤다?”

“미션이 '소유'하라잖아. 내가 쓱 주면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처럼 가져가.”

“아~ 사골 육수나 끓여 먹어야겠다···. 이렇게 말하면 되냐?”

나는 눈을 부릅떴다.

“연기하지 말고, 무심하게 그냥 들고 텐트로 들고 들어가.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경복이는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내 연기력에 대해서 의심하냐? '잘생긴' 사람은 늘 연기력에 대해서 의심받는다니까.”

이때 서 상무님이 심각한 목소리로 전화했다.

-대표님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상무님.”

-오늘 주식 거래가 조금 이상합니다.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붙은 것 같습니다.

당연히 작전 세력이 붙었겠지. 내가 쌓은 만리장성을 개미들의 화력만으로 그렇게 빨리 붕괴시킬 수 없었다.

“작전 세력은 어떤 사람들입니까?”

서 상무는 본사에서 금융 쪽으로 20년을 보낸 사내. 최근에 다시 각종 파이프를 다시 뚫어서 정보를 모으고 있었다.

-개미들이 오늘 상한가를 만든 줄 알았는데, 외국인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외국인? 해외자금이라는 말입니까?”

-시장에서는 헤지펀드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는 조금 생각을 했지만 무서워할 이유는 없었다. 나는 이미 주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헤지펀드 할아버지가 와도 상관없었다.

덕분에 내가 가지고 있는 주식 평가액은 계속 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똑똑 사람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면 일단 들어봐야 한다.

“흠···. 제가 뭐를 걱정하고, 뭐를 준비 해야겠습니까?”

서 상무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자금의 흐름을 살펴보면 보통 돈이 움직일 때는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지요. 하지만 이번 자금은 의도가 확실하지 않습니다.

“보통의 작전주처럼 개미들을 털어먹으려고 하는 것 아닐까요?”

-그렇기에는 너무 투박합니다. 부드럽게 깔아줘 개미들을 밀어 올리는 작업이 없이 그냥 돈으로 상한가를 만들었습니다.”

“그것이 전형적인 작전 아닌가요?”

-보통은 거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주식을 매집하면서 올라기기 마련인데, 대표님이 세운 매물장벽을 단숨에 무너트리고 바로 상한가를 만들었지요. 나중에 자신들의 물량을 받아낼 개미들에 대한 배려가 없습니다. 게다가 호재도 약합니다. 분명 대표님께서 금이 없다고 경고하셨는데, 주가는 거꾸로 올랐습니다.

“내일도 상한가이겠네요.”

-아마도.

“좋은 거 아닌가요?”

-그럴 수도 있지만, 작전이 끝나면 후유증이 크게 남습니다. 회사 전체가 흔들릴 정도지요. 혹시라도 다른 의도를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어차피 땔감은 '보물'이니 일단 빨리 보물을 찾는 방법밖에 없었다.

다음 날.

장이 시작하기 무섭게 바로 상한가로 치고 올라갔다. 그러자 수익을 실현하는 매물이 쏟아졌지만, 외국인 세력은 모든 매물을 집어삼키며 상한가의 벽을 더 강하게 쌓았다.

내가 방송으로 대놓고 '작전'이라고 말을 했지만 한번 돈맛을 본 사람들은 방해하지 말라며 화를 내는 사람까지 나왔다.

-본인 회사의 잠재력을 왜 못 믿어?

-해운의 주가는 높게 평가해야 함.

-골든보이 너 방송하지 마.

-골든보이가 사실 X맨.

-우리도 돈 좀 만지자.

이때 눈앞에 미션창이 떴다.

<<황금인이 되는 길을 걸어라>>

<<황금인은 황금을 쌓아 놓은 황금의 의자에 앉아라>>

<<황금인의 운명을 준비할 조직을 소유하세요>>

<<1달 안에 DW 해운과 조선을 소유하고, 대표이사 자리에 앉으세요>>

<<실패 시. 황금인의 자격이 박탈됩니다>>

나는 미션을 몇 번이나 바라보았다.

해운과 조선 대표이사 자리에 앉으려면, 1대 대주주의 주식을 가지고 밀어붙여야 했는데, 이미 주식을 1/3이나 팔아 버려서, 이미 1대 대주주가 아니게 되었다.

1대 대주주는 국민연금.

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

주식을 판 돈으로 손해 보더라도 다시 주식을 되사는 것이었다. 그것이 대표이사에 앉는 길이었다.

하지만 나는 골든보이가 주식을 다시 사는 것이, 골든보이를 믿는 사람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생각했다.

몇 번이나 주식을 사지 말라고 이야기했던가? 지금까지 쌓아둔 나의 신용을 단번에 무너트리는 일이다.

어설프게 작전에 다시 끼어드는 모습으로 보일 것이었다.

그런 짓만은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주식을 되사는 일은 작전 세력에 머리를 숙이는 것.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다음 날.

역시나 다시 상한가. 다음날도 상한가.

지금이라도 주식을 사야 할까? 생각했지만. 지금 주식을 사 모은다고 해도 대표이사로 등극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가격이 너무도 많이 오른 것이었다.

