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종 드래곤의 탄생 >
“자, 다음 나와주세요.”
종종 주무기와 완드를 동시에 선택하는 사람도 보인다.
다른 아카데미에선 절대로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이었지만, 천재 중 천재만 모이는 [대한민국 영웅 아카데미]에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한성도 그중에 하나였다.
주무기는 ‘검(劍)’이었고 ‘검사(劍士)’였지만, 완드도 버릴 순 없었다. 그래야 두 군데 모두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으니까.
‘좀 빡세긴 하겠지만.’
마법 쪽 메인 캐릭터와 검 쪽 메인 캐릭터 모두 포기할 수 없다. 자연스럽게 인연을 맺는 것에 ‘조별 수업’만큼 좋은 건 없었으니까.
“검과 완드군요.”
“네, 둘 다 포기할 수 없어서요.”
한도석 강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이한성 후보생. 대단합니다. 앞으로 우리나라를 빛내줄 영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네······?”
이거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다.
“검과 마법으로 일가를 이룰 수 있겠다는 마인드. 아주 좋아요. 하지만 그것도 재능이 있어야 가능하죠······.”
한도석 강사는 한성처럼 다른 무기와 완드를 선택한 다른 후보생을 훑었다.
“바로 이한성 후보생처럼요.”
“그, 그건.”
“아무나 두 가지 주무기를 선택하는 게 아닙니다. 아무리 이 아카데미에 들어온 천재라고 해도 가능성이라는 게 있고, 한계라는 게 있으니까요.”
이한성은 뒤쪽에서 따가운 눈총이 느껴졌다.
한도석은 그것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 말을 이어갔다.
“두 가지를 동시에 선택한 후보생은, 언제든지 하나를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잘 생각하고 선택했으면 좋겠네요.”
툭툭. 한도석 강사는 한성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아주 듬직하고 마음에 든다는 부담스러운 눈빛으로 말이다.
“이한성 후보생. 기대 많이 하고 있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한도석 강사가 원래 철저한 실력 주위자긴 했다.
하지만 이건 좀 아닌 거 같은데.
‘지금 천재들끼리 내외하는 거야 뭐야.’
‘와, 범재와 천재의 차별 쩐다.’
‘이한성 저건 못생긴 게 엄청 나대네.’
‘아니야, 얼굴은 좀 괜찮아지는 거 같은데?’
‘거기서 거기지 뭐.’
한성은 조용히 들어왔다.
아무래도 매력을 올리는 게 시급한 일인 것 같다. 그래도 원래 얼굴이 비호감까지는 아니었기에 전 회차 때도 매력으로 이렇게 고생해 본 적은 없었다.
생각보다 매력의 영향력이 엄청났다.
‘매력부터 올리자.’
전공 분류를 마친 한도석 강사는 후보생에게 맞는 수업을 상담해주고 적절한 시간표를 짜기 시작했다. 한성은 최대한 메인 캐릭터와 겹치게 시간표를 작성했다.
* * *
한성은 수업을 끝내자마자 기숙사로 달려왔다.
알을 품을 시간인 거다.
“좋아. 오늘 안에 끝내본다.”
- 한성님. 너무 무리하시면 안 됩니다.
“괜찮아. 오늘만 하면 되니까.”
한성은 전에 쓰다 남은 [중급 마력 링거]와 [중급 체력 링거]를 꺼냈다. 거기에 [활력 포션] 몇 개를 구매해 옆에 비치했다.
인지도 포인트가 쭉쭉 나갔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다.
“시작해 볼까?”
한성은 카메라를 올렸다.
적절한 제목을 떠올려 본다.
[SS등급 드래곤 부화하는 방법!(거의 인간 필터)]
“캬, 조회수 폭발하겠다.”
이 정도면 튜브 금수저라 할 수 있겠다.
커뮤니티에 이런 말이 돌았다.
- 삼송의 이재영 부회장이 튜브를 한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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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 실세, 최씨에게 협박당한 썰]
[구치소 다녀온 후기!]
[아버지가 부른 아가씨 근황······?]
“아, 이건 아니고.”
아무리 게임이라도 말조심은 해야 하니까.
[드래곤 알 부화기]부터 해서 앞으로 [드래곤 육아 일기]에 [드래곤에게 마법을 가르쳐 봤습니다!]와 [드래곤 손톱 깎으니 용아병이 나오다!?]까지.
상상만 해도 정말 어마어마한 컨텐츠였다.
한성은 링거를 꼽았다.
찰칵.
헤일렌이 섬네일을 뽑았고.
한성은 작업을 시작했다.
링거를 살짝만 열고 마력을 붓기 시작한다.
- [어린 드래고니안의 알(SS)]이 마력을 흡수합니다.
- [어린 드래고니안의 알(SS)]이 혈액을 흡수합니다.
- 과도한 마력 소모로 [마력 탈진]······.
- 마력이 회복됩니다!
- 다량의 혈액이 손실됩니다!
- 체력을 회복합니다.
- 부족한 혈액이 생성됩니다.
이런 식의 문구가 반복되어 올라갔다.
