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화
원래 사장은 노는 자리다.
사장이 열심히 하는 회사치고, 잘 돌아가는 회사를 본 적이 없다.
부지런한 멍청한 사장.
이런 사람이 제일 위험하고 아랫사람들이 고달프다.
그러니까 내가 열심히 안 하는 거야.
아버지가 사장이 해야 할 자잘한 일까지 모두 하니, 내가 할 일이 하나도 없었다.
유 비서가 타준 커피를 마시다가 TV를 껐다.
이제 노는 것도 정말 지겨웠다.
나는 멍때리다가, 나는 고모님이 놓고 간 제갈 집사의 사진을 잠깐 보았다.
회장님이 쓰러지면서, 그룹 비서실장도 같이 몰락했다고 했다.
나는 혀를 찼다. 이 아저씨도 늘그막에 고생 복이 터졌네. 이래서 노년 운이 중요한 법이다.
뭐 나랑은 상관없으니까 사진을 던져 버렸다.
이제 뭐 하고 놀지? TV도 재미없고.
아까 점심 먹고, 미션창을 불러 봤는데 미션창은 뜨지 않았다.
미션창을 불렀는데, 비서 미스 유가 ‘네~’하고 들어와서 쓸데없이 커피만 또 마셨다.
벌써 오후 3시. 너무 심심해서 눈을 껌뻑이다가 다시 한번 ‘미션창’을 불렀다.
어? 미션창이 눈앞에 떴다.
<<황금인의 새로운 조력자를 확보하세요.>>
<<황금인의 새로운 조력자를 곧 만납니다. 그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도와주세요.>>
<<보상으로 수류석을 드립니다.>>
수류석. 물을 옮겨주는 것.
오지에서 농사지을 것도 아니면 필요 없는데 왜 이런 것을 주는 거야?
그 순간 새로운 조력자라는 단어가 들어왔고. 번쩍 한 명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아까 책상 위에 있었던 제갈 집사의 사진을 보았다.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이 사람은 안 돼!
고모가 이 사람 먹으면 죽인다고 했어.
혹시라도 제갈 집사가 회사로 찾아올 수 있었다.
물론. ‘조력자’가 다른 사람일 수도 있으나. 혹시 그 사람이 맞을 수 있으니···. 일단 도망치자.
미션 실패 페널티도 없으니, 도망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다면 어디로 가지? 어디로 가서 숨지?
나는 일단 경복이와 태경이를 불렀다.
그리고 미션에 관해서 이야기했다.
태경이가 해맑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 제갈 집사라는 아저씨를 구해서, 회장님의 비자금을 먹으라는 말이잖아. 확 땡기지 않냐?”
“비자금을 먹자고?”
“먼저 먹는 사람이 임자인, 눈먼 돈 아니냐?”
“주변 사람들이 눈을 부릅뜨고 있는 돈이지.
“소화가 안 되려나?”
나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냥 금 캐서 돈 벌고 말지. 비자금을 손댔다가, 큰아버지랑 고모랑 합심해서 덤빈다고 생각해봐. 아주 끔찍하다.”
그제야 태경이의 표정이 바뀌었다.
“그렇게 이야기하니까 좀 섬뜩한데?”
“제갈 집사라는 사람을 안 만나면 되니까 일단 튀자. 어디선가에서 시간을 때우면, 어떻게 되겠지.”
경복이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혹시 모르니까. 다 같이 한 차로 움직이고, 뒤로 수행팀 자동차 1대 정도 붙여서 움직이자.”
나는 만족스럽게 웃으면서 말했다.
“마틴도 있고, 선 과장님도 있으니 무슨 없겠지?”
“납치될 걱정은 없다 치고. 어디로 갈까? 그냥 호주로 갈까?”
잠깐 생각하던 나는 머리를 저었다.
“회사에 일이 터지면 기민하게 움직여야 하니까. 중국이나 일본이 좋겠다. 반나절이면 올 수 있잖아.”
태경이가 가볍게 말했다.
“그럼··· 중국 가서 짜장면이나 먹고 오자.”
태경이 말에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중국 본토에서 짜장면을?”
“뭐 가볍게 가는 거지.”
나는 감탄하며 말했다.
