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화
김정은 위원장의 집무실.
30평 아파트 넓이의 서재가 눈에 들어왔다.
한눈에 보이는 책만 해도 만권이 넘었는데,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마치 서울의 유명한 북카페에 온 느낌.
서재의 가장 깊은 곳에 진한 밤색 책상이 있었고, 그곳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나이 든 여자 비서의 도움을 받으며 문서에 사인하고 있었다.
인터넷 짤에서 봤던, 뉴스에서 봤던, 바로 그 사람이 확실했다.
진짜··· 정은 형?
하지만 안경을 쓰고 있어서, 조금은 어색했다.
어? 나를 봤다.
그는 나를 보더니, 안경을 벗고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당당하게 행동하겠다고 내가 말했지만
인사 각도는 90도. 조금 더 숙여야 하나? 나는 깊숙이 머리를 숙이며 악수를 했다.
뭐? 비굴하다고?
나중에 네가 북한에 와서 김정은과 악수해봐. 머리가 숙여지나, 안 숙여지나.
‘빨갱이 괴수 새끼 죽어라!’ 하겠다고? 그럼 고사포 포탄이 얼마나 굵은지 몸으로 느낄 수 있을 거야.
사실 김정은이 ‘형’이잖아. 그래서 머리 숙인 거야.
“안녕하십니까? 국무위원장님.”
“하하하 골든보이 선생 어서 와.”
김정은이 나의 손을 잡더니 회의 테이블로 데리고 왔다.
“자. 가서 앉자고.”
나는 김정은이 안내한 테이블 의자에 앉았다.
최~고급 의자였으나, 허리를 바짝 펴고 있어서 엄청 불편했다.
그것을 보고 김정은이 웃으면서 말했다.
“편하게 있으라, 편하게.”
사단장이 이등병과 간담회 할 때, 위의 말을 한다.
‘편하게 있어. 편하게.’
그때 진짜 편하게 있으면, 사단장이 중대장에게 웃으면서 한마디 한다.
‘이등병 군기가 다 빠졌네. 그래도 자네가 이해해. 뭐 요즘 애들이 그렇지.’
그럼 중대장이 이등병에게 미친개처럼 지랄한다. 그 순간, 바로 고문관이 되어서 군 생활 꼬이는 것이었다.
나는 절대 그런 말에 속지 않는다.
“지금도 편하게 있습니다. 위원장님.”
김정은이 웃으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남한 당국자에게 말해서 골든보이를 초청해달라고 했어. 그런데 이렇게 진짜 왔구먼그래. 실제로 내 눈앞에 있는 것을 보니, 너무도 신기해.”
“골든보이 채널을 보셨습니까?”
“나도 자네 구독자야.”
정말 북한 김정은이 내 구독자고, 나를 초대한 사람이라고? 장군급 관리자 이성출 아저씨가 붙은 것을 생각하면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북한에서 유투뷰가 되나? 전 북한 인민이 못 봐도, 본인은 볼 수 있게 만들어 놓았겠지.
아~ 나쁜 새끼.
하지만 나는 정치적인 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끄덕였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위원장님.”
“내가 정중히 대접하라고 했는데 소홀함이 없었겠지?”
우리 관리인 아저씨가 애썼지.
마음에 안 드는 몇 놈 있었는데, 입을 열어서 기관총을 쏘아줄까?
하지만 그런 것은 괴산 스타일이 아니다.
“좋은 것 많이 먹고, 잘 쉬었습니다.”
“다행이군. 내가 자네를 초대해 놓고, 일이 많아서 몸을 뺄 시간이 없었어.”
이럴 때는 알아서 깔아줘야 한다. 상대의 변명을, 내가 완성해 준다는 느낌으로.
“국사가 훨씬 중요합니다. 저를 만나는 일은 나중에 하셔도 충분합니다.”
김정은은 나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이해해 준다니 참으로 고맙군.”
김정은이 비서실장을 향해서 말했다.
“시장하군. 준비한 고기 가지고 와.”
