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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상점스킬-3화 (3/200)

3. 0레벨 플레이어-3

“크릉!”

“……!”

그리고 놈은 스프링처럼 튀어 올라 자신에게 달려들었다.

푸확!

“커헉!”

놈의 속도가 어찌나 빠르던지 순식간에 오른쪽 어깨가 뜯겨져 나갔다. 그마저도 몸을 돌려 피했기에 어깨로 끝났다.

피가 빠져나가며 정신이 몽롱해졌다.

그 와중에도 진원은 최대한 뛰어서 놈과 거리를 벌렸다.

챙!

싸늘하게 식은 시체 옆에 검이 느껴졌다. 도련님의 검이다.

진원은 어깨에서 피가 흐르는 와중에도 한손으로는 검을 들어 올린다.

다리에 힘이 빠지는지 조금씩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0:51]

‘이대로, 이대로 난 죽는 건가.’

냉정했던, 아니 냉정한 것 같았던 자신의 모습은 이미 사라졌다.

죽음의 순간이 다가오니, 눈물이 핑 돈다. 항상 고생하는 가족들이 떠올랐다.

‘이것이 주마등인가.’

친구 놈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것 정도는 보고 싶었다.

명문대에 진학할 것이라는 동생의 수능 성적도 보고 놀려 주고 싶었다.

그리고…….

축하의 한마디 정도는 해 주고 싶었다.

격려의 한마디도 해 주고 싶었다.

“크르르르.”

놈은 다시 자세를 낮추었다. 그대로 한 번 더 달려들면, 이젠 진짜 죽는다.

“하……. 이렇게 뒈지는 거냐. 나 뭐 하나 제대로 이룬 것도 없는 채로…….”

진원은 어떻게든 방어해 보려고 검을 치켜 올렸지만, 딱히 의미 없는 행동인 듯했다. 포기하고 검을 서서히 내리려고 했다.

띠링.

[상점 개방 조건, “생명의 위협”의 조건을 만족하였습니다.]

[상점이 개방됩니다. 레벨 0을 위한 특전 상품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자신의 귓가를 울리는 알림 음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진원은 재빠르게 눈을 부릅뜨고 상태 창을 열어 상점이 개방된 것을 확인한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을 움직이면서 빠르게 상점을 열었다.

[레벨 0 전용 긴급 탈출 코드 : 1회 무료 구매 가능]

설명을 읽을 시간은 없었다. 빠르게 구매 버튼을 눌렀다.

우웅-.

수중에 빛이 일더니 네모난 메모장 같은 것이 생겨났다. 그것을 빠르게 사용했다.

진원의 몸에 푸른빛이 감돌기 시작하더니, 이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진원에게 달려들었던 괴물은, 그가 사라지자 고개를 홱홱 돌려 주위를 살폈다.

“크르르.”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자, 다시 공간을 열어 비석 안으로 들어갔다.

**

“허억……. 허억…….”

어느 공원의 분수대 앞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잡담을 하고 있던 남자 2명은 무엇을 발견했는지 크게 놀랐다.

“어? 야, 저기! 저기 봐! 사람이 쓰러져 있는데?”

“야야! 빨리 구급차 좀 불러! 피 봐! 피가 안 멈춘다!”

남자 2명은 쓰러져 있던 남자의 어깨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는 것을 보고 서둘러 달려갔다.

“거기 119죠? 네네! 지금 어깨 쪽에서 피가 철철 흐릅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아저씨, 조금만 참으세요! 정신 차려요!”

남성들은 적극적으로 119에 신고해 상황을 전달하고, 다른 1명은 진원이 정신을 놓지 않도록 최대한 옆에서 말을 걸었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옆에서 소리치는 것이 들리지만 시끄럽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진원은 아픈 와중에도 졸음이 몰려와 그대로 눈을 감았다.

**

그 후로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다시 눈을 뜨니 보인 건 새하얀 천장이었다.

어깨에는 붕대가 두껍게 감겨 있었다. 눈이 조금 부셨다.

