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화
나는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그리고 호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눈앞에 보이는 미션창을 다시 확인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죽음을 막으세요.>>
김정은이 죽어? 그리고 그것을 나보고 구하라고?
가슴이 답답하다. 물을 마셨으나, 갈증이 조금도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냉장고에서 맥주를 따서 마셨다. 차갑고 쌉싸름한 맛이 입안을 맴돌았고 정신이 조금 돌아왔다.
갑자기 웃음이 터졌다. 으허허허
미션이 김정은의 ‘목숨’을 구하라는 것이었다.
김정은의 목숨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위험하냐면···.
내 꿈에서 본 것처럼, 김정은이 타고 가던 열차가 폭발하여 죽는 것이었다.
그렇다는 것은. 내 꿈에서 나온 ‘열차 폭파 암살 시도’가 실제로 일어난다는 말이었다.
사고에 대한 예지몽.
내가 그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말인가?
그 순간 떠오르는 사건이 하나 있었다.
‘썸플러스 물류창고 화재 사건’
해고에 불만을 품은 한 사내가 창고에 불을 질러서 많은 사람이 죽은 사건이었다. 분명 그것을 꿈으로 보았다.
‘하루 전, 사건이 터지기 전에’
하지만 그때는 몸이 허해서 헛것을 본 것으로 생각하고 넘어갔다.
김정은이 죽는 예지몽은 정말일까?
그 질문의 대답은, 사실일 가능성이 컸다. 아직 100% 확신하기는 좀 그렇지만···.
갑자기 다시 귀가 아팠다. 이때 손에 만져지는 것은 귀걸이.
생각해 보니, 예지몽을 꾸기 전에 귀걸이를 낀 부분이 엄청 아팠던 공통점도 있었다.
‘욱신욱신’ 고통을 주고 있는 귀걸이는, 황금 나침반이 가리킨 액세서리 손수레에서 나온 ‘보물’이었다.
황금 나침반만큼 믿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을 진행함에 앞서, 위험과 보상을 확인해야 한다.
일단 보상부터 확인해 보자.
<<미션 성공 시 : 황금 나침반을 충전해 드립니다.>>
황금 나침반 충전이라. 아주 매력적이다.
위험은 김정은 암살사건에 휘말리는 것이었다.
뭐가 더 중요한가?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시방!!!
당연히 목숨이 중허지!!!!
황금 나침반을 충전하는 것이 매우 매력적이지만, 이것은 북한 권력 다툼일 수 있었다.
그렇다면 한국 외교관이 나설 자리가 아니다.
이것은 국사國事다.
나 같은 개인이 무대로 나가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 될 수 있었다.
김정은이 죽어서 우리나라가 통일될 수도 있지 않나?
최소 김정은 자식이 어리니, 4대 세습통치는 못 하겠지.
물론 북한의 정치 상황이 극도로 혼란해져, 제2의 한국전쟁이 터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나 같은 사람이 어찌 결정하겠나? 역사적 흐름에 맡기는 수밖에.
사실··· 위의 것은 다 변명이고.
미션 실패에 따른 페널티가 없었다.
우하하하. 책임질 일이 없다는 것이지.
그럼 미션을 ‘쌩까’도 된다는 말이잖아.
나는 보신주의자다. 내 싸움도 아닌 곳에 끼고 싶지 않다.
이미 미션을 통과하여, ‘넓고 깊은 눈’을 가졌고, ‘붉은색 황금 씨앗’도 챙겼다.
이제 서울로 가고 싶었다.
넵플릭스에 새로운 시리즈도 많이 올라와 있겠지? 쌓여 있는 드라마, 영화 등 재미있는 것들을 보고 싶다.
유투뷰, 넵플렉스, 스트리밍 영화/드라마 서비스가 되지 않는, 이곳은 사람 살 곳이 아니다.
언젠가 자유의 그 날이 와, 북한 주민들이 구골, 유투뷰를 통해서 진실을 알게 되면, 얼마나 분노할까?
지금도 북한의 거짓된 삶과 진실의 간극이 넓어지고 있었다. 넓어진 틈만큼 분노는 엄청날 것이었다.
아. 오지도 않은 미래의 일인데, 신경 쓰지 말자. 생각해 보면 내 일도 아니다.
내 일이나 신경 쓰자.
서울 가면 할 일도 많았다.
펄벅 교수의 태양광 발전에 대한 부분도 확인해야 했고,
‘절규하는 현대의 황금인간’상을 사겠다는 부자도 만나 봐야 했으며,
수류석을 이용한 만수르 프로젝트도 진행해야 했다.
미션이 아니라면, 내가 북한에 머물러 있을 이유가 없었다.
‘황금 나침반 충전’ 안 해도, 할 것이 겁나게 많았다.
다 귀찮다. 그냥 서울 가즈아~~.
