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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10화 (10/178)

제10화

10화. 제국 아카데미 루드스(2)

아벨은 제시와 제니에게 살짝 고개 숙이며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한다.

“정말 감사했어요. 제시, 제니.”

항상 무표정이었던 그녀들도 이번만큼은 아벨의 진심 어린 말에 살짝 당황하면서도 뭔가 감격해 하는 표정이다.

미묘하게 얼굴에 변화가 있었다.

“……아닙니다. 저하. 저희들은 저희들의 임무를 수행했을 뿐입니다.”

“맞습니다…… 응당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런 그녀들에게 다정히 미소 지으며 말한다.

“아니에요. 저를 구하려고 두 분께서도 여러 번 사선을 넘나들었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정말, 항상 감사했어요.”

“저하……”

“앞으로 두 분을 제 이모들이라고 생각할게요. 물론 전부터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말이에요.”

“저하…… 그렇게까지 않으셔도…….”

“두 분께서 너무 뛰어나시기에 앞으로도 어마마마 곁에 계실지는 모르겠지만, 루드스 졸업 후에 꼭 한 번은 뵀으면 하네요. 제가 이 은혜를 꼭 갚을 수 있도록.”

두 사람의 손을 잡으며 말을 잇는다.

“그럼 부디 건강하게 잘 지내세요. 저 역시 반드시 살아서 루드스를 나갈 테니.”

주륵―

결국 그녀들의 두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린다.

16년을 자신의 아이처럼 키우고 지켜왔었다.

그간 정이 없을 수가 없던 것이었다.

“저하께선 분명 이겨내실 겁니다.”

“주신 아그네스께서 앞으로도 저하를 지켜주실 겁니다. 항상 저하를 위해 기도드리겠습니다.”

아벨의 기억 때문에 그런지 두 사람에 대한 감정이 격해지려고 했다.

적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면 이젠 정말 헤어져야 할 것 같았다.

살며시 손을 놓으며 말한다.

“……다음에 꼭 뵙도록 해요. 그럼 전 이만.”

그리고는 뒤 돌아 곧장 정문을 향해 걸었다.

“저, 저하!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빈센트는 그런 아벨을 황급히 뒤쫓는다.

아벨은 빈센트의 외침에도 자신의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무시하고 계속해서 앞을 향해 걸었다.

‘제시, 제니.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해져서 뵐게요.’

제시와 제니는 훗날 마족 멸살을 위해 아벨이 마멸단魔滅團을 만들어 활동할 때에, 가장 먼저 아벨을 돕겠다며 찾아와준 고마운 사람들이었다.

주원도 소설을 보며 역시 멋있는 누나들이라며 감동받았던 게 떠올랐다.

그녀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강해질 것이다.

‘지금의 난 마나만 10성이야. 반쪽짜리라 할 수 있어. 루드스에서 나갈 땐 검술과 마나 양, 모든 게 최소 11성은 돼야 해.’

물론 8성에서부터 1성 올리는 게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 어렵다 했으나 아벨의 재능이라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었었다.

아벨이 5학년이 되는 해에 ‘1차 마족 침공’이 있어 졸업은 못 하겠지만, 그때 아벨의 성취가 10성이었다.

그러니 충분히 가능한 일인 것이다.

‘그리고 검술들도 최소 10성씩은 완성해야 하고.’

익혀야 할 검술이 뇌전마검과 흑풍흡검, 마고스가 가르쳐줄 월광참검 이렇게 세 가지였다.

황실무고에서 혹시나 하고 월광참검을 찾아보았으나, 현재 현역으로 활발히 활동 중인 검술이라 그런지 황실무고에서 찾을 수 없었다.

‘뭐 나중에 알아서 가르쳐주니까.’

월광참검은 그렇다 쳐도 지금 중요한 건 뇌전마검과 흑풍흡검의 성취도를 최대한 빠르게 올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천고의 검재만 있다면.’

방 안에서 살짝 시험해본 ‘천고의 검재’는 작가 본인도 이제는 사이다스러운 소설을 원해서 준 치트키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사기적인 능력이었다.

그때 빈센트가 아벨의 상념을 깼다.

“여기가 저하께서 공부하실 건물들입니다. 참 멋들어지게 지어놓지 않았습니까? 루드스의 교직원으로서 하는 말이 아니라, 대륙에 루드스보다 더 좋은 환경의 아카데미는 결코 없을 겁니다. 그것만큼은 제가 장담하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연무장을 지나 강의실이 있는 건물들을 지나가고 있었다.

쓸데없이 자부심 넘치는 그를 무심하게 바라보며 말한다.

“그렇긴 하군. 그런데 오늘 일정이 어떻게 되나?”

“네?”

예상과는 달리 아벨에게서 별 반응이 없자 빈센트는 머쓱해 하며 질문에 대답한다.

