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안, 나 죽었어. >
[나는 관종이다(S/SSS)]
설명 : 더 이상 당신과 관종은 분리된 존재가 아니다. 당신이 관종이고 관종도 당신이다. 당신의 모든 선(善)과 악(惡)의 업적은 중립도 아닌 ‘관종’을 향해 나아간다.
* 너도 관종이다 : 당신의 관종력을 전염시킬 수 있다. 스스로 관심에 중독되고 관심에서 힘을 얻는다.
* 관종의 의지 : 당신이 행하는 모든 일은 예술이 된다. 행동, 말투, 외모 모든 것이 ‘호감’이 되고 그 호감에 당신에게 빠져들게 될 것이다. (매력 + 20)
* 미개화
- [미개화] 옵션이 개방됩니다.
- [관종은 어디에나(권능)]가 생성됩니다.
- 일생일대의 [행운]이 당신에게 향합니다.
- [관종은 어디에나(권능)]이 격상(格上)됩니다!
- [권능] 등급에서 [초월등급]으로 격상되었습니다.
- 당신을 표현하려는 강력한 의지에 [세계의 힘]이 반응합니다!
- 5대 힘 중 세 가지 힘을 경험한 당신은 [세계의 힘]을 다룰 최소한의 자격을 얻었습니다.
- 당신은 존재하는 곳과 다른 곳에 ‘강림’할 수 있습니다. 그 존재는 당신과 같지만 물리적인 형상(形像)은 없습니다. 단, 강력한 존재력에 모든 이들이 당신의 형상에 집중할 것입니다.
* * *
이안.
랜슬럿이라는 이명으로 더욱 유명한 영웅. SSS등급. 즉, 신격에 오른 이 시대 최강의 기사.
유럽 기사 가문 [원탁]에서 태어난 막내. 가문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대대로 원탁의 기사와 계약하기 시작한 명문가다.
5명의 자식 중 단 한 명만이 원탁의 기사와 직접 계약할 수 있게 된다. 가장 뛰어난 재능을 지녔으며, 고귀한 기사가 될 성정을 지녀야 한다. 그러면서도 자식 중 가장 강해져야 한다.
100여 년 동안 역사를 써 온 [원탁]에서 막내가 원탁의 기사와 계약한 일은 한 번도 없었다. 게다가 [랜슬럿]이라니, 원탁의 기사 중 최강이라 불리는 신격이었다.
그는 올곧고 강하게 성장했다.
유럽에서 발발한 [게흐의 창 사태], [북해 전쟁], [바실리스크의 습격] 등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고 러시아, 중국, 미국 등을 지원하며 많은 재앙(災殃)을 물리쳤다.
그리고 인간의 손이 거의 닿지 않는 아마존에 도착했다.
시기와 질투로 가득한 가문 사람들. 음모와 암살이 난무하는 세계 각 정부. 그를 밀어내기 위해 정치질하는 영웅 협회.
모든 게 싫었다.
싸우고 싶었고, 인류를 위해 모든 걸 바치고 싶었다.
그래서 찾은 게 아마존이었다.
지저의 괴수가 나오면 싸웠고, 숲의 지배종이 습격하면 죽였다. 화룡족, 엘프, 빙조. 모든 게 인간을 적대했고 스스로 강성해지기 위해 다른 종족을 멸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다.
그런데.
작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작은 소녀가. 그것도 후보생이 랜슬럿의 자식이지만 그보다 훨씬 강하다는 [갤러해드]라니! 그것도 지저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전쟁의 원인!
하지만 울림이 있었다.
그녀를 따르라고.
지금 그녀만이 이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마치 오래전 사진으로만 봤던 아서 왕이 후예를 보는 듯했다.
그래서 검을 들었다.
그녀의 옆에서.
평생을 원수로 지냈던 드몽도 합류했다. 드몽의 가문과 이안의 가문은 서로 풀 수 없는 원한 관계를 지니고 있었다. 개인과 개인도 마찬가지다.
항상 같은 도시를 지키기 위해 싸웠지만 등을 돌리고 있었다. 다른 방향을 바라봤고 서로 눈 한 번 마주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둘은 같이 싸우고 있었다.
중앙에 갤러해드의 후예를 두고, 다음 가는 최강의 기사 두 명이 그녀를 지키고, 그녀의 목적을 위해 싸우고 있었다.
그때 하늘 위에서 강렬한 존재력이 느껴졌다.
신격의 강렬한 기세와는 전혀 달랐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 뺨을 슬어 자신을 바라보게 하는 느낌이랄까.
해가 지기 시작해 강렬한 노을이 하늘 전체를 뒤덮고 있는 배경. 그 중심에 무언가 생겨났고 전장의 모든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어떤 느낌인 줄 안다.
