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 땅속 황금이 보여-9화 (9/188)

9화

잠기운이 가득했던 경복이의 눈이 번쩍 커졌다.

“뭐 푸른빛? 어디 어디?”

“바닷가 쪽 숲속에서 났어.”

나와 경복이는 기절해 있는 태경이를 두고, 푸른색 빛을 향해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금방 바닷가 절벽이 나왔고

절벽 아래쪽에서 빛이 나는 것을 확인했다.

“절벽 아래서, 빛이 나.”

“여기 절벽 아래?”

나는 너무 무서워서 절벽 아래를 볼 수도 없었다.

고소공포증.

“아 씨발. 어쩌지? 근처도 못 가겠다.”

경복이의 몸에 돈귀신이 들어오더니 표정이 바뀌었다.

그리고 낮게 웃으면서 나무에 로프를 맸다.

“이 아래라고 했지?”

나는 정색하고 이야기했다.

“미친 새끼. 이 야밤에 내려가려고?”

“에베레스트에 거꾸로 매달아 놔도 내려간다.”

와. 이 새끼는 돈에 진심이다.

경복이는 자신의 몸에 2줄이나 안전장치를 하고 거침없이 절벽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20분 넘게 매달려서 절벽 이곳저곳을 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런 결과도 없이 올라왔다.

“아무리 찾아봐도, 안 보여.”

미친 표정의 경복이가 나를 보더니 물었다.

“네가 내려가 봐라. 빛이 보이는 놈이 내려가야지 정확하게 찾지.”

아무리 돈이 좋아도···.

이. 야밤에 나 같은 민간인을···.

절벽에 매달아 놓을 생각을 하다니···

돈 때문에 영혼도 팔 놈이었다.

이런 돈에 미친놈이 십일조 내고, 어떻게 교회를 다니지?

“야! 3층 높이에서 멀미하는 나를···. 이 절벽에 매달아 놓으려고? 그것도 이 깜깜한 야밤에?”

경복이는 본인이 말하고도 너무 하다 생각했는지 뒷머리를 긁으며 웃었다.

“내가 너 같은 환자를 절벽에 매달 생각을 하다니. 잠깐 미쳤었나 보다.”

“나 죽으면 니들 인생도 시골행이야. 알지?”

“내일 낮에 제대로 준비해서 다시 내려가 보자.”

우리는 일단 근처에 텐트를 치고 장비를 깔아 놓으며 임시 베이스캠프를 만들었다.

겨우 눈을 뜬 태경이가 우리가 친 텐트를 보며 물었다.

“이게 뭐야? 왜 여기에 텐트를 쳤어? 모텔 안가?”

나와 경복이가 눈을 맞추며 말했다.

“여기서 나오는 것은 우리 둘이 나눠 먹자. 원래 자는 놈은 못 먹는 법이지.”

눈치가 빠른 태경이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말했다.

“왜 금이 보여?”

경복이가 코웃음 치며 말했다.

“우리 선지자께서 푸른 빛이 보인다고 하신다. 경배하라.”

“오. 그렇다면 다른 보물인 건가?”

“너는 많이 잤으니까 커피 3잔만 맛깔나게 타 와봐.”

태경이는 눈을 크게 떴다가 순순히 웃었다.

“뭐. 그 정도는 써~비스 해주지.”

우리 셋은 뜨거운 믹스 커피를 마시며 밤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약간 쌀쌀한 기운을 따듯한 커피가 녹이고 있었다.

해가 뜨려면 얼마 남지 않았다.

푸른 빛을 보았더니 잠이 확 깨서 다시 자기도 애매했다.

그냥 멍하니 있으니 심심해서 고배율 망원경을 집어 이곳저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망원경의 성능이 괜찮아, 멀리 있는 것도 아주 가까이 보였다.

“어?”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벌떡 일어나며 커피를 엎었지만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이 새끼! 커피 엎었잖아!”

태경이도 한마디 했다.

“갈아입을 옷도 없는데, 왜 사고 치고 그래?”

나는 로또에 맞은 사람처럼 고함을 쳤다.

“황금빛이다. 빛이 있다! 빛이 존나 커!”

바다 쪽으로 100m쯤 튀어나와 있는 갯바위 끝에서 황금빛이 또렷하게 빛나고 있었다.