김정은이 입을 열기 무섭게 문이 열리더니, 요리사 복장을 한 10명이 동시에 들어와서 스테이크를 내려놓았다.
좀 배가 부른 상태였지만 육향이 아주 향긋하고 적당히 탄 고기 부분이 식욕을 자극했다.
“내 질문에, 자네가 소고기는 사랑이라고 댓글을 달았지?”
내가 그렇게 댓글을 달았나···? 기억이 안 난다.
하지만 아는 척!!!
“하하하 그렇습니다. 소고기는 사랑이지요.”
“많이 먹어. 필요하면 또 준비하라고 하지.”
“감사합니다.”
나는 한 점을 칼로 썰어 먹었다.
지금까지 먹은 고기와 완전히 다른 차원이었다. 감히 먹었던 소고기 중 가장 완벽한 맛이라고 표현할 수 있었다.
익은 정도.
고기의 식감.
고기의 짠맛 정도.
스테이크 소스의 감칠맛.
모든 것에 만점을 주고 싶었다.
입에 넣으면 녹는다는 의미를 완벽하게 느끼고 있었다.
유럽의 특급 요리사가.
세심하게 기른 식재료로.
양념을 아끼지 않고 넣으니.
이런 천상의 맛을 만들 수 있는 것이었다.
이때 비서실장이 오더니 작은 목소리로 뭔가를 말했다.
그러자 김정은이 큰 소리로 말했다.
“어서 가지고 들어와. 당장 보고 싶군. 그래.”
곧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투명한 액자에 넣은 그림 3점이 테이블 앞에 세워졌다.
어? 이것은 내가 개성에서 발견한 공민왕의 그림 3점이었다.
노국대장공주 초상.
개경 황도 전도
미륵 극락정토 불화
김정은은 스테이크를 먹다가 칼을 던지듯 내려놓고 그림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정말 대단하군그래. 유려하면서 힘이 느껴져.”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머리를 끄덕였다. 대충, 그림이 좋다. 그런 말이겠지?
김정은은 그림을 살피면서 혼자 말을 계속 이어 나갔다.
“북한에는 남한보다 문화재가 적어. 괜찮은 것은 다 서울에 있지.”
여기다가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그냥 아무 말 없이 가볍게 머리만 끄덕였다.
“이런 보물이 우리 북조선 땅에 있다는 것은, 우리 공화국을 하늘이 굽어보고 있다는 말이다.”
왜 하늘이 굽어봐요. 내가 고생해서 찾았는데.
이때 김정은이 나를 강하게 바라보았다.
어? 내가 속마음을 입 밖으로 이야기했나?
“혹시 자네 나와 함께 일해 볼 마음이 없나?”
딩~~~ 머릿속에서 종이 울렸다.
바로 대답할 수가 없었다. 당연히 거부해야겠지만. 단칼에 거부할 수 없었다.
내가 난처한 얼굴을 하고 있자 김정은이 웃었다.
“나는 골든보이를 완벽하게 믿어, 원하는 모든 것을 지원해주지.”
이럴 때는 부드럽게, 아주 부드럽게 거절해야 한다. 나는 마치 승낙하는 것처럼 머리를 끄덕였다.
“고맙습니다. 북한에 올라올 때마다 남북 공동 협력 발굴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습니다.”
하지만 이제 미션 끝났다. 앞으로 북한에 올라갈 일이 없었다.
“발굴할 때, 어떤 교수가 자네 마음을 심란하게 했다는 보고는 받았어. 그래서 그놈을 흥남 산업 지원부로 보냈어. 다시는 볼 일 없을 거야.”
아. 이런. 우리 김일성 대학 사학과 교수님 멀리 날아가셨네. 사이즈도 안 되면서, 너무 욕심부리더니만 그럴 줄 알았지.
명복을 빕니다.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김정은을 바라보았다.
“정말 골든보이를 믿으십니까?”
김정은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이디. 북녘빛 코뿔소 기억나나?”
당연히 기억난다. 별풍선을 무려 100만 원이나 터트려준 사람이었다.
“우리 채널에 무려 100만 원이나 별풍선을 쏘아주신 분이죠.”