척추가 찌릿찌릿하고 머리가 핑핑 돌았지만, 부화할 것만 생각하면 이 정도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중급 링거를 통째로 다 썼을 때.
- [어린 드래고니안의 알(SS)]이 부화를 시작합니다.
그 문구와 동시에 알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예상보다 훨씬 쉬운 부화라 생각할 수 있지만, 계산해 보면 혈액 수십 리터, A급에 이르는 상급 영웅이 탈진할 정도의 마력을 사용한 거라 볼 수 있다.
까득. 까드득.
한없이 단단해 보였던 껍질이 쉽게 부서졌다. 하얗고 날카로운 발톱이 틈을 비집었고 아직은 여려 보이는 하얀 비늘에 뒤덮인 손이 푹 하고 튀어나왔다.
“그래, 옳지. 잘한다.”
한성은 조용히 응원했다.
부화는 스스로 이뤄야 하는 것.
주변에 은은한 백색 마력이 서리기 시작한다.
역시 드래곤의 피.
태어날 때부터 이런 이펙트라니.
까득. 까드득.
그러다 작은 구멍이 생겼을 때, 무언가 확 튀어나왔다. 하얀 비늘, 크고 초롱초롱한 파란 눈동자. 부드럽게 곧게 뻗은 두 개의 뿔.
“크아앙.”
“하, 하품까지 귀여워······!”
포효인지 하품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작은 드래곤은 반짝이는 눈으로 한성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크앙?”
“그래. 내가 너의 아빠다.”
“크아아앙!”
드래곤이 그 소리를 듣자마자 힘차게 껍질을 부수며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몇 분을 발버둥 치더니 결국은 두꺼운 꼬리까지 빠져나올 수 있었다.
완벽했다.
두껍고 단단한 꼬리, 순백처럼 새하얀 비늘들. 마치 모찌처럼 앙증맞은 두 손과 꽉 쥐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통통한 발.
“귀, 귀여워!”
한성은 드래곤을 꼭 끌어안았다.
부비부비.
해츨링임에도 웬만한 검기를 막아낼 단단한 비늘이다. 그런데 어쩜 이렇게 부드럽고 매끄러울 수 있을까.
“이제부터 너의 이름은 이하얀이다.”
“크아앙!”
하얀은 기분 좋다는 듯 포효했다.
한성은 이하얀을 기분 좋게 끌어안으며 [정보 열람]을 사용했다.
[상태창]
이름 : 이하얀
능력치 : [근력 30] [속도 30] [민첩 30] [체력 30] [감각 30] [마력 72] [정신력 54] [지능 7] [매력 50] [행운 79]
잠재력 :412/1,000
고유 능력 :
특수 능력 :
특성 :
드래곤 하트(A/SSS), 용인(龍人)(A/SS), 가드니스의 권능(미개화/SSS), 세이르멘의 핏줄(미개화/SS), ■■■(미개화/???)
“와······.”
말도 안 되는 능력치.
역시 인간이라고 볼 순 없었다.
마력 72는 물론이고 행운까지 79라니.
‘새삼 내 행운이 대단해 보이긴 하네.’
총 잠재 능력치가 1,000이다. 플레이어만 가질 수 있는 최대치의 잠재 능력치인 거다.
그것뿐인가.
하지만 특성을 봐라.
태어나자마자 숙련도가 A인 SSS등급 드래곤 하트. 말 그래도 드래곤 하트를 지니고 있기에 표시된 특성이다. 마력의 바다, 마력의 보고, 마력의 원천 등등.
수많은 말로 표현되지만, 결국은 [무한한 마력]이 가장 알맞는 말일 거다.
거기에 [용인], [가드니스의 권능], [세이르멘의 핏줄]까지. SS등급 이상이다. 아마 이 특성은 개화하는 순간부터 중급 이상의 숙련도를 채우고 시작한다.
용혈(龍血)의 기본 패시브다.
‘그것보다 더 대단한 건 비어있는 고유 능력과 특수 능력.’
드래고니안은 플레이어처럼 상성에 상관없이 어떤 이능이든 배울 수 있으며, 모든 이능의 숙련도를 C등급에서부터 시작한다.
“흐흐흐. 크흐흐흡.”
그러니 한성이 좋지 않을 리가 없었다.
이번 생에. 아니, 이번 플레이 최대의 기연이 아닐까.
* * *
한성은 하얀이를 안고 잠깐 잠에 빠졌다. 정신을 차렸을 땐 하얀이 더 깊게 잠든 상태였기에 한성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튜브에 올린 영상을 확인했다.
[마력 회로 응용 끝판왕!(feat.누구든 만들 수 있는 크리쳐!)]
- 와, 미쳤다. 저게 가능한 거였어?
- 아닌데, 나 마법사 상급 과정인데 아무도 못 함. 근데 보면 따라 할 순 있을 것 같아. 마법진하고 회로 자체가 어렵진 않아.
└ 사칭 ㄴㄴ 인증해보셈.
└ 네가 3년 차면, 난 S급 대마도사다.
└ 나 마법사 맞는데;; 님들 뭐임.
- 근데 진짜 예쁘다. 없어질 때 마음이 다 아픔.