그리고 왼팔에는 링거가 꽂혀 있다.

누운 자세 그대로, 왼손을 오른쪽 손목으로 옮겼다. 맥박이 느껴졌다.

‘살아 있구나.’

그곳에서 있었던 일은, 악몽이었다. 차라리 악몽이었으면 좋았다.

“오빠! 괜찮아? 흑……. 이 피 좀 봐! 도대체 뭘 하고 온 건데!”

내가 깨어났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는지, 어느새 지원이 병실로 들어왔다.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혀 있었다.

“괜찮아. 그…… 일당 많이 주는 짐꾼이 있길래…….”

“짐꾼? 오빠 레벨도 0이라며! 그런데 도대체 던전에 왜 들어가는 건데!”

그 말을 들은 지원은 화를 내며 진원에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아니, 그게…… E급 던전이라길래……. 그런데 오늘 며칠이야?”

분명히 공원 같은 곳에서 쓰러졌던 것은 기억이 난다.

사람들이 달려와서 뭐라고 말하던 것도.

“하아……. 오빠가 병원에 실려 오고 나서 7일째야. 이제 막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동으로 옮겼어.”

지원은 한숨을 쉬면서 침대 앞에 세워져 있는 의자에 앉았다.

“으윽……. 부모님한테는 말 안 했지?”

몸을 움직이려고 해 보았지만, 상당한 통증이 느껴져 그대로 누워 있기로 했다.

“어떻게 말해! 해외에서 밀린 빚 갚느라 정신없으실 텐데, 오빠 이렇게 다친 거 알면 다시 빚내서라도 오실걸?”

그 후로 7일이라…….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지나 있었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려고 할 때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우루루 병실로 몰려들었다.

“어이, 네가 김진원이냐?”

그리고 그중에 밝은 회색 계열의 이태리 양복을 입은 남자 한 명이 진원의 침대 앞으로 다가왔다. 건방지게 생겼다.

“네. 맞는데요. 무슨 일인가요?”

진원은 초면임에도 그의 건방진 태도에 짜증이 나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무슨 일인가요?’가 아니다, 이 X발련아! 내 동생이랑 우리 길드원이 다 실종 상태라고! 근데 너 혼자만 던전에서 살아서 돌아왔잖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부 말해!”

눈앞의 남성은 얼굴을 붉힌 채로 씩씩거리며 욕을 내뱉었다.

“아저씨들 뭔데요? 뭔데 우리 오빠한테 갑자기 욕질인데요? 환자한테 뭐 하는 짓이에요! 경찰 부를 거예요?”

지원은 그런 남성에게 화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나 스마트폰을 켰다.

“도련님, 진정하십시오. 이렇게 되면 괜히 일만 더 복잡해집니다. 실례했습니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방문해서 죄송합니다. 저희는 피닉스 길드 소속 길드원입니다.”

‘피닉스 길드라……. 이름 되게 촌스럽다.’

길드원 한 명이 진원의 앞으로 다가와 명함을 건네주었다. 덩치가 어찌나 큰지 눈앞의 커다란 벽걸이 TV가 가려졌다.

“저희 길드원과 도련님의 동생이 현재 실종 상태입니다. 그래서 조사를 하던 와중, E급 던전 안에서 포탈이 발견되었습니다. 여기에 들어가셨습니까?”

진원은 그 말에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뱉었다. 그리고 잠시 후 입을 열어,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네. 도련님이라 불리는 사람이 포탈을 먼저 발견했고, 들어가자고 했었죠. 다른 길드원은 그것을 말렸고요. 그런데 아버지에게 이른다고 하니 그대로 따라가더군요. 물론 저도 일당 200만 원이 아닌 1,000만 원을 준다고 하기에 같이 들어갔습니다.”

자신이 마지막에 상점에서 아이템을 구매해 탈출했다는 사실을 숨기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이야기했다.

“마지막에 도련님이 괴물에게 죽는 것을 보시고 의식을 잃었는데 밖이었다. 맞습니까?”