지금 주식을 사 모으고 있는 누군가가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대표이사가 되고 싶으면 나에게 돈을 바쳐라.'

그것만 계속 생각하고 생각하다가 눈을 번쩍 떴다.

쇼부다.

내 주식을 모두 던져, 단숨에 지금 가격을 무너트린다.

한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주가는 끝도 없이 무너질 것이었다.

이미 서우 건설에서 보았지 않나?

나의 폭탄은 아주 충분하다. 핵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

상대도 내가 주식을 모두 던질 것이라 생각하지 못할 것이었다.

그렇게 주가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을 때.

다시 주식을 사 모으자.

좋아. 완벽해! 가즈아~

나는 방송을 켜고 선언하며 말했다.

“금요일에 모든 주식을 던지겠습니다. 그러니 이익을 실현하려는 골댕이 내일 꼭 팔아 버리세요. 내일이 상투 일 수 있습니다.”

다음 날 나의 말에 물량이 쏟아졌다. 골든보이가 가지고 있는 주식이 엄청났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첫 번째 펀치.

나는 거침없이 주식을 팔기 시작했다. 치고 올라가려는 것을 계속 잡고 끌어내렸다.

상대가 좀 지치는 분위기가 감지되자, 나는 더욱 대거 물량을 쏟아냈다. 빨간색에서 파란색으로 색깔을 바꿨다.

정말 회사에서 손을 떼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주식을 쏟아냈고 누군가가 물량을 꾸역꾸역 계속 받아냈다.

하지만 내가 쏟아내는 물량이 압도적.

그래도 받는다고?

나머지 모든 주식을 모두 매도 물량에 걸었다.

우하하하 어떠냐? 외국인 새끼들아.

남은 주식을 아주 퍼부어서 하한가를 만들었다.

어이 외국인. 이래도 덤빌래?

하지만 내가 되살 것을 확신하는 것처럼 물량을 받아내는 세력이 있었다.

어? 어? 하한가가 깨지고

어? 다시 빨간불이 들어왔다.

어? 그리고 다시 7%···.

장이 끝나기 마지막 시간에 나를 비웃듯이 다시 상한가를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 추종 세력이 붙었다.

나는 나의 선언대로 모든 주식을 팔았다.

통장에 찍혀 있는 6,127억 원.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엄청난 이익이었지만. 마음 편하게 웃을 수가 없었다.

미션이 실패는 골든보이의 ‘종말’이었다.

이때 영어로 문자가 왔다.

'Mr. Golden boy. did you give up?' (골든보이 포기했나?)

나는 문자를 보며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누군가가 나를 살피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이 아니고 이런 억지스러운 거래를 할 이유가 없었다.

다시 문자가 왔다.

'Did I give up on the mission? (미션을 포기했나?)

!!!!!!!!!!!!!!!!!!!

나의 눈이 엄청나게 커졌다. 내 미션을 상대가 알고 있다는 말인가?

경복이와 태경이에게도 미션에 대해서 말하지 않은 것이었다.

이럴 때 미션이 있는 것을 어떻게 아느냐? 이따위 질문을 하면 안 된다.

나도 정보를 차단해야 한다.

그리고 테이큰의 주옥같은 대사를 날렸다.

'I don't know who you are'

(나는 네가 누군지 모른다.)

'I don't know what you want'

(나는 네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but I will find you and I will kill you'

(그러나 나는 너를 찾을 것이고 죽일 것이다.)

강한 답장을 보냈으나 상대도 거침없이 내 대사를 받았다.

'good luck'(행운을 빌지.)

아 씨발 새끼. 짜증나.

나는 문자를 보낸 상대에 대해서 한참을 생각했지만, 누군지 짐작할 수도 없었다.

머리가 복잡했다. 이럴 때일수록 단순하게 가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다.

상황이 복잡하면 가능한 일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만파식적'부터 해결하자.

다음 날부터 80곳을 확인하는 강행군을 했다. 몸에 무리가 올 정도.

하지만 드디어 뭔가가 보였다.

아주 작은 붉은 빛을 확인했다. 나는 자리에 멈춰서 그곳 아래를 아주 자세히 살폈다.

지금은 작은 가능성도 확인해야 한다.

“이곳을 확인해 봅시다.”

포크레인 두 대를 불러 아주 조심스럽게 발굴 작업하기 시작했다. 아주 미약한 빛이었기에 포크레인 손의 움직임이 세밀했다.

그러다가 빛이 아주 가까이 왔다.

딱딱하게 완전히 굳은 진흙 안에 돌로 만든 상자가 있었다. 그 안에 각종 죽간과 가죽들이 둘둘 말려 있었다.

붉은빛은 상자 안에 들어 있는 아주 작은 단검.

나는 완전히 말라 푸석푸석한 가죽과 죽간 편지를 만졌는데, 다시 한번 손에서 빛이 나고 가죽과 죽간에 생기가 돌았다. 낡아 있었으나 알아볼 수 있는 상태로 돌아왔다.

윤 교수가 그것을 확실히 지켜보고 말했다.

“자네 나에게 숨기는 것이 있지 않나? 자네가 있을 때 기적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어.”