거부할 수 없는. 아니, 전혀 거부하고 싶지 않은 욕구.
그것이 전쟁을 멈췄다.
그리고 그곳에 생겨난 것은 한 남자의 형상이었다. 살짝 반투명했기에 그곳에 실제로 존재하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이한성.
이한성이다.
도시에서 카메라를 들고 이상한 포즈를 취하곤 방송을 하는 관심종자. 그런데 어떻게? 아까 갈라윈, 에프엘, 이아인이 있는 곳에서 죽는 걸 봤다.
이안은 신격에 들었기에 알 수 있었다.
그 일격은 절대로 피할 수 없으며, 한성은 살아남을 수 없다고. 육체는 기화되었고 영혼마저 타 버렸을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영혼인가?
한성이 입을 열었다.
모든 전장에 똑똑히 들리도록.
『 나는 죽었다. 』
왜인지 모르겠다.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본능이었다.
『 하지만 의지는 이곳에 있다. 』
한성의 몸에 하얀빛의 갑주가 씌워지기 시작했다. 다리, 팔, 상체. 그리고 방패와 검. 그것은 소용돌이치는 강렬한 기세를 뿜었다.
그리고 누군가 입을 열었다.
“아서.”
“팬드래건.”
“킹 아서.”
그제야 이안도 그가 든 검을 볼 수 있었다.
하얗게 빛나는 아서 왕의 검.
엑스칼리버. 신화속에서만 볼 수 있었던 왕의 검.
왜?
어떻게 그가 저 검을 지니고 있을까.
『 나의 검, 엑스칼리버. 』
한성의 형상이 커졌다.
한쪽에 있던 갤러해드의 검처럼.
툭.
그는 성검 엑스칼리버를 바닥에 꽂았다.
분명 물리력은 없어 보였는데, 바닥에 꽂힌 검은 너무나도 현실적이었다.
『 이 검을 쥔 자. 』
한성의 얼굴은 조금 변해 있었다.
약간의 변화. 원래부터 친했던 사람이 아니라면 알 수 없는 변화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한성은 신화 속 아서 왕과 너무나도 닮게 변했다.
권능을 넘어선 초월권능.
그것은 신격에게도 통하는 권능이라는 뜻이다.
이안도 어느새 그 형상이 한성이라는 후보생이었다는 것을 잊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든 시선이 그 검으로 향했다. 동시에, 강렬한 소유욕이 차올랐다.
『 빛을 얻을 지어다. 』
그 한마디는 전장의 모든 신격을 자극했다.
누군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들었던 발톱을 내려놓고 몸을 돌려 한성에게로 걷는다. 누군가는 천천히 뛰기 시작했고 누군가는 날개를 폈다.
『 초월 신화의 업적을 가능케 하는, 』
한성은 눈을 감았다.
『 성배를. 』
그 한마디.
전장은 다시 활성화되었다. 목적인 안혜림과 갤러해드의 검에서 엑스칼리버로 변하긴 했지만 말이다.
안혜림은 뒤로 물러났다.
이안과 드몽. 그리고 원탁의 기사 전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눈빛으로 안혜림을 바라봤다.
“저 미친놈.”
안혜림은 알 수 있었다.
저놈은 처음 등장했을 때 분명 그 특유의 자세를 취했다. 다른 이들은 몰랐을 거다. 당연히 저 먼 곳의 모습을 잘 보이지도 않았으며 소리도 들릴 리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바로 앞에서 찍은 카메라에는 담겼다.
그리고 그것은 전 세계로 송출되고 있었다.
결국, 이 방송을 본 사람만 저게 연출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전쟁에서 그의 방송을 보는 사람? 당연히 없다.
안혜림과 친구들은 한성의 죽음을 보고 혹시나 해서 방송을 틀었는데, 방송이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전투 중에도 스마트 워치를 끄지 못했다.
그런데 이런 짓을 꾸미고 있었다니.
“갤러해드의 후예님?”
옆에 서 있던 이안이 안혜림에게 물었다.
안혜림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이안은 신화였다. 안혜림뿐만 아니라 모든 영웅과 일반인에게 십선(十善)은 그야말로 인류 최강의 선(善). 당연히 스타였으며 존경받는 위인과 같은 존재였다.
갤러해드의 힘을 받고 그의 검을 얻기 위해 움직일 때는 몰랐다. 본능에 의해, 갤러해드의 의지에 의해 움직였으니까.
그런데 저 미친놈 때문에 정신을 차렸다.
안혜림은 숨을 크게 들이쉬곤 입을 열었다.
