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 땅속 황금이 보여-86화 (86/188)

86화

고령 국가 석유비축기지를 답사하던 중.

나무 사이로 황금빛이 보였다.

경복이는 나의 말에 놀라며 다가왔다.

“황금빛이라고?”

“그래. 숲 안쪽이다.”

우리는 숲속으로 급하게 들어갔다. 하지만 길이 없었기 때문에, 몇 발자국 들어가기도 전에,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험난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벌써 가시덤불에 걸려 옷이 2곳이나 찢어졌고 살짝 생채기가 나며 피도 났다.

이때 태경이의 자신감 있는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비켜 서!”

그놈이 차에서 ‘낫’을 챙겨와, 앞을 막는 가시덤불이나 나뭇가지를 잘랐다.

“내가 바로 괴산의 ‘넘버원’ 농어촌 후계자다!”

태경이의 낫질에 앞으로 나가는 길이 편해졌다.

이때 경복이가 어디선가 ‘정글도’를 챙겨와 앞으로 나왔다.

“좆까 너는 ‘넘버 투’였어. 진정한 농어촌 후계자의 왕관은, 내가 계승할 운명이었다.”

경복이가 미친 듯이 정글도를 휘둘렀다. 그러자 시원하게 길이 열렸다.

태경이가 정글도를 휘두르는 경복이를 보며 비웃었다.

“힘만 들고, 속력도 안 나는구먼.”

경복이도 태경이의 낫을 보며 비웃었다.

“그 존만한 낫으로, 언제 뚫고 갈래?”

태경이가 눈을 크게 떴다.

“세밀한 컨트롤에는 낫이 최고야. 장도 같은 것은 금방 힘만 빠져.”

둘 다 눈에 강하게 힘을 주었다.

“네 것은 쓰기에 작고, 약해.”

“네 것은 크기만 하지. 금방 지쳐.”

경복이가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말했다.

“이 형님의 진정한 스태미나를 보여주지.”

“초고수의 테크닉을 보여주겠어.”

태경이가 미친 듯이 낫질을 시작했다. 주변의 수풀이 추풍낙엽처럼 날아갔다.

경복이도 지지 않고 ‘와호장룡’처럼 주변의 작은 나무를 날리며 전진했다.

그랬더니 금방 길이 만들어졌다.

나는 그 둘을 향해서 한마디 했다.

“얘들아. 잠깐만!”

태경이는 나의 소리를 듣지도 않고 소리쳤다.

“나 예열 끝났다. 괴산의 불도저의 실력을 보여주지!!”

경복이도 소리 질렀다.

“괴산파 문주의 절대 검술을 보여주겠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둘은 미친 듯이 수풀을 뚫고 앞으로 갔다.

나는 온 힘을 다해 소리 질렀다.

“이 병신들아~~ 그쪽 아니야! 왜 엉뚱한 곳으로 들어가!!!”

태경이가 순간 얼음이 된 것처럼 굳었다가, 버럭 화를 냈다.

“빨리 이야기해야지!! 이 산이 아닌 게 벼. 하면 끝이냐?”

“내가 잠깐만! 이라고 했잖아.”

경복이의 손에서 정글도가 떨어졌다.

“어허. 본 문주가··· 쓸데없는 살생을 했구나···”

나는 손가락으로 산 위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개소리하지 말고, 언덕 위쪽으로 작업해.”

경복이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내상을 입어서 더 이상 무공을 펼칠 수 없다.”

나는 혀를 차며 말했다.

“이 조루 새끼들. 다 꺼져.”

나는 태경이의 낫과 정글도를 양손에 쥐고 휘두르며 빛을 향해서 걸어갔다.

너희들은 둘 다 나에게 안돼!

힘과 테크닉 그리고 스태미나의 완벽한 조화를 봐라.

가즈아~~

빛을 향해 무섭게 길을 만들며 나갔다.

빛은 금방 코앞까지 다가왔다.

별다른 특색이 없는 언덕. 눈앞에 확실히 황금빛이 보였다.

“확실히 여기다.”

태경이가 내 뒤로 붙으며 말했다.

“여기에 황금빛이 보인다고? 아무것도 없는데?”

“또 의심하냐? 안쪽에 확실히 있어.”

“와. 보통 사람들은 죽었다가 깨어나도, 여기에 뭐가 있다고 생각하지 못하겠다.”

“오랜만에 우리끼리 수술 시작하자.”