“이 새끼 천재인데? 왜 나는 한 번도, 본토 짜장면 맛은 어떤가 궁금해하지 않았지?”
“땡기냐?”
“중국하면 짜장면인데. 왜 중국에서 먹어볼 생각을 못 했을까? 당장 가자.”
선 수행과장과 수행원 그리고 고 보안과장과 함께 중국 시장 조사 핑계로 인천공항으로 출발했다.
회사 지하 주차장에 있는 법인차를 탔다.
제네시스 리무진~ 어깨에 힘을 주며, 유 비서에게 인사를 하고 차에 탔다.
그러자 태경이가 멱살을 잡았다.
“왜 유 비서에게 윙크했어?”
나는 흠칫 놀라며 어색하게 웃었다.
“안 했어~ 그냥 눈에 뭐가 들어갔을 뿐이야.”
“회사 사람들끼리 사귀는 것은 근친이라며? 나보고 절대 안 된다고 했잖아.”
“내가 언제? 그냥 좀 조심하자. 그랬지.”
“조심하는 놈이, 그런 놈이 요망한 짓거리를 해?”
“아니야~ 안 했어.~”
집요한 추궁을 받으며 인천공항에 도착했고, 공항 주차장에 차를 대고 있는데 뒤에서 소리가 났다.
쿵! 쿵! 쿵! 쿵! 쿵! 쿵!
우리는 순간 온몸을 굳히고 귀를 뒤로 가지고 갔다.
쿵쿵쿵!
다시 한번 트렁크에서 울리는 소리가 났다.
직접 운전하고 있는 선 수행과장님이 밖으로 나가서 트렁크를 살피려는 것을 내가 막았다.
“잠깐만요. 선 과장님.”
설마. 설마. 설마. 설마.
머릿속에 딱 들어오는 얼굴이 하나 있었다.
제갈 집사.
나는 트렁크 쪽으로 조금 큰 소리로 말했다.
“혹시··· 제갈 집사님이신가요? 맞으시면 3번 두들기세요.”
아니어라. 아니어라. 아니어라.
쿵!쿵!쿵!
아~~~ 씨발 좆 되었다.
대륙 자장면은 다음에 먹어야 할 팔자인가 보다.
태경이와 경복이는 놀란 눈으로 나를 보았다.
“어쩌지?”
“우리 이게 뒷감당이 안 돼서 도망치던 길 아니었냐? 왜 나에게 물어.”
“네가 사장이니까. 빨리 생각을 해봐.”
나한테 물으면 어쩌라고? 이럴 때 믿을 수 있는 것은 보안과 고 과장님뿐이었다.
보안과 고 과장에게 제갈 집사에 대해서 핵심만 이야기만 했다. 이분을 숨겨서 어딘가로 보내야 했다.
그러자 고 과장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국내 말고 해외로 보내야겠습니다.”
나는 머리를 끄덕였다.
“고 과장님이 호주 시드니까지 보내면 그 뒤로는 제가 숨기지요.”
“일단 일본으로 밀항시키고 그곳에서 비행기를 타고 시드니로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가능합니까?”
“우리 애들 중에 전문가가 있으니 지금 부르겠습니다.”
나는 제갈 집사의 얼굴을 봐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이렇게 뻥 뚫린 곳에서는 확인할 수 없었다. 누군가가 지켜 보고 있을 수 있었다.
나는 선 과장에게 물었다.
“혹시 꼬리 붙은 것이 있습니까?”
그는 힐끔 백미러를 보고 말했다.
“흠···의심 가는 차량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출발할 때부터 붙었던 차입니다.”
보안과 고 과장님이 말했다.
“배달할 사람이 1시간 안에 수송 차량을 수배해서 온다고 합니다. 그때까지 시간을 끌어야 합니다.”
우리는 마치 공항이 있는 영종도를 구경 온 것처럼 주변을 돌았다. 그러자 차가 점점 줄어들고 우리의 뒤를 따르는 차들을 확실히 구분할 수 있었다.
곧. 그놈들은 대 놓고 우리를 위협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드디어 제갈 집사를 수송할 차량이 왔다는 소식이 왔다.
그래서 을왕리 해수욕장의 모텔촌 한 곳에 주차했다.
그리고 트렁크를 열어 제갈 집사의 얼굴을 보았다. 엉망이었다. 누군가에게 고문당한 듯 보였다.