“바, 반갑습니다. 이, 이안님. 아니, 왜 말이 더듬어지지. 아하하. 하. 하.”
“······갑자기 왜 이러시죠?”
“아닙. 아닙니다. 일단 우리는 뒤로 물러야 합니다.”
“······왜죠? 저게 정말 엑스칼리버라면. 아니, 가짜일 리가 없습니다. 어떻게든 저것을 얻어야 정상입니다.”
안혜림은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어떻게 했길래 신격을 얻은 이안이 아무것도 모르고 저렇게 속는 것일까. 하긴, 저 앞에 괴수들도 마찬가지다. 하나같이 지배종에 신격이라는 것들이 몇 마디 했다고 저렇게 달려간다.
제대로 농락당한 거다.
안혜림은 생각했다. 과연 한성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왜 이렇게까지 해서 저들을 혼란시킨 것일까. 그렇게 한다면 뭐가 변할까.
많은 괴수가 가짜 엑스칼리버로 향했다.
저들이 손잡이를 잡는 순간 저게 가짜라는 것을 알지 않을까? 그렇다고 지금 당장 갤러해드의 검으로 가? 그쪽도 괴수들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빠르게 뚫고 싶어도 그게 안 됐다.
그런데 그때.
저 멀리서 무언가 나타났다.
[뱀룡족]의 왕. 마치 한반도에 등장했던 해룡을 보는 듯한 거대한 신격. [헤게니온]이라는 이름의 왕이 이곳에 ‘본체’의 모습으로 등장했다.
또 하나.
그 옆에는 한반도의 해룡이 있었다.
저것들이 어디서 나왔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저게 아군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떻게 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아마 한성이 개입했을 것이다.
하지만.
저것만으론 갤러해드의 검을 차지할 수 없다. 저 둘이 강력한 신격인 것은 확실하지만, 이곳엔 더 강한 신격이 많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수천, 수만의 뱀룡족이 뒤를 이어 하늘을 뒤덮었다.
“우리도 가죠.”
안혜림은 뒤로 무르려다 검을 고쳐 잡았다.
지금 가야 한다.
그녀는 원탁의 기사를 이끌고 엑스칼리버가 아닌 갤러해드의 검이 있는 곳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저 엑스칼리버가 가짜라는 것을 깨닫기 전에 갤러해드의 검을 쥐어야 한다.
그게 한성이 원하는 거겠지.
* * *
운이 좋았다.
한성은 바로 부활하려다 [관종은 어디에나]를 얻을 수 있었으니까. 왜냐, 부활은 한 번 쓰면 끝이다. 사전 연출도 필요하고 분위기도 극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하지만 이 특성은 계속 쓸 수 있으며 ‘부활’을 위해 분위기 전환용으로 쓸 수 있으니까.
방금처럼 한성이 죽었음을 알리고 영혼 상태였지만, 방송에도 출연하면서 그들에게 혼란을 주고 인지도 포인트까지 끌어모을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었으니까.
한성은 유유히 하늘 위에 떠서 전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참여하고 싶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연출로 적의 전력을 분산시켰다. 거기에 해룡을 불러냈고 성시연이 지니고 있던 뱀룡족의 여왕의 알을 가져다 그들에게 돌려줬다.
그 덕에 뱀룡족의 모든 전력은 이 전쟁 동안만큼은 인간의 편에 서 준다는 약속을 받았다. [헤게니온]은 지저세계가 아닌 하늘 위의 하늘. 즉, 천외천(天外天)이라는 신격의 세상에서 내려왔다.
지저세계는 뱀룡족의 여왕이.
하늘엔 뱀룡족의 왕인 [헤게니온]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 모든 게 한성의 편이 된 것이다.
“제발.”
한성이 방금 그런 연출을 한 것은 전장의 모든 관심과 수억의 시청자에게 관심을 받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인지도 포인트는 지금도 쭉쭉 올랐다.
7만, 9만······ 그리고 10만까지!
- 인지도 포인트 : 110,202
한성은 시스템 상점으로 들어갔다.
약력은 구했고 마력 지배라는 것으로 마력의 근본에 도달했다. 거기에 시간과 공간으로 중력을 반쯤은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장 강한 힘을 지닌 ‘강력’과 모든 물리적 현상의 근본이 되는 ‘전자기력’은 구할 수 없었다.
“뭐가 더 필요할까.”
중력을 완벽하게 만드는 것.
강한 핵력을 얻는 것.
아니면 전자기력?
한성은 하늘을 바라봤다.
부활, 구원, 영웅, 성배.
그것은 ‘빛’이다.
한성은 빛이 되기로 했다.
한성은 하나를 선택해 바로 배웠다.
< 미안, 나 죽었어. > 끝
ⓒ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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