빛을 향해서 땅을 파기 시작했다. 땅속이 아니라, 앞으로 파고 들어간다는 느낌.

나는 둘을 보면서 말했다.

“조루 새끼들아, 뭐해? 벌써 지쳤냐?”

나의 광역 도발에 둘은, 눈에 힘을 빡 주고, 곡괭이와 전투 삽을 이용하여, 빠르게 땅을 파기 시작했다.

농촌 출신 3명이 삽질을 하자 쭉쭉 앞으로 파고들었다.

그러다가 태경이가 먼저 뭔가를 찾아냈다.

바로 가서 확인했는데. 흠···. 벽돌?

경복이도 살피며 말했다.

“이거 그냥 돌이 아니라. 빨간 벽돌 같은데?”

내 눈에도 색이 많이 바랜 붉은벽돌이 보였다.

“왜 벽돌이 나오지?”

태경이가 벽돌을 만지며 말했다.

“금빛이 이 안쪽에서 난다고 했지? 그럼 벽돌을 깨고 안을 볼까?”

나는 그러자고 말하려다, 깜짝 놀라서 머리를 저었다. 벽돌을 보면 볼수록 뭔가 고풍스러운 느낌이 있었다.

결정적으로 ‘가야 미션’을 받은 상태였다. 이곳에서 가야 유물과 관련된 뭔가 나올 확률이 아주 높았다.

“아니다, 아니야. 그냥 봐도 그 벽돌 자체가 문화재다.”

“그냥 벽돌로 보이는데?”

“가야 미션 받고, 확인한 금빛이야. 그러니 가야 문화재가 나올 확률이 높다.”

이곳은 분명 특별한 곳이었다. 그러니 함부로 부수고 들어갈 수 없었다.

경복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 안에 금이 있다면··· 문화재급 보물이 있다는 말이잖아.”

“아무래도 그럴 것 같아.”

“그런 것이라면 사람을 불러야겠다. 우리끼리 하면 안 되겠어.”

나는 서울대 윤준서 교수에게 전화했다.

“교수님. ‘고령’에 왔다가, 벽돌 벽을 발견했고 그 안에 금이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고령? 고령이라고 했나?”

“예 교수님.”

“그럼 가야? 대가야 문화재인가?”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디테일’하게 물어보면 어쩌란 말입니까?

“제가 뭘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교수님.”

“아. 그래. 그렇군.”

“어디에 계십니까? 이쪽으로 오실 수 있겠습니까?”

“세미나 때문에 대전시 유성에 왔는데, 바로 출발하지. 한 3~4시간 걸릴 거야.”

“알겠습니다. 교수님을 기다리겠습니다.”

교수님이 유성에서 내려오려면 꽤 시간이 걸렸으므로, 일단 도로에서 발굴 현장으로 가는 길을 제대로 만들기로 했다.

따불 가격으로 중장비를 불렀더니, 초고속 도착! 역시 자본주의 사회였다.

미니 포크레인 2대를 이용하여, 발굴 현장으로 가는 길을 만들었다. 그리고 과감하게 나무를 뽑아 주차장과 공터를 만들었다. 발굴 장비를 놓을 공간과 사람이 쉴 수 있은 공간이었다.

나는 순간 우리가 석유 저장 기지 실사를 하러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서 비서관이 구석에서 우리가 하는 일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너무도 미안했다. 나는 다급하게 달려가 서 비서관에게 머리를 숙였다.

“뜻하지 않게 일을 만들어서 죄송합니다. 갑자기 유물이 보였습니다.”

서 비서관은 달관한 얼굴로 웃었다.

“김 대표님이 보물을 발견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볼 때마다 놀라게 되는군요.”

나는 머쓱한 표정을 지어 보이고 부드러운 표정이 되었다. 아직 실시가 끝나지 않은 것이었다.

“전문가들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니, 비축기지 실사를 계속하시지요. 공사는 전문가에게 맡기면 될 것 같습니다.”

태경이가 앞장서서 공사를 진두지휘하고 있었다.

서진택 비서관은 웃으면서 머리를 끄덕였다.

“실사를 계속하시지요.”

나는 산꼭대기 오래된 감시 타워로 올라갔다. 69년도에 만들어졌다고 했는데. 정말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나의 표정을 보고, 서 비서관은 자신 있게 말했다.

