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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170화 (170/178)

제170화

170화. 감히 이것들이(1)

화신체들이나, 최고 대신관들이 있어도 조금 시간을 끌까 말까인데 그들이 없으니 정말 순식간이었다.

휘익― 휘익― 휘익―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가볍게 휘두른 검에 인간이든 마도구들이든 추풍낙엽으로 쓰러져간다.

‘새로운 시대를 위한 거름이 된다고 생각해라.’

긍정적인 생각으로 적폐 세력이라 볼 수 있는 무인들만 쏙쏙 골라 죽이고 있었다.

‘무인만 찾아 죽이는 것도 쉽지만은 않군.’

입고 있던 군복의 차이보다는 그들이 뿜어내는 기운으로 무인과 일반 병사들을 골라냈다.

그 번거로운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하지만 수련이라 생각한다면.’

그렇다면 이 기분 나쁘고 번거로운 일도 좋게 생각할 수 있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악―!”

“사, 살려줘!”

“뭐야?! 왜 우리만 죽여?! 병사들은?! 아아아아악―!”

“비켜! 비키라고!”

“도마아아앙쳐어어어어어아아아악―!”

무인들과 마도구가 부서지는 비명이 검은 하늘에 구슬프게 울려 퍼진다.

‘감히.’

특히 코렌트와 바일의 무인들이 괘씸했었다.

‘살 기회를 줬더니, 감히 나를 배반하고 공격하려 들다니.’

그러니 절대 살려줄 생각 없었다.

그럴 필요 없는 것 같았고.

‘왕가의 사람들은 몇 없어서 아쉽군.’

이 자리에 진정한 책임자라 할 각국의 국왕들이 없다는 게 그 무엇보다 아쉬웠다.

‘다 그냥 죽이진 않겠다.’

크리스찬을 포함해 바일의 메히르 국왕, 코렌트의 세런 국왕 모두 아덴의 마태오 국왕처럼 끔찍한 고통을 안기겠다고 다짐한다.

휘익― 휘익― 휘익―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다그리스에서 아덴의 군대들을 죽였던 그때처럼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르며 그들의 수를 줄여나간다.

그렇게 정신없이 자신을 배신한 것들을 죽여 나가는데.

콰쾅―!!

“……?!”

이곳에서 나는 굉음이 아니었다.

가장 우려했었던 그 일이 벌어진 것이었다.

물론 대비를 어느 정도 해놨었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아 오르는 분노 역시.

“이 새X들이!”

수악―!

곧바로 사나가 있는 성으로 순간이동을 한다.

순간이동을 하는 그 순간 천혜안을 쓴다.

“……!”

멀리서 본 내성은 누군가의 검격으로 박살이 나 있었다. 그리고 천혜안으로 알아낸 적들의 수는 총 넷이었는데 모두 화신체였다.

『이름 - 아마라 푸뉴스

정보 - 바일의 신이자 불의 여신인 베스타의 화신체化身體. 10성 권사. 지산의 가문인 푸뉴스가家의 사람이며 그와는 사촌지간. 지산의 라이벌.』

『이름 - 게리 피츠

정보 - 코렌트의 피츠 백작가 차남. 앤디 피츠의 친동생. 코렌트의 신이자 물의 신 에르사의 화신체化身體. 9성 검사.』

『이름 - 이스마일 우니베르스

정보 - 아덴 왕가의 유일한 생존자. 아덴의 신이자 풍요의 신인 키빌리의 화신체化身體. 9성 검사.』

『이름 - 크리스찬 요한센

정보 - 티레시아스 제국의 황제. 제국의 신이자 정의의 신인 타티스의 화신체化身體. ‘정의의 검’이라 불림. 10성 검사.』

“크리스찬!”

크리스찬과 아마라 푸뉴스, 게리 피츠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정말 의외인 인물이었는데, 바로 이스마일이었다.

모두 아벨과 연관이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연관이 있는 사람과 가까운 사람들이었다.

아마라 푸뉴스는 지산의 가문의 사람으로서 지산의 라이벌인 자인 것 같았고, 게리 피츠는 앤디의 친동생이었다.

죽은 줄 알았던 이스마일은 두말하면 입 아플 정도로 아벨과의 악연이 대단한 자였고.

이 셋이 새로 뽑힌 화신체들이었다.

이제 단 한 번만 순간이동 하면 그들의 앞에 도착했다.

