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9화
119화. 이용만 당할 순 없지(2)
백룡갑옷 투디오스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 생각했으나, 에디린이 투디오스가 있을 수중 도시 페이아의 존재에 대해 알았기에 생각보다 훨씬 빨리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마법으로 물속에서도 호흡이 가능했었다. 그런 상태에서 페이아라고 추측이 되는 곳을 바라보고 있다. 수심이 깊어 어두웠기에 그 형태가 자세히 보이진 않았지만 확실한 듯했다.
“아벨. 허튼짓 말고 최대한 빨리 찾는 게 좋겠어. 확실히 이 주변엔 드래곤들이 살 가능성이 크니까.”
에디린의 말이 맞았다.
괜히 드래곤들을 불러들일 필요는 없었다.
‘수련을 하고 싶긴 했었지만.’
최근 수련을 많이 못 했기에 이참에 빛의 속성의 오러를 수련할까 했었지만 욕심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가시죠.”
“그래. 출발하자.”
착―
그래도 마물들이 엄청나게 많을 것이기에 용골검을 소환한다. 검을 들고 조용히 마력으로 몸을 밀어내며 움직인다.
‘역시 엄청나군.’
역시 엄청난 수의 바다 마물들이 수중 도시 페이아에 거주하고 있었다. 도마뱀 모양의 서펜드들과 거북 모양의 마물 세누들, 인어들, 거대 전기뱀장어들이 우글우글했다.
그 들끓는 마물들 사이를 아무 일 없이 뚫고 지나가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신전 바닥에 묻혀있었었어.’
신전처럼 보이는 곳을 찾기 위해 둘러봤다. 하지만 그 엄청난 마물들의 수와 건물들이 대부분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무너져 있었기에 쉽게 보이지 않는다.
‘위치만 알면 순간이동으로 갈 텐데.’
일단은 마물들을 좀 없애야 할 것 같다.
“그냥 들어가는 건 불가능해 보이는군요.”
“네가 이번에 얻은 빛 속성의 오러로 속전속결로 해치우자.”
“알겠습니다.”
우웅―
용골검에 아주 약하게 빛 속성의 오러를 씌운다. 새까만 바닷물에 한 줄기 빛이 들어오니 마치 어둠이 실눈을 뜬 것만 같다.
이 정도로도 이곳의 마물들은 쉽게 처리할 것이다.
앞길을 막는 것들만 베며 지나가기로 한다.
휘익―
촤아아아아악―!
한줄기 빛살처럼 검을 휘두르며 눈앞의 마물들만 공격했다.
‘느낌이 참 색다르군.’
그 벤다는 느낌이 전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다.
주로 썼던 전격 속성의 오러는 대상을 파괴한다는 느낌이었다면, 빛 속성의 오러는 베었다는 느낌도 없을 만큼 깔끔하게 벤다는 느낌이 강했다.
수아아악―
그리고 빛만큼 빠른 것은 없었으니.
빛 속성 오러의 가장 큰 장점은 소설에서도 볼 수 있었듯이 그 크기를 자유자재로, 그리고 눈으로 좇을 수 없을 속도로 순식간에 그 크기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사사사사삭―!
‘확실히 순식간에 죽이기는 좋겠어.’
역설적이게도 오히려 암살자들이 좋아할 것 같았다.
그만큼 빛의 속도는 조용하고 빨랐다.
휘익― 휘익― 휘익― 휘익―
촤아아아아아아악―!
‘생각보다 너무 많군.’
소설에서는 아벨이 바다 위에서 블루 드래곤들과 싸우다가 이곳까지 밀려들어 와 정말 우연히 백룡갑옷 투디오스를 얻게 됐었다.
아벨과 드래곤들의 엄청난 전투로 인해 바닷물은 마치 그곳에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은 것처럼 밀려났고 증발됐으며, 그곳에 있던 마물들은 당연하게도 전투에 휘말려 처음부터 마치 없었던 것처럼 죽어 사라져 갔었다.
그러니 솔직히 이렇게 많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었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겠군.’
또한 무너져 내린 건물들이 대부분이었기에 신전으로 보이는 건물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천혜안으로 볼 수 있으려나.’
무너진 건물들도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해보기로 한다.
『이름 - 무너진 서민의 집
정보 - 신의 분노로 인해 바다 아래로 가라앉은 페이아에 거주하던 서민의 집이다.』
‘된다!’
무너진 집도 가능하다고 생각하니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휘익―
신뇌전마검新雷電魔劍
제1식
벽력霹靂
촤아아아아악―!
잠시 천혜안을 쓴 그때 흉측한 서펜드 무리들이 아벨과 에디린을 둘러쌌다. 그래서 신뇌전마검 벽력을 횡으로 휘둘러 처리했다.
