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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109화 (109/178)

제109화

109화. 1차 마족 침공(1)

“자작. 그리고 마차가 아닌 말로 가겠습니다. 준비해주시겠습니까?”

당연히 무인이라면 마차가 아닌 말을 타야 한다고 생각했었던 조니 자작이었다. 그래서 그 말에 아벨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했다.

흔쾌히 그 부탁을 들어준다.

“네. 당연히 준비해 드려야지요. 잠시만 기다려 주시지요. 저하.”

부하에게 명한다.

“저하의 말을 준비해라.”

“네! 각하!”

명을 받자마자 마치 미리 준비해 놓은 것처럼 딱 인원에 맞게 말을 끌고 왔다.

아벨과 일행들은 그 말에 올라타, 도열해 있는 기사들과 마법사들을 지나쳐 곧장 숲과 맞닿은 거대한 잿빛 성벽으로 말을 몰았다.

성내 병사들은 아벨이 온다는 소식을 이미 들어서 아는 것 같았다. 길가에 서서 검은빛 중갑옷을 입은, 말을 타고 달려나가는 아벨을 바라보며 웅성거린다.

“황자 저하께서 정말 오시다니…….”

“살아 돌아오신 지 며칠 안 됐다고 들었는데…….”

“정말…… 정말 우리를 위해 이렇게까지…….”

“역시 정의의 신의 화신이 틀림없어. 분명해.”

“맞아. 정의의 신의 화신이 아니라면 우리를 위해 이렇게까지 할 리가 없어.”

“그래. 그러니 우릴 구해주실 거야. 틀림없어.”

병사들은 갈수록 온몸으로 실감되는 거대한 마기 때문에 두렵고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 정의의 신의 화신인 것 같은 아벨이 자신들을 몸소 도와주겠다며 이 위험한 곳에 직접 찾아왔으니, 감사하면서도 무엇보다 마음에 안정이 찾아오는 걸 느꼈다.

척―! 척―! 척―! 척―!

아벨이 나타나자 경계를 서고 있던 기사들과 마법사들, 병사들이 아벨을 향해 한쪽 손을 가슴에 가져대며 예를 갖췄다.

아벨은 고갤 끄덕이며 그들의 예를 받아줬다. 그리고는 곧바로 성곽에 올라 숲을 둘러보며 기사들과 마법사들이 모이길 기다렸다.

오래지 않아 폰투스의 모든 기사와 마법사들이 모였다.

모두 모였다는 것을 보고받은 자작이 아벨에게 최종 보고를 했다.

“다 모였습니다. 저하.”

고개를 돌려 아래에 모인 기사들과 마법사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황자가 왜 도착하자마자 자신들을 불러 모았는지 의아해하는 얼굴들이다.

그 의문에 휩싸인 얼굴들에게 아벨이 입을 열었다.

“여기 있는 모두가 성녀 다프네 님의 신탁을 들었을 것이다. 그러니 이렇게 전쟁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고 말이다.”

아벨이 도착하자마자 이들을 불러들인 이유는 아무래도 이 엄청난 마기를 느끼며 분명 불안해하고 있을 거란 판단 때문이었다.

이들에게 자신이 왔으므로 마족과 마물들에게서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에서 살 수도 있다는 희망을 심어줌과 동시에 자신감을 되살려 주고자 한 것이었다.

물론 적당한 경계심도 심어주고 말이다.

“이제 정말 며칠 안 남았다. 벌써부터 마기로 인해 이곳의 공기가 따끔거리지 않던가? 게다가 이번 침공에는 마족들이 직접 엄청난 수의 마물들을 이끌고 주신 아그네스의 은총이 내린 이 대륙을 그 더러운 발로 짓밟으려 할 것이다.”

꿀꺽―!

평소에도 마물들이 폭주할 때쯤엔 얼마나 끔찍한지 잘 알고 있었다.

“자네들의 검에 제국의 명운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알다시피 이곳은 더러운 마족들과 마물들의 서식지인 세계의 숲과 맞닿은 곳이니 말이다.”

아벨의 말에 모두가 맞닥뜨린 현실에 절망감을 보이기 시작한다.

적당한 경고를 하여 정신을 일깨우는 것은, 경계심을 심어주는 것은 이 정도면 된 듯했다. 이제 본래 의도인 그럼에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기로 한다.

“하지만 크게 걱정 안 해도 된다. 정의의 신의 은총을 그 누구보다 많이 받은 내가 이곳에 왔으니 말이다. 분명 내가 왔으므로 다른 그 어떤 곳보다 이곳을 도와주실 것이다.”

하지만 쉽사리 절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챙―!

그래서 아벨은 용골검을 뽑아 드는데.

우우웅―!

파지지지직―!

“……?!”

그곳에 모인 모두가 두 눈이 찢어질 듯이 부릅떴다.

“이럴 수가…….”

심지어 조니 자작까지도.

여기저기서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비벼댔다.

도저히 저 아벨의 용골검에서 뿜어 나오는 오러의 세기를 믿지 못하겠던 것이었다.

