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국방부 대변인이 마이크에 말했다.
“‘북한 잠수정 석모도 침투사건’에 대한 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국방부 대변인이 이번 강화도 북한 잠수함 침투사건에 대해 상세한 브리핑을 하였다.
북한 연어급 잠수함이 기관 고장으로 해류를 타고 흘러내려 와 석모도에 좌초된 것으로 설명했다.
각종 사진과 동영상을 통해서 어떻게 작전이 이루어졌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내 사진이 3번이나 나왔고.
마지막에 북한 승조원 사살 동영상에서도 주연처럼 나왔다.
충분히 만족스러운 비중이었다.
대변인은 근엄하게 모든 군사 작전이 종료되었음을 알리고, 국민은 아무 걱정 없이 생업에 종사하면 된다고 말했다.
국방부 대변인, 해병대 사령관 그리고 내가 의자에 앉아 기자들의 질문을 받기 시작했다.
국방부 대변인에게는 북한의 반응과 정부의 향후 방향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고
해병대 사령관에게는 이번 작전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부탁했다.
그중 한 기자가 나의 얼굴을 알아보고 질문했다.
이제 나도 그 기자의 얼굴을 알아볼 정도의 구면이었다.
“지난번 강릉 연쇄 살인마를 체포하신, 용감한 시민 아닙니까?”
속초!!! 속초라고!!
역시 이 질문을 할 줄 알았다.
“아···. 맞습니다.”
“이번에 강화도에서 증광사 종도 최초 발견한 분이지요?”
“아···그렇습니다. 증광사 종 발굴 현장에 있다가, 잠시 해변으로 놀러 가는 길에 잠수정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기자는 살짝 웃음기를 머금고 물었다.
“연쇄 살인마도 체포하고 간첩도 잡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쁘신 분 같은데, 소감이 어떠십니까?”
이럴 때는 틀에 박히고 뻔한 대답이 정답이었다.
튀는 이야기를 하면 재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다른 사람 누구라도 그 자리에 있었다면 저와 같은 행동을 했을 것입니다. 특히 내가 몸담았던 우리 군이, 완벽한 작전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가까이에서 확인했습니다. 만기 제대한 예비역의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자랑스럽습니다. 이번 작전을 완벽하게 마무리한 해병대 2사단 장병들에게 찬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이렇게 대놓고 국방부 얼굴에 금칠을 해줬는데,
보상금 짜게 나오면 이 건물을 폭파하리라 마음먹었다.
“간첩 신고 포상금과 잠수정 신고 포상금이 상당할 것 같은데 어디에 쓰시겠습니까?”
분위기로 봐서는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 기부하겠다는 말이 나와야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그냥 다 먹겠다는 말을 가장 완벽하게 포장했다.
“지혜로우신 부모님과 상의하여 좋은 일에 쓰도록 하겠습니다.”
카- 좋다.
부모님이 나오면 태클 못 걸지.
각종 매체에서 따로 인터뷰를 요청했다. 엄마가 보는 여성동아 잡지사에서도 인터뷰를 요청했을 정도였다.
이때 고모님께 연락이 왔다. TV를 보고 할아버지께서 나를 찾으신다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오늘 저녁때 병원으로 찾아가겠다고 말씀드렸다.
왜 찾으시지?
부모님도 없이 혼자 가도 되나?
손자가 할아버지를 만나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기로 했다.
고모도 옆에 있다고 하니 쫓겨나지 않겠지.
경복이와 태경이가 그랜저를 몰고 국방부로 찾아왔다.
TV에서 가식적으로 대답했다며 뭐라고 했다.
질투하지 마라.
팬레터 올지도 모른다. 그때 분노해도 늦지 않다. 하하
평소 같으면 이 두 놈을 내 혓바닥으로 조졌을 텐데,
할아버지를 만나 무슨 이야기를 할까 고민하고 있어서 대화가 자주 끊겼다.
“양복 어디 있지?”
“양복? 트렁크에 있어.”
할아버지를 방문하기 전에, 지난번 백화점에서 뽑은 양복을 트렁크에서 꺼내 입었다.
이때 트렁크 구석에 흙이 묻어 있는 내 가방이 보였다.
진흙이 잔뜩 묻어 있었고 안에 뭔가 들어 있었다.
하지만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기억은 나지 않았다.
뭔가 중요한 것을 넣었던 기억이 있는데···.
뭐였지? 뭐였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당장 가방을 열었다.
그랬더니 진흙 범벅인 금속 물병 하나가 나왔다.