‘생각보다 괜찮은데?’
신뇌전마검 1식 벽력에 빛 속성의 오러를 썼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잘 맞아 굳이 마멸광검을 창안할 필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그것보다 어서 찾자.’
빛 속성의 오러를 신뇌전마검에 덧씌운다는 생각은 일단 다음에 하기로 한다. 마물들이 피 냄새를 맡고 계속해서 몰려왔기 때문이다. 이러다가 정말 들킬 것 같았다. 좀 더 속도를 내기로 한다.
수악― 수악― 수악―
휘익― 휘익― 휘익―
촤아아아아아아악―!
에디린은 걱정할 필요 없었다. 그녀는 알아서 잘 따라올 것이었다. 그래서 정신없이 순간이동을 하며 동시에 천혜안을 쓰며, 검을 휘둘러 눈앞의 마물들을 죽여 갔다.
휘익―
촤아아아아아아악―!
그럼에도 생각보다 신전은 찾기 어려웠고 피가 퍼져나가는 속도는 빨랐으니.
그래서 결국.
“……?”
우우우우우우우―
바다 전체가 진동한다는 느낌이었다.
아벨이 죽인 마물들의 피 냄새에 이끌려 온 듯했다.
‘이런.’
레비아탄이었다.
드래곤 다음이라던 그 강력한 마물이 나타난 것이었다.
하지만 발록도 무리 없이 죽이던 아벨이었다.
‘문제는 저놈을 죽일 때 드래곤이 올 수도 있다는 거지.’
그래서 레비아탄을 상대로 신뇌전마검을 쓰며 수련을 하고 싶었지만 참아낸다.
거대한 그림자와 함께 바닷물을 아벨 쪽으로 밀어내며 다가온다.
“어떡합니까?”
“어떡하긴 피해야지. 순간이동으로 일단 도망가자.”
“알겠습니다.”
생각보다 냉정하게 상황 판단을 하던 에디린이었다. 솔직히 아벨은 그냥 때려잡고 드래곤도 한 번 연습 삼아 붙어볼까 했었지만 에디린은 그것보다 여기서 로드에게 그들의 계획을 들키는 게 훨씬 더 위험하다 판단하는 것 같았다.
에디린은 아벨이 용사의 무구를 다 모으고 12성이 되어야지만, 그제야 좀 모습을 드러내도 된다고 믿었다.
‘물론 백룡갑옷 이후에는 내 맘대로 할 거지만.’
이번에 확실히 깨달았다.
에디린은 내가 아무리 맘대로 해도 절대 자신을 막대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그리고 결코 내가 다치게 하지 않을 거란 것도.’
자신을 정말이지 끔찍이도 아끼고 있었다. 그리고 좀 뭐랄까 이상하지만 사랑한다는 것도 느꼈고 말이다.
아무튼 그녀가 자신의 욕망을 위해 나를 이용하듯이 나 역시 소원을 이루기 위해 그녀를 맘껏 이용하기로 한다.
‘이미 세워둔 계획이 다 있다고.’
에디린에게는 말하지 않은 계획들이 있었다. 물론 그 계획들을 알게 된다면 반대하겠지만 결국에는 도와줄 것이다.
분명히.
수악―
최대한 레비아탄에게서 멀어져가며 천혜안으로 아무 건물이나 확인했다.
‘제길. 그것보다 왜 이렇게 안 보여?’
그래도 어느 정도 형태가 있는 것들도 있었기에 신전을 금방 찾을 줄 알았다. 하지만 크나큰 오산이었다.
그리고 레비아탄은 생각보다 훨씬 빨랐다.
콰콰콰콰콰콰콰콰―
그 거대한 덩치로 온 동네 광고하듯이 건물들을 마구 부수며 아벨과 에디린에게 다가온다.
수악―
“그냥 저것만 죽이는 건 어떻습니까? 빨리 죽이면 되지 않겠습니까?”
“찾긴 찾았어?”
“아직입니다.”
“그냥 그럼 찾아. 찾고 바로 떠나게.”
‘빌어먹을 똥고집.’
속으로 에디린을 욕하며 이곳저곳 찾아 헤매는데.
“……?!”
『이름 - 무너진 물의 신 에르사의 신전
정보 - 지금은 형태조차 남지 않았지만 분명 물의 신 에르사를 모시던 신전이다.』
정말 정보처럼 형태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그저 신전의 기둥이었을 거라고 생각될 둥근 돌 하나만이 남아있었을 뿐이다.
“찾았습니다!”
“그래? 어딨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기입니다!”
“어서 가자. 이미 눈치챈 듯하니까.”
“……?!”
놀랄 시간도 없었다.