“그것이 누굴 것 같나?”
“···설마”
“그래 내가 바로 북녘빛 코뿔소야.”
그리고 김정은은 기분 좋은 듯 크게 웃었다.
“처음에는 말이야. 김 선생이 발굴하는 것을 보고, 말도 안 되는 사기라고 생각했는데, 계속 보니까 사기라고 말할 수 없었어. 따로 알아봤는데 사업적으로 엄청난 결과도 보여주고 말이야. 사기라면 그런 결과를 얻어낼 수 없었겠지. 그래서 남쪽 대통령께 말씀드려서 한번 올려보내 달라고 부탁드렸다.”
그래서 대통령이 나에게 꼭 올라가 달라고 했구나···.
“대통령께서 북한 당국을 최대한 도와주고, 그들의 마음을 얻으라고 하셨지요.”
들었지요? 나는 남한 대통령이 보낸 사람입니다. 그러니 북한에 남으라는 말은 하지 마세요.
“장마당에서 달라 뭉치도 발견하고. 고려 황제 위패도 발견했다고 보고 받았어. 나는 말이야 자네 같은 인재를 가지고 있는 남한 당국이 부러워.”
나는 형이 더 부러워. 대동강 5호 별장에서 보았던 언니들도 매일 볼 수 있고··· 형. 진짜 부럽다.
나는 은근히 미소를 지으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조만간 다시 일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김정은 길게 한숨을 쉬었다.
“우리 김 선생의 마음을 무엇으로 얻어야 하나?”
‘무엇’이라는 단어에 나의 눈이 커졌다.
왜 뭐라도 주려고? 형. 나 훈장은 사절이야. 돈 되는 것으로 줘.
그 순간 나의 눈이 공민왕의 그림 3점으로 갔다. 저 그림 3개를 편지와 같이 내다 팔면 작품당 최소 100억은 받지 않을까?
그럼 최소 300억. 가격을 조금만 더 잘 받으면 500억도 받을 수 있었다.
와 달달하다. 하지만 머릿속으로 생각만 할 뿐,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그리고 엉뚱한 말이 튀어나왔다.
“남북 간의 평화만을 바랄 뿐입니다.”
지랄~ 몇 년 전 군대에 있을 때, 안보 표어로 휴가를 받겠다고 고민한 적이 있었다.
때려잡자 공산당.
할 수 있다. 북진통일.
죽이자 괴뢰군.
이런 표어도 썼으면서···.
그 표어를 보고 행보관이 혀를 찼다.
“표어가 너무 ‘박통 때’ 스타일 아니냐?”
어쨌든 정은이 형이 뭐라도 주고 싶은 모양인데. 무엇을 달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
사실 북한에 와서 달러도 벌어주고, 보물도 발견해주고 했으니 뭐라도 받아 가는 것이 맞다.
하지만 달라고 할 것이 마땅치가 않았다. 북한에서 가져갈 것이 뭐가 있겠냐?
대동강 맥주에, 평양 소주 두어 박스 달라고 할까? 아니야. 테라에 진로도 맛있어.
나라 사랑. 국산 사랑.
그렇다면 보상을 받는 사람을 남한 대통령으로 바꿔 볼까?
우리 대통령이라면 화끈하게 줄 것이 많았다. 그러면 남한 대통령께 ‘서비스’를 확실히 해줄까?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어 김정은에게 말했다.
“제가 북녘땅에 온 것은 우리 한민족이 과거의 아픈 역사에서 벗어나, 함께 손잡고 앞으로 나가기 위해서 온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장 먼저 양국이 ‘고려 황궁 재건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고려 황제 위패가 있어야 할 곳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김정은은 진지하게 머리를 끄덕였다.
“고려 황궁 재건이라. 우리 공화국의 숙원사업이지.”
“서울에 있는 경복궁 같은, 고려 황궁을 개성에 만드는 사업이지요. 최소 30년 이상 걸릴 사업입니다. 이 사업을 진행하면 남북 서로가 가까워질 기회가 될 것입니다.”