- 안녕하세요. [세상에 저런 일이]입니다. 혹시 괜찮으시면······.
└ 사칭 ㄴㄴ 인증해보셈.
└ 이 사칭무새는 뭐지.
└ 사칭 ㄴㄴ 인증해보셈.
└ 미친놈.
“현실이나 게임이나 관종들이란. 쯧쯧.”
AI 하나는 정말 완벽하게 만들어 놨다. 하긴, 메인 캐릭터는 물론이고 어떤 인물을 봐도 완벽한 인간이다. 가끔은 무서울 정도로.
한성은 다음 영상을 살폈다.
[세르게이와 두 번째 대결!]
- 와, 이건 볼 때마다 예술임. 거의 힐링 영상.
- 아름답다. 저게 춤이냐 검술이냐.
- ㅜㅜ우리 세르게이 오빠. 지는 거 보니 마음 아프다.
└ 22 그것도 못생긴 놈에게 지니까 더.
└ 33 우리 게이 오빠 더 세게.
└ 44 세게 오빠······ 응?
└ 뭐야, 이 미친놈은.
한성도 댓글 보다가 순간 식겁했다.
역시 드립은 댓글이다.
“이제 AI까지 드립 학원 다니는 건가.”
다음 영상은 던전 클리어 과정이다.
한성이 포자의 조각과 오브젝트까지 다 빼먹어서 기능은 정지되었지만, 히든 던전의 정보가 직접 공개됐다는 것에 조회수는 가파르게 올라갔다.
다음 영상도 인기가 좋았다.
[두 번째 이능 공개!(S급 이능 [공간 관여]!)]
- 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후보생이 자기 이능 공개한 거 실화냐.
- 아니, 어차피 훈련하면서 공개되긴 할 텐데. 그래도 이건 좀.
- 미쳤다ㅋㅋㅋ거의 튜브에 인생을 바침.
- 거의 삶이 튜브 그 자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안녕하세요! 대한민국 10대 길드 [여명의 검]입니다. 혹시 괜찮으시면 메일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 이럴 줄 알았다. 바로 스카웃 제의 감.
└ 아카데미 신분은 어차피 길드 못 들어가는 거 아님?
└ 미리 양념 치려고 하는 듯.
└ 사칭 ㄴㄴ인증해보셈.
└ 이거 사무새 또 왔네.
“벌써 스카웃 올 때가 된 건가.”
전 플레이보다 훨씬 빠르긴 했다.
하긴, 벌써 튜버 구독자가 1만이 넘어갔고 영상 평균 조회수가 10만 이상이다.
특히 오우거 처치 영상은 56만이 넘어갔고 세르게이와의 대련 조회수는 70만이 넘어간다. 세르게이가 구독자 100만이 넘어가는 셀럽이라 효과를 많이 봤다.
그 덕에 인지도 포인트는 정말 많이 모였다.
- 인지도 포인트 : 4,300
“와, 역시 튜브가 좋긴 좋구나.”
이 정도면 중급 랜덤 박스 2개. 특정 분류를 정하면 4개까지 살 수 있을 정도였다.
“흐음.”
고민된다. 무력을 위해 아이템을 구할 것이냐. 행운을 믿어보고 매력과 육체 능력을 위해 랜던 포션 박스를 구매할 것이냐.
“하얀아. 아빠가 뭘 골라야 할까?”
“크앙?”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눈동자. 그것마저 귀여워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러자 머리가 밑으로 꾹꾹 눌리는 데 그것마저 귀여웠다.
“하······ 이런 게 씹덕사 한다는 거구나.”
한성은 고민하다가 중급 랜덤 포션 4개를 구매했다.
- 좋은 선택인 것 같습니다. 특히, 튜브 시장에선 외모가 굉장한 영향력을 지녔다는 판단입니다.
“그렇긴 하지. 아무래도 잘 생기거나 예쁘면 가만히만 있어도 몇 만은 먹고 들어가니까.”
- 거기에 ‘관종’이면 축복받은 유전자라고 하죠.
헤일렌의 단어 선택은 충격적이었다. 이러다가 스카이넷 드립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적응이 굉장히 빠르네.”
- 할말하않.
“······별다줄.”
줄임 말에는 줄임 말로 대응한다.
하얀이는 한성과 헤일렌을 동그란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막 태어난 드래고니안은 지식이라는 게 없다시피하지만, 흡수력은 굉장하다. 며칠이면 언어를 배우고 몇 달이면 문화를 익힌다.
“하여튼, 중급 포션 상자 연다.”
한성은 4개를 한 번에 사용했다.
이런 건 원래 한 번에 터는 맛이다.
- 평범한 [행운]이 발동합니다.
- 사용자의 염원에 [행운]이 반응합니다!
- [하급 매력의 비약]을 얻었습니다.
- [하급 매력의 스킨로션 세트]를 업었습니다.
- [하급 매력의 석고 팩]을 얻었습니다.
- [하급 매력의 보톡스 팩]을 얻었습니다.
“나이쓰!”
드디어 나왔다.
매력 올리기 4종 세트.
< 관종 드래곤의 탄생 > 끝
ⓒ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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