곧장 신전의 터로 가서 벽력 두 방을 먹이는데.
신뇌전마검新雷電魔劍
제2식
연속벽력連續霹靂
콰쾅―!
이번엔 빛의 속성이 아닌 전격 속성으로 썼다.
그 파괴력 짙은 검격에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나갔고 덕분에 순간 공간에 바닷물들이 텅 비게 된다.
확실히 이제는 백룡갑옷의 존재감이 확연하게 느껴졌다.
우우우웅―
땅속에서 반짝이며 아벨을 기다리고 있다.
위잉―
에디린도 느꼈기에 곧장 공간 이동을 할 포탈을 만든다.
엄청난 속도로 블루 드래곤 한 마리가 다가오던 것이었다.
구오오오오오오―
순간 주변 모든 것들이 어느 한 곳으로 빨려 들어간다.
“큭―!”
그리고 어마어마한 기운이 한 곳에 집약되는 것을 느낀다.
아벨은 다급히 다시 한 번 같은 자리에 연속벽력을 쓴다.
신뇌전마검新雷電魔劍
제2식
연속벽력連續霹靂
콰콰콰콰쾅―!
투디오스를 덮고 있던 흙이 두 줄기 벼락으로 인해 솟아올랐다.
수악―
순간이동으로 모습을 드러낸 번쩍이던 투디오스를 잡고는.
수악―
다시 에디린에게로 갔는데, 그때 에디린은 아벨을 포탈 속으로 강하게 밀어버린다.
생각지도 못한 행동에 어떤 반응도 할 수 없었다.
“에디린!”
“먼저 가 있어.”
아벨을 포탈 속으로 밀어버린 에디린은 우선 손가락을 휘둘러 레비아탄뿐만 아니라 주변을 기웃거리던 마물들 전부를 증발시켜 버린다.
휘익― 휘이익―
파바바바바바바바박―!
“로드가 마물들의 뇌를 열어 볼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는 이어 날아오는 블루 드래곤의 브레스를 손을 들어 막아낸다.
위이이이잉―
콰콰콰콰콰콰콰콰콰―!
막아낸 후 이제 더는 다가오지 않는, 겁에 질린 블루 드래곤에게 경고한다.
“그래. 내가 누군지 눈치챘으면 알아서 기어야지 안 그러니?”
그러면서 블루 드래곤의 거대한 형체를 향해 두 발의 뇌기를 쏘아 보내는데.
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이어서 고통의 울부짖음이 바닷속을 진동시킨다.
“오늘은 이만하고 돌아가지만 다음엔 그렇지 않다는 걸, 부디 그 고통 속에 단단히 새겨 넣기를.”
그 말을 끝으로 에디린도 포탈 속으로 들어간다.
* * *
“로드! 드디어 찾았습니다!”
갑자기 나타나 소리치는 부하를 보며 씨익― 매혹적인 미소를 짓는다.
“그래? 어디서?”
“수중 도시 페이아에 있었습니다! 그곳에 나타났다고 합니다!”
“페이아?”
“네! 그곳에서 무언가를 찾아 급히 떠났다고 합니다!”
블루 드래곤은 그놈의 자존심에 자신이 당한 굴욕은 말하지 않았다. 그저 아벨과 에디린이 자신을 보고 그 물건과 함께 재빨리 도망쳤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무언가가 무엇인지는 모르고?”
그 물음에 급 송구해 하며 말한다.
“아…… 그것은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
그게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걸 모르겠다고 하니.
그 아름다운 미간을 찌푸린다.
“그렇군.”
“그래서 현재 그곳에 대체 무엇이 있었는지 흔적들을 찾아보고 있답니다.”
“내가 가봐야겠군.”
그 말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가 일어서자 부하는 깜짝 놀랐다.
“로드께서 직접 말입니까?”
“그래. 내가 가봐야겠다.”
‘이 녀석이 감히 거짓을 고하다니.’
그도 에디린의 그 지랄 맞은 성격을 잘 알던 것이었다. 만약 드래곤이 모습을 드러냈다면 절대 그냥 돌아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에디린이 드래곤들 세계에서 활동을 거의 안 했기에 그녀가 에이션트 드래곤이라는 것만 알지 다른 것에 대해서는 잘 모르던 아직 어린 웜급 드래곤들이 많았던 것이었다. 그래서 당연히 다른 드래곤들도 자신처럼 에디린의 그 지랄 맞은 성격을 몰라 속일 수 있다 생각한 것 같았다.
‘이참에 교육을 좀 해야겠어.’
이참에 웜급 드래곤들의 빌어먹을 자존심에 하는 습관적 거짓말을, 그리고 그에 따른 해이해진 기강을 좀 제대로 다지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로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