“네. 밖으로 나왔을 때 누군가가 저를 발견하고 소리치는 것까지는 들었습니다.”

그 말을 들은 길드원은 솔직히 진원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포탈이 열렸다고 해도, E급 던전에서 열린 포탈이다.

거기다가 C급 2명에 D급 다수로 이루어진 길드원에, 파티의 도련님은 고가의 장비를 입고 있었다.

E급 던전을 클리어하는 데 과분한 파티 편성이었다.

그런데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전멸했다고? 말도 안 된다.

진원의 말을 듣고 있던 길드원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저희도 물론 포탈 안으로 들어가 조사를 했습니다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네? 으윽!”

진원은 순간 놀라 몸을 일으키려다 어깨에 느껴지는 고통에 이내 다시 누웠다.

“그냥 어둡고 긴 통로에, 끝은 막힌 벽이더군요. 꼼꼼히 살펴봤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담담하게 말하는 진원이 마음에 안 드는지 길드원들은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이 새끼! 분명히 뭔가 숨기는 게 있다! 앞뒤가 들어맞지 않잖아! 어이, 그걸 가져와라!”

여전히 화가 나 있는 듯한 이태리 정장을 입은 놈의 말에 길드원 한 명이 검은색 서류가방에서 무엇인가를 꺼내 건네주었다.

“너 같은 놈한테 쓰는 게 아깝긴 한데 어쩔 수 없지. 이건 ‘진실의 수정구’라는 아이템이다. 10억이 넘는 일회용 아이템이지.”

놈은 씩씩거리며 길드원들을 밀치고 자신의 눈앞에 진실의 수정구를 들이밀었다.

“여기에 손을 얹고 네가 한 발언에 대해 진실이라는 것을 증명해라. 그럼 더 이상 귀찮게 하지는 않겠다.”

다른 길드원들은 그의 행동을 보고 말렸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과하다는 의견이었다.

“도련님, 아무리 그래도 이분은 겨우 하급 짐꾼입니다. 길드원들에게 손을 댈 수 있을 리가…….”

“닥쳐! 나는 분명히 사용한다고 했다. 확실한 대답을 원해.”

그 말에 작게 한숨을 내쉰 진원은, 링거가 꽂혀 있는 왼손을 수정구에 얹었다.

“자, 그다음은 어떻게 하면 되냐?”

“그 상태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진실이라고 말해라.”

“그래. 뭐, 해 주지. 내가 지금까지 한 말은 모두 진실이다.”

그 말에 붉게 물든 수정구가 빛을 내뿜더니, 이윽고 하얀색으로 변했다.

‘내가 했던 발언은 모두 진실이다. 확실하다.’

‘내가 했던 발언’에 한해서는 말이지.

“도련님, 이건…….”

수정구를 쳐다보고 있던 길드원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쯧, 가자. 시간만 낭비했다.”

놈은 하얀색으로 물든 수정구를 옆의 쓰레기통에 던져 넣더니, 다른 길드원들과 몸을 돌려 병실을 나갔다.

“잠깐만! 돈은 받아야지. 1,500만 원이다. 받을 건 받아야겠어.”

진원의 말에 놈은 지갑에서 수표를 몇 장 꺼낸 뒤, 침대로 사납게 던졌다. 그리고 다시 몸을 돌려 병실을 빠져나갔다.

“아니! 뭐 저런 놈들이 다 있어? 오빠는 왜 또 하라는 대로 다 하는 건데! 내가 다 열불나네!”

지원은 그놈의 건방진 태도가 짜증나는지 발로 땅을 여러 번 밟았다.

“……지 가족이 죽었다는데 조금은 봐주지, 뭐. 오, 근데 세 보니까 2천만 원이네. 당분간 살 만하겠다.”

지원은 그런 속편한 말을 하는 진원을 보며 기운이 빠진 듯 한숨을 쉬었다.

“하아……. 난 이제 간다. 얌전히 쉬어.”

진원은 동생이 병실 밖으로 나간 것을 확인한 뒤, 아까부터 노란색으로 깜빡이는 상점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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