“내부 탱크는 8년 전 마지막 실사를 받았을 때 A등급을 받았습니다. 천연 암반을 기반으로 만들어서 정말 튼튼합니다. 포격을 받아도 버티게 설계되었으니까요.”

“비파괴 검사에서 괜찮은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1,2,3탱크가 각각 연결되어 있고 각각 50만, 70만, 80만 배럴 총 200만 배럴이 들어갑니다.”

“200만 배럴이라, 엄청난 것인가요···?”

‘배럴’이라는 단어는 뉴스에서 참으로 많이 들었지만, 조금만 깊숙이 들어가면, 조금도 모르는 단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배럴’의 정의는 바로 ‘드럼통’

서 비서관은 계산기로 잠깐 계산하더니 나에게 숫자를 보여주었다.

“단순하게 돈으로 이야기하자면, 현재 원유 1배럴에 8만원, 그리고 200만을 곱하면··· 대략 1,500억이 넘는 원유가 들어가는 양입니다.”

이제 피부로 한 번에 와 닿았다.

“1,500억. 와~ 엄청나군요.”

서 비서관은 낮게 웃었다.

“그렇게 대단한 것도 아닙니다. 유조선 한 척에 100만 배럴, 큰 유조선은 200만 배럴까지도 넣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보면 유조선 한 척 분량이라고 볼 수 있죠.”

어쨌든 200만 배럴의 저장고가 손이 들어왔다.

‘만수르 프로젝트.’

프로젝트가 가동되면, 실제 얼마나 석유가 나올지 모르니, 뭐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이 프로젝트의 정체에 대해서 다시 한번 오지랖 넓게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수류석 1번을 원유가 터지는 곳에 던진다.

2) 수류석 2번에서 원유가 쏟아져 나온다.

3) 기지에 있는 석유채굴 장치에 2번 수류석을 넣는다.

4) 채굴된 원유를 비축기지에 저장한다.

바로 비축기지에 넣어도 되지만,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고령 땅에서 원유를 시추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 일단 채굴 장치에 넣기로 했다.

어떤가? 나의 만수르 프로젝트.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고 싶지 않나?

5천만 대한민국 국민이 꿈꿔왔던 산유국의 꿈이 무르익고 있었다.

태경이는 나의 말을 듣고 잠깐 생각에 잠겼다.

“우리나라에서 석유가 안 나니까. 해외의 원유 생산 기지에 수류석을 넣겠지?”

“당연히 해외겠지?”

“어디 생각하고 있어?”

“호주에서 석유가 생산된다. 그래서 이 교수님께 알아보라고 말씀드렸어.”

태경이가 어두운 얼굴로 물었다.

“만약에··· 너무 멀어서 호주에서 한국까지 안 날라오면 어쩔래?”

이미 실험을 해봤기에 여유 있게 말했다.

“저번에 퐁퐁 호프집에서 남은 맥주를 집으로 보냈는데... 갔어.”

“서초구에서 강남까지의 거리를, 한국 호주와 비교하는 거야?”

나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황금인의 부작용이라고 할까?

“무조건 넘어와. 걱정할 필요 없어!”

“거리는 그렇다고 해도, 석유는 보내 봤어?”

“맥주도 갔으니까 석유도 가겠지. 같은 알코올이잖아.”

태경이가 어처구니없는 눈길로 나를 바라보았다.

“너도 염소처럼 풀만 먹어. 같은 동물이잖아. 오늘부터 너도 브라 차. 여자랑 같은 인간이잖아.”

“아. 새끼. 골든보이를 못 믿냐?”

경복이가 혀로 입술을 적시고 말했다.

“만약에 제대로 작동이 안 되면, 공민왕 그림으로 만든 몇백억을 그냥 날리는 거야.”

나는 아주 가볍게 응대했다.

“북한에 한 번 더 다녀오면 되지. 정은이 형 얼굴 한 번 더 보고. 그 새침데기 기쁨조 아가씨도 다시 보고.”

“미친 새끼···.”

“호주가 멀어서 원유가 안 넘어오면, 가장 가까운 원유 채굴 기지에 수류석을 던지면 된다.”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원유 기지 어딘데?”

나는 검색한 내용을 보여주며 말했다.

“가장 가까운 곳이··· 중국 흑룡강성. 그러니까. 영화 ‘놈놈놈’에서 나오는 보물지도 알지? X 표시된 곳에 석유가 있다고 했잖아. 그런데 진짜 만주에 석유가 있더라.”

