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9화 (9/178)

제9화

9화. 제국 아카데미 루드스(1)

‘그뿐만이 아니야.’

마나 로드로 흐르는 엄청난 양의 마나뿐만 아니라, 마나 로드로도 부족했는지 나머지 다른 혈관들로도 마나들이 녹아 흐르고 있었다.

그 부유하던 마나들은 언젠가는 마나 로드에 유입되어 훗날 아벨에게 엄청난 자산이 될 것이었다.

‘이제부터 시작이야.’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모든 준비는 마쳤다.

새것처럼 변한 손을 들어 바라본다.

그 손에 차오르는 힘을, 당장에라도 폭발할 것만 같은, 생동감 있는 힘을 적나라하게 느낄 수 있었다.

오감 역시 극히 예민해져 있어서, 아무리 먼 곳에 있어도 볼 수 있을 것 같았고, 아무리 작은 소리라도, 아무리 미세한 감촉이라도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최정상급 무인의 육체는 이런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벨이 몸을 움직여서인지 수잔 황비가 깨어났다.

잘 안 떠지는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으음…… 아벨 일어났니……?”

그녀 또한 매우 지친 얼굴이었다.

볼이 움푹 파여 있었고 눈 밑 그늘이 매우 짙어 있었다.

그 가여운 얼굴에 울컥한다.

“네…… 어마마마…… 어마마마도 참…… 편안한 곳에서 주무시지…….”

“난 괜찮단다. 아벨은? 몸은 좀 어떠니?”

언제나처럼 가장 먼저 아벨의 몸이 어떤지 묻는다.

다정스레 미소 지으며 감격에 휩싸여 말을 한다.

“어마마마가 옆에서 지켜주셔서 그런지 모든 게 완벽합니다……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성공할 거라곤 상상도 못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울컥하는 아벨의 손을 따스하게 감싼다.

“우리 아들을 위해서인걸.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또 말해주렴. 내가 할 수 있는 건 모든 다 할 테니까.”

아벨은 수잔 황비의 조건 없는 사랑을 다시 한 번 마음 깊숙이 느낄 수 있었다.

* * *

드디어 제국 아카데미 루드스에 들어가는 날이었다. 떠나기 전 수잔 황비와 다프네와 함께 마지막 티타임을 가지고 있었다.

주원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벨의 기억을 온전히 받은 탓에 감정과 말투, 행동마저 정말 아벨처럼, 제국의 황자처럼 변해 감을 느끼고 있었다.

‘어차피 이곳에선 황자로 살아야 하니.’

딱히 연기할 필요가 없게 되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었다.

‘그렇다면 정말 준비가 끝났군.’

황자로서의 몸가짐뿐만 아니라 루드스에 들어가기 전에 최대한 강해져 가기 위해, 남은 기간 동안 언제나처럼 방 안에서 검을 휘두르며 자세를 가다듬었고, 쉼 없이 카인의 마나 연공법을 시간 날 때마다 수련했었다.

[카인의 마나 연공법 3성 - 17%]

덕분에 3성 초반까지 올릴 수 있었다.

초반이라 그런지 팍팍 올랐었다.

‘완벽해.’

그러니 정말 완벽한 준비라 하겠다.

모든 것에 대단히 만족해하며 앞에 놓인 따뜻한 차를 한 모금 마신다.

그때 그런 아벨에게 수잔 황비가 걱정스레 묻는다.

“정말 괜찮겠니?”

아벨의 만족스런 얼굴과는 다르게 수잔 황비의 얼굴엔 걱정만이 가득했는데, 수잔 황비는 아벨이 왜 제국 아카데미 루드스에 들어가는지 잘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걱정하는 수잔 황비를 향해 괜찮다고 환한 미소로 대답했다.

“네. 어마마마. 걱정 마시지요.”

그럼에도 좀처럼 얼굴을 펴지 못했다.

아벨도 솔직히 걱정 말라고는 했지만, 걱정이 안 되는 게 이상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자주 찾아오셨지. 남 눈치 안 보고 말야.’

그런 이유로 수잔 황비는 아벨이 루드스에 있는 동안 생각보다 자주 보게 된다.

다름 아닌 아벨이 루드스에서도 공격받았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에 말이다.

황제의 만류에도, 황비는 루드스에 황자를 찾아가선 안 된다는 불문율에도 불구하고, 아벨이 정말 잘 있나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 매번 찾아갔었던 그녀였다.

다프네도 수잔 황비를 안도시키기 위해 애써 미소 지으며 말한다.

“맞아요. 아벨 저하께서는 분명 잘 계시다가 돌아오실 거예요. 분명히.”

말은 그렇게 했지만 다프네의 얼굴도 불안에 떨고 있었다.

물론 아벨은 루드스에 가는 걸 오히려 호재로 여기고 있었기에, 자신보다는 황궁에 있을 수잔 황비와 다프네를 걱정하고 있었다.

‘너도 같이 가면 좋을 텐데.’