아!!!
뭔가가 번쩍 생각이 났다.
술에 취해 혼자 증광사 종을 발굴할 때,
금속 물병을 발견하여 트렁크에 있는 가방 안에 넣었던 기억났다.
내가 진흙이 묻은 금속 물병을 들고 있자 태경이가 물었다.
“이 고물 주전자는 뭐야?”
“아마도···.”
“아마도 뭐?”
나는 흐릿한 미소를 지으며 입맛을 다셨다.
“나 혼자 증광사 종을 밤새 파낼 때···. 이것을 함께 발굴한 것 같아. 하지만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기억이 띄엄띄엄 있다.”
그제야 조금 놀란 표정으로 금속 물병을 바라보았다.
“증광사 종 옆에서 나온 것이라고? 그럼 고려 시대 유물인가?”
“확실하지 않지만, 이것도 푸른 빛이 나고 있었던 것 같아.”
‘푸른 빛’이라고 말하자, 태경이는 다시 한번 진흙 덩어리 금속 물병을 자세히 살폈다.
“흙 때문에 그런가, 고물상에서 구르던 놋쇠 주전자 같는데?”
“일단. 진흙을 닦아 보자.”
우리는 분무기에 물을 넣고 뿌리며, 화장실 세면대에서 붓으로 물병 표면의 흙을 제거했다.
그랬더니 은으로 풍경 산수화가 그려 넣은 금속 물병이 제 모습을 드러냈다.
이것이 바로 ‘은입사 금동 물병’이었다.
고려 금속 공예의 결정체.
미술이나 공예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 보아도 병에 그려진 풍경 산수화는 정교하고 운치 있었다.
우리는 한참 동안 고려 금속 물병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태경이가 날카롭게 입을 열었다.
“이것은 어떻게 처리할 거야? 증광사 발굴 현장에서 훔쳐 나왔다고 말하기 좀 웃긴대?”
나는 버럭 화를 냈다.
“야! 훔치다니. 내가 발굴한 거지.”
태경이는 순순히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다 치고. 어떻게 처리할 거야? 딱 봐도 어디 금은방에 팔 수 있는 물건은 아니잖아.”
증광사 종 옆에서 발견했으니, 진품이 확실했고 국보급 문화재가 될 가능성이 컸다.
그런 국보급 문화재를 내가 꿀꺽할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큰아버지의 귀에 들어가, 그쪽에 손을 쓰면.
나는 꼼짝 없이 도굴죄로 경찰서에 갈 수 있는 물건이었다.
그렇다면 첫 번째로 고모가 떠올랐다.
하지만 고모는 100% 믿을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고모도 문화재 도굴죄로 나를 협박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놈의 주식이 뭔지···
그렇다면 확실히 믿을 수 있고 이것을 소화할 수 있으며, 이것에 대한 보상을 확실히 해줄 수 있는 상대가 필요했다.
그때 내 할아버지이자 인화 그룹 회장인 김산의 얼굴이 떠올랐다.
오늘 저녁때 할아버지를 만나 이것을 선물하여 처리(?)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것을 할아버지에게 선물해도 될까?”
경복이가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뭐? 할아버지? 너 할아버지가 계셨어?”
재벌가 회장님이 우리 할아버지라고 이야기하면 믿어줄까?
그래도 어쩌겠나. 사실이 그런 것을.
“인화그룹 회장 김산. 그분이 우리 친할아버지다.”
역시나 태경이가 어처구니없는 얼굴로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
“야! 네놈이 회장님 손자이면 나는 대통령 아들이다. TV에 얼굴 한번 비추고 과대망상증 걸렸냐?”
충분히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앞에 있는 태경이가 같은 이야기를 했다면 나도 욕을 했을 것이 분명했다.
“우리 고모 부자인 거 봤지?”
“내가 봤던 사람 중에 제일 부자다.”
“그럼 고모의 부모님은 얼마나 부자겠냐?”
“존나 부자겠지.”
“그게 인화 그룹 회장 김산이고. 우리 친할아버지다.”
둘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오!! 씨발··· 거짓말···. 거짓말이라고 말해.”
이럴 때는 숫자로 대답해주는 것이 가장 빨랐다.
“잘 들어. 간첩 신고하면 5억, 잠수함 신고하면 7억 5천. 총 12억 5천이다. 그럼 각자 몫은 4억씩이지. 나 빼고 너희 둘이서 6억씩 나눠 가져. 대신 이 물병은 내가 먹는다.”