갑자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역시 마음이 편해지는 방법은 ‘복지부동’
금요일에 먹을 것을 사 놓고,
토, 일 샤워도 하지 않고
컴퓨터 앞에서 게임을 하다가, 자다가, 넵플렉스, 웹서핑, 인터넷 쇼핑하다가, 잠이 들면 너무도 행복하다.
나는 진정한 ‘복지부동’을 하기 위해서 일단 샤워를 하여 땀을 씻은 후, 옷을 갈아입고 다시 잠을 청했다.
아무것도 안 하기로 마음먹었더니, 다시 기분 좋게 잠들 수 있었다.
화창한 아침이었다. 오늘은 드디어 서울로 돌아가는 날!!
와!! 신난다!!!
그리운 서울의 매연 냄새~
스벅 아메리카노.
실장님 스페셜 참치.
세련된 서울 아가씨.
모든 것이 그리웠다.
오늘 저녁이면, 이 모든 것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이제 순안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베이징에 갔다가, 인천공항에 도착하면 이번 일은 완전 끝이었다.
북한 양각도 호텔 식당에서의 마지막 아침.
이제 동네 브런치 카페에 온 것처럼 모든 것이 익숙하다.
계란 후라이를 해주는 아줌마에게 첫날 10달러를 주었더니, 아침마다 완벽한 반숙 계란 후라이를 2개나 주었다.
고소함의 끝판왕이 아줌마의 손에서 완성되었다. 죽이랑 반숙 2개면 ‘아침’으로 든든했다.
이때 외교관 형님들이 우리를 보더니, 엄지를 보였다. 그들은 아무런 기대 없이 이곳에 왔는데, 외교적으로 엄청난 결과를 얻어 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내가 나눠준 샤넬 립스틱, 마누라에게 혹은 여자친구에게 줄 최고의 선물이었다.
형님들 선물 줄 때 생색을 내세요. 북한에서 목숨을 걸고 산 선물이라고 뻥 칠 수 있는 기회가 온 겁니다.
이때 단장님이 나타났다.
“북한 당국과 이야기하여, 비행기로 돌아가지 않고 판문점을 통해서 육로 귀국하기로 했습니다.”
다들 고려항공 비행기를 타기 싫어해서 그런지 표정이 밝았다.
유일하게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있는 사람이 나였다.
설마···. 설마···. 설마···. 아니겠지.
“돌아가는 교통편에 기차가 있습니까?”
단장은 저놈 표정이 왜 저래? 하는 얼굴이었다.
“맞습니다. 평양에서 개성까지 기차 편으로 이동합니다.”
나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설마··· 그 열차에 김정은 국무위원장님이 타십니까?”
그러자 단장이 놀라는 표정이 되었다.
“그것을 어떻게 알았지? 누가 미리 알려 줬나?”
아~~~ 씨발 좆됐다!!!
여러분!! 그 기차는 중간에 폭발합니다. 기차 철로에 폭탄이 설치되어 있다고요!!!
하지만 이렇게 말할 수 없었다. 그렇게 말하면 사실을 확인할 것이고,
거짓이면 미친놈이 되는 것이며···.
진실이면, 함께 암살범이 되는 것이었다.
지하로 끌려가 심문을 당하며 피를 뿜고, 어떻게 알았는지. 고문을 받을 수도 있었다.
위대한 김정은 수령 동지가 죽을 뻔한 것이었다. 외교관 신분이 나를 보호하지 못할 수 있었다.
‘어디서 그 사실을 알았어!!! 빨리! 공범을 불라!!!’
‘꿈에서 나와서 말씀드린 것이란 말이에요.’
‘지금 그걸 나보고 믿으라는 말이네?’
‘진짜예요~’
‘바른말을 할 때까지, 조져버리라!!”
퍽! 퍽! 퍽! 으아아아악!!!
아~ 무섭다.
아무것도 모르는 외교관들의 표정은 아주 밝았다. 판문점을 통해서 귀국하는 것은, 매우 기념비적인 일로 외교관의 훌륭한 커리어가 될 수 있었다.
호텔에서 나와 평양 기차역으로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이미 내 몸은 다른 외교관들에 휩쓸려 움직이고 있었다.
안돼. 안돼··· 기차는 안돼!!!
북한에 금을 캐 준다고 하고 우리는 남을까?
우리는 살겠지만··· 우리 외교관 천재 형님도 죽는 것이잖아. 결혼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고 했는데.
게다가 열차를 타지 않았으니, 암살사건 용의자 1호가 될 수 있었다. 고문은 따라오는 옵션이겠지.
나는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하지만 옆에 있는 경복이와 태경이는 신나서 ‘희희낙락’하고 있었다.
지금 뒤지게 생겼는데 웃음이 나냐?
평양역 플랫폼으로 녹색 기차가 들어오고 있었다.