태경이가 망원경을 보고 있는 나를 향해 물었다.

“진짜. 금빛이 보여?”

“저기 해안도로에서 길게 튀어나온 갯바위 끝에서 빛이 나. 그게 안 보여?”

태경이가 쓴웃음을 지었다.

“미친놈아. 우리가 그게 보이겠냐?”

나는 다급하게 차로 달려갔다.

“당장 저쪽으로 가보자.”

나는 애들을 태우고 금빛하고 가장 가까운 도로 위에 내렸다.

그리고 빠르게 빛을 향해 달렸다.

“저쪽이야. 저쪽!”

경복이와 태경이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둘은 나의 뒤를 따랐다.

내가 서치라이트 랜턴을 꺼내서 빛이 나는 곳을 비췄다.

“저기 보여?”

바다 위에 녹색 드럼통 같은 것이 보였다.

“어 보여. 무슨 드럼통 같은 것이 떠내려왔는데?”

태경이가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한마디 던졌다.

“아파트 옥상에 있는 물탱크가 떠내려온 것 아니야?”

그렇게 말하니 정말 그런 것 같았다.

하지만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파트 옥상 물탱크가 떠내려왔는데, 왜 그 안에 금이 있어?”

“그게 뭐가 중요해? 저 안에 있는 금만 챙기면 장땡이지!”

생각해 보니, 이유 따위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태경이 가끔씩 천재다.

나는 가까이서 확인해 보기로 했다.

“밀물이 들어오기 전에 가까이 가보자.”

태경이가 어느새 망치 하나를 집어 들고 앞으로 나섰다.

“황금을 수확하러 가볼까?”

우리가 물탱크로 가까이 가려고 할 때,

경복이 갑자기 정색하며 우리의 앞을 막아섰다.

“잠깐! 잠깐 기다려!”

우리는 깜짝 놀라며 멈춰 섰다.

“왜? 왜? 무슨 일이야?”

경복이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

“이 라이트로 다시 한번 물탱크를 비춰봐.”

“왜 그래?”

“그냥. 비춰봐.”

미친새끼. 왜 그러지?

하지만 너무 정색하고 있어서 그냥 경복이 말대로 라이트로 물탱크를 비췄다.

경복이가 망원경으로 그것을 자세히 살피더니 경악을 금치 못하고 소리쳤다.

“씨발!!! 이게 왜 여기 있어?”

우리는 깜짝 놀라서 대답했다.

“왜? 왜? 왜? 무엇인데 그래?

경복이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다시 한번 망원경으로 물탱크를 확인했다.

이제 몸도 떨었고

목소리도 떨었다.

그리고 낮게 깔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거 잠수함이다.”

내가 제대로 들은 것인가?

잠···잠수함?

경복이의 심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북한 로미오급 아니면 연어급 잠수함이다.”

연어급 잠수함? 뉴스에서 들어 봤던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태경이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정말 잠수함이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마. 여기에 북한 잠수함이 왜 있어?”

경복이가 낮고 강하게 말했다.

“야! 내가 UDT야. 내 임무가 저것을 폭파하는 것이었다고. 몇천 번은 본 사진하고 똑같다.”

우리는 서치 라이트를 비추면서 잠수함을 계속 바라보았다.

잠수함이라고 생각하고 보니, 잠수함 같기도 하였다.

나는 다급하게 말했다.

“정말 잠수함이면, 빨리 신고해야지!!!”

태경이의 목소리는 이제 떨리고 있었다.

“신고가 119는 아니고, 112도 아니고, 간첩 신고는 몇 번이야?”

“그냥 112에 전화해!”

모두 알아 둡시다.

간첩 신고는 111.

우리는 112에 전화하여 석모도에 북한 잠수정이 있는 것을 신고했다.

처음에는 살짝 안 믿는 목소리였는데, 정확한 위치와 잠수함의 모양을 이야기하자 신고가 접수되었다.

우리는 계속 서치라이트로 잠수함을 비추며 입맛을 다셨다.

“북한 잠수함 안에 금이 있다는 말인가?”

“원래 간첩들이 금을 가지고 다니기도 한다.”

이때 잠수함에서 뭔가 소리가 나며 움직임이 있었다.

!!!!!!!!!!!!!!!!

그러더니 벌컥 뚜껑이 열렸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람이 나오기 시작했다.

