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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157화 (157/178)

제157화

157화. 청혼(3)

예상외의 찝찝함이 있었지만 모두가 미스라임에 어렵지 않게 이동할 수 있었다.

수아아악―

이동 워프에서 나오자 대규모 인원이 모여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그중 역시 가장 눈에 띄는 자들은 은빛 머리카락을 가진 미스라임의 왕족들이었다.

“아바마마!”

사나는 이동 워프에서 벗어나자마자 반가운 얼굴을 보고는 달려가 안긴다.

타다다다―

덥석―

얀 국왕은 자신에게 꼬옥 안긴 사나의 등을 쓰다듬는다.

“고생했다…… 우리 아가…….”

그는 이번에 미스라임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싶다는 아벨의 청을 허락한 상황이었다.

“정말 고생했다…… 정말이지…….”

자신의 딸이 아벨과 혼인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고생했던가?

아벨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겠다고 자신에게 드래곤 하트를 졸라댔던 게 떠오른다. 그리고 그 드래곤 하트를 복용하며 겪은 고통스런 모습들도.

그뿐만이었던가? 아벨 때문에 죽을 뻔했던 것이 한두 번이어야지. 이번 마족 멸살 원정도 아비로서 간곡히 말렸었지만 그 고집을 꺾을 수가 없었다.

‘육체적인 것만이었으면 다행이었지…….’

아벨의 다른 여자들 때문에 정신적으로도 상처를 많이 받았고 고생을 많이 했던 것이었다.

그럼에도 딸은 결국에는 잘 이겨냈고 심지어 보란 듯이 아벨의 정실 자리를 쟁취했다.

딸이 정말이지 그렇게 대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사나 덕분에 미스라임은 저 하늘 높이 비상할 것이야.’

딸의 수고 덕분에 이제 미스라임은 비상할 날들만 남았었다.

드디어 자신의 꿈이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드디어.

모두가 한참을 가만히 감격적인 부녀父女의 상봉을 지켜봐 준다.

그러다가 진정이 됐는지 사나는 아버지의 품에서 벗어난다.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에게 말한다.

“죄송해요…… 저 때문에 많이 기다리셨죠…….”

얀 국왕은 어쩔 줄 몰라 하는 딸을 대신해 늦은 환영 인사를 한다.

“어서 오시오. 수잔 황비. 그리고 우리 사위.”

자연스럽게 ‘우리 사위’라는 단어를 썼다.

얀 국왕은 아벨이 신들의 적대 관계에 있는 용사임에도 거리끼지 않고 아벨을 반겼다.

아벨도 다시 한번 얀 국왕이 자신을 얼마나 원하는지 느낄 수 있어 좋은 느낌을 받는다.

‘이제부터 시작이야. 얀 국왕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설득시켜야 해.’

정중히 허리 숙여 예를 갖춘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국왕 전하. 일이 많아 이제야 찾아뵐 수 있게 된 것을 너그럽게 용서하여 주십시오.”

얀 국왕은 아벨의 허리를 세워 주며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 그게 무슨 소린가! 사위가 다른 하찮은 일도 아니고 다름 아닌 대륙을 위해 싸웠는데! 뭐가 서운하다고!”

그 호감 어린 말에 아벨도 씨익 미소 짓는다.

“감사합니다.”

다른 이들에게 말한다.

“우리 여기서 그럴 게 아니라 어서 들어갑시다! 하하하―! 오늘 밤 아주 성대한, 미스라임에서 다신 볼 수 없을 성대한 환영 무도회를 열 계획이니! 어서 들어가서 준비하여야 할 거외다!”

이틀 전이었다.

결혼에 대한 허락을 구한 것이.

그런데 벌써 소문이 미스라임 전역에 퍼져 주요 귀족들은 얀 국왕의 명에 의해 모두 왕궁에 모인 상황이었다.

그들도 이 무도회에 참석하기 위해 단단히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국왕이 말을 마치자 기다리고 있던 사용인들이 아벨 일행을 안내한다.

“저희를 따라오시지요.”

그때 사나가 아벨에게 말한다.

“이따 뵈어요. 저는 좀 더 이야기를 나누다가 준비해야 할 것 같아요.”

다정히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이따 보자꾸나.”

생긋―

“네. 저하.”

대답하는 입가에 예쁜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그렇게 사나는 얀 국왕을 따라갔다.

“우리도 출발하자.”

“그럼 이쪽으로.”

아벨과 일행은 사용인을 따라간다.

미스라임에서는 이들을 위해 따로 독자적인 별관 하나를 내어주었다. 그런데 그 별관의 크기가 마치 하나의 성과도 같은 어마어마한 크기였다.

“와―”

누군가의 감탄사처럼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기대한 것을 훨씬 초과했었기에.

‘머리 잘 썼어.’

얀 국왕은 분명 아벨에게 기대하는 게 있을 것이다. 예전부터 느끼고 있었다. 그러니 아마도 확실할 것이다.

‘그래. 차라리 이게 낫군. 서로 원하는 게 있는 게 나아.’