“이거 선물하려고 4억을 태운다고?”
“이 물건을 가지고 있다가, 재수 없이 터지면 바로 도굴꾼 되는 거야. 바로 처리해야 해. 힘 있는 사람이 가지고 있으면 보물인데 우리가 가지고 있으면 폭탄이 될 수 있다.”
경복이가 정색한 얼굴로 말했다.
“간첩을 처음 발견한 것은 너였다. 그런데 나랑 태경이가 반씩 나누어 가진다는 것은 말이 안 돼. 그리고 이 금동 물병은 네가 발견했다. 네 마음대로 해. 우리가 뭐라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그렇게 이야기 해주면 고맙고.”
경복이가 정색한 얼굴로 물었다.
“진짜 인화그룹 회장 김산. 그분이 너희 친할아버지라고?”
“저녁때 같이 가자. 할아버지 얼굴을 보여 줄게. 못 간다는 말은 하지마.”
자동차 트렁크에 박아 놓았더니 양복이 엉망이었다.
기존 양복은 드라이 맡기고, 새로 양복을 뽑기로 했다.
회장님 손자로 보이게 옷을 입을 것이다.
나는 전에 양복을 샀던 그 백화점 매장으로 갔다.
그리고 내 돈 3천만 원을 현금으로 내려놓았다.
그리고 지난번보다 더 멋있게 꾸며 달라고 말했다.
매장 직원은 다시 돌아온 호구 3명을 알아보고, 호들갑을 떨며 전보다 정성을 다해서 달려들었다.
옷 치수를 재고 있을 때 가방에 있던 은입사 금동 물병을 꺼내 놓았고 이것을 고급스럽게 포장할 수 있겠냐고 물어보았더니 포장만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있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4시간 뒤에, 우리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로운 사람이 되었다.
경복이와 태경이는 아직도 나의 말을 100% 믿지 않아서 서로 ‘이 회장’’윤 회장’하며 장난치고 있었다.
이때 고려 금동 물병을 가지고 왔다. 고급스러운 상자에서 넣어서 보니 더욱 국보처럼 보였다.
옷차림과 선물까지 완전하게 준비한 후 현산 병원 VIP 병동으로 갔다.
이미 이야기가 되었는지,
전 같이 경호원이 막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경복이와 태경이는 이제서야 서로 수군거리며 진짜야? 진짜야? 이러고 있었다.
나는 VIP 병실 안으로 들어갔고 둘은 대기실에서 기다렸다.
할아버지는 전에, 아버지가 손을 잡아도 깨지 못하셨지만,
오늘은 눈을 뜨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네가 막내의 아들놈이구나.”
할아버지를 보고 처음 느낀 것은 인간은 평등하다는 생각이었다.
아무리 많은 돈이 있어도 영원히 살 수는 없다.
키가 180이 넘을 정도로 컸지만, 몸무게가 50kg도 되지 않아 뼈밖에 없어 보였다.
“가까이 오너라.”
만파를 헤치고 나온 인화그룹 오너의 눈빛은 호랑이처럼 살아 있었다.
“이번에 TV에 나온 것을 보았다. 간첩을 잡았다고?”
“예. 강화도 증광사 종 발굴 현장에 있다가 우연히 북한군 잠수정을 보게 되어 신고했습니다.”
“문화재를 발견했다는 말도 들었다.”
“운이 좋았다고밖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운도 능력인 법이다.”
나를 단번에 꿰뚫어 보는 눈빛에 움찔하며 입을 꾹 닫았다.
이때 큰아버지이자 김도영 그룹 부회장이 병실 안으로 들어와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겨우 괴산대 나온 놈이 무슨 능력이 있습니까? 그냥 운이 좋았던 것이지요. 우리 상진이처럼 프린스턴 대학교 정도 나와야지 능력이 있는 겁니다.”
할아버지는 부회장 김도영을 보며 인상을 썼다.
“뭐 하러 왔어? 용건이나 말해라.”
“아버지께서 결재하실 서류가 백 장 정도 있습니다. 정신이 있을 때 받으려고 왔습니다.”
“급한 것이 아니라면 내일 와라.”
“설마 저 괴산대 멍청이를 만난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인가요?”
고모가 화를 내며 말했다.
“조카에게 그렇게 말해야 해?”
김도영 부회장은 버럭 화를 냈다.
“나는 저놈을 우리 가족으로 인정한 적이 없어.”
부회장 김도영이 도발하듯 바라보자 나는 머리를 숙였다.
