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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118화 (118/178)

제118화

118화. 이용만 당할 순 없지(1)

그녀가 준다는 선물은 다행히도 아주 이상한 건 아니었다.

“자, 내 드래곤 하트의 일부분이야.”

“……?!”

경악하는 아벨을 토닥거리며 우쭐거린다.

“너무 걱정 마. 이 정도는 순식간에 재생되니까. 어서 받아. 에이션트 드래곤의 하트는 절대절대 구할 수 없는 거니까.”

1/5 정도 되는 양이었는데, 결코 이 정도는 순식간에 재생되지 않을 것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몇십, 몇백 년 걸리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그러니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 그리고 충분히 우쭐해 할 만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걸 지금 구하게 될 줄이야…….’

소설에서 아벨이 드래곤 로드를 죽이고 에이션트 드래곤 하트를 얻기는 했었으나, 그때는 아벨이 엄청나게 많은 드래곤 하트를 먹었을 뿐만 아니라 갖은 기연으로 최절정으로 강할 때여서 지금으로는 그녀의 말대로 절대절대 구할 수 없는 것이긴 했었다.

‘……에이션트 드래곤 하트라…….’

확실히 전혀 예상 못 한 일이었다.

솔직히 자기가 선물이라든지 하는 저급한 농담을 할 거라 예상했었다.

‘……이건 정말 고마워해야 하겠어…….’

신과도 비긴다는 드래곤의 하트이기에 아무리 일부분이라고 하더라도 이 정도 양이라면 보통의 드래곤 10마리 급의 힘을 줄 것이다.

아벨이 어떻게든 빠르게 강해지기 위해 큰 결단을 내린 것 같았다. 어차피 드래곤 하트는 시간이 걸린다고 하더라도 다시 회복될 것이니 말이다.

“자 마음 바뀌기 전에 어서 섭취해. 내가 도와줄 테니까.”

진짜 언제 마음이 바뀔지 모르기에 아벨은 얼른 그 황금빛 일부분을 입에 넣었다.

사아아아―

“크윽―!”

삼키자마자 항상 그렇듯이 어마무시하게 강력한 뇌기가 마구 휘젓고 다닌다. 마치 당장에라도 온몸을 산산조각낼 것만 같이 날뛴다.

파지지지직―!

구오오오오―!

이제는 산산조각내는 것을 넘어서서, 몸 안 모든 것들이 뇌기에 휩싸여 녹아버릴 것만 같다.

우웅―!

그러자 성녀의 목걸이가 1차 반응했고, 2차로 에디린의 마력이 아벨의 몸 안으로 침투하여 엄청난 컨트롤로 아벨의 모든 것들을 보호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뿐만 아니라 그 요동치던 마력을 자제시키는데, 뇌기들을 잘게 부서트리고 힘으로 짓눌러 온몸 구석구석으로 퍼트린다.

에디린 덕분에 그 이후로는 무리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구구구구구구구―

이미 육체는 최상의 상태였기에 드래곤 하트를 먹는 족족 최대치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번 섭취로 체내 마나 양은 12성을 훌쩍 넘을 것이다.

‘……12성의 마력이라…….’

앞으로가 기대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

그런데 그때 이상한 문제가 생겼다.

‘뭐, 뭐야?!’

진심으로 깜짝 놀랐다.

어느 순간부터 에디린의 기억이 흘러들어오던 것이었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 어마무시한 뇌기는 견뎌냈지만 6,000년을 넘게 산 존재의 엄청난 양의 기억은 도저히 버티기가 힘들었다.

《이제 우린 하나가 되는 거야.》

그 섬뜩한 목소리와 엄청난 양의 기억의 홍수들로 인해 의식을 잃고 마는 아벨이었다.

* * *

“생각보다 인정人情이 없나 보군.”

그의 말에 앞에 서 있던 자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대륙 전역에 아벨에 의해 테러를 받고 있다는 말이 들끓어도 결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마멸단이라는 단체가 생겨났다고 합니다. 아벨을 대신하여 자신들이 마족들을 멸살시키겠다고 말입니다.”

“용사라면 분명 고통받는 인간들을 위해 모습을 드러냈을 텐데, 폰투스에서 보였던 모습과는 너무 대조적이라 조금 이상할 정도입니다.”

부하들의 말을 들은 금발의 미남자는 잠시 생각에 빠져있더니.

“그럼 아벨이 지금 무얼 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나?”

“에디린 님과 함께 사라진 듯합니다.”

“에디린 님 때문에 그 흔적을 찾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맞습니다. 공간 이동으로 이동하시다 보니 도저히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합니다. 에디린 님께서 이렇게나 인간에게 관심을 보이다니. 예전 카인 때는 약속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지만 지금은 순전히 자신의 의지 때문 아닙니까?”

“맞습니다. 나르시시즘이 그렇게 심하셨던 분이 어째서 인간에게 이토록.”