그래야 더 쉽게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 * *

그가 호언장담한 말대로 정말이지 성대한 무도회였다.

무도회장은 기본적으로 벽면이 마치 눈처럼 하얬었는데, 그 하얀 벽면을 은은한 황금빛 장식들로 잔뜩 꾸며 놨었다.

잔뜩 꾸며 놨었지만 전혀 지저분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은은하여 고귀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눈의 나라라는 순백의 이미지에 맞는 그러한 수수한 화려함이었다. 그 수수하면서도 한편으로 화려하게 보이는 이 공간에 잔잔하고도 장대한 오케스트라가 울려 퍼진다.

‘아름다워.’

그 역설적인 아름다움 속에서 가장 돋보이는 사람은 역시 오늘의 주인공인 사나였다.

보통이라면 아벨이 돋보였겠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사랑이라는 행복함에 빠져있는 그녀는 정말이지 아름다웠다.

눈부신 사나는 귀부인들에게 둘러싸여 연신 축하의 말을 듣고 있었다.

“정말 축하드려요! 사나 공주 저하!”

“어릴 때부터 우리 공주 저하를 누가 데려가나 했었는데! 황자 저하께서 운이 좋으시군요!”

“맞아 맞아! 우리 공주 저하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이 어디 있겠어?!”

무도회라 그런지 사나는 저번처럼 자신의 몸매가 부각 되는, 가슴골이 훤히 드러나는 조금 야한 드레스를 입었다.

그녀는 평소에 조용하고 냉정한 성격이라 이러한 과감함이 없을 것 같았는데, 은근 자신의 몸매를 남들에게 보여주는 걸 자랑스러워했고 좋아했다.

그러한 칭찬을 받을 때마다 왠지 모르게 가슴을 좀 더 내미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정말 사나 저하의 아름다운 몸매는 신들마저 부러워할 거예요!”

“그러니까요! 제 말이요! 호호호―!”

“호호호호호―!”

그 말에 얼굴이 붉어지기는커녕 또 오히려 가슴을 내민다.

“흠흠―!”

얼굴이 붉어지는 건 아벨의 몫이었다.

“진짜 아벨 저하께서는 운이 좋으시다니까?! 얼굴과 몸매가 완벽한 여자는 우리 사나 공주 저하밖에 없는데!”

“내가 남자여야 했는데! 아쉽다니까!”

미스라임이 눈에 갇혀 폐쇄적일 거라는 편견과는 다르게 성격이 개방적이라더니, 그 말이 확실히 맞는 것 같았다.

스스럼없이 이런저런 말들을 쏟아냈다.

‘……불편하군…….’

아벨은 불편함을 씻기 위해 와인을 입에 댄다.

그때였다.

“하하하―! 우리 사위가 아직 미스라임 문화에 적응 못 했나 보군!”

얀 국왕이 아벨을 구해주기 위해 나타난 것이었다.

휴…….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가 와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해하시오! 우리 미스라임은 제국보다는 훨씬 개방적이니!”

“전 괜찮습니다. 걱정 마시지요.”

괜찮은 척하는 아벨을 바라보며 빙긋 입꼬리를 올린다.

그러면서 아벨에게 다가온 목적을 대뜸 꺼낸다.

“그런데 사위. 사위는 식을 언제 올렸으면 좋겠소?”

식 얘기가 나오자 또 여기저기서 난리였다.

“전하! 벌써부터!”

“아니지 아니야! 빨리하면 좋지! 제국의 황제 폐하께서도 서둘러 하셨잖아?!”

“그래! 이제 마족도 없겠다 행복한 세상만 남았잖아?!”

“맞아! 공주 저하도 마족 버러지들 잡느라 고생 많으셨는데! 어서 빨리 행복하셔야지!”

그녀들의 말에 살짝 찔림을 느낀다.

아벨 때문에 또다시 거센 폭풍이 몰아칠 것이니 말이다.

조금 씁쓸해하며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얀 국왕에게 대답한다.

“저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대답이 만족스러운지 함박웃음을 짓는다.

“그렇소?”

“네. 가능하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했으면 좋겠습니다.”

“……?!”

그 말은 확실히 좀 놀랄만한 말이었다.

“조금 급한 게 아니오?”

얀 국왕도 조금 얼떨떨해하며 묻는다.

“아닙니다. 빠르면 당연히 좋은 게―”

조금 이상하여 말을 멈추고 쓱 반응들을 보니 최대한 빨리하기 위해선 충분히 납득할 만한 설명을 추가적으로 해야 함을 깨닫는다.

‘개방적인 문화니까…….’

개방적인 문화임을 감안하여 조금 과감하게 말하기로 한다.

우선 헛기침을 한다.

“흠흠―! 그게…… 저 역시 혈기 왕성한 남자라서 그런지…… 더는 참기 어려워서…….”

말하면서도 민망해했다.

얀 국왕은 이제야 이해했다는 듯이 아벨의 팔을 툭툭 친다.

“이해하오. 남자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지. 내 딸이 좀 예쁘오? 안 그렇소?”

다들 고개를 크게 끄덕인다.