“잠수함에서 사람이 나온다!! 사람이 나온다고!!!”

잠수함 승조원들은 자신에게 서치라이트가 비춰 지고 있는 것을 보더니,

이쪽으로 망설임 없이 총을 쏘았다.

타타타타탕탕-

이쪽으로 총알이 날아와 박혔다.

“저 미친 새끼들이!!!”

“야! 라이트 꺼!”

“머리 숙여! 머리!”

우리는 머리를 숙이며 서치 라이트를 던지고 차가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다시 112에 전화했다.

그리고 악을 쓰며 소리를 질렀다.

“잠수함 뚜껑이 열리고 사람이 나왔어요!! 우리에게 총도 쐈어요!! 장난이요? 총을 쐈는데 이게 장난이야!!!”

경복이가 차에 시동을 걸었고 자동으로 헤드라이트가 켜졌다.

탕탕탕!!탕탕탕!!!

그러자 자동차 라이트를 보고 다시 한번 이쪽으로 총알이 날아왔다.

“밟아! 밟아!!!”

우리는 미친 듯이 차를 몰아 도망치기 시작했다.

온몸에서 아드레날린이 뿜어져 나와, 심장이 8기통 엔진처럼 뛰고 있었다.

우리는 다시 112에 악을 쓰며 말했다.

“우리 차에 총을 쐈어요!! 당장 사람 불러!”

우리가 계속 운전하고 있을 때, 마침 반대편 차선으로 야간 순찰하고 있는 경찰차가 지나갔다.

삐용~삐용~삐용~삐용~

우리는 그 경찰차를 돌아보고 걱정되는 말투로 말했다.

“저 경찰 아저씨가 간첩을 막을 수 있을까?”

“경찰이면 당연히 알아서 잘하겠지.”

이때 멀리서 연속으로 총소리가 들렸고 곧 폭발음이 들려왔다.

콰쾅!!!!

나는 기겁을 하며 소리쳤다.

“야!!! 계속 밟아!! 그냥 가!”

한 15분쯤 갔을 때, 군용헬기가 머리 위를 스치듯 날아갔고 군인들을 태운 트럭들이 전속력으로 달렸다.

우리는 가까운 파출소로 뛰어들어 방금 있었던 이야기를 경찰에게 했다.

하지만 경찰 아저씨도 겁먹을 얼굴이었다.

이미 북한군 무장공비가 온 것을 알고 있었다.

경찰은 최초 신고자가 우리라는 것을 안 후, 군부대에 전화했다.

그래서 우리는 강화도 2사단 장교와 통화를 했다.

나는 잠수함을 발견한 위치와 승조원이 내리던 장면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제 민간인인 우리가 할 일은 마무리되었다.

군인들이 잘 해결하는 일만 남았다.

우리는 경찰 아저씨가 주는 따듯한 달달이 커피를 마시며 마음을 달래고 있을 때 기자들이 미친 듯이 몰려들었다.

처음에는 잠수함을 찍기 위해서 안으로 들어가려다 군인들에게 제지당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포기하고 경찰이라도 인터뷰하려고 경찰서에 왔다가 첫 번째 신고자인 나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중 한 기자가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어? 속초 연쇄 살인마를 체포한 사람 아니세요? 저번에 증광사 종도 발견하고?”

기자들은 그 사실에 다시 한번 뒤집혔다.

연쇄 살인범 체포하고 국보급 문화재를 발견했는데 또 북한 잠수함을 발견한 것이었다.

클릭 수가 제법 될 만한 내용이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클릭은 곧 돈이다.

나는 기자들에게 한참을 시달리다가 겨우 경찰 숙직실로 들어가 몸을 쉴 수 있었다.

TV에는 온통 북한 잠수함 이야기밖에 없었다.

12명이 육지에 내려와 10명이 사살되었는데,

2명을 아직 잡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강화도에서 육지로 나가는 모든 길이 봉쇄되었다.

이때 군용차를 탄 장교가 경찰서로 와서 몇 가지 물어볼 것이 있다며 우리보고 타라고 했다.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으나, 차마 가지 못하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우리 모두 차에 올라탔다.

도착한 곳은 잠수함이 잘 보이는 해안도로 위 베이스캠프였다.