인화 그룹의 실세인 부회장과 감정싸움을 할 정도로 멍청하지 않았다.
“회장님께서 초대해 주셔서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부회장님.”
할아버지를 ‘회장님’으로 불렀고 큰아버지를 ‘부회장님’이라고 불렀다.
우리는 가족이 아니라는 의미였고, 후계자 전쟁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이었다.
어쨌든 오래 있어 봤자 득이 될 것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선물만 넘겨주고 자리를 뜨기로 마음먹었다.
준비해온 고급스러운 선물 상자를 고모님께 넘겼다.
“처음 뵙는데 빈손으로 오기 뭐해서 할아버지께 드릴 선물을 챙겨왔습니다.”
고모는 내가 가지고 고급스러운 상자를 보면서 나에게 물었다.
“이거는 뭐야? 포장이 예사롭지 않은데?”
고모는 큰 기대 없이 선물 상자를 열고 순간 놀라 한동안 말을 못 했다.
미술품을 수집하는 그녀의 눈앞에 있는 것은 ‘국보’ 그 자체였다.
“···이거 어디서 났어?”
“은입사 금동 물병입니다. 아직 감정은 안 했지만, 고려 시대 진품이 확실합니다. 확실한 사람이 발굴한 것이니까요.”
내가 발굴했고 그 옆에 증광사 종이 있었다.
그러니 진품이 아닐 수 없었다.
고모는 놀라는 표정으로 손까지 살짝 떨었다.
“이것을 진짜 선물로 주는 거야? 진품이라면 최소 50억 이상 나가는 물건이고 경매장에 가지고 나가면 100억도 받을 수 있어. 아니 그 이상도 받을 수 있다.”
뭐? 100억?
이게 그렇게 비싼 물건이라고?
아··· 씨발···
그렇다고 도로 달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 괜찮아. 괜찮아. 또 찾으면 되지. 나중에 강화도를 5바퀴 아니, 10바퀴 정도 돌면 또 볼 수 있어.
표정 관리해. 표정.
“할아버지께서 미술품을 좋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제 선물을 보고 조금이라도 기운을 차리셨으면 좋겠습니다.”
할아버지도 은입사 금동 물병을 보고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고모로부터 은입사 금동 물병을 받아 든 할아버지는 넋을 잃고 그 물건을 살피고 또 살폈다.
200점에 가까운 문화재를 가지고 있는 할아버지의 눈에도 이것은 분명 진품이었고 국보급이었다.
“이것을 정말 나에게 주는 것이냐?”
“한우 축사에 어울리는 장식품은 아니네요. 할아버지 병실에 조금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는 다시 한번 은입사 금동 물병을 바라보았다.
“이놈 정도라면 내가 가진 컬렉션 중에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보물이다.”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참을 더 살피던 할아버지는 나를 바라보았다.
“하나를 받으면 하나 이상을 주고 살아왔다. 나에게 바라는 것이 있느냐?”
100억짜리니까···.
50억만 주세요.
ㅠ.ㅠ
이렇게 말하고 싶었으나 그놈의 ‘가오’가 뭔지 나도 모르게 멋있는 척했다.
“아무것도 없습니다. 우리 가족은 행복하니까요. 삼겹살만 먹어도 우리는 행복합니다.”
“소를 키우는 일이 쉽지 않다고 들었다.”
“제가 비록 프린스턴 대학은 나오지 못했지만, 우리 부모님은 잘 모실 수 있습니다. 아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때 할아버지의 표정이 불편해졌고 심장 박동수가 빠르게 올라갔다. 그러자 의사가 급하게 달려왔다.
할아버지는 나를 보며 겨우 힘주어 말했다.
“아비와 함께 다시 부르마.”
의료진이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밖으로 내쫓았다.
밖으로 나왔을 때 부회장 김도영이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삼겹살로 만족한다더니, 100억짜리 선물을 하는구나.”
“그렇게 비싼 물건인지 몰랐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후회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믿으라는 말이냐?”
은입사 금동 물병이 너무 강렬했을까? 바라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이럴 때일수록 머리를 숙여야 했다.
“삼겹살이 비싸면 목살도 맛있게 먹습니다. 그것도 없으면 라면도 먹습니다.”
부회장은 갑자기 지갑에서 수표 10장을 꺼내 나에게 주었다.
“가는 길에 삼겹살을 사가지고 들어가라. 한우 같은 것은 쳐다보지 말고.”
수표를 받아 들었다.
천만원 짜리 10장,
1억.
역시 재벌집 클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