“아― 네. 공식적인 행사로는 앞으로 2시간 뒤 강당에서 입학식이 있을 예정이고, 비공식적인 행사로는 아마도 저녁에 재학생들이 여는 신입생 환영회가 있을 것입니다.”

“강당은 어디에 있지.”

“바로 저 건물입니다”

손가락으로 거대한 원형 돔 건물을 가리킨다.

“저하께서 지내실 곳에서 우측으로 조금만 가시면 됩니다.”

“그렇군.”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자 루드스의 학생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여학생들은 빈센트의 안내를 받아 걸어가는 아벨에게서 좀처럼 눈을 떼지 못했다.

“어머머머! 누구야?!”

“허얼― 사람이 아닌데?”

“꺅! 남신이다 남신!”

“우리 루드스에 저런 분이 계셨어?!”

“신입생 아냐?!”

“신입생 정보에 저런 고귀한 분은 못 뵀는데?!”

“와아― 근데 사람이 어쩜 저렇게 생길 수가 있냐?!”

“우리 일단 쫓아가 보자!”

아벨이 철가면을 벗고 민얼굴을 드러냈기에 일어나던 현상이었다.

빈센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얼굴에 흉터가 있으셨던 게 아니셨습니까?”

얼굴에 흉측한 흉터가 있어, 그걸 감추기 위해 철가면을 쓴다고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벨의 얼굴에는 어떠한 흉터도 없었고 여학생들이 말처럼 남신이 강림한 것처럼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피식― 웃으며 말한다.

“그럴 리가.”

“아…… 그러셨군요…….”

빈센트는 아벨이 철가면을 쓰지 않은 것뿐만 아니라 자신이 들은 것과는 너무 다른 느낌인지라 적잖이 당황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때마침 기숙사 건물들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저곳이 저하께서 앞으로 생활하실 곳입니다.”

기숙사는 크게 남자와 여자, 황실 자제들을 위한 기숙사 건물들로 나뉘어 있었다.

황실 자제들은 다른 학생들과는 달리 개인 단독 건물들을 썼었는데, 황실 자제들의 기숙사 건물들은 여자 기숙사 건물 옆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아벨은 당연히 황실 자제들이 쓰던 독립된 기숙사에 머무를 것이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이곳은 황궁과는 달리 어떠한 사용인도 둘 수 없다는 점 송구스럽게 알려드립니다.”

“아니다. 황궁도 아닌데 당연하지.”

물론 사용인들을 둘 수 없었지만 황실의 자제들이나, 왕실의 자제들은 아래 귀족들을 사용인들처럼 쓰고 있었다.

‘아벨은 그저 친구를 원했었지.’

현재 많은 신입생들과 재학생들이 아벨을 쫓고 있었다.

‘과연 저 중에 내 정체를 안다면 지금처럼 환대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들도 점점 아벨이 여자 기숙사를 지나 황실 자제들의 기숙사로 다가가자, 자신들이 뒤쫓던 자가 바로 그 소문의 ‘지워진 황자’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아벨 저하셨어?!”

“얼굴이 흉측해지셔서 동쪽 별관에서만 지내신 거라 들었는데!”

“나, 나! 10살 때 황궁 무도회에서 아벨 저하를 봤었잖아! 여억시! 정말 그때랑 똑같이 자라셨네!”

“……진짜 잘생기셨다…….”

“……너무 아름다우시다…….”

“그런데…… 우린 친해져서는 안 되는 거잖아…… 아벨 저하와는…….”

“하아…… 맞아…… 아벨 저하와 친하게 지냈다간 집에서 쫓겨날 거야…….”

“우리 아버님은 지원금을 끊으시겠대……”

“금단의 사랑인 건가…….”

“헐! 안 돼!”

아벨은 자신에 대한 여러 말들을 들으며, 앞으로 살게 될 기숙사 건물로 들어섰다.

황실 자제가 살 곳인 만큼 모든 게 완벽하게 갖춰져 있었다.

빈센트는 부복하며 말한다.

“필요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시길.”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알겠다.”

빈센트가 밖으로 나가자 아벨은 황금빛 소파로 가 앉았다.

푹신―

대단히 푹신한 그 고급스런 소파에 등을 깊숙이 기대며 앞으로 있어질 일들에 대해 떠올려 봤다.

아벨은 제국 아카데미 루드스에서 적잖이 많은 암살 미수와 괴롭힘을 당하게 되지만, 한편으로는 훗날 마족들에 대항해 함께 싸울 많은 동료들도 직간접적으로 만나게 된다.

‘카시드, 지산, 쿠리엘, 로디아.’

마지막에 아벨을 배신했었던 그들도 이제 곧 만나게 될 것이었다.

‘7인의 성검사들 대부분도 만났었고.’

그 7인 중 둘 빼고는 모두 대단히 정의로운 자들이라, 가능하다면 지금부터 친분을 쌓아도 좋을 듯했다.

‘마지막으로 운명의 여자들도 만나고 말야.’