“만주?”

“이번 기회에 중국도 한번 가보지. 어메이징한 곳이잖아. 피라미드가 하나 나올 수도 있어.”

“거기는 이집트.”

“짝퉁으로 하나 나올 수도 있지.”

나는 다시 한번 자신 있게 말했다.

“일단 수류석은 잘 작동하니까 아무 걱정하지 마라. 실험해 볼 필요도 없어. 무조건 작동돼.”

“그 자신감의 원천은 어디야?”

“너 교회 다니니까. 알지? 예수님이 너를 위한 플랜을 다 준비해 뒀다고 했잖아.”

“뭐 그렇지.”

“나도 황금신이 있어서, 미션도 주고, 이런 아이템도 주고 그러는 것 같아. 그러니까 황금신님의 계획이 있다는 거지.”

“황금신?”

“정확하게는 뭔지 모르겠는데, 그분이 나를 선택했다.”

“너를 왜 선택해?”

이유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잘생겨서?”

태경이가 버럭 화를 냈다.

“신의 뜻을 모독하냐? 그것이었다면 당연히 나를 선택했지.”

경복이가 코웃음 치며 말했다.

“그런 기준이라면 난 이미 황금신이랑 친구 먹었다.”

나는 여유 있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곧 황금신이 있음을 증명할 거야.”

“하늘에서 빛이 내려오냐?”

“기다려라. 곧 신이 계시를 보여 줄 거다.”

나는 서 상무님께 자신 있게 말했다.

“석유화학이나 원유 회사에 다녔던 사람으로 조직을 만드세요.”

서 상무는 방금 만수르 프로젝트를 들었지만, 자신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핵심을 짚어 이야기했다.

“석유 채굴기에서 석유가 나온다는 말이지요?”

“그렇습니다.”

서 상무는 곧 자기 생각과 상식을 버렸다. 골든보이는 아주 특별한 사람이었고 자신이 뱉은 말은 모두 지켰다.

“알겠습니다. 준비해 보겠습니다.”

2시간 지났을 때, 발굴지까지 가는 기반 공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다.

이때 서울대 윤준서 교수님의 발굴팀이 도착했다.

광란의 속력으로 달려왔는지, 같이 타고 온 대학원생들은 속도계에서 180km/h를 봤다며 하얗게 질려 있었다.

우리는 간단히 인사하고 바로 발굴 현장으로 갔다.

윤 교수는 흙 사이로 보이는 붉은벽돌을 보더니 바로 놀란 표정이 되었다.

“벽돌식 무덤인가? 송산리 벽화 분이나 무령왕릉과 같은 구조야. 대가야도 중국에 사신을 보내 무역, 외교활동을 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남조의 영향을 받은 무덤이다.”

“아. 이것은 무덤이었군요.”

이때 서울대 팀의 조교가 초음파 탐지기로 안쪽을 쏘아 보았다.

무덤이라면 공간이 있을 것이었다.

“벽돌식 무덤으로 보기에, 공간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윤준서 교수의 표정은 너무도 단호했다.

“‘벽돌 쌓음’이 다른 벽돌식 무덤과 같다. 그리고 골든보이가 금이 있다고 했어. 그렇다면 이곳은 분명 ‘왕릉’ 수준의 유적지가 확실해.”

윤 교수님도 이제 ‘금이 있다’라는 나의 말을 100% 믿었다.

다시 한번 초음파를 쏴 보던 발굴팀이 놀라며 말했다.

“왼쪽에 제법 공간이 있습니다.”

“그래. 너무도 긴 세월이 흘러 벽돌이 무너졌을 수 있다. 바로 작업에 들어가자.”

윤 교수는 조심스럽게 초음파 기록을 확인하며 말했다.

“이 정도 크기라면, 분명 왕 아니면 최소 왕족이 주인일 것이다.”

대가야. 후기 가야의 맹주.

멸망한 금관가야와 달리, 삼국시대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치열하게 ‘열국 쟁패’를 했던 나라였다.

그리고 그 ‘대가야의 본성’이 있던 곳이 바로, 이곳 ‘고령’이었다.

윤준서 교수님과 제자들은 미니 전기톱을 이용하여 조심스럽게 벽돌을 하나씩 뽑기 시작했다.

벽돌과 벽돌 사이를 전기톱으로 자르고 회부분을 끌로 파쇄하여 벽돌을 뽑아냈다. 거의 3시간을 뽑아냈을 때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구멍이 만들어졌다.