나는 부드럽게 웃었다.

“기적이 자주 일어나면 좋죠.”

“기적이 자주 일어나면 ‘기술’이야.”

“기술 하나만 좋아도, 먹고 살 수 있다고 우리 어머니께서 여러 번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가죽 두루마리와 각종 죽간을 윤 교수에게 내밀었다.

윤 교수는 할 말이 많았지만 일단 가죽 두루마리를 살폈다.

회전 연판장. 주동자가 알 수 없게 만드는 연판장이었는데, 누가 핵심인지 단숨에 알 수 있었다. 바로 장보고. 그의 이름이 있었다.

윤 교수는 놀란 얼굴로 말했다.

“평골회는 학계에서 정식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는데. 사실이었군.”

“평골회의 수장이 바로 장보고였습니다.”

나의 확신에 찬 말투에 윤 교수가 되물었다.

“자네가 평골회를 아나? 그리고 평골회의 수장이 장고보인 것을 어떻게 확신하는가?”

나는 다 안다는 얼굴로 말했다.

“돈 많은 남자들이 마지막에 꾸는 꿈이 바로 '정치'죠. 이미 왕을 '바꿔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꿈을 꾸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았을 겁니다.”

윤 교수는 나의 말에 머리를 끄덕이고 죽간들을 챙겼다. 화학 처리해서 글자를 좀 더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렇게 하면 신라말 골품제를 타파하려는 세력을 실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

이때 내 눈에 들어온 하얀색 뼛조각이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표정으로 하얀색 뼈를 조심스럽게 발굴하기 시작했다.

내가 뭔가를 발굴하자 사람들이 매우 관심 있게 보았지만 악어? 도마뱀 머리뼈가 드러나자 모두 실망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매우 흥분하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꿈에서 보았던 '만파식적'.

침착. 평정심. 그냥 뼈다귀를 본 거야.

윤 교수가 뼈를 발굴하고 있는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

“이제 고고생물학도 하는가?”

순간 당황하여 나도 모르게 경복이에게 들었던 ‘개소리’를 했다.

“하하하. 몸에 허해서 사골이라도 고아 먹으려고 합니다.”

나는 인생 연기를 하며, 머리뼈를 자연스럽게 손으로 잡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미세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머리뼈'를 경복이에게 넘겼고, 경복이는 그것을 받아서 텐트로 이동하며 자기 가방에 넣었다.

나는 웃음이 터질 것 같은 얼굴을 참으며 텐트로 갔다.

경복이와 태경이가 꺼내 놓은 머리뼈를 확인하고 있었다.

나의 얼굴을 확인한 태경이가 물었다.

“야. 이게 그 '피리'라고?”

“그래. 만파식적.”

“그런데 이게 어디를 봐서 피리냐? 피리니까 소리를 내야 하잖아. 어디를 불어?”

나는 머리뼈를 들고 산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이 섬에 사는 원래 주인인 염소들과 개 몇 마리가 여전히 이쪽을 감시하고 있었다.

나는 머리뼈의 코 부분을 길게 불었다. 바람 소리만 났고 피리와 비슷한 소리는 전혀 나지 않았다.

그 순간!!!

풀밭에서 쉬고 있던 염소들이 벌떡 일어나 사방으로 흩어졌고 어떤 염소는 너무도 놀라 절벽에서 뛰어내려 바다에 빠졌다. 그리고 바다 위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개들은 서로 잡아먹으려고 하는 것처럼 미친 듯이 싸우고 있었다.

태경이가 그것을 보더니 놀라서 말했다.

“저 개들 광견병 아니냐?”

“아니···. 내가 피리를 불어서 그래.”

“피리가 개를 미치게 하는 거야?”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동물을 미치게 하는 것이지.”

태경이는 아무리 생각해도 왜 이것이 보물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근데 왜 그것이 보물이야?”

“옛날에 기병대는 오늘날 전차 같은 것이었다. 만파식적은 그것을 무너트릴 수 있는 비밀병기지.”

“아. 그래. ‘브레이브 하트’에서 기병대가 돌격하는 것이 기억난다.”

“그때 멜 깁슨이 거대한 장창으로 기병대의 돌격을 막았잖아. 그런데 피리 때문에 말이 미쳐서 다 무너진다고 생각해봐.”

그제야 태경이의 눈이 커졌다.

“와 엄청난 무기네.”

나는 '만파식적'을 들고 조금은 떨리는 목소리로 미션창을 불렀다.

<<진정한 황금인의 권능을 얻어라.>>

<<권능의 증표인 ‘만파식적’을 소유하세요.>>

<<만파식적을 소유했습니다.>>

<<새로운 황금인의 인적 사항을 드립니다.>>

<<일본, 남자, 24세, 도쿄. 아이바 하루마.>>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나 외에 골든보이가 또 있다고 생각하면 어때?”

나의 말에 경복이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골든보이가 너 말고 또 있다고?”

나는 머리를 끄덕였다.

“나 말고 골든보이가 또 있다. 일본 사람이야.”

“일본 사람?”

또 다른 골든보이 어떤 사람일까 너무도 궁금했다.

당장 찾아 가리라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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