김정은은 머리를 끄덕이고 나를 바라보았다.
“하고 싶은 이야기 있으면 계속해보라.”
어떤 사업을 통과시켜 줄지 모르니, 일단 다 쏟아 놓았다.
“이산가족 상봉을 가장 먼저 진행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할아버지 고향이 나진인데, 고향 방문 행사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고향 방문 행사라. 많은 수가 아니라면, 어려운 일은 아니지.”
“개성 공단을 확대하자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이야기는 김정은도 반가워했다.
개성 공단은 북한 인민들을 안정시켜 줄 수 있는 훌륭한 직장이었다. 북한의 삼송 전자라 할까?
“그것은 우리도 원하는 바야. 남쪽에서 속도를 조절하는 것뿐이지.”
“휴전선 유해 공동 발굴사업도 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어려운 사업은 아니야. 당장 시작할 수도 있어.”
“북한대표부 서울 방문도 있습니다.”
김정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서울에서 정상 회담도 개최하자는 이야기도 하겠군.”
“대표부 방문이 있으면, 다음 단계에서는 그런 이야기가 나올 것입니다.”
김정은 정색한 얼굴로 말했다.
“나는 자네를 남한을 대표하는 외교관으로 보고 있어.”
“맞습니다. 저는 공식 외교관입니다.”
“위의 모든 조건을 수락하겠어.”
응? 진짜? 이렇게 쉽게? 하지만 눈빛에 뭔가 다른 조건이 있어 보였다··· 설마 나를 잔류 시킨다는 조건 같은 것은 아니겠지?
김정은은 강한 목소리로 말했다.
“남한 대통령님께, 내가 원하는 것은 북미 회담의 성공이라고 말씀드리게.”
북미 회담? 미국이랑 회의하는 것을 말하나?
그것을 왜 남한 대통령께 부탁하지? 미국에 다리를 놓아 달라는 말인가?
계집애도 아니고, 꼭 하나 껴서 돌려 이야기를 해야 해? 그냥 남자답게 직다이로 미국에 말하면 안 되나?
하지만 나는 절대 반지를 운명의 산으로 옮기는 프로도처럼 세상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위원장님의 복심을 반드시 대통령께 전달하겠습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정색한 얼굴로 말했다.
“대통령께서 소기의 결과를 끌어내면 판문점에서 만나고, 미국과의 만남이 만족스러우면 서울에서 만날 수 있다고 말씀드려. 하지만 회담이 실패하면 오늘 가지고 가는 모든 것이 녹아 없어지겠지.”
눈치로 이해한 것을 이야기하자면. 내가 미국이랑 친해지면, 너랑도 친한 척해줄게.
이거 맞지? 아~ 유치하다. 국가 간의 외교가 원래 이런 건가?
김정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일정이 빠듯하니 일을 바로 진행하는 것이 좋겠어.”
나는 김정은과 같은 차를 타고 바로 평양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바로 남북 외교관이 회담하는 장소로 갔다.
김정은이 나와 함께 들어오자, 남쪽 외교관들은 경악하며 눈동자가 떨리기 시작했다.
김정은이 나타났다는 것도 놀랍지만. 그 옆에 골든보이라는 사람이 있는 것이 더 놀라웠다. 도대체 저놈은 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랑 함께 들어와?
김정은은 갑자기 큰 소리로 말했다.
“우리 김 선생이 우리 공화국을 위해서 큰 헌신을 했습니다. 모두 박수 치세요.”
그러자 양국 외교관들은 뭔지도 모르고 손뼉을 쳤다. 그저 유물을 찾은 것 때문이라고 짐작할 뿐이었다.
“공화국 영웅 칭호를 주고 싶으나, 김 선생 입장도 있으니 다음에 이야기하고.”
김정은은 테이블에 있는 종이를 쭉 읽어보고, 바로 외교 사안을 정리했다.
-일단 남한 식량부터 받고 흥남 수해 지역에 식량 배급하고 식량 배급을 확인하는 옵서버를 20명 받아들인다.