금발의 미남자가 그들의 궁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해준다.

“아마도 그 인간이 이때껏 그 어떤 존재보다 신과 가까운 모습이어서 그렇겠지. 나 역시 그만큼 신과 비슷한 존재를 본 적이 없다.”

그 말에 부하들이 깜짝 놀랐다.

“로드도 말씀이십니까?”

“그래. 나 역시 이 대륙과 역사를 함께했음에도 그토록 뛰어난 인간이 나타날 것이라곤 상상도 못 했었다. 아마도 주신 아그네스가 그에게 대단히 어려운 임무를 맡기려고 하는 것이겠지.”

그 역시 에이션트 드래곤으로써 약 7,000년이라는 엄청나게 긴 세월을 살아왔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그동안 단 한 번도 보지 못했을 정도였으니.

부하들은 그 말에 조금 얼떨떨해한다.

“정말 대단하긴 대단한가 보군요…….”

“그러니 마왕도 나도 그를 용사라고 확신할 수밖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이제 이해된다는 표정이다.

“그런데 로드. 그건 그렇다 쳐도 이번 마왕의 돌발 행동에 신들께서는 아무런 말씀도 안 하십니까? 지금의 상황을 대단히 언짢아하실 것 같은데 말입니다.”

확실히 마족들의 돌발 행동은 신들을 언짢게 할 만했다. 계획대로 인간들이 자신들에게 경배하고 찬양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언짢아하시지. 당연히. 하지만 정의의 신께서 일단 지켜보시길 원하신다. 그분께서는 뭔가 더 큰 것을 계획하고 계신듯하다.”

“타티스께서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리고 하나 더 말해주자면 아직 그분께 화신체가 없는 것은 확실하다. 물론 곧 그동안 지켜보셨던 화신체를 선택하시겠지.”

정의의 신 타티스는 분명 어느 때에 자신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화신체를 선택할 것이다. 화신체야말로 정의의 신의 의지가 가장 잘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축복받은 재능들이 많이 태어나 정의의 신이 고심하는 게 이해도 됐다.

“그전까진 우리가 그분의 뜻을 화신체를 대신하여 잘 이행해야 한다. 현재 그분의 뜻이 아벨을 찾아 무슨 짓을 할지 지켜보는 것이니. 너희들은 세상에 나가 어떻게 해서든 그 녀석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금발 남자의 말에 부하들은 부복을 하며 사라진다.

* * *

눈을 떴을 때 바로 옆에서 아주 사랑스럽다는 듯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에디린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게 무슨…….’

처음 아벨의 기억을 작가에게 받았던 때와 비슷한 기분이었다.

내 안에 새로운 인격체가 들어와 하나로 융화되는 그 기분이 굉장히 메슥거렸고 울렁거렸다.

“점차 적응될 거야.”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입니까…….”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한다.

“에이션트 드래곤 하트에는 그 드래곤의 모든 게 담겨 있거든. 각성하면서 드래곤 하트도 하나의 뚜렷한 존재를 갖게 된 것이지.”

“……그렇군요…….”

뻥이다.

소설에서 에이션트 드래곤이었던 로드의 드래곤 하트를 먹은 아벨에게는 전혀 그런 일이 없었으니 말이다.

‘빌어먹을…… 순순히…… 그 무엇보다 소중한 하트를 내어줄 때 예상했어야 했는데…….’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진심 조금 미친 건 아닌지 하고 생각한다.

“후우…….”

별안간 한숨을 내쉬자 에디린은 아벨의 팔을 툭툭 친다.

“나 역시 다사다난하게 살았었지? 마치 너처럼?”

그녀의 말은 사실이었다.

‘이 소설은 뭐만 하면 질투가 문제군.’

대부분의 시간을 다른 드래곤들을 피해 홀로 고립되어 살아온 그녀였었다. 그 이유는 아벨과 아르시아처럼 너무 뛰어난 외모와 재능 덕분에 다른 드래곤들에게서 엄청난 질투와 시기를 받아서 귀찮아서 피한 것이었다.

“하아…….”

그리고 몇 가지 알면 안 될 것 같은 정보들도 알게 됐었는데, 바로 그녀가 나르시시즘을 갖고 있다는 것과 그럼에도 자신을 진정한 동반자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사명 완수 후 둘만의 신혼집을 생각하고 있었고.

그런데 문제는 그녀에 대해 전부 다 알게 됐으면 모르겠는데 수수께끼처럼 넘어온 정보가 다는 아닌 것 같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드래곤 하트의 양이 1/5이어서 딱 그 정도만 넘어온 듯했다.

‘올 거면 다 오든가.’

머리가 순간 너무 아파 얼굴을 찡그린다.

“……모두 사실입니까……?”

“그래. 모두 사실이야.”

다시 한숨이 새어 나온다.

“휴우…… 지금 제 상황을 아시고 하는 말씀이십니까?”

“뭐? 여자들?”