수많은 2사단 해병대 장병들이 보였다.

완전무장한 특전사들도 보였다.

이게 꿈인가 생신인가 하는 동안,

우리는 방탄모에 별이 2개나 그려진 장군 앞으로 끌려갔다.

그리고 그때 봤던 일들을 다시 설명했다.

하지만 조금 이상했다.

분명 멀리 갯바위에 잠수함이 보였으나

그 안에 있던 황금빛은 사라진 상태이었다.

금은 어디 있지?

금을 옮겼나?

어디로 옮겼지?

그 생각을 했을 때, 300m 떨어진 언덕에서 황금빛이 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설마 아직 못 잡았다는 승조원 2명이 저기 언덕 아래로 비트를 파고 황금과 함께 숨은 것인가?

하지만 한동안 아무 말도 못 하고

그 언덕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뭐라고 해야 하지?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지?

저기 승조원이 숨어 있다고 그냥 말할까?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보면 어쩌지?

그냥 갈까?

장교가 나보고 이제 가도 좋다는 말을 했을 때, 그냥 갈까도 생각했지만

대한민국 예비역 병장으로서 그냥 떠날 수가 없어서,

나는 폭탄 멘트를 던졌다.

“저기 언덕에서 2명이 움직이는 것을 봤습니다.”

나도 이제 모르겠다.

나의 손가락이 바닷가 언덕의 한 지점을 가리키고 있었다.

“저기 산기슭에서 사람이 움직였습니다.”

사단장은 물론이고 이곳의 모든 장교가 놀란 얼굴로, 내 손가락이 가리키고 있는 지점을 바라보았다.

이곳에서 300m도 떨어지지 않는 곳이었다.

대령인 작전 과장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방금 뭐라고 했습니까?”

“저기. 땅속에 사람이 숨어 있는 것 같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대령은 식은땀을 흘리며 사람 좋게 웃었다.

“허허허. 우리 신고자님이 초병을 잘못 본 모양입니다.”

나는 대령을 바라보며 정색했다.

강하게 이야기하지 않으면 나의 말을 그냥 흘려 넘길 분위기였다.

저곳에 간첩들이 숨어 있다면 대충 수색한 간부들이 문책받아야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간부들의 문책을 막고자, 황금빛이 흘러나오는 것을 못 본 척할 수 없었다.

“어젯밤 그 깜깜한 바다에서 잠수정을 신고한 사람입니다. 그 정도도 구분 못 하지 않습니다.”

나는 단호하게 해병대 사령관을 보면서 말했다.

“초병이 아닙니다. 분명 어제 본 승조원이 확실히 맞습니다.”

사령관은 민간인인 나에게 존댓말로 말했다.

“북한 승조원이 강화도 안쪽으로 들어가지 않고 이곳에 비트를 파고 숨었다는 말입니까?”

“강원도 철책선에서 만기 제대한 사람입니다. 이 상황이 지금 헛소리할 순간입니까? 그리고 강화도 북쪽 바다를 넘어가면 바로 북한입니다. 굳이 내륙으로 들어갈 이유가 없습니다.”

사령관은 강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으나 나도 지지 않고 같이 노려보았다.

그러자 사령관은 인상을 쓰고 장교들을 향해서 몇 마디 했다.

그러자 곧 헬리콥터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특전사가 그쪽을 향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때 태경이가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진짜 땅속에 간첩이 있어? 오바 아냐?”

“잠수함에 있던 황금빛이 땅속으로 옮겨 졌어. 그리고 빛이 움직였다. 진짜 놈들이 있다니까.”

“전시에 구라는 총살인 거 알지?”

“나 GOP 출신이야. 실탄이 장전되어 있을 때는 농담도 안 했어.”

내 눈에 보이는 빛과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특전사들이 이동했기 때문에,

나는 그쪽으로 달려가 큰소리로 위치를 다시 말했다.

하지만 그들은 정확한 위치를 잡아내지 못했다.

답답한 나는 특전사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특전사 소령이 여벌의 방탄조끼와 방탄모를 벗어서 나에게 입혔다.

“놈들이 숨어 있는 비트의 위치를 보았다는 말씀이시지요?”

“땅속에 있는 것은 확실하고, 정확한 위치를 압니다.”