아벨은 현재 11성 중반의 검사였다.

지금은 11성 초반의 오러를 선보였다.

수아아―

오러를 없앴다.

“혹여라도 우리가 반드시 질 거라고, 반드시 죽을 거라고 생각했던, 안일했던 사람이 있었다면,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정신을 다시 일깨워라. 우리가 반드시 승리할 거라고 말이다. 최상위의 신인 정의의 신의 가호를 받는 에브니아 대륙 최강대국 티레시아스 제국의 황자인, 위대한 용사 카인의 후손인 나를 믿고 말이다.”

* * *

아벨이 폰투스에 도착한 지도 벌써 사흘째 밤이 되었었다.

그 날도 성곽에 올라 마기가 풀풀 풍겨 나오던 세계의 끝을 활활 타오르는 횃불 사이에서 바라보고 서 있었다.

그런 아벨을 바라보는 기사들과 병사들은 이제 정말 마족과 마물들이 침공한다는 생각에, 아벨이 끌어올렸던 투지와 희망은 사라지고 다시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다.

아무리 자신들의 옆에 정의의 신의 환신이라 불리는 아벨이 있더라도 말이다.

“……안 오진 않겠지……?”

“……안 왔으면 좋겠는데…….”

“……정말 평화로운 세상이었는데…… 갑자기 왜…….”

“……그러게…… 정말 평화로운 세상이었는데…….”

“……성녀 님의 말이 사실이 아니길 바랐었는데…….”

하지만 엄청난 사기와 마기가 세계의 끝에서부터 점점 짙어져 가고 있어 그들도 도저히 모를 수가 없었다.

아벨 역시 그 기운을 느끼고 있었는데, 그래도 백성들이 거의 다 빠져나가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많이 죽겠지만.’

그럼에도 많이 죽을 것이었다.

하지만 마멸단 창설을 위해선, 전 세계의 인간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기 위해선 꼭 필요한 이벤트라 어쩔 수 없었다.

‘내 마족 멸살 사명을 위해선 감수해야 해.’

끼야아아아아아악―!

숲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마물들의 비명이 마치 여자의 비명 같아 소름이 끼쳤다.

옆에 있던 죠슈아가 심각한 얼굴로 말한다.

“정말 엄청난 마기입니다…….”

로디아도 두려운 표정으로 덧붙였다.

“피부가 따끔따끔해요…… 소름 끼치기도 하구요…….”

지산도 긴장되는 얼굴로 동의한다.

“이렇게나 강한 마기라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가 온다는 것인지…….”

두려워하는 일행을 바라보며 말한다.

“걱정 말아라. 지원군이 올 테니.”

일행들에게도 처음 말하는 것이었다.

스파이가 있을 수 있기에 말이다.

“……?”

모두 의아한 얼굴이다.

“물론 그 지원군은 나만을 보호할 것이지만. 마물을 직접적으로 나서서 해치우지는 않을 것이니 크게 기대하기는 힘들겠지만 말이다.”

로디아가 의문 섞인 표정으로 묻는다.

“그렇다면 큰 도움이 안 되지 않을까요?”

그 생각을 이해한다는 듯이 바라본다.

“내가 그 모든 마물들보다 강한 마족들을 공격할 것이다. 그렇다면 지원군은 나를 도와 마족들을 없애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니. 마족들만 처리해도 엄청난 도움이 될 거다.”

“아…….”

“최소 셋 이상의 마족들이 올 것이니.”

전에 마족에 의해 크게 다친 아벨이 떠올랐다.

“괜찮으시겠어요……? 마족들이 결코 만만치 않을 텐데…….”

“걱정 말아라. 지원군은 더 대단한 분이시다. 아무튼 나는 먼저 마족들을 처단하러 갈 것이니, 너희들은 조니 자작이 정해준 자리에서 마물들을 막는 걸 도와주었으면 한다.”

다들 아벨의 말에 자신감을 얻는다. 그들도 마족들이 얼마나 이 전쟁에서 큰 영향을 끼치는지 잘 알고 있던 것이었다.

그런데 아벨과 지원군이 가장 까다로웠던 마족들을 해결해주겠다니.

이젠 할 수 있다는 마음이 더욱 커졌고 불안을 떨치고 결의에 차 고개를 끄덕인다.

“알겠습니다. 저하. 맡겨주시지요.”

그때 어느 기사 하나가 와서 말한다.

“저하. 지금 오우거들을 필두로 마물들이 쉬지 않고 밀려오고 있습니다. 2시간 이내에 도달할 것 같습니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용혈갑의 투구를 착용한다.

“준비를 해야겠군. 너희들도 배정받은 위치에 가서 준비하도록 해라.”

“네. 저하.”

각자 배정받은 자리로 이동했다.

그리고 아벨은 조니 자작을 만나러 갔다.

‘에디린이 있을 때 반드시 다 죽여야 해.’

러네이가 그 이후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다.

“집행자들에게 끌려갔을 가능성이 커.”