그 찰나의 순간만을 남겨두고 있었는데.

휙―!

콰콰콰쾅―!

크리스찬이 휘두른 검을 에디린이 막아보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미 에디린이 설치해둔 마도구들이 모두 박살이 났기에 그 검격을 고스란히 받아내야만 했다.

“커컥―!”

그래도 마도구들의 희생 덕분에 아직도 살아 있는 것이지 아니었으면 그녀는 벌써 죽었을 것이다.

에디린이 튕겨 나가자 이때다 하고 나머지 셋이 다프네를 향해 뛰쳐 간다.

다프네는 여전히 끙끙 앓고 있는 사나를 뒤에 두고 그들을 막기 위해 마력장벽을 최대한으로 펼친다.

성스러운 순백의 장벽이 공간을 뒤덮는다.

하지만 그 세기가 그리 강해 보이지 않았는데, 아마도 그 전에 그들의 기습에 어느 정도 타격을 받은 탓일 것이었다.

“훗― 발악을 하는군.”

콰콰콰콰쾅―!

쩌쩌저저적―!

게리 피츠의 찌르는 검에 그녀의 성스러운 마력장벽에 금이 간다.

쎄에에에엑―!

그리고 이어지는 이스마일의 검이 그 금 간 곳을 찔러 부순다.

콰콰쾅―!

쨍그랑―!

산산조각이 나 흩어지는 마력장벽 사이로 아마라 푸뉴스의 거대한 몸이 순식간에 들어가 기절해 있는 사나를 잡아채려고 한다.

수악―!

바로 그 순간 아벨이 두 사람의 사이로 순간이동 해 도착했다.

아벨이 극적으로 앞을 가로막은 것이었다.

가로막은 아벨을 아마라는 잃어버린 연인을 다신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꽈악 껴안는다.

“……?!”

그리고 그 순간.

푸욱욱―!

무언가 날카로운 것이 아마라의 몸을 관통한 후 아벨의 심장을 꿰뚫는다.

피식―

그 검의 주인은 그 살을 뚫는 소름 끼치는 소리와 감각을 느끼며 입꼬리를 올린다.

“네놈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벨.”

콰직―!

찌른 검을 비틀어 심장의 근육을 파괴한다.

“아벨!”

파지지지지지직―!

쎄에에에에에엑―!

그 광경을 본 에디린이 비명을 지르며 크리스찬을 향해 다급히 검을 휘두른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이스마일과 게리가 그녀를 막는다.

역시 그들도 에디린을 비웃으면서.

“크큭― 이제 드래곤도 아니라지?”

“훗― X신 같은 X이.”

그들은 가볍게 에디린의 검격을 막아내고 반격까지 해 그녀를 날려버린다.

쾅―! 쾅―!

“꺄악―!”

비명을 지르며 날아가 벽에 처박히는 그녀를 보며 이스마일이 광소를 터트린다.

“크하하하하하핫―! 마치 진짜 계집애 같지 않던가?! 하하하하하핫―!”

그때였다.

구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별안간 다프네의 눈이 하얗게 물들더니, 그녀가 가녀린 몸에서 엄청난 양의, 결코 항거할 수 없는 엄청나게 강대한 아우라를 뿜어낸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본 크리스찬이 말한다.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다. 방심하지 말아라.”

다들 다프네의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탓―!

그래서 이스마일이 움직였는데 기절해 있던 사나의 팔을 잡으려 했다.

휘익―

하지만 반응은 다프네가 먼저였다.

다프네가 아무렇지 않게 내뻗은 손에도 역시 항거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힘이 담겨 있었다.

“발악하기엔 너무 늦었어!”

그 손을 쳐내며 계획대로 사나를 인질로 삼으려고 했지만 그 힘은 근처에 닫기만 해도 살과 뼈가 녹아내릴 것만 같은 고통을 주었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악―!”

이스마일의 비명에 다들 다프네의 상태를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푸우우우우우우우우욱―!

크리스찬은 다프네가 자신들처럼 각성한 이상 이 이상은 무리라고 판단한다. 그래서 더욱 아마라의 몸과 아벨의 심장에 검을 찔러 넣으며 죽어가는 아벨에게 속삭인다.

“넌 우릴 너무 무시했어.”

그리고는 검을 뽑아 드는데.

푸악―!

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엄청난 양의 피가 세차게 뿜어져 나온다.

“아쉽지만 이만해야겠군.”