“다프네 님도 같이 가면 좋을 텐데 말입니다.”

다프네 역시 함께 가지 못하는 것에 대해 짙은 걱정과 슬픔, 안타까움이 담겨 있는 눈으로 아벨을 바라본다.

“그러게요…… 제가 나갈 수만 있었더라도…… 저하를 옆에서 도와드렸을 텐데 말이에요…….”

자신 역시 불운한 운명을 살아감에도 불구하고 수잔 황비처럼 아벨만을 걱정하던 다프네였다.

‘반드시 빼내 주겠다.’

다프네는 아벨과는 달리 하위 신들에 의해 새장에 갇힌 새처럼 평생을 이곳에 갇혀 있을 운명이었다.

10인회의 일원 중 하나가 황실에 있었기에, 신들의 명을 받아 직접 강력하게 제재하고 있던 것이었다.

“잠시만요. 이걸 가져가세요.”

다프네가 자신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빼낸다.

“언젠가는 드리려고 했으나, 이렇게 빨리 드리게 될 줄은 몰랐네요.”

성녀의 상징인, 하얀 마력석이 박힌 대단히 성스러운 목걸이였다.

소설에서도 아벨은 이 목걸이 덕분에 루드스에서 적들의 온갖 공격에도 결국엔 살아남을 수 있었다.

수잔 황비가 놀라서 묻는다.

“그 목걸이는……?”

다프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네. 성녀의 목걸이인 ‘아그네스의 목걸이’에요.”

사실 이 목걸이는 값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의 대단한 목걸이였다.

신의 사자를 치유하고 지키는 성물 중의 성물.

“이 목걸이를 지닌다면 신성력을 얻을 수 있기에 앞으로는 신성 마법을 쓸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또한 무엇보다 자연 치유 기능이 있어서 분명 저하께 큰 도움이 될 것이구요.”

성녀의 성물이라 미안한 마음이 없잖아 있었지만 혹시나 모를 위험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반드시 얻어야 하는 것이긴 했었다.

아벨은 조심스럽게 그 목걸이를 받아들었다.

“……감사합니다.”

목에 걸자마자, 목걸이에서 흘러나오는 성스러운 기운을 곧장 느낄 수 있었다.

“제가 인도하는 길로 목걸이의 신성력을 받아들이세요.”

우우웅―

목걸이에서 새하얀 빛이 흘러나오며 아벨을 감싸 안았다.

다프네는 아벨의 손을 잡고 그 빛이 아벨에게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었다.

아벨은 다프네가 이끌어 주는 길로 성스러운 마나를 받아들였고 그 빛이 온몸으로 흩어지는 걸 느끼고 나서야 더 이상 빛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온몸에 은혜로운 기운이 넘쳐흘렀다.

대천사의 피를 받아들였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었다.

‘다프네.’

그녀는 평생을 본인처럼 주신 아그네스께 선택받은 용사 아벨을 위해 살아갔었다.

소설에선 아벨이 아프고 힘들 때만, 또는 필요할 때만 그녀를 찾았음에도, 그녀는 결코 그것에 대해 서운해하거나 탓하지 않았었다.

그저 아벨이 용사로서 주신 아그네스의 사명 때문에 힘들어하지 않을까, 상처받지 않을까, 아파하지 않을까 항상 걱정하며 자신이 주신 아그네스에게 받은 능력으로 다친 아벨을 치유해줄 뿐이었다.

‘조금만 기다려라.’

지금도 자신의 상징이자 성물인 목걸이를 아무런 대가 없이, 아까워하지 않고 내놓는다.

‘내가 하베츠를 죽이는 그때가, 우리가 자유를 누리는 때다.’

훗날 황제가 될, 아벨의 가장 큰 적이었던 황태자 하베츠만 죽인다면 다프네를 이 빌어먹을 감옥 같은 곳에서 빼내는 것도 꿈은 아닐 것이다.

‘잘 봐둬라. 거지 같은 작가 놈아.’

아벨은 ‘마족 멸살’뿐만 아니라 소설 속에서 작가에 의해 고통받는 캐릭터들을 구하고 싶었다.

그리고 아벨의 재능과 능력이라면 반드시 가능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 * *

제국 아카데미 루드스는 제국의 수도 에스토시아 남문에서부터 말을 타고 3시간 거리에 있었다.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아카데미로써 마치 에스토시아의 인공도시 같은 느낌이었다.

‘출신을, 귀천을 가리지 않고 재능이 있거나, 막대한 돈을 낸다면 누구라도 받아줬었지.’

제국 아카데미 루드스는 불세출의 재능을 지니고 있거나, 남작 정도의 귀족의 1년 치 수입을 1년 치 학비로 낸다면 제국을 떠나 어떤 왕국의 출신이라도 받아줬었다.

“도착했습니다. 황자 저하.”

“그래.”

주원은 아벨이 된 이상 착하게만 살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힘을 어느 정도는 드러낼 생각이었다.