나의 표정은 너무도 단호하고 흔들림이 없었으므로 소령은 긴장한 얼굴로 머리를 끄덕였다.

“저희가 보호할 테니 같이 가시지요.”

구국의 결단.

“자! 갑시다.”

특전사가 앞으로 나가고 있었다.

수십 명의 군화 발소리가 다가오자 땅속 황금빛이 다시 움직이고 있었다.

사람이 있는 것이 확실했다.

나는 소령을 조심스럽게 불렀다. 그리고 소나무 아래 바위를 가리켰다.

“저기 바위 아래 파진 자국이 보입니까?”

자세히 보니 정말 흙을 파서 사방으로 뿌린 흔적이 보였다.

“봤습니다. 저기입니까?”

“저 안에 사람이 있습니다. 방심하시면 안 됩니다.”

소령이 수신호로 명령하자 특전사들이 모두 소총의 안전장치를 풀었다.

그리고 내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을 향해서 총구를 겨누고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이때 바위 아래 구멍에서 승조원 머리와 권총을 든 손이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승조원이 특전사들과 눈이 딱 마주쳤다.

그러자 그쪽에서 먼저 권총을 들며 이쪽을 향해서 쏘려고 했다.

특전사의 기관총이 신속하게 불꽃을 뿜었다.

권총을 든 잠수정 승조원은 얼굴에 총알을 맞고 즉사했다.

정말로 총소리가 울리자, 주변은 발칵 뒤집혔고 적을 접촉했다는 무전이 사방에서 울렸다.

나는 사람이 총을 맞고 죽는 것은 처음 보았지만, 정신줄을 놓지 않고 큰소리로 외쳤다.

“두 명입니다! 하나 더 있어요!”

그 말을 하는 순간 땅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쏘지 마시오. 투항하겠소!”

마지막 승조원은 바위 입구를 막고 있는 시체를 밀어내고 밖으로 나왔다.

특전사는 마지막 승조원이 자폭할지 몰라서, 한참 동안 접근하지 않고 멀리서 무장 해제를 했다.

투항자를 완전히 알몸으로 만들었다.

얼마 후, 특공트럭에 투항자를 태워서 사단본부로 이동했다.

그러자 주변의 분위기는 잡히기 전과 비교할 수도 없게 부드러워졌다.

대간첩 체포 작전이 아군 사상자 없이 마무리되었기 때문이었다.

사령관이 웃으면서 다가와 나에게 악수를 청했다.

“신고자님 덕분에 작전이 잘 마무리된 것 같습니다. 이번 작전의 일등 공신이라 자부해도 좋습니다. 신고가 조금만 늦었다면 1996년에 강릉 잠수함 작전 때처럼 수 만명의 병력이 고생했을 것입니다.”

“당연히 해야 했던 일입니다.”

장군은 아직 흥분된 얼굴이었다.

“국방부 대변인이 이번 작전을 설명하고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다고 합니다. 그때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신고자님께서는 함께 하실 수 있겠습니까?”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다면 더한 것도 해야지요.”

우하하하.

어젯밤 잠수정 승조원들에게 총알 세례를 받고 경찰서에 도망쳐 와서 처음 한 일은,

간첩 신고 포상금 검색.

간첩을 잡으면 5억을 주고

잠수함을 신고하면 7억5천만 원이다.

이게 다 얼마야~

간첩이 가지고 있는 물건 중 고가의 물건이 있는 경우 그것을 신고자에게 주었던 전례도 있었다.

그렇다면 그들이 가지고 있던 금까지 받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니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 내가 최초 신고자라는 사실을 전 국민에게 확실하게 알릴 필요가 있었다.

경복이가 다가왔다.

“내가 중사일 때 잡았으면 한방에 상사를 달 수 있었는데.”

“지금이라도 다시 입대할래?”

“별을 달아 줘도 안 해!”

이때 장군이 다가와 말했다.

“헬기가 준비됐습니다. 가시지요.”

나는 경복이와 태경이를 보면서 말했다.

“헬기 타고 먼저 서울로 갈 테니까. 천천히 따라와라.”

장군과 함께 해병대 헬리콥터를 타고 서울에 있는 국방부에 날아갔다.

그리고 브리핑실로 이동했다.

그랬더니 그곳에는 백 명이 넘는 기자들이 운집해 있었다.

엄청난 플래시가 터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