아벨은 성녀 다프네가 아닌, 다른 세 여자와 엮이게 되는데, 아벨의 동갑내기 친구 케이 아슈트반과 두 살 어린 아벨의 진정한 연인이 될 아르시아 다닐레비우스, 그리고 한 살 많은 미스라임의 공주 사나 카르하였다.

세 사람은 훗날 대륙 3대 꽃이라 불릴 정도로 아름다웠고 무예에도 그 재능이 출중했었다.

세 사람 모두 이곳 제국 아카데미 루드스에서 아벨과 만날 예정이었다.

‘케이는 오늘 만나겠군.’

케이는 이번에 함께 입학했을 것이고, 사나는 국왕을 설득하느라 반년 뒤에, 아르시아는 나이가 어려 이 년 뒤에나 입학할 것이었다.

‘사나 같은 경우 그 전에 한 번 볼 거야. 아마도.’

사나가 루드스로 전학 오기 전에, 사나를 미스라임에서 미리 한 번 봤었던 기억이 났다.

그때였다.

딩동―

벌써부터 누군가가 찾아온 것이었다.

‘누구지?’

현관문에 설치된 감시구監視球를 통해 밖에 누가 왔는지 확인했다.

푸근한 얼굴의 덩치 큰 소년과 키가 크고 늘씬한, 도도한 얼굴의 소녀가 보였었다.

셀비 3 황비의 아들딸인, 윌리엄 3 황자와 레이첼 4 황녀였다.

아벨의 기억에 있던 것이었다.

혹시 모르는 정보가 있을까 해서 천혜안을 썼다.

『이름 - 윌리엄 아이테르너스

정보 - 제3 황자. 셀비 우니베르스 3 황비의 장남. 제국 아카데미 루드스 3학년. 5성 검사.』

『이름 - 레이첼 아이테르너스

정보 - 제4 황녀. 셀비 우니베르스 3 황비의 차녀. 제국 아카데미 루드스 2학년. 6성 검사.』

가끔 천혜안의 정보가 너무 짜다고 생각했다.

‘그래. 이거라도 알려주는 게 어디야.’

그러려니 하며 소설 속 둘에 대해 떠올려보았다.

황실의 자제들은 대천사의 피와 드래곤 하트를 기본으로 복용했기에 대개 성취가 높았었고 정의의 신 타티스의 축복으로 재능도 꽤나 출중한 편이었다.

‘둘 중엔 레이첼이 훨씬 더 나았었지.’

같은 검사임에도 여동생 레이첼의 성취가 훨씬 빨랐던 것처럼, 사실 3 황자 윌리엄은 다른 형제들에 비해 조금 모자란 놈이었다.

‘문제는 저 둘이 아니야.’

사실 그 둘보다는 자신이 직접 황제가 되고자 했었던, 그들의 어머니인 셀비 3 황비가 진짜 문제였었다.

둘은 그저 어머니의 명을 받아 움직이는 꼭두각시라 할 수 있었다.

물론 윌리엄이 개인적인 질투심으로 인해, 가끔 우발적으로 아벨을 공격할 때가 있긴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셀비 3 황비의 명으로 공격할 때가 훨씬 많았었다.

‘배신자 카시드의 고모였었어.’

그런 셀비 3 황비는 검술 강국 아덴의 공주 출신으로서, 아벨의 심장을 찌른 배신자 검왕 카시드의 고모이기도 했었다.

아덴 공주 출신인 만큼 그녀 역시 8성 검사였다.

그녀는 아벨을 제거하기 위해, 황태자 하베츠가 제국의 검사들을, 세르지 2 황자가 제국의 마법사들을 이용한 것처럼, 아덴의 검사들을 적극 활용해 아벨을 공격했었다.

‘그래서 윌리엄이 아덴에서 온 학생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었지.’

딩동― 딩동―

그들은 안에서 반응이 없자 계속해서 벨을 눌러댔다.

아벨은 생각을 정리한 후 문을 열었다.

덜컥―

문을 열고는 둘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형님. 누님.”

“어?”

아벨이 철가면을 쓰고 있지 않아서 그런지 매우 놀란 얼굴들이다.

“어, 어 아벨.”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일단 들어가서 얘기할게.”

그러면서 둘은 허락도 안 했는데 기숙사 안으로 들어와 소파에 가 앉는다.

아벨은 그런 둘을 보고는 도저히 얼굴이 좋을 수가 없었다.

구겨진 종이마냥 잔뜩 구겨졌다.

윌리엄은 아벨의 무시무시하게 구겨진 얼굴을 보고는 흠칫했으나, 이내 억지웃음을 지으며 살갑게 말한다.

“……당연히 동생이 루드스에 입학했다는데 한번 찾아와봐야지. 안 그래? 레이첼?”

레이첼은 아벨의 그 구겨진 얼굴이 못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저 아벨을 아니꼽다는 듯이 노려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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