그들도 이제야 이해한 것이었다.

“맞습니다! 전하!”

“이해해요! 호호호호―!”

“역시 황자 저하도 남자셨군요!”

“남자들이란!”

하하하하―!

호호호호―!

아벨의 조금 민망했던 야한 그 말을 아무도 흠잡지 않았다. 오히려 매우 좋아했다. 심지어 사나 또한 매우 흡족해하며 자랑스러워했다.

이 흐뭇한 광경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복해하고 즐거워했지만 몇몇은 굉장히 불만스러워했었다.

그중 가장 불만스러운 자를 꼽자면 사나의 셋째 오빠였던 반 카르하 왕자일 것이었다.

그는 사나를 바라보며 다정히 미소 짓는 아벨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다.

“쳇! 뭐가 좋다고 실실 처 웃는 거야?!”

그런 동생을 둘째 루카 카르하 왕자가 말린다.

“야. 그만해. 들리겠어.”

“제기랄! 형님은 화 안 나십니까?! 전 열불 나서 죽겠는데!”

“어쩌겠느냐. 전하께서도 저리 좋아하시고 무엇보다 사나가 좋다는데.”

“아니! 괘씸하지 않습니까?! 사나 하나로도 부족해 도대체 여자가 몇이란 말입니까?! 저런 바람둥이에게 우리 귀한 사나를 빼앗기다니! 그리고! 막말로 제국에서 쫓겨났지 않습니까?! 용사면 뭐합니까?! 이제 사명도 다 끝났으니 가치가 없는 자이지 않습니까?”

셋째의 도가 지나친 불만에 더는 안 되겠는지 잠잠히 있던 첫째 수네스 왕세자가 나선다.

“반! 그만 좀 닥쳐라!”

앞으로도 더는 이딴 개소리 못 하게 강하게 꾸짖기로 한다.

얼굴을 대단히 사납게 구긴다.

“네놈 따위가 이래라저래라 할 결혼식이 아니다! 그리고 네놈은 뭐가 그렇게 잘났다고 아벨 황자를 폄하하는 것이더냐?!”

가만히 있다가 갑작스럽게 자신을 꾸짖자 반 왕자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혀, 형님!”

“네가 검과 마법 하나라도 아벨 황자를 이길 수 있을 것 같더냐?!”

당연히 없었다.

아벨은 드래곤과도 이긴다고 소문이 나지 않았던가.

“그리고 네놈 때문에 이 결혼식이 깨어진다면 그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이냐?! 책임질 각오라도 있어서 그딴 개소리들을 지껄이는 것이냐?!”

자신의 편이라 생각했었던 형님이 너무 거세게 몰아붙이자 멍하니 잠시 자신의 형님을 바라만 본다.

그러다 이내 푹 고개를 숙인다.

“……죄송합니다…….”

“불만은 너만 있는 게 아니다. 나 역시 내 소중한 동생이 여러 여자가 있는 남자와 결혼하는 게 탐탁지 않다. 하지만.”

“…….”

“하지만 네 녀석도 전하께서 왜 그렇게나 아벨 황자를 간절히 원하셨는지를 깨달아야 할 것이다.”

사실 잘 알고 있었다.

얀 국왕이 왜 그렇게나 아벨을 원했었는지.

동생이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수네스 왕세자는 마치 그 사실을 모르는 것처럼 다시 한 번 설명해 준다.

“전하께서는 아벨 황자를 이용해 저 빌어먹을 아덴과 제국을 넘어서려고 하는 것이다. 언제까지 이 저주받은 땅에서 살 수만 있는 건 아니잖느냐?”

미스라임이 좋아서 눈의 나라라고 불리는 것도, 이 척박한 땅에서 사는 게 아니었다.

제국과 아덴에 밀려나서 이 척박한 땅에서 살게 된 것이었지.

이제는 다시 젖과 꿀이 흐르는 풍족한 땅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다.

“그러니 더는 관계가 불편할 말을 말아라. 혹여나 네놈의 경솔한 말 때문에 관계가 깨진다면 결코 그 죄를 씻지 못할 것이다.”

“네…… 알겠습니다…….”

“그래. 우리는 그에게 도움만 받으면 된다.”

셋 다 이번 마족 멸살 원정에 참여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미스라임의 많은 마법사들이 그 원정에 참여했었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아벨의 무위武威가 진정 저 에이션트 드래곤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했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미스라임의 모든 마법사가 덤벼도 이기지 못할 것이다.’

빌어먹게도 사실일 가능성이 농후했다.

그들이 무슨 이익이 있다고 자신들에게 거짓을 고하겠는가.

‘제길…… 부럽군…….’

아름다운 여자들이 함께해서 부러운 게 아니었다.

그가 대단히 뛰어난 마법사이기에 부러웠던 것이었다.

그것이 정말이지 미치도록 질투 났다.

‘……하지만…… 하지만 그 대단한 자를 부리는 자가 결국에는 이기는 자라 할 수 있지. 암― 그렇고말고.’

그래서 그렇게 혼자 자신을 세뇌해 자위하며 정신 승리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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