안쪽은 천장이 무너졌는지 이미 흙으로 가득 차 있었다.

금이 어느 방향에 있는지 알았으나. 금 외에도 다른 부장품이 나올 수 있었으므로 나는 입을 닫고 있었다.

어차피 왕릉이라면 확인할 공간이 그렇게 넓지는 않을 것이 분명했다. 기존과 같이 손으로 작업하는 것이 맞았다.

곧 2차, 3차 서울대 팀이 도착했다.

그러자 빠르게 안쪽으로 발굴해 들어갈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겨우 끝만 확인한 ‘돌관’이었다.

보통은 나무 널이나 나무 관을 쓰는데. 이곳에는 돌로 만든 관을 사용했다.

나는 돌관을 만지며 말했다.

“이 돌관 뚜껑을 여는 것이 ‘하이라이트’이겠죠?”

윤 교수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자네가 내 제자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하늘에 감사하고 싶네.”

이때 한 제자가 큰 소리로 말했다.

“여기 뭔가 나왔습니다!!”

우리 눈에 들어온 것은 미늘 갑옷. 다른 나라의 갑옷과 달리 원형 비늘에 구름 문양이 돋새김 되어 있었다.

윤 교수님은 더욱 흥분하고 있었다.

“비늘마다 각자 고유의 돋새김이 되어 있군.”

비늘 하나에 태양, 바람, 쌀, 강 같은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갑옷 하나에 이 정도로 공력을 더했다는 것은, 이곳의 주인이 ‘엄청난’ 권력자라는 말이었다.

그래서 점점 기대감이 올라왔다.

좀 더 확실한 황금빛이 눈에 들어왔다. 스프레이로 그곳에 페인트를 살짝 뿌렸다.

“이곳에 금빛이 보입니다. 교수님.”

“금이란 말이지?”

교수가 직접 조심스럽게 땅을 파기 시작했다.

황금 철사? 황금 세탁소 옷걸이?

황금 철사가 눈에 들어왔고 아주 조심스럽게 발굴해 나갔다.

발굴 난이도가 상상상.

조금만 잘못해도 황금 철사가 끊길 수 있었기에 윤 교수님은 땀을 비 오듯 흘리며, 아기 다루듯이 조심스럽게 발굴해 나갔다.

2시간이 지났을 때 겨우 전체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양말’은 아니고 ‘버선’ 모양의 황금 철사라고 할까?

‘버선’을 모르는 친구들이 있으니 설명하자면, 한복 입을 때 신는 장화 같은 양말이다.

옛날 높은 분들은 황금 양말을 신었나? 오 완전 완전히 ‘플렉스’인데?

윤 교수님이 조심해서 버선 모양의 황금 철사를 보존 상자에 넣으며 말했다.

“상찬 관이다. 왕족이나 왕이 머리에 올리는 관이지.”

아··· 버선. 아무 말도 안 하기를 잘했다. 완전 모양 빠질 뻔했다.

“왕관 같은 것인가요?”

“황금 철사를 뼈대로, 가죽이나 천으로 덮어서 높은 관을 만들었지만, 왕관으로 볼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구나. 중국의 법제를 따르는 왕들은 왕관이 아니라 면류관이라는 것을 쓰지. 왕관은 황제만 쓰는 것이라고 해서 황금장식이 들어간 비단 모자를 썼을 수도 있다. 지금 보는 것이 그런 것일 수 있어.”

“대가야가 황제국을 받들었다는 말인가요?”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 당시 가야의 상황을 살펴보면, 외교적으로 매우 고립되어 있었고, 외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다. 살아남기 위해 복식 정도 바꾸는 것은 일도 아니었겠지. 게다가 가야는 마지막까지 통일 왕국을 만들지 못하고 멸망했다. 대가야는 권위를 살리기 위해서 남조의 문화와 복식을 썼을 수도 있어. 물론 아직 가설이지만.”

“아. 그렇군요.”

나의 눈에 아직 황금빛이 보였다.

“황금빛이 또 있습니다. 좀 더 확인해 보면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겁니다.”

“자네가 그 말을 할 때마다 심장이 뛰어.”

“뭔가 있다고 확신하고 발굴하니, 삽질마저 즐거워.”

“골든보이와 함께하면 늘 즐겁습니다. 교수님.”

나는 웃으며 황금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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