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화 〉 프롤로그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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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바람이 찼다.
청군은 전쟁이 시작된지 8일만에 한성을 함락했고 신세 처량한 조선왕은 남한산성에 갇혔다.
날은 어느덧 병자년에서 정축년으로 넘어가는 정월 초하루.
만주와 몽골과 팔기의 주인, 숭덕제 홍타이지는 산성의 형세를 정찰하기 위해 직접 행차한 차였다.
“과연 지세가 험준하군.”
“그러나 독 안에 든 쥐일 뿐입니다, 한(汗).”
홍타이지의 말에 주위 장수들이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강화도로 가는 길도 끊겼으며, 식량은 모두 산 아래에 있는데 어찌 저들이 굳게 버티겠나이까? 오래 지나지 않아 이 조선은 한의 손에 들어올 것입니다.”
“그리 되겠지.”
홍타이지는 선선히 동의했다.
‘추위가 몰아치니 한달이면 넉넉히 항복을 받아낼 수 있을 것이다.’
추위와 굶주림은 만주의 전사들에게는 익숙하지만 산성 안의 조선왕에게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일게 뻔했기에.
‘한심한 나라구나.’
누런 양산과 깃발을 양 옆에 둘러편 어가에 앉아 지세를 살펴보던 홍타이지가 중얼거렸다.
경적필패라, 적을 가볍게 보면 반드시 큰코를 다치게 되는 법이다.
숱한 전장을 넘나들며 그것을 뼈저리게 깨우친 홍타이지였지만 지금 마음이 풀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압록강을 넘은 이래로 변변한 싸움 한번 없이 청군은 여기까지 왔다. 조선군은 모두 산성에 갇혀있거나 채 싸움다운 싸움도 하지 못하고 패퇴당했다.
이제 조이기만 하면 끝날 터.
홍타이지는 저 앞의 남한산성 동성(東城)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어가에 등을 뉘였다.
그러던 중 성루 위에서 누군가가 분주하게 뛰어다니며 다그치는 모양이 홍타이지의 눈에 띄었다.
“한께서 행차하셨다고 조선놈들이 난리가 난 모양이옵니다. 하하하!”
옆에 선 장수들은 그저 호탕하게 웃었지만 평생을 전장에서 살아온 홍타이지의 직감은 미세한 이상을 감지했다.
‘뭔가, 뭔가 일어날 것 같다.’
허나 무엇이?
궁시는 닿지도 않을 것이고, 조선의 화포는 장전이 오래 걸려 이제 와서 꺼내와봐야 늦을 것이다.
잠시 고민하던 그는 이만 어가를 돌리기로 결심했다.
‘이만하면 이 인근은 충분히 보았다.’
그러나 홍타이지가 채 입을 떼기도 전에 포루 위에서 포성과 함께 연기가 일었다.
“무, 무슨······!”
그것이 홍타이지의 마지막 말이었다. 쾌속으로 날아온 거대한 질량의 쇳덩어리가 어가를 부수고, 홍타이지를 깔아뭉갰다.
1637년 1월 1일.
홍타이지는 천지를 뒤엎는 듯한 폭음과 함께 두동강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