나는 제갈 집사를 보고 말했다.
“하고 싶은 말씀이 많겠지만. 일단은 몸을 피하시고. 대화는 나중에 하시지요.”
이때 한 중년의 아주머니가 고 과장님을 보며 다가왔다.
“배달하러 왔습니다. 물건은 어디 있습니까?”
고 과장이 제갈 집사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러자 아주머니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잘생긴 사장님이 엉망이 되셨네.”
고 과장은 머리를 끄덕이고 말했다.
“응급처치부터 하고, 자료가 남지 않는 병원에 가서 진료해야 해.”
“알겠습니다. 물건 상하지 않게 배달하지요. 일단 작업복으로 입히세요.”
우리는 힘을 합해서 제갈 집사의 옷을 화려한 등산복으로 바꾸어 입혔다.
그리고 아주머니는 제갈 집사와 애인처럼 반쯤 끌어안고 묻지마 관광차를 타고 떠났다. 술 취한 애인을 데리고 나가는 중년의 커플같이 보였다.
묻지마 관광버스는 어떤 사람이 옆에 타도 이상하게 보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5분 뒤, 배달 아주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고 과장이 전화를 받더니 머리를 끄덕이고 나에게 보고했다.
“당진에서 배를 타고 부산에 잠깐 들렸다가, 왕진으로 치료를 하고, 그곳에서 대마도를 거쳐서 일본으로 들어간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고야 공항에서 호주로 넘어간다고 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고 과장님.”
나는 머리를 끄덕이고, 호주의 맥스먼 기장에게 전화했다.
“맥스먼 기장님. 에디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한국에서 사람 하나를 보낼 것인데, 그분이 몸을 숨길 곳이 필요합니다.”
-흠··· 범죄자인가?
“아닙니다. 피해자에 가까운 사람입니다.”
-에디의 부탁이라면 당연히 해야지. 정말 꽁꽁 숨긴다면 그때 함께 갔던 생존 벙커가 있네.
“아 거기는 좀···.”
-그럼 우리 할아버지가 쓰던 별장이 있지. 거기는 어떤가? 헬기가 아니면 갈 수도 없는 곳이야.
“그곳 좋군요. 방금 10만 달러 보냈습니다. 청소와 각종 식료품을 가득 넣어 주세요.”
-비밀을 지키는 비용도 들어 있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10만 달러면 할머니 얼굴도 잊을 수 있지. ‘날짜’하고 ‘사진’만 보내줘.
“다시 연락하겠습니다.”
대충 일이 마무리된 것 같았다. 그렇다면 확실히 도망칠 수 있도록, 시간을 조금만 끌어주면 되었다.
우리는 모텔 안으로 들어갔다. 따라오는 놈들은 모텔에서 제갈 집사와 만나는 줄 알 것이었다.
그동안 제갈 집사는 이곳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겠지. 묻지마 관광버스를 타고 있는지는 전혀 모를 것이었다.
우리는 모텔방 전부를 숙박으로 빌렸다. 그리고 하루 동안 문을 닫도록 했다.
그러자 주인이 뭔가 이상한 기분을 느끼고 머리를 좌우로 흔들려고 해서 나는 한마디 더 했다.
숙박료 따불~
주인의 머리가 절로 끄덕이고 있었다.
뭐 들어오지는 못할 테니. 잠이나 푹 자볼까?
이때 나의 핸드폰으로 모르는 번호의 전화가 왔다.
-김 대표님. 그룹 보안 팀장입니다. 만나서는 안 될 분을 만나고 있군요.
“어디라고요?”
-그룹 보안과입니다.
“제가 만나서 안 되는 분이 있습니까? 저는 결혼도 안 해서 아줌마랑 바람피우러 온 것도 아닌데요.”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갈 비서관님을 우리에게 넘겨주세요.
나는 당당하게 말했다.
“넌 누군데 넘기라 마라야? 제갈 비서관은 누구고?”
수화기의 목소리는 차가워지면서 깔렸다.
-이렇게 나오실 것입니까?
“넌 뭔데? 나에게 명령 질이야? 내 얼굴 보고 말해.”
-아마 후회하실 것입니다.
나는 낮게 웃었다.