크리스찬의 말이 끝나자마자 모든 화신체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미련 없이 뚫린 하늘을 통해 날아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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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난 걸까?

난 죽은 걸까, 아니면 산 걸까?

눈을 뜨려고 해도 눈꺼풀이 너무 무거워 떠지지 않는다.

“…….”

그리고 몸 역시 무언가에 묶여 있는 듯이 전혀 움직여지지 않았다.

손가락 하나조차도 말이다.

그래서 누군가를 불러보려고 하는데.

“엄마를 원망해 본 적은 없어?”

대단히 익숙한 목소리였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익숙한 목소리다.

“둘이서 살면서 말이야. 다른 집하고는 달랐잖아? 일찍 돈을 벌어야 했고 엄마 때문에 좀 더 빨리 어른이 되는 걸 강요받았었잖아?”

그 알 수 없는 누군가가 계속해서 이상한 말들을 한다.

대답할 가치를 못 느껴 무시한다.

“최주원?”

“맞잖아?”

“내 말이 틀려?”

“응?”

“내 말이 틀리냐고.”

“좀 솔직해져 봐.”

“네 감정에.”

“엄마를 미워한 적 있지?”

“많지? 그렇지?”

“실은 이런 엄마한테 태어나지 않았으면 했었지?”

“그렇지?”

무시하려고 했었는데 계속해서 지껄이자 뭐라도 대답해야 함을 깨닫는다.

그런데 문제는 그 지껄이는 말에 나는 아니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솔직하게 말을 하기로 한다.

“……있었는지도 몰라…… 그런 생각을 했던 적이 정말 있었는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말이야…….”

“하지만?”

“아버지, 아니 그 개X끼가 어린 여자와 도망가고, 어머니도 일 나가고 없었을 때. 나는 그런 생각을 했었어.”

“어떤 생각?”

“……우리 어머니야말로 정말 참 불쌍하다고…… 나보다…… 나보다 훨씬…… 막말로 그 개X끼와 도망간 여자랑 우리 어머니와 그리 나이 차도 안 났었거든.”

“뭐 그렇긴 하지만 어렸었지. 아무튼.”

“그래. 아무튼. 그리고 난 어느 날 새벽에 어머니가 나 몰래 숨죽여 울고 있는 걸 봤었어. 그리고…….”

“그리고?”

“……사실 어머니께선 죽으려고 하셨던 거 같아. 그런데 나 때문에 못 죽는 것 같았어. 나 때문에…….”

“…….”

“그때의 얼굴이 잊히지 않아. 그 불안정한 얼굴. 어머니 역시 나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나를 원망하는 것만 같은 얼굴. 그 슬프고 절망적인 얼굴.

“…….”

“그래서 그렇게 슬프고 불쌍한 우리 어머니를 위해서…… 나라도 웃고 기운 있는 모습을 어머니께 항상은 힘들겠지만 자주라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어. 그렇게 찾아낸 방법이 바로 웹소설을 보는 거였어. 웹소설을 보면서 웃으려고 했어. 항상 즐겁고 행복한 마음을 유지하려고 했었지. 현실에서는 그 개X끼가 도망가고 매일 어머니와 함께,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마음속으로 울었었지만 말이야. 그래. 난 웹소설 속의 주인공들처럼 어떤 고난이 찾아와도 결국엔 이겨내고 행복해지고 싶었어.”

“그래서 행복해졌어?”

“행복해지려고 노력했었어. 지금도 노력하고 있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고? 어떻게? 너를 힘들게 한, 네 삶을 괴롭게 만든 엄마를 다시 살려서? 그래. 뭐 그런 거라면 노력은 하는 것 같은데, 전혀 행복할 것 같진 않네.”

“아니야. 어머니와 함께 살면 분명 행복해질 거야.”

피식―

비웃는 소리가 들린다.

“정말? 내 생각엔 아닌 거 같은데? 크큭― 뭐 그래. 그건 그렇다 치고, 그런데 이젠 그 노력도 다 틀린 것 같은데? 이제 곧 너는 죽잖아? 엄마도 못 살린 채?”

그 말에 뭐라고 반박할 수가 없었다.

“너 지금 죽기 직전이라고. 아니지. 벌써 죽은 거나 다름없지. 너를 힘들게 한 너희 엄마를 살리려다가 말이야. 그러니 넌 분명 후회하고 있을 거야. 네가 한 선택을. 네가 말하던 그 노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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