김정은이 타는 기차라고 해서 나름대로 기대하고 있었으나 촌발 날리는 녹색 열차.
KTX는 기대도 하지 않았다. 최소 새마을 정도는 되어야 하잖아. 이것은 무궁화나 통일호 수준이었다.
정말 이걸로 간다고? 폭탄이 터지지 않아도, 그냥 터질 것 같이 생겼는데?
지금 결단을 내려야 했다.
더 이상 이렇게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유부당? 유유부당? 두유부단? 뭔가 있었는데··· 어쨌든 그것을 하면 안 된다.
나는 경복이와 태경이에게 강하게 말했다.
“우리 이 열차를 타지 않는다.”
태경이가 가볍게 말했다.
“뭐라는 거야? 좀 그지 같이 생겨서, 터질 것 같아도. 그냥 타고 가자.”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어떻게 알았지?
하지만 태경이가 싱글싱글 웃고 있는 것을 보니, 그냥 한 말로 보였다.
나는 정색하고 말했다.
“이 열차를 타지 않는다고.”
경복이가 인상 쓰며 말했다.
“집에 안 간다는 말이냐? 이유가 뭔데? 뭐 좋은 거라도 있어?”
태경이 갑자기 정색하고 강하게 끼어들었다.
“너 그때. 그 기쁨조 그 아가씨랑 사고 치기로 한 것은 아니겠지?”
아~ 지금 목숨이 ‘와따가따’ 하는데 기쁨조가 웬 말이냐?
나는 더욱 정색하다가 미션을 말해 주기로 했다. 이놈들의 목숨도 달린 일이니 말해 주는 것이 맞았다.
“지금 내가 받은 미션이 있어.”
경복이가 씁쓸한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또. 어디서 금을 찾으래?”
나는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다가, 목소리를 낮췄다.
“이번 미션은 ‘김정은 위원장의 목숨을 구하라.’ 이거다.”
태경이가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응? 뭐라고? 김정은을 구하라고? 내가 들은 것이 그게 맞아?”
“맞다.”
“북한에서 김정은은 무적 아니야? 누가 누굴 구해?”
경복이는 나의 말을 심각하게 생각하다가, 눈을 번쩍 떴다.
“설마···. 지금 김정은 위원장이 위험한 상태야? 쿠데타라도 일어났어?”
이때 김정은은 손을 흔들며, 평양역에 도착하여 전용 기차 칸에 올라탔다.
그것을 보고 경복이가 인상을 구겼다.
“행복하게 잘살고 있고만. 무슨 목숨을 구해? 방금 본 놈은 가게무샤(대역)냐?”
나는 더욱 표정을 무겁게 했다.
“사장실에서 ‘썸플러스 화재 사건’을 내가 전날 밤에 ‘꿈’에서 봤다고 이야기했지?”
태경이 뭔 헛소리를 또 하냐는 듯 강하게 말했다.
“그거 네가 잘못 본 것이라고 말했잖아.”
나는 태경이의 눈동자를 보며 말했다.
“어젯밤 꿈에서 우리가 타고 갈 ‘이 열차’가 폭발하는 것을 봤다.”
“내 눈앞에 있는, 이 녹색 열차가 폭발하는 꿈을 꿨다고?”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있다가 열차가 폭발했어.”
“개꿈이 너무 리얼한 거 아니냐?”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하지만 타이밍이 이상해.”
“타이밍?”
“열차가 터지는 꿈을 꾸고 눈을 떴더니, 김정은 위원장을 구하라는 미션이 바로 떴다. 그것이 무슨 의미겠어?”
경복이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그 말은 이 열차가 폭발하니, 김정은 위원장을 구하라는 말 아니야?”
“그렇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태경이는 폭탄을 본 것처럼 열차에서 두 발 뒤로 물러섰다.
“김정은은 둘째치고, 열차에 타면 우리도 죽는다는 말 아니야?”
“그래 우리 목숨도 위험하다. 이 열차는 지옥으로 가는 급행열차다.”
태경이 눈을 크게 떴다가, 얼굴을 손으로 구기며 나를 살짝 밀었다.
“악! 미친놈아!! 빨리 가서 말해!! 이대로 있다가 죽을 거야?”
나의 표정이 더 어두워졌다.
“정말 폭탄이나 암살 시도가 있으면, 우리까지 공범으로 오해받는다. 어디서 그 정보를 알았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할 거야. 내가 신통력이 있다고 말할 거야?”
경복이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그렇게 이야기하면, 북한 당국은 믿지 않겠지.”
태경이가 다급하게 말했다.
“금도 보는데? 미래를 본다고 하면 안 되냐?”
“믿어 준다는 보장이 있어?”
태경이가 멘붕이 온 것처럼 당황하고 있었다.
“그럼 어떻게!! 어떻게? 기차를 멈춰?”