“맞습니다.”

“당연히 안 되지. 다른 누구도 아닌 나를 가지는 건데. 그리고 넌 이곳에 있을 생각이 없잖아?”

“……?!”

정말 너무 놀라 두 눈이 튀어나올 뻔했다.

“……그게 무슨……?!”

“그 기억은 넘어가지 않았나? 아무튼 내 능력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거 같아. 우리 애기. 그리고 넌 3년 전 오래 누워 있었거든.”

“……그럼 그때부터……?”

“그래. 그때부터 알고 있었어. 이 세계와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도. 아 물론 완전히 다 알지는 못해. 주신 아그네스가 허용한 범위까지만 볼 수 있었거든.”

“……이럴 수가…….”

“그리고 그거 알아? 이세계에서 넘어온 자가 네가 처음이 아니라는 걸. 4,000년 전에도 용사가 이세계에서 넘어왔었어. 그도 너처럼 용사의 사명을 마치고 주신 아그네스에게 원하는 것을 받아 돌아갔었지.”

“……?!”

“그에 대한 확실한 기록들을 찾기 위해 기다려왔었어. 내가 널 다 키워놨는데 너만 예전 세계로 돌아가면 불공평하잖아?”

“그렇다면……?”

“걱정 마. 우린 이 모습으로 함께 이동할 테니까.”

“……!!”

“너도 네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긴 싫잖아? 나 역시 내 능력을 다 놓고 가고 싶진 않거든.”

“어떻게……?”

“이세계에서 넘어왔었던 용사가 그렇게 넘어갔거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데리고 말이야. 두 사람의 능력을 보존한 채.”

“……?!”

“일단 그의 소원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지금의 힘을 가지고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 거였어. 그런데 그때 주신 아그네스는 함께 이동하는 것은 가능은 한데 힘을 가지고 갈 수는 없다고 했었어. 왜냐하면 네가 잘 알듯이 그 세계는 마나가 없는 죽어가는 세상이었으니까. 가지고 간다 해도 금방 사라질 것이라고 하면서.”

“맞습니다…… 제가 사는 세계는 마나가 없었습니다…….”

“그래. 하지만 그들은 결코 그럴 생각이 없었어. 그리고 주신 아그네스도 흥미롭게 두 사람을 지켜보며 가능만 하다면 해보라는 식으로 허락해주었지. 그래서 두 사람은 ‘능력 보존 마법’을 만들었고 그 마법을 유지시킬, 그 세상에서도 능력을 유지시킬 엄청난 마력을 보유한 것들을 모았었지.”

“엄청난 마력을 보유한 것들이라면…….”

“예를 들어 에이션트 드래곤의 하트라든지. 아 그리고 우리는 네 소원을 더해 나도 데려가야 하니까 차원 이동에 필요한 마왕의 뿔도 필요할 거야.”

“……?!”

“어차피 우리는 용사의 사명을 다 하기 위해 로드와 그리고 마왕과 반드시 싸워야 하잖아? 다시 말해 우리가 로드와 마왕을 죽이고 우리의 꿈을 이룰 그것들을 우리 손으로 쟁취하면 된다는 것이지. 우리가 함께 말이야.”

‘우리’라는 단어가 계속해서 거슬렸지만, 아무튼.

“좋습니다. 로드와 마왕을 함께 죽이도록 하죠. 그런데 그것밖에 없습니까? 준비해야 할게?”

“아니야. 하나 더 있어. 문제는 이것 때문이야.”

“무엇입니까?”

솔직히 자신 있었다.

소설의 내용을 아주 잘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바로 에브니아 대륙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세계수의 뿌리가 있어야 해. 그것도 좀 많이.”

세계수.

아벨이 기연으로 얻는 것들 중 하나였다.

‘세계수도 잘 알지. 어디에 숨겨져 있는지.’

“그렇군요.”

“그래. 그걸 찾는 게 어렵다는 말이지. 이 에브니아 세상이 창조되고 전설로만 내려올 정도로 주신 아그네스가 꼭꼭 숨겨뒀다고 하니 말야. 하지만 두 사람은 결국 그것을 찾아냈다고 했으니. 우리도 희망이 아주 없는 건 아니야.”

그녀의 말대로 주신 아그네스가 세계수만큼은 찾기 정말 힘들게 숨겨두긴 했었다.

“예언자 그리스에의 힘을 빌리면 될지도 몰라. 인간 주제에 예언의 힘이 아주 대단하니까 말야.”

사실 예언자 그리스에는 미스라임의 수호신이자 지혜의 신 에크네의 화신체였다.

그 사실을 몰랐으니 분명 도와줄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잘하면 다른 아이들도 함께할 수 있을지도…….’

에디린은 격하게 반대하겠으나 가능한 방법이 있는 한 그녀들을 결코 그냥 두고 갈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함께 할 수 있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함께 하고 싶었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에디린을 설득하겠다고 다짐하는 아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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