“나한테 그 말을 한 놈들이 좀 되는데, 나중에 다들 본인들이 후회했다.”
-마지막으로 경고합니다. 제갈 비서관님을 넘기세요.
“그런 사람 없다니까··· 그리고 경고하지 말고 들어와. 내 얼굴 보면서 말해.”
새끼. 진짜 들어올 것도 아니면서 겁주기는. 들어올 놈들은 경고 없이 바로 들어온다.
나는 태경이와 경복이를 보면서 자신감 있게 말했다.
“입만 나불대는 새끼들은 액션이 약해. 안 들어와.”
“진짜 그럴까?”
“옆 동네. 진만이 애들 입만 존나 털었지. 우리 학교를 한 번도 공격하지 못했잖아.”
태경이가 길게 한숨을 쉬었다.
“아~ 본토 짜장면 먹고 싶었는데. 아쉽네.”
“그럼 이따 집에 가는 길에, 인천 ‘차이나타운’에 들러서 짜장면 먹자. 본토 맛과 가장 비슷하지 않을까?”
“오. 차이나타운.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그리고 인천 신포동 가서 신포만두 본점도 가보자. 거기 쫄면 좋아해.”
“그래. 일 마무리하고 가자.”
와장창~
이때 창문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아래쪽에서 주인아주머니의 비명이 들렸다.
나는 놀란 얼굴로 눈을 크게 떴다.
“뭐야?”
“그 새끼들 들어온 거 아니야?”
“진짜 들어온다고? 진짜?”
태경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리고 계단을 오르는 발소리가 들렸다.
“뭐야? 들어 오는데?”
나는 태경이와 경복이를 보면서 말했다.
“튈까?”
경복이의 눈에 힘이 빡 들어갔다.
“난 잘못한 것이 없는데, 왜 도망가?”
태경이가 갑자기 모텔에 있는 의자를 들더니 바닥을 내려찍었다.
그러자 의자가 산산조각이 났다. 그리고 실팍한 의자 다리 하나를 집어 들었다.
“짜장면 먹기 전에 몸을 풀어야 하나?”
경복이도 의자 다리를 하나 집어 들었다.
“식전 체조가 음식을 소화하는데, 아주 좋다고 하더라.”
나는 모텔에 있는 스텐드 목을 꺾어서 받침대를 망치처럼 쥐었다.
“그래? 좋아. 쌍방 폭행으로 갈 거니까. 거침없이 가자.”
경복이도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납치당할 것 같아서 그랬다고 하면 변명도 딱 좋다.”
선 대위가 가슴에 있는 바디캠을 켰다.
“체증을 시작했습니다. 증거에 쓸 것이니 말씀을 유념하세요.”
나는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캠으로 찍으니까 대사를 생각해서 말해야 하잖아.
머릿속에서 맴돌던 말이 두뇌를 거치자 다 편집 당하고 짧게 나왔다.
“애들아. 납치범 만날 준비를 하자.”
태경이도 눈을 크게 떴다가 입을 열었으나 바로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 다들 조심하자.”
빌어먹을 캠. 말이 안 나온다.
엘리베이터와 계단으로 보안과 직원들이 올라왔다.
딱 봐도 머릿수가 엄청났다. 오 씨발. 쪽수가 밀려도 존나 밀리는데?
태경이가 바로 경찰에 전화했지만. 내 말을 못 알아듣는 척했다. 설마 경찰에 손을 쓴 것인가?
그룹 보안과 대장으로 보이는 직원이 마지막으로 경고했다.
“제갈 집사를 넘기세요.”
나는 눈을 번쩍 뜨고 말했다.
“난 그런 사람 몰라. 모른다고!”
“다 알고 왔습니다.”
나는 다시 옛날 괴산 때의 표정이 되었다.
“자신 있으면 직접 데리고 가던가.”
“장난이 아닙니다.”
나는 캠이 찍고 있다는 것을 보고 말했다.
“모텔에서 쉬고 있는데. 없는 사람을 내놓으라고 하면서 저희를 협박하고 계시는 당신은 누구십니까? 납치범입니까?”
저쪽도 선과장이 바디캠을 찍고 있는 것을 보고 말했다.