에디린은 그렇게 추측했다.

‘에디린도 집행자들이 끌고 갈 수 있을까?’

에이션트 드래곤이니 불가능할 것이다.

문득 작년 에디린이 에이션트 드래곤 반열에 들어갈 때가 떠올랐다.

그 휘황찬란하고 경이롭던 광경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엄청난 마력이 세상을 뒤엎을 것만 같이 천지에 진동했었다.

‘하지만 에디린도 언제 날 떠날지 몰라.’

그녀가 지금은 예전 러네이처럼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있지만 항상 최악의 상황은 염두에 두는 게 좋았다.

‘나도 예측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들이 닥쳐와 혹시 모르지만.’

그리고 그렇다고 손 놓고 바라만 볼 수는 없다.

조니 자작은 활활 타오르는 횃불 옆에서 멀리 먼지를 풀풀 풍기며 다가오는 마물들의 군단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에게 다가가 부른다.

“조니 자작.”

“아― 저하. 오셨습니까.”

“드릴 말씀이 있어 왔습니다.”

그는 이 어린 황자가 아직은 전쟁에 익숙하지 않아서 다시 한 번 작전을 확인차 온 것이라 착각했다.

기특한 손자를 대하듯 인자한 얼굴로 말한다.

“네. 말씀하시지요.”

아벨은 이 다급한 순간에 왜 그런 얼굴일까 생각했지만, 아무튼 할 말을 한다.

“마족들이 가까운 곳에서 성벽을 허물 고위 마법을 준비하고 있을 것입니다.”

생각도 못 한 말에 당황하던 조니 자작이다.

“마족들이 말입니까?”

“네. 분명 마족들이 마법진을 써 대운석마법과 같은 고위 마법을 준비하고 있을 겁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이다.

만약 정말이라면 단 몇 시간도 버티지 못할 것이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아니 믿고 싶지 않다는 얼굴로 묻는다.

“……그런데 저하께선 어떻게 아셨습니까?”

“자작께서도 제가 드래곤과 함께 사라졌다는 소문을 들으셨을 겁니다.”

“아…… 맞습니다만…….”

“그 드래곤은 제 스승님입니다. 그리고 그분께서 지금 이곳에 계시는데 그분께서 알아봐 주셨습니다.”

“……?!”

“제가 그분과 함께 처리하고 오겠습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괜찮습니다. 도와주실 테니.”

드래곤이 도와준다니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정말 다행이군요.”

“마족들을 해치워도 마물들은 예정대로 들이닥칠 것이니 자작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전 바로 출발해보겠습니다…….”

곧장 비행마법으로 날아간다.

조니 자작은 ‘마검사라고 하더니 역시인가.’ 하는 다시 한 번 감탄하는 얼굴로 아벨이 날아가는 것을 바라본다.

‘정말 어마어마하군…….’

아벨이 하늘에서 내려다보니 엄청난 양의 마물들이 무시무시한 마기를 내뿜으며 성벽을 향해 다가오는 게 보였다. 마물들의 행렬이 정말이지 끝이 없었다.

그런데 마족들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는데, 그들은 숨어서 마법진을 발동시키고 있을 것이었다.

“네가 끝낼 거야?”

어느새 옆에는 에디린이 와 있었다. 그녀는 레어에 갔다가 이틀 전에 폰투스에 도착했었다.

‘최대한 내 힘으로 끝내야 해.’

에디린은 분명 그 어떤 것이라도 아벨이 간절히 부탁하면 들어줄 것이었다. 그래야 훗날 자신이 이걸 빌미로 아벨에게 부탁할 수 있을 것이기에.

하지만 그러한 계책에 넘어갈 아벨이 아니었다.

“네. 에디린 님께서는 지켜만 보시지요. 에디린 님께 그간 배운 것을 보여드릴 테니.”

마법진을 발동 중이었다면, 그 역겨운 것들은 자신의 손에 손 쓸 틈도 없이 죽을 것이다.

“그래? 뭐. 네 뜻이 정 그렇다면.”

서운하면서도 서운하지 않은 척하려고 했다.

그럼에도 아벨은 결코 넘어가 주지 않는다.

“잘할 수 있습니다. 누가 스승인데 말입니다.”

예상과는 다른 아벨의 반응에 입술을 삐쭉 내민다.

“하긴 뭐 당연한 거긴 하지. 내가 스승이었으니. 좋아. 스승으로서 사랑하는 제자에게 한 가지 팁을 주자면, 고위 마법진은 그 빌어먹을 검으로 없애고 마력의 흐름인 꼬인 마족들에겐 우주 최강 검법인 신뇌전마검을 잘 쓰면 될 거야. 그럼 화이팅.”

씨익―

“걱정 마시지요.”

“아무튼 그럼 나를 따라와. 내가 어디에 있는지만 알려줄게.”

슈웅―!

순식간에 마족들이 심혈을 기울여 고위 마법을 생성하는 곳에 도달했다.

도착하자마자 천혜안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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