-총리 선복주를 책임자로 하는 북한대표부가 서울 3박 4일 방문하여 앞으로 있을 남북 간의 현안을 논의한다.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 논의를 하여 반드시 결과를 도출한다.
-개성 공단 2차 개발에 대한 논의 및 입주 희망 기업을 확보한다.
-휴전선 유해 발굴은 다음 주부터 바로 실행하고, 그 근처에 있는 부대는 양국이 서로 30km 뒤로 물러나기로 한다.
-김성열 위원장을 대표로 하여, 고려 황궁터를 양국이 함께 발굴하고, 복원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한다.
김정은이 지시하자, 외교 회담은 완전히 급물살을 탔다.
이제 북한 외교 당국이 더 적극적이었다. 수령님의 오다를 받았으니, 당연히 결과를 내놓아야겠지.
일해라!! 외교관들아!!
나는 이제 쉬어야겠다.
우리는 호텔로 돌아와 가볍게 맥주 한 잔만 마시자고 했는데, 너무도 피곤해서 놀 힘이 없었다.
침대에 머리를 붙이기 무섭게 잠이 들었다.
그날은 수면의 질이 아주 좋았다.
사람이 하루 8시간을 자면
깊은 수면 30분.
얕은 수면 4시간.
렘수면 3시간.
수면 중 깸 30분.
정도로 잠을 잔다.
깊은 잠을 하루에 30분 이상 잘 수 있는 사람은 축복받은 사람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깊은 수면을 1시간이나 하였다.
아침이 되었고. 렘수면 상태가 되면서 각종 꿈을 꾸는 시간이 되었다. 이때 아이유도 만나고 헤어진 첫사랑도 만난다.
기분 좋게 잠에서 서서히 깨어날 무렵.
지난번 ‘썸플러스 화재사건’을 미리 꿈으로 꿨던 날과 같이 갑자기 귀가 아팠다.
귀가 아픈 것을 느끼고 ‘예지몽’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잠에서 깨어나려고 했으나, 가위에 눌린 것처럼 조금도 움직이지 못했다.
달리는 열차였다.
나는 김정은 위원장과 뭔가 이야기하며, 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창밖으로 주변을 보자, 북한의 비참한 시골 모습.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을 감사하는 마음을 만들게 만드는 풍경이었다.
“어딜 보나? 김 선생.”
“아닙니다.”
이때 보위부 군관들이 빠르게 달려와, 김정은에게 뭔가 보고를 했다.
김정은이 눈을 크게 뜨며 벌떡 일어났고 나에게 무슨 말을 하기 위해 입을 벌렸다.
“철로에 폭탄이 있다고 하는군. 어서 내려야 해!”
“폭탄이요?”
열차가 천천히 속력을 줄이고 있었다.
“장성택이 잔당 놈들이 전방에 살아남아 있는 모양이야.”
보위부 이성출 장군이 다급히 말했다.
“뒤로 모시겠습니다.”
그 순간, 기차에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그리고 화염이 열차 칸을 휩쓸며 모든 것을 태우고 있었다.
기차는 탈선되어, 완전히 찌그러졌고.
여객 칸은 엄청난 화재로, 녹아내린 양철통이 되었다.
김정은은 폭발로 즉사했다.
나는 겨우 살아남아 손을 내밀었지만, 열차의 화재가 점점 다가와 나를 덮쳤다. 너무도 고통스럽고 뜨거웠다.
으아아아아아아아~
나는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머리맡에 있는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이때 미션 창이 떴다.
<<황금인의 능력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하세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죽음을 막으세요.>>
<<성공 시 : 황금 나침반을 충전합니다.>>
씨발···. 젠장···. 김정은을 구하라니, 슈퍼 울트라 빨갱이가 되라는 말이냐?
그놈 옆에 있다가 불에 타 죽는 꿈을 꿨다. 근처에 있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김정은을 절대 피한다.
뭐 실패 페널티는 없군.
그렇다면 일단 잠이나 더 자자.
내가 북한에서 김정은을 구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되었다. 빵셔틀이 일진 대가리를 구하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잠을 더 자려고 누웠으나 심장이 두근두근 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