‘1학년 때는 7성이면 충분해.’

보통 1학년 학생들이 높으면 4성 낮으면 3성 정도였기에, 사실 7성 검사의 힘도 과해 보일 정도였다.

‘애들 상대로는 과해 보이지만.’

문제는 황후와 황비들이 마족들도 불러들인다는 것이었다. 마족은 최소가 8성급 강함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소설에서 아벨도 1학년 때부터, 지니고 있던 7성 마력 전부를 드러냈었어.’

아벨은 어머니 수잔 황비를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항상 전력을 다해 전체 1등을 노렸었다.

그리고 자신을 향한 황실의 공격들을 막아내기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이 지니고 있었던 7성 마력 전부를 드러내야 했었고.

‘그럼에도 버거워했었지.’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황실무고에서 만반의 준비를 갖춰 나왔었다.

‘큰 도움이 될 거야.’

그중 용골검이 가장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용골검의 문신을 감추기 위해 끼고 있던 반장갑을 바라본다.

손등에 마력을 주입한다.

다행히도 반장갑을 끼고도 검을 소환할 수 있었다.

착―!

검집마저 묵빛인 검이 손에 들려 있다.

스릉―

검을 뽑아 들었는데, 어찌나 아름답고 든든한지 몰랐다.

마력을 흡수하여 마법을 멸하는 검.

마법사에 특화되긴 했지만, 검사의 검기나 오러에도 반응했기에 검사에게도 굉장한 힘을 발휘했었다.

“…….”

묵빛 용골검의 검신을 바라보다 잡고 있는 손에 시선을 둔다.

그리고 그 시선을 이어 팔과 몸, 그리고 다리.

대천사의 피와 드래곤 하트가 만들어낸 완벽한 육체와 그 육체 아래 흐르는 가늠할 수 없는 활력을 느낀다.

천고의 검재가 만들어낸 기적과도 같은 검술의 체화.

머릿속에 단단히 새겨져 있는 엄청난 양의 마법들까지.

‘완벽해.’

그릉―

검집에 납검한 후.

착―!

손등으로 검을 거둬들인다.

이어 철가면을 잡는다.

‘이딴 것도 이제 필요 없어.’

아름다운 얼굴을 애써 감출 생각이 없었다.

‘황궁에서는 어마마마께서 걱정할까 봐 썼었지만.’

아벨이 황궁에서 굳이 철가면을 쓴 이유는 그들이 수잔 황비를 빌미로 협박을 했었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수잔 황비에게는 아벨을 빌미로 협박했었고 말이다.

‘맹세의 마법을 한 걸 몰랐었지.’

수잔 황비를 지켜주겠다고 황태자와 황자들이 황제에게 맹세의 마법을 했다는 것을 알았었다면 결코 철가면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맹세의 마법은 체결한 후 합의한 맹세를 지키지 않는다면, 마나의 숭고한 힘에 의해 소유한 마나 전부를, 즉 생명을 잃게 되는 마법이었다.

그런 마법이었기에 그 사실을 알았었다면 그렇게까지 수잔 황비의 안전에 대해 걱정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황제가 죽기 전까진 안전하실 거야.’

황제는 아벨이 26이 되던 해에, 황태자 하베츠에 의해 죽게 된다. 그때 황제 앞으로 이어져 있던 이 맹세의 마법의 효력도 사라지게 되고.

그러니 그때까지는 수잔 황비의 안전에 크게 걱정할 필요 없었다.

‘어차피 쓰나 안 쓰나 똑같아.’

그랬다.

그리고 어차피 쓰나, 안 쓰나 똑같이 암살 위협을 받을 것이었다.

철컥―

철가면을 벗는다.

빠직!

철가면을 주먹으로 박살을 낸 후 마차에서 내리자, 중년의 호감형의 남자가 부복하며 말한다.

“빈센트라 하옵니다. 저하.”

그를 향해 천혜안을 썼다.

『이름 - 빈센트 르벤

정보 - 제국 아카데미 루드스 교직원. 하베츠 황태자의 정보원. 7성 검사.』

주원의 기억에 없는 자였다.

엑스트라 정도인 것 같았다.

‘그리고 하베츠의 개였군.’

아벨은 이곳에서도 무엇보다 사람을 조심해야 함을 상기했다.

빈센트는 숙였던 고개를 들며 아벨의 민얼굴을 보게 되었는데, 그 아름답고 차가운 얼굴에 깜짝 놀랐다.

비단 빈센트만 놀란 게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함께 했던 제시와 제니, 그리고 근위기사들까지 깜짝 놀라 아벨을 바라보았다.

그들을 향해 무심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반갑다.”

“……머무르실 곳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잠시 기다려라.”

그리고는 제시와 제니 자매를 바라보았다.

그녀들은 암살자들로부터 혹시나 있을 습격에서 아벨을 보호하기 위해 동행했던 것이었다.

아벨의 가드로서는 마지막 임무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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