“그 바디캠은 망실 될 것이니 뭘 찍어도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이 모텔의 CCTV도 고장 나 있습니다. 혹시 경찰을 기다리고 있다면 생각을 잘못하는 것입니다. 그쪽에도 손을 썼습니다.”
경복이가 선과장의 바디캠을 꺼버렸다.
앞에 있는 놈을 다 쓰러트리지 않으면 바디캠은 의미가 없다.
“바로 액션 뛰면 되지, 왜 이렇게 말이 많아? 씨발아. 너도 토익 900점 맞고 들어왔냐? 나랑 영어 단어 배틀 하려고 들어왔어?”
그룹 보안과 대장이 직원들에게 낮게 말하자 모두 3단 봉을 꺼내 들었다.
“마지막 경고입니다.”
나는 스탠드를 망치처럼 집어 들며 애들에게 말했다.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은, 우리 고등학교 1학년 때, 3학년 깡패 새끼들을 까고 우리가 짱 먹었을 때였다. 아무래도 오늘 그 순위를 바꿔야겠다.”
경복이는 활짝 웃었다.
“쌍방 폭행이니까, 한 대라도 더 때린 사람이 이긴 거다.”
태경이는 의자 다리로 벽을 치며 말했다.
“좆까! 나는 정당방위야!”
내가 먼저 천천히 걸어가다가 보안과 직원들에게 달려들었다.
“가자!!! 선빵필승!!”
감히 괴산 1짱에게 덤벼? 새끼들이 미쳤냐?
나는 망설임 없이 스텐드 받침대를 망치처럼 휘둘러, 대장으로 보이는 놈의 머리를 깠다.
퍽!!! 야! 우리는 빠꾸 없는 놈들이야.
나는 머리에 피를 흘리고 쓰러진 대장을 발로 밟고 앞으로 뛰어나갔다. 그리고 미친 듯이 스탠드 받침대를 휘둘렀다.
놀란 표정의 다음 직원의 턱을 올려치자 그대로 쓰러졌다.
상대의 반응이 너무도 약했다. 이 새끼들은 우리가 이렇게 나올 줄 몰랐던 모양이었다.
인화 자원개발 대표라는 사람이 연장을 휘두르며 즐거워할 줄 몰랐겠지.
다음 놈의 어깨를 내려치자 스탠드 받침대가 깨졌다. 그래서 바닥에 떨어진 삼단봉을 쥐었다.
그리고 다시 눈앞에 있는 그룹 보안과 놈들의 얼굴을 때렸다. 실전을 뛰어 본 놈들과 병풍만 했던 놈들의 차이는 컸다.
보안과 직원이라고 어깨에 힘만 줘도 상대가 무릎을 꿇었으니 평소에 훈련했을 일이 없었겠지.
의전만 죽어라 연습했을 것이다.
그런 놈들이 우리 같은 미친놈을 만났으니 기세가 단번에 꺾였다.
그래도 다들 특수부대를 나오고 체대를 나온 놈들이라 한 번에 쓰러지지 않았다.
그리고 몇 명은 한 대 맞더니 눈이 돌아가서 같이 3단 봉을 휘둘렀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가오’가 정신을 지배하고 있었다.
맞아도 아픈 줄을 모르고 상대의 머리를 향해서 3단 봉을 날렸다. 원래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면 몸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
스팀팩 맞은 마린. 그게 나다. 메딕도 없으니 할 수 있는 것은 돌격뿐이었다.
우리는 괴산 시절로 돌아가 미친 듯이 날뛰었다.
그리고 마지막 놈을 쓰러트리며 웃었다.
“좆밥 새끼들.”
나는 머리에서 피를 질질 흘리며, 태경이 경복이를 바라보았다.
“맞았냐?”
태경이도 얼굴에서 피를 흘리며 말했다.
“야 쌍방 폭행 가려면 이 정도는 맞아 줘야 해. 다 계산된 거야.”
“미친새끼.”
우리는 마음껏 크게 웃었다. 아래층에서 마틴 대위와 고 과장이 올라오며 말했다.
“아래쪽도 다 정리되었습니다.”
나는 쓰러져 있는 놈들을 보면서 말했다.
“누가 시켰는지 확인해 볼까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경복이가 쓰러져 있던 놈의 배를 발로 차며 한마디 했다.
“누가 시켰는지 확실하게 확인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