나는 심각하게 생각하다가 어쩔 수 없이 ‘장성택 금괴’ 카드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조금 아깝지만 죽는 것보다 낫겠지.
나는 어깨를 펴고 눈에 힘을 주었다.
“내가 평양에서 ‘겁나 밝은 빛’을 보았다.”
태경이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겁나 밝은 빛? 어디서? 무슨 색?”
“황금색이고, 장성택의 저택에서 보았어.”
“장성택의 저택?” 김정은이 고모부. 그 사람이 숨겨 놓은 금이 있다는 말이야?”
“100% 확실하다. 멀리서부터 아주 밝게 빛이 났어. 아마 엄청난 양일 거야.”
경복이가 눈을 크게 뜨고 물어보았다.
“···장성택이 누군데?”
아. 이 군바리 새끼. 신문도 안 보고 사나?
“씨발! 만리장성 세운 사람이다!!!”
태경이가 와락 짜증 냈다.
“지금 말장난할 때야?”
미안 쏘리~ 분위기 파악도 못 하고, 말장난은 불치병이야.
나는 순순히 머리를 끄덕였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니지.
“일단, 장성택의 비자금으로 쇼부를 보자.”
태경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것으로 쇼부를 붙인다고? 우리 목숨하고?”
내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왜 우리 목숨하고 쇼부를 붙여? 장성택 금을 찾아 주니, 뭐라도 챙겨야지.”
경복이는 입술을 깨물다가 인상을 와락 썼다.
“김정은이 장성택 금을 혼자 먹으려고, 우리를 고사포로 죽일 수 있어.”
흠. 가능성이 작지만,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쇼당 윤 선생 생각은 어때? 그렇게 부정적이야?
태경이가 잠깐 생각하다가 눈을 부릅떴다.
“생각해 보면, 지금 고사포가 문제야? 저 기차에 타는 순간 핵폭탄을 도시락으로 가지고 타는 것이잖아. 무조건 쇼부 쳐야지!!”
“만약에···. 개꿈이면 어쩌지?”
“최근에 골든보이가 과대망상증으로 정신과 약을 먹고 있다고 말해 줄게.”
“미친놈으로 만들겠다고?”
“개새끼야! 살고 봐야지! 그리고 네가 우리를 여기까지 데리고 왔잖아!!! 살려줘! 살아서 집에 가자!”
그래 결과가 어찌 되었든 부딪치자!!
나는 눈을 크게 뜨고 강하게 말했다.
“그래 가자! ‘쇼부’만이 살길이다.”
태경이가 나를 보며 정색하고 말했다.
“하늘 보고 침 3번 뱉어!!”
나는 하늘에 침을 3번 뱉었다.
얼굴에 침이 튀었고 자신 있게 웃었다. 침이 얼굴에 붙으면 절대 안 죽는다.
어렸을 때, 고시 공부하던 똑똑한 형이 그랬다. 나중에 미쳐서 정신병원에 갔지만···
나는 보위부 소장 이성출 관리인 아저씨에게 다가갔다.
“소장님. 중요하게 할 말이 있습니다.”
이성출 소장의 표정은 아직 부드러웠다.
“무슨 말입니까? 김 대표님.”
“사실 평양에 엄청난 보물이 있는데,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이성출은 나의 말을 아직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뭐라고 하셨나요? 엄청난 보물이요?”
나는 내 말의 심각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정색한 얼굴에, 목소리 톤까지 낮췄다.
“지금까지 발견한 보물들은 하찮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평양에 엄청난 보물이 있습니다.”
보위부 이성출 소장의 표정이 이제서야 딱딱하게 굳었다.
“평양에 보물이 있다는 말이군요. 어떻게 하기를 원하십니까?”
“기차가 출발하기 전에, 지금 당장, 위원장님을 뵙고 싶습니다.”
이성출 소장은 잠깐 생각하다가 머리를 끄덕였다.
“지금 위원장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네 서둘러 주십시오.”
뜨거운 커피 한잔을 마실 시간이 지났을 때
나는 이성출 소장님을 따라서 김정은이 쉬고 있는 기차 칸으로 갈 수 있었다.
김정은이 웃으면서 나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어서 와 김 선생. 할 말이 있다고?”
나는 정색하며 말했다.
“골든보이를 믿으십니까?”
김정은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나는 분명 믿는다고 했어.”
“평양에 엄청난 금이 있습니다. 그것을 드릴까 합니다.”
나는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었다.
'남한 사람'인 골든보이가.
북한의 괴수, 김정은의 목숨도 살려. 그의 통치자금도 왕창 구해주려 하고 있었다.
거의 민족 반역자 수준 아니냐?
나는 지금 ‘오리지날 슈퍼 빨갱이’로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
그래! 내가 바